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암을 짊어지고 계시던 50대 여성 환자분. 환자 보호자와 환자가 계속 치료를 하자고 하니 의미 없는 치료는 계속되었다. 전신에 퍼진 말기 암과 또 다른 구강암 때문에 제대로 말씀도 못 하시고, 가쁜 숨을 내쉬며 있는 이 분에게 내가 무엇을 해드릴 수 있을까? 삼리터나 되는 복수를 뽑고 나서도 이 분의 증상은 좋아지지 않는다. 고통 속에서도 항상 환한 미소를 잃지 않으시는 이 분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선 호스피스과에 연락하고 남편분과 아주머니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근 20여년간의 암투병이었다. 몇 년 사이로 계속 눈에 띄게 안 좋아지는게 보였단다.
“지금 상황은 말기암에 구강암까지 겹쳐서 부인분께서 식사를 제대로 못하셔서 극도로 쇠약해진 상황이예요. 배에 구멍 뚫어서 튜브로 영양공급을 시도하려고 했는데 복강내에도 암이 가득 차고 또 복수가 심해서 방사선과에서 튜브 삽입을 못했어요. 영양을 혈관주사로 공급하는 것은 감염이나 혈전 등의 부작용으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예요.”
남편에게 그녀가 굶어죽어 가고 있다는 것을 주지시키기가 참 어려웠다.
“주말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월요일에 결정 내릴께요. 그 때까진 혈관주사로 영양 공급해 주세요.”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전화로는 더더욱 어렵다. 코비드 때문에 보호자 방문이 금지된 이 상황이 더 아쉽다.
다음날 아침. 떨어지지 않는 어려운 발걸음을 옮겨 회진을 했다.
나 : 오늘은 좀 어떠세요?
“그냥 그래요...”
나 : 남편분 보고 싶으시죠? 자녀분 있으세요?
“자녀는 없어요. 남편 보고 싶어요.”
집에서 온갖 걱정과 상상으로 부인을 생각하고 계실 남편분이 떠올랐다. 자녀도 없이 더군다나 남편도 없이 쓸쓸히 죽음을 맞고 계신 상황에 마음이 아팠다. 병원 어드민에 전화했다. 아직 호스피스 결정이 내려진 환자가 아니지만 마지막 삶의 나날들을 병원에서 타인들과 보내는 건 옳지 않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원칙적으로 안 되는 거라고 곤란해 하는 수퍼바이저에게 이렇게 하는게 옳은 것이라고 남편이 환자 방문할 때 그에게 마스크 씌우고 체온 재고 아주머니 옆에 있게 하는게 옳은 일이라 밀어부쳤다.
그 날 오후 아저씨는 병실에서 아주머니의 퉁퉁 불어버린 사지를 연신 주무르셨다.
나 : “와이프분 오랜만에 뵙는 거죠?”
아저씨 : “저는 복수만 뽑고 퇴원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나 : “치료를 계속하고 싶어하시는 거 같아서 방사선과에 연락해서 튜브까지 꽂아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암이 너무 퍼져서 그것도 안 되네요. 아주머니가 너무 힘들어 하셔서 제가 위에 이야기 해서 방문이 가능하도록 했어요.”
아저씨 (아주머니를 애처롭게 바라보며) 이제 그만할까? 힘들...지?
아주머니 : “나 더이상 고통스럽고 싶지 않아. 이제 그만할래.”
시간이 좀 지나고 아저씨가 아주머니와 집으로 호스피스 퇴원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리셨다. 또 환자 분 방문을 두드렸다. 너무 병 진행이 빨라서 집에서는 아주머니를 돌봐드리기 힘드실꺼라고 전문 호스피스 병원으로 가시는 것이 낫다고... 말씀드리려고. 결국 호스피스 병원으로 가는 걸로 케이스는 일단락 되었다.
어려운 질문을 할 차례다. 호스피스 기다리시는데 심폐소생술 여부에 대해서도 여쭈어 봐야 하기 때문이다.
나 : “여태껏 잘 버티셨고 지금까지 심폐소생술을 하시는 걸로 원하시는 걸로 알아요. 호스피스 병원 결정을 하셨는데 혹, 심장이나 폐 기능이 멈췄을 때 심폐소생술을 아직도 하고 싶으세요?”
