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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시트콤 (7): 손톱깍기는 무서운 흉기입니다 part. 2 (feat. COVID-19)

bn | 2020.04.03 23:09:03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전편: https://milemoa.com/bbs/index.php?document_srl=7212330&mid=board

 

요약: 잘 회복하다가 막판에 가서 손끝에 염증이 조금씩 다시 올라와서 도로 입원. 이번엔 보호자 한명 (교체 불가능)이라 제가 혼자 caregiver (간만에 풀타임 육아 힘드네요 ㅠㅠ). 

회복 과정

지난번에 병원에서 퇴원하기 전에 적고 업데이트를 안 했나봅니다. 세번째 입원 때 약을 추가한 것이 유효했는지 제가 보기에도 손가락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주사를 꼬박 5일정도 맞고 약으로 바꾼 후 차도가 보이는 것을 확인 후 퇴원했습니다. 다음날 소아과 선생님도 많이 나아졌다며 집에 보내주셨고요. 쨌던 부분도 금방 회복했고, 2주 간격으로 re-check을 해도 매번 붉은 부분이 점차 손가락 위로 올라가서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비록 손톱이 빠지긴 했지만 다시 자라고 있었고 붕대도 풀어서 왼손도 열심히 잡기 놀이를 하고 있었고요. 선생님도 안심이 되셨는지 4주후에 뵙겠습니다보자고 하셨고요. 중간에 다시 스탠퍼드 어린이병원 핸드클리닉에 re-check을 받아보자고 했었는데 매번 잘 회복하고 있다며 너무 예약잡는데 오래걸려서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했어요. 

D-2: 6개월 정기 체크업

6개월 체크업에 주사 맞으러 가면서 손가락도 보셨습니다. 근데 선생님이 지난번 봤을 때보다 조금 염증인지 물집인지가 올라온 것 같다는 겁니다. 이번에는 정말 스탠퍼드에서 한번 검사를 받는게 좋겠다며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 무슨 얘기를 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바로 다음날 아침에 스탠퍼드 예약이 잡혔어요. 급하면 안되는 예약 같은 건 없나봅니다. 

D-1: 스탠퍼드 어린이 병원 핸드클리닉

갔더니 세번째 입원에서 봤던 핸드 펠로우가 나타납니다. 마침 3월 초에 찍어둔 손가락 사진을 보여주며 선생님이 살짝 안 좋아지는 것 같아서 보냈다는 얘기를 하니 심각하게 보더니 자기가 봐도 3월 초보다 상황이 조금 안 좋아진 것 같다고 합니다. 자기과 교수님도 불러오는데 심각한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일단 기존에 쓰던 항생제를 다시 써보는 게 좋겠다. 다음주 월요일까지 경과가 좋아지지 않으면 입원해서 수술방으로 끌고가서 뜯어서 정밀 검진을 해야겠다라고... 월요일전에 상황이 좋아지면 예약을 취소해도 좋다라고 하면서 중간에 무슨일 생기면 바로 연락하라며 펠로우 개인 핸드폰 번호까지 쥐어주면서 신신 당부합니다. 

D-0.01: ping

월요일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이 다음날 점심에 손을 풀어보니 전날 대비해서도 조금 물집 같은게 더 잡힌 것 같았습니다. 바로 텍스트를 보내면서 사진을 보냅니다. 농양인 것 같은데 이건 재발이고 뼈에까지 감염이 되었을 가능성도 있어서 이머전시로 취급되니까 바로 ER로 오라고 합니다. 

COVID-19에 대한 우려

저희가 병원 데려가면서 우려했던 사항은 COVID-19입니다. 혹시 병원에 가서 문제생기거나 감염이 되면 어떨까. 핸드클리닉에서도 계속 물어봤던 얘기지만 아직까지 어린이병원은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한명이상의 환자가 입원한 적도 없었고 우리 아가 같은 경우 장기적으로 손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necessary라고... 지난번에 MRI를 찍으면서 전신마취를 했었는데 그래도 전신마취가 필요하냐라고 해도 necessary일꺼라고...

