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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완전 논픽션 사랑이야기 마지막 그리고 0

요리대장 | 2020.05.13 12:46:00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 논픽션은 맞지만 제 이야기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 요즘 삶도 게시판도 좀 우울한것 같아서 뭐라도 하고싶었나 봅니다.

재미있지 않을까 위험(?)을 무릎쓰고 시작한 글인데 어쩌면 불편을 끼친것 같아 걱정도 됩니다. 가볍게 보아 넘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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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자는 하루 4시간을 채 자지 못했습니다. 저녁 5시부터 까페에서 일을하고 집으로 와서 잠들면 새벽 서너시.

그리고 8시면 등교길에 올라야 했으니까요. 늘 피곤에 찌들어서 연애같은거 잊고 산지가 좀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분수에 맞지않게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데 동행한 남자는 40대 중후반으로 보입니다.

분위기가 나름 심각해 보입니다. 남자는 내내 마음이 쓰입니다. '미국에도 원조교제 같은게 있나...?'

그후로 2~3주 간격으로 여자는 카페에 나타났고, 그때마다 남자는 궁금했고, 마음이 아팠고, 짧은 쪽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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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삶의 무게로 여자를 잊어갈무렵, 오랫동안 안보이던 여자가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동행이 바뀌어서 60대 남자와 또다른 40대 남자 둘.

대체 어떤 분위기의 모임인지 가늠이 어렵습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난감합니다. 60대 남자는 동네 유지인듯 홀로 목소리가 크고,

나머지 일행들이 받드는 모양새 입니다. 다들 거나해진 분위기에 여자와 눈이 마주칩니다. 여자가 묘한 눈빛을 보냅니다. '설마...?'

그리고 얼마후 여자뒤를 지나갈때 여자가 남자의 손을 살짝 잡습니다. 놀라서 쳐다본 손에는 크레딧카드가 쥐어져 있습니다.

'아! 자기 카드로 계산하라는 눈빛이었구나....' 뒤늦게 깨닫고 민망해집니다.

마지막까지 있던 여자 일행들의 자리가 끝나고 테이블로 가서 사인한 영수증을 확인합니다. 그런데 영수증 밑에 명함이 하나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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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남자가 여자를 처음 보았을때, 순정만화 여주를 떠올렸더랬습니다. 명함의 이름도... JANE 땡 입니다.

남자는 이렇게까지 뛰는 가슴은 처음이라 감당하기가 어렵습니다. 명함 뒤에는 전화번호와 메모가 적혀 있습니다.

'안자고 기다릴테니 퇴근하고 괜찮으시면 전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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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자는 스물다섯 동갑이었고, 프리랜서 의상 디자이너였고, 일행들은 일거리를 따내야 할 의류업계 사장들과 그들의 큰 거래처 사장이었습니다.

타국에서의 힘들었던 고학생활이, 남자에게 한순간 핑크핑크한 순정만화가 되었습니다. 잔혹동화로의 변주를 예상할수도, 그럴 이유도 없었으니까요.

여전히 학비와 잠이 부족했지만 더이상 힘든줄은 몰랐습니다. 여자는 일하는 곳으로 김밥을 싸다 주고 일이 끝나기를 기다려 줍니다.

일주일을 쉬지않고 일해야 겨우 학비와 생활비가 충당되지만 이제 일주일에 하루는 스케줄을 비우고 여자와 함께 센트럴팍도 가고 소호도 거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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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꿈같은 시간은 한 달이 넘도록 길어지고, 그만큼 시간은 빠르게 흐릅니다. 만나고 두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남자는 아직 정상이 아닙니다.

보고있는데 그립고, 행복한데 아픕니다. 여느 드라마의 식상한 수사가 정확히 남자의 심정입니다.  

그리고 여자는 평범하지 않습니다. 들려주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클리셰 덩어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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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미치도록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만났다 합니다.

자신은 신체구조상 남자와 물리적인 사랑을 나눌수 없다고 합니다. 그 이유로 사랑했던 남자가 떠났다고 합니다.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다 실패했고, 4성장군인 부친의 명예에 누가 될까봐 도망치듯 미국에 왔다고 합니다. 

'결국 너도 날 떠나게 될거야...'

남자가 강하게 부정합니다. 상관 없다고 말합니다. 

여자가 묻습니다. 가족 등 사랑하는 모든 사람 등질수 있냐구요. 그럼 세상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자고 합니다. 뉴질랜드가 좋겠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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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남자는 고민했고 여자의 말이 진심이라면 갈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마침 여자와 평범한 연인들의 사랑도 나눈 터 입니다. 

왜 없는말을 지어냈을까 묻고 싶었지만 묻지는 않았습니다. 이별을 예견했는지 매사에 살얼음 위를 걷듯 합니다. 그럼에도... 여자는 떠났습니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몇마디 말도 하지않고 여자가 떠났습니다. 처음엔 전화라도 받더니 어느순간 연결도 되지 않습니다.

친오빠와 함께산다는 그녀의 집에는 가본적이 없습니다. 할수있는게 없던 남자는 그저 두달간의 달콤한 꿈에서 깬듯 무기력 합니다.

슬픔이 그리움이 되고, 그리움은 분노가 됩니다. 그리고 분노는 궁금함이 됩니다. '뭘까.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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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반년이 지나지 않아서 여자가 남자앞에 다시 나타납니다. 떠난 이유는 듣지 못했고 돌아온 이유는 보고싶어서 랍니다.

연습한것 반의 반도 따져묻지 못합니다. 왔으니 됐고 불안한 설렘이 다시 시작되어서 다행입니다. 그런데 여자는 다시 떠납니다.