나는 혹 이분 코드가 떴을 때 생기 잃은, 말라서 뼈가 다 들어나 보이는 이 분의 육체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싶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은 더 큰 고통과 부러진 갈비뼈만 남기고 끝나는게 대부분이다.
아저씨 : “자기야. 어떻게 하고 싶어?”
아주머니 : “나... 고통 없이 가고 싶어.”
아저씨는 아주머니의 기운 없는 얼굴을 자신의 가슴팍에 파
묻으며 심폐소생술 금지에 동의하셨다...
의사이기 전에 나도 사람이고 이 같은 광경에 울컥하여 병실에서 울어버릴 뻔 했다. 아저씨가 경험해야 할 이별의 아픔이 내 맘에 전해져서 내 마음 또한 저며왔다. 아주머니가 지금쯤은 좋은 곳에서 더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ㅠㅠ
저도 맘이 많이 아프더라고요. 마모님.
저도 개인적으로 얽혀있는 일듵도 있어서 가슴이 아픕니다
현대 의학으로 마지막에 고통없이 가는 것은 가능한가요?
예. 가능해요. 호스피스 치료로 몰핀을 계속 주사하면서 통증을 조절하며 마지막까지 유지가 가능해요. 이게 안락사와는 다른게 안락사는 치명적인 용량을 주사하지만 호스피스 치료에서는 고통이 조절될 정도만 해요.
글을 읽는 저도 가슴이 시린데 환자와 보호자를 대면하고 이야기 하시는 의사분들은 정말 힘들거 같아요.
몇년전 아버지가 아프실때 어머니가 생명연장술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하셨을때 어떤 심정이셨을지..... 문득 옛날 생각이 나네요.
어제 그래서 회진하기가 싫어서 계속 괴로웠어요. 뭔가 풀리지 않는 숙제를 하는 듯 해서. 어머니가 정말 어려운 결정하셨었네요. 말은 쉬워도 자기 일에서 그렇게 결정하기는 무척 어려워요.
가슴 아프네요. 언젠가는 저도 저 상황이 될수도 있으니 현재 가족에 더 충실하고 현재 주어진 삶에 감사하고 열심히 살아야 겠습니다.
네. 건강하게 주어진 삶에 감사하고 소중하게 생각하고 살아야 하는데 자꾸 까먹어서 문제예요. 다 잃기 전에는 소중함을 모르는게 사람이 아닌가 싶고요.
아.... ㅠㅠ
저녁에 맘 아픈 이야기 나눠서 죄송해요.
너무 안타깝네요
그런데 글도 너무 잘 쓰시는듯
그냥 끄적여서 마음에 응어리진 감정을 풀어버리고 싶어서 게시판 성격과는 안 맞는 글도 끄적이게 되네요.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울타리님 글이랑 댓글들 잘 보고 있습니다. 이번 글은 특히 뭔가 더 크게 마음을 울리네요 ㅠㅜ 꼭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Opeth님... 잘 읽어주셔서. 건강하세요!
언젠가 내 주위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으니까요. 한 순간 한 순간이 소중한 듯 싶어요.
눈물이 날 것 같아요. 눈앞에서 죽음을 바라보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하는 의료진분들 존경합니다. ㅠㅠ...
똑같아요. 저도... 누군가는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지. 정말 이런 대화는 힘들고 감정적으로 참 많이 소모되는 일이예요.
슬프네요. 삶이란 무엇인가.. 물어보게 되네요...
예. 저도 요즘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예요. 건강하세요!
슬프지만 end of life을 대비한 결정의 미리해둬야하는 필요성을 다시 환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때가 오면 너무 악 쓰면서 삶에 집착하지 않고, 초연하게 Decent한 모습으로가고 싶습니다. 나눔에 감사드립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데 사람들은 끝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거 같아요.저도 미리 living will 작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쉽지 않네요.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밥 먹으면서 글 읽는데 눈물이 나올라 그러네요. 감정 이입이 너무 쉽게 되는 글이네요. 생각이 많아집니다.
수년전 돌아가신 저희 어머니와 거의 비슷한 상황이시네요. 돌아가시기 한달전부터 저희 어머니의 기도는 고통없이 잠들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거든요. 글 읽고나니 어머니가 보고싶네요. 저도 병원에서 근무하지만 참울타리님 글 읽으면서 많은 걸 느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주머니의 말씀도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선생님... 이야기 하시는데 그 말씀이 제 폐부 속 깊숙하 박히는 듯 했어요.