ER

(이건 어제까지의 상황입니다. 오늘부터 새로운 COVID대응책이 시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리바리 싸들고 ER로 갑니다. 모든 직원이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발레 파킹도 안된다고 합니다. 보호자도 한명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영어를 좀 더 하는 제가 들어가려고 하는 찰나 들어가기도 전에 제지를 당합니다. 체온 체크 및 감기 증상이 있는지 열이 있는지 최근에 해외여행을 했는지 물어봅니다. 요 요건에 해당되면 무조건 병원에 방문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만 보호자가 이러면 어떻게 되는지 프로토콜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대면접수하던 것도 모두 아이패드 통해서 화상으로 진행합니다. Pediatric ER에는 직원들만 많고 오히려 환자는 거의 없었습니다. 코비드 환자 폭발에 대비하는 모습입니다. 제 생각에는 특히 낮에는 응급상황이 아니면 들여보내주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일단은 응급실 닥터부터 순차적으로 봅니다만 핸드클리닉과의 히스토리를 얘기하니까 바로 핸드클리닉 온콜을 불러줍니다. 

 

상황을 인지하고 있던 온콜은 상태를 보더니 바로 수술방으로 끌고 갈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볼지 얘기를 좀 해보겠다며 잠깐 다른 사람하고 얘기하겠다고 하고 펠로우 하나를 데리고 돌아옵니다. 다행히 일단은 아기가 너무 어리고 하니까 먼저 상처를 째서 고름을 테스트 돌리는 좀 더 non-intrusive한 방법을 쓰겠다고 합니다. 근데 째보니까 고름은 안나오고 피밖에 안나옵니다. 핸드클리닉 전원이 당황하기 시작합니다. 고름도 안나오면 무슨 균이 원인인지 파악하는 테스트조차 돌리기 어렵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감염내과에 물어보니 아무래도 겉에 나오는 피만 가지고 하면 결과가 안나오거나 피부에서 평소에 존재하는 박테리아 등이 검출되서 잘못된 방향으로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일단 입원해서 항생제 처방을 하면서 감염내과 의견을 보자고 합니다. 

 

후우... 저희가 어제 한국에 있는 의사친구와 상담 후 (우리라면 일단 culture를 좀 더 빡세게 해서 원인부터 잡고 들어가지 아직 증상조차 파악이 되지 않는다면 수술방 + 전신마취로 다짜고짜 끌고가진 않을것이다) 의사와 얘기할 때 non-intrusive한 방법이 없을까 자꾸 물어봐서 그런지 아니면 저희가 얘기하지 않았어도 이런 결론이 나왔을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게 모든 상황에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의사들과 얘기하실 때엔 alternative한 방법들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눠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한번 먼저 째보는게 아니라 이미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방으로 끌고 들어간 상황에서 이런일이 발생했으면...

입원

1편에서 적었던 어린이 병원 사용설명서는 무시하셔도 됩니다. COVID-19 여파로 모든 부대시설이 거의 사용중지 상태입니다. 따라서 이것저것 사용하라고 했던 세면도구 받는 곳이라던지 커피를 뽑아 먹을 수 있는 곳들은 전부 사용 불가능 하므로 입원시 잘 챙겨 가시기 바랍니다. 오늘부터 시행된 방침으로 인해 모든 사람은 돌아다닐 때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하며 병실에서도 가급적이면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으라고 합니다 (아침에 surgical mask 하나씩 주더라고요. 매일 하나씩 주는지는 내일 다시 업데이트 드리겠습니다. 일단 저희도 surgical mask를 한박스 챙겨들고 가긴 했어요).  

 

COVID방지 대책 중 가장 두드러진 한가지: 보호자는 무조건 한명이고 입원 시점에 확정되어야 하며 중간에 교체 불가능입니다. 따라서 입원같이 하는 보호자 혼자 모든 것을 해결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애기 엄마는 응급실 바깥부터 기다리다가 어린이병원으로 넘어가면서도 인사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참고로 스탠퍼드 어린이병원에서 출산하는 산모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되니 미리 확인을 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어제 ER하고 입원해서 하루 반나절 같이 보호자로 있었는데 벌써부터 힘이 드네요. 

