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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완전 논픽션 - 사랑이야기" 픽션 #2 (feat by. 요리대장님)

shilph | 2020.06.02 18:28:13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완전 논픽션 - 사랑이야기 픽션 #1 (feat by. 요리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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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평상시보다 손님이 조금 더 많았던 날이었다. 한 주 동안 날이 좋다가 갑작스러운 추위가 온 탓인지 꽤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듯 했다. 그러다가 잠시 짬이나 테이블을 치우고 있던 때였다.

'짤랑'

테이블을 치우면서 고개를 들어 인사를 하려고 입은 열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여자였다. 마지막으로 온지 두달? 세달만이었을까? 여자는 조금 말랐고, 머리는 조금 더 길어졌다. 조금 창백한 피부색과 너무 잘 어울리는 미디엄 레이어드 컷이었다. 마치 얼마 전 봤던 NANA 라는 만화에 나온 주인공처럼 말이다. 난 순간 멍하게 봤다가 정신을 차리고 인사를 건내려고 했을때는 다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여자와 함께 들어온 사람들로 고개가 돌아갔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세 명의 남자였다. 처음 보는 남자들이었다. 한 명은 눈빛이 강한 나이가 있는 남자였다. 60대 중반? 후반? 하지만 나이와 달리 주름살도 별로 없어보이는 초로의 남자였다. 그 뒤로는 다른 남자 둘이 더 들어왔다. 한 명은 키가 좀 컸고, 다른 한 명은 그냥 동네 아저씨 처럼 흰머리가 눈에 띄게 보이는 남자였다. 아마도 둘 다 40대가 아닐까? 남자들은 모두 정장 차림이었는데, 특히 나이든 남자의 모습은 정말 드라마에서나 나올듯한 말쑥한 차림이었다. 영화에 나올 것 같은 멋지게 나이를 먹은 노년의 신사처럼 말이다.

 

나는 정신을 차리로 인사를 하고 주문을 받았다. 초로의 그 남자는 주변을 슥 둘러보고는 내가 치웠던 자리에 앉았다. 그 여자가 늘 앉던 구석 자리는 아니었지만, 창밖이 보이는 자리였다. 다른 두 남자는 그 남자의 맞은 편과 옆에 앉았고, 그 여자는 세 사람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건냈다. '뭐 드실지 묻는 것이겠지' 하고 생각할 때, 노인은 두 손을 들어 여자의 손을 살짝 잡았다. 

 

아...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이름도 모르는 손님을 오래간만에 봤을때의 반가움. 젊은 여자가 나이가 있어 보이는, 그리고 돈도 있어 보이는 남자들 사이에서 있는 사실. 아마도 어쩌면 조금 그릇된 길에 있는지도 모르는 여자.

나는 그 손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내 표정은 어땠을까? 순간 멍해진 내 눈에 다시 들어온 것은 그 여자의 손에 들려있던 카드였다.

 

순간 안도감이 들었다. 어쩌면 웃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불안한 마음도 금새 따뜻한 커피향과 함께 내 정신도 현실로 돌아왔다.

하지만 너무 놀라서 였을까. 아주 조금 실수를 하고 말았다.

 

"오랫만에 오셨네요" 라고 그 여자에게 말을 건냈다. 카페에서 있으면서 늘 영어로 이야기 했는데, 순간 한국말로 이야기를 건냈다. 그 여자도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아... 네" 하고 짧게 대답을 했다.

무척 예쁜 목소리였다. 주문을 할 때 몇 번 들었던 그 목소리였지만, 순간 아무 것도 들리지 않고 그 목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금 이른 저녁 시간, 아니면 살짝 지난 퇴근 시간에, 그 여자는 커피 네 잔 시켰다. 카드에 적인 이름은 남자 이름이었다. 그리고 영수증에 쓴 이름은 Jane.

 

세 명의 남자와 그 여자는 그 자리에서 무언가 이야기를 했다. 초로의 남자의 목소리는 중간 중간 높아졌으며, 그 남자의 옆에 앉은 동네 아저씨 같은 남자는 그럴때마다 안절부절 하며 남자를 달래는 것 같았다. 키가 큰 남자도 비슷했지만, 그 남자는 종종 여자에게 귓속말을 했고, 그럴때마다 그 초로의 남자에게 뭐라고 설명을 했다. 그리고 동네 아저씨 같은 남자에게도 무언가 이야기를 종종 했다.

그러다가 노인이 벌떡 일어나 키가 큰 남자에게 소리를 지르며 삿대질을 했다. 나도, 손님들도 순간 놀라서 쳐다봤다. 옆에 앉은 남자와 그 여자가 노인을 달래고 겨우 앉을 수 있었다. 넷은 다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었지만 분위기가 좋지는 못했다. 

나는 몇 번 그 여자와 눈을 마주쳤고, 그때마다 그 여자의 표정은 매번 달랐다. 연민, 당혹, 초조, 불안, 미안함. 아마도 그 쯤 어디의 감정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몇 번 여자와 눈을 마주친 후에 네명은 밖으로 나갔다. 테이블이 비워지고 다른 손님들은 뭐라고 서로 수근거렸지만, 나는 그저 다른 세 남자를 쫓듯 나갔던 그 여자의 뒷모습만 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 여자가 앉은 테이블을 치우려고 했을 때, 그 여자가 마신 잔 밑에는 그 여자의 명함이 있었다. 연한 보라색의 명함이었다. 나는 테이블을 치우며 그 명함을 주머니에 넣었다. 누가 볼까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 테이블을 치웠다.

화장실로 가서 몰래 본 명함에는 영수증에 쓴 이름과 같은 Jane 이라는 이름과 전화번호만 적혀 있었다. 하지만 뒷면에는 "안자고 기다릴테니 끝나고 전화주세요" 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그날 시간은 무척 더디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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