가족으로 경험해본 일이라 지나칠수가 없네요. 오랜 고통끝에 호스피스에 가신 첫날 6개월만에 처음으로 누워서 잘수있었다고 하시던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참울타리님 고맙습니다. 환자와 가족에게 큰 도움을 주셨어요. 막상 환자와 가족은 아픈와중에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환자분이 더큰 고통을 겪지 않고 호스피스에서 한동안이라도 평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참.. 마음이 먹먹합니다. 그분들도.. 한분은 천국에 가셨겠지만, 남아 있는 분이나, 참울타님도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래요.
이 글을 보고 환자 부부를 직접 상대하시는 참울타리님 상황이 상상이 되어 참으로 가슴이 답답해집니다...글 감사하구요..
일부러 비교하는 건 아니지만....환자분께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건 다행/행운(어울리는 말이 없네요)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제가 비슷한 상황인데 말을 못한다거나 몸이 안움직이면 어떨까 상상을 하니 ..상상하고 싶지 않네요..
네 의사표현을 그래도 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예요. 정말 아무 말도 못하고 가시는 분들도 계셔서... 건강 잘 챙기세요!
에세이집 하나 내시죠? 이별, 아픔, 슬픔
이별로 슬프고 막막해지지만 진실이기에 따뜻해지는 참울타리님의 글이 심금을 울리네요.. 이별 혹은 아픔 혹은 슬픔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세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제 일기장 같은 글로 무슨 에세이예요... 과찬이십니다. 지금쯤은 편안해지셨으면 하고 오늘도 기도하는 중이예요. 건강하세요. EY님
삶과 죽음의 경계를 눈앞에서 목격한다는 것이 참.. 무겁게만 느껴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어려운 문제를 풀고 있는 느낌이예요.
지금 제가 겪고있는일이라 눈물나네요...
자정가까운 시각에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모시고 갔는데 보호자 출입금지라고 환자만 데리고 사라져버릴때의 그 절망감
밤새 온 가족이 울며 걱정하며 보내고 새벽에 가서 제발 들여보내달라고 사정사정해서 가족중 한명만 겨우 들어가서 보니 밤동안 혼자서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한눈에 보였다고해요
환자도 고생이지만 아무것도 해줄수 없는 밖에 남은 가족들의 맘도 정말 너무 힘들더군요...
집으로 모시고 왔고 얼마남지 않으신거 같아 어제 장례식장 다 준비했고 하루하루 눈물로 보내는 날들입니다..
호스피스 들어가는건 원치 않으셔서 집으로 방문해주시는 호스피스 오늘 만나기로 했는데 정말 지금 할 수 있는건 그냥 편히 가시기를 기도하는 거 밖에 없다는게 너무 참담하네요...
환자분과 가족분의 심정을 감히 이해한다고 하기조차도 뭐하지만 너무나 슬프네요, 또 그런 상황을 직접 보면서 사실을 전달하셔야할 참울타리님의 입장도 안타깝구요. 요즘 환자분들 그리고 병원 관계자분들의 사연을 읽으며 우는일이 많아지네요. 환자분도 남은 생 조금이나마 편안하시길 기도하고, 참울타리님도 모쪼록 건강관리 잘 하시면서 환자들 돌보시라 기도합니다.
기도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
마음이 아픕니다 ㅠㅠ
그러니까 하루하루 소중히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셔야 해요.
한동안 참울타리 님 글 잘 읽었었는데 몇주 못 뵌 것 같아 검색해보니 가장 최근에 이 글 쓰신 후에 어느새 거의 한달이 지났네요.. 요즘은 병원 분위기 어떤지, 참울타리님 건강은 괜찮으신지 궁금해서 댓글 남겨봅니다.
5년전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네요. 어머니도 26년전에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아버지도 한국에서 암에 걸리시고 한차례 수술과 항암치료후 전이가 되었을 때, 미국으로 모셔와서 같이 남은 한달을 손주들과 보내고 집에서 편안히 보내드린 것이 아직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어머니때는 그러지 못했었는데. 참울타리 같은 아름다운 마음을 가시진 의료진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네요.
이런 안타까운 상황들 많이 맞이하실텐데...참 마음이 살아있으시고 따뜻한 분 같으시네요...남편 만날수 있도록 밀어붙이신거 잘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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