 

보호자 교체가 안되므로 현실적으로는 아기를 두고 혼자서 돌아다닐 수 없습니다. 추가로 보급이 필요하거나 보호자가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간호사한테 부탁해서 잠깐 아기를 봐달라고 하고 후다닥 다녀오셔야 합니다. 카페테리아는 열었다고 하고요. 다행히 저희 아가가 6개월을 찍고와서 그런가 아가 이름으로 모든 음식을 주문할 수 있었습니다. 이시기의 대부분의 아가는 이유식이니까 아가이름으로 시켜서 부모가 먹으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부모나 음식 딜리버리 서비스는 로비에 맡길 수 있습니다 (병원 내 진입금지). 애기 엄마가 까먹고 놓고온 짐이라던지 필요한 세면도구나 사식을 반입하고 싶으면 로비에 맡기면 잠깐 간호사가 봐주는 사이에 후다각 내려가서 가져올 수 있습니다. 

Sick leave

ER로 데려오라는 판정이 나자마자 바로 매니저와 얘기해서 sick leave를 쓰기로 합니다. 주마다 법이 다르지만 캘리포니아에서는 가족이 아플때에도 식리브를 쓸 수 있고요 매년 3일까지는 의무조항인 것 같습니다. 저희회사는 일단 무기한 인 것 같기는 합니다만 매니저와 얘기는 해보셔야 하지요. 저는 일단 오늘 하루만 썼어요. 

치료 및 넋두리

이번에는 핸드클리닉이 주 닥터로 들어오고 감염내과도 역시나 회진을 돕니다. 이번에는 모든 과가 레지/펠로우/attending physician/교수님들까지 다 들어옵니다. 마지막 입원때도 다들 신경이 곤두서있던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다들 히이이이익 하는 느낌입니다. 근데 부모로서 저희가 힘든건 아직도 이게 왜 이렇게 회복이 느리고 몇달이 지났는데도 왜 치료가 완벽하게 안 됬는지 오리무중이라는 것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일단 지난번 감염의 원인이 완벽히 제거되지 않은 것이라는 것에는 consensus가 형성되었으니 세번째 입원에 추가된 항생제만 주사로 맞으면서 경과를 보자는 플랜입니다만 아직까지도 회복이 잘 되리라는 확신은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MRI를 찍어보자는 의견들이 오가고 있지만 지난번에도 전신마취까지 해가면서 찍었지만 딱히 별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번에 찍었어도 못 발견한 걸 이번에 찍어서 발견하리라는 보장이 없어도 다들 주저하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두살 이하 아기는 한번 정도 전신마취를 하는 건 괜찮지만 하면 할 수록 발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니까요. 

 

이건 좀 푸념인데 일단은 경과가 조금씩 좋아지면 주말에라도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만... 만약에 이번에도 완벽히 회복이 안되면 어쩌나라는 걱정만 늘고 있어요. 아가는 손가락 제외하면 모든면에서 정상적으로 잘 놀고 잘 웃는 아가에요. 근데 감염이라는게 이렇게 회복이 오래 걸리는 게 아니라는데 왜 저희는 이렇게 오래 이러고 있는지... 다른 병원으로 가보면 다른 답이 나올까요. 미국은 소수를 위한 퀄리티 케어로 발달되어 왔다는데 왜 보험도 있는 저희 아가는 왜 아직도 손가락이 회복이 안 되는지. 한국으로 데려가보면 답이 나올까요. 그나마 COVID 감염이 그나마 안정화 되었다는 북캘리 지역이라 다행이지만 언제까지 병원에 이렇게 있어야 할지... 지난번에는 장기간 있어도 괜찮았지만 이번에는 오래 있으면 안될 것 같은데...

 

지난번에도 업로드 하고나서 며칠 후에 바로 퇴원을 했으니 아가가 금방 좋아지길 바라며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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