돌아온지 한달만의 일이지만 이번에는 친절하게 이별의 이유가 있습니다. 가난한 유학생과 미래를 그리는게 자신 없답니다.

남자는 곧이곧대로 믿기지 않지만 그렇다고 잡을수도 없어서 그냥 놓아줍니다. 어차피 가슴은 처음본 날부터 계속 쓰렸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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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합쳐서 고작 3개월의 만남이었고, 1년이 넘어가지만 남자는 아직 아프고, 여전히 궁금합니다. 생활의 압박이 여전하므로 대놓고 앓지 못할 뿐입니다.

일자리를 옮겨서, 이제 적응도 하고 멀쩡한듯 살아갑니다. 가끔 기대하는 날도 있긴 했지만 이대로 끝나는게 낫다 싶은 날. 여자를 보았습니다.

몇몇의 일행들과 함께 나타난 여자는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조금 지쳐보이고,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틈을 보아 살며시 다가온 여자가 말합니다. "나 약혼했어. 저 일행중에 한명이 약혼자야..." 가끔 손님으로 오는, 근방의 젊은 재력가로 알려진 사람입니다.

남자도 한마디 건넵니다. "축하해. 잘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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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일행과 함께 사라졌던 여자가, 카페 문닫을 시간이 되어 혼자서 다시 나타납니다.

취해 보이는데 술냄새는 없습니다. 그 전에도 몇 번 보았던, 바로 그 눈빛입니다. 여자는 남자와 그 밤을 함께 보내고자 했으나, 남자는 그럴수 없었습니다.

여자가 묻습니다. 정말 너 자신있냐고... 남자가 다시 말합니다. 행복하게 잘 살아야 나도 산다고...

여자는 새로운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 하나를 남기고 칠흑같던 그 밤을 그렇게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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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이후 3년의 시간이 흐르도록, 파혼했다는 소식을 들었을뿐 남자는 여자를  만나지 못합니다.

대신 잊을만 할때쯤 연락이 오고는 합니다. 영국에서도 소식을 전하고 가끔은 한국에 잠깐 들어왔다며 생기발랄 합니다.

언젠가부터 남자는 여자의 말을 듣기만 하고 더이상 궁금해 하지 않습니다. 아직도 아프지만 많이 무뎌진것도 같습니다.

여자도 많은 것을 묻지 않습니다. 밥은 잘 챙겨먹느냐, 그리고 만나는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한동안 남자는 성 정체성을 의심받는 일이 있었을만큼 이성과는 담을 쌓고 지내왔지만, 이때쯤 새로운 사람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사실을 알리던 날, 여자는 샐쭉했지만 축복해 주었고 남자는 이런저런 죄책감에 잠을 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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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년이 다시 지나 남자는 그 사람과 정혼을 합니다. 이제는 여자에게 걸려오는 전화가 많이 불편합니다.

상황을 들은 여자가 전화대신 가끔 이메일을 쓰겠다는데, 남자는 그러지 말라고 말하지 못합니다.

두어번의 이메일을 주고받은 후, 남자는 결혼을 합니다. 이제 남자는 따로 시간을 내어 여자를 떠올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결혼후 처음으로 받은 이메일의 답장으로, 남자는 여자에게 완전한 이별을 고합니다. 용기를 내어야 했지만 그게 옳다는걸 잘 압니다.

그런데 여자가 남자의 말을 듣겠답니다. 이제서야 처음으로, 남자의 말대로 따르겠다 합니다.

그렇게 마지막일것 같았던 여자와의 대화창을 닫으며, 남자는 여자와의 기억을 다시 꺼내보지는 않을거라 다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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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자의 일상은 평온하고 행복합니다. 식구가 한명 늘어서 정신이 없기도 하구요.

아주 가끔 이메일을 들춰보는기는 하지만 그건 그냥 의미없는 습관같은 겁니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날, 그녀 발신의 이메일이 도착해 있습니다.

 

 

"얼마전에 이곳에 왔어. 뉴질랜드에...

 

우리가 그때 함께 왔었더라면 지금도 함께였을까?

 

니가 내 원망 많이 한거 잘 알아. 지금이라도 이렇게 사과하고 싶어서 망설이다가 보내.

 

다시는 연락할일 없을테니까...걱정할 일도 더는 없을거야. 

 

그리고 답장도 하지마. 나 읽지 않을거니까.

.

.

.

.

.

.

 

우리 그날 했던 이야기들 기억하니? 여기는 진짜 그래. 뛰어내려도 끝이 아닐거 같아.

 

이만 갈게. 안녕"

 

 

남자가 불길한 생각에 황급히 답장을 합니다.

뭐라도 좋으니 수신확인이라도 좀 해달라 여러번 메일을 보내봤지만 남자가 두 아이의 아빠가 될때까지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여자는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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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여자가 남자에게 전화번호를 건넸던 날.

여자와 남자는 여느 시작하는 연인들처럼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 뿐이었지만 세포 하나하나가 느껴지는것 같았습니다.

 

여자가 묻습니다. "너는 살면서 제일 좋았던 영화가 뭐야?"

남자가 대답합니다. "번지점프를 하다. 너는?"

"어? 나도 그 영화인데. 번지점프를 하다."

 

 

 

 

몇번을 죽고 다시 태어난대도,

결국 진정한 사랑은 단 한번 뿐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심장을 지녔기 때문이라죠.

by 인우 "번지점프를하다" 中에서

 

 

 

 

 

<번지점프를 하면서 하다>아님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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