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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빠다코코넛 두 번의 역이민 (1탄)

빠다코코넛 | 2020.06.04 10:47:31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처음으로 글을 쓰게 되네요. 조금 뿌끄럽지만 그래도 5년 넘게 눈팅하다 살짝 용기내서 글을 써봅니다. (마일모아분들은 마음이 따듯해서 악플은  안다시는거 잘 알아요ㅎㅎ)

요즘 코로나로 한참 미국이 어수선해서 인지 이민/역이민/은퇴 이야기들이 눈에 잘 들어오네요. 전 두 번의 역이민이라는 특수한 경험이 있어서 한번 풀어볼려고 해요 - 사실은 역이민이라는 단어가 맞지는 않기에 두번의 한국 귀환으로 해석해서 읽으시면 될거 같습니다. 이유는 바로 아래

 

1. 미국에서 한국으로 (한국으로 이민?)

네.. 전 미국에서 태어났고 칠년 살다가 킨더 마치고 바로 한국 초등으로 입학했어요. 미국살면서 한국은 한 번도 가본적이 없었지만 친지 가족들과 나와 똑같이 생긴 한국인들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에 너무 설레였는데.. 한국 도착하자마자 너무 좌절스런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ㅠㅠ 일단 초등 입학 전에 한글을 못배워서 (가서 배우는거 아녔나요?) 알림장을 매일 그려갔고 저희 어머니는 저 때문에 매번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반 친구들의 집에가서 숙제를 알아와야했죠..(엄마 미안해요) 친구들은 한국말이 어눌한 저를 잘 안끼워줬던 것도 지금 기억에 남네요 (서울) 그리고 초2 때 전학 후 지방에 있는 초등학교를 입학. 미국에서 왔다고 전교에 소문이 퍼지면서 저를 신기하게 보는 착한 친구들 속에서 잘 적응했습니다. (지방 아이들이 의외로 참 더 순수한거 같아요) 어린 제눈에 비친 한국의 충격적인 것들은:

 A. 소풍에 가면 늘 등장하는 번데기. 저걸 왜 먹지? 냄새가 너무 싫어요

B. 미국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규율/약속/정직함을 강조해서인지  한국 아이들의 드셈과 거짓말이 좀 힘들었던 기억 

 -지우개를 빌려가서 망가뜨린 후 사과도 안한거

- 그 유명한 "넌 어디 사니? 아파트?" 그런걸 왜묻지? 칫 난 지하 단칸방에 살아 

C. 여자애들을 추행하는 남자아이들과 어른들

- 아스께끼? 같은 놀이 아직도 이해안가요

- 지나가는데 중학생 여학생 엉덩이를 뚝치던 아저씨. 내 손에 잡히면 정말 이쒸

D. 촌지를 노골적으로 밝혔던 3학년 담임 선생님

- 그 담날 어머니께서 양말에 5만원을 봉투에 넣은 후 전 무사히 3학년을 보낼수 있었습니다. 제 친구는 이유도 없이 따귀를 맞고 문 뒤로 굴러나가가까지 했죠. 그 담날 친구 어머니께서 2살배기 여동생을 포데기에 엎고 오셔서 면담을 하던 모습이 아직도.. 에휴 요즘은 이럴일이 절대로 없겠지만 저 때는 촌지가 있었어요

E. 복잡한 도로. 보행자와 어린이/노약자를 배려하지  않는곳

- (초등6학년) 버스에 내려서 앞으로 길을 건너다 버스 뒤에서 초월한 티코에 치였던 적도 있었죠. 다행히 티코만 찌그러졌어요.

 물론 좋았던 점도 많았어요. 사람들로 받았던 상처들은 사람으로 치유되듯. 제 주변에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특히 정많은 한국문화는 절 지금까지 어엿한 성인으로 자라 날 수 있게해준 원동력이니깐요. 기억에 남는 몇가지를 꼽으면:

A. 초등학교 때 방황하던 절 위해 늘 성경구절을 써서 정말 매일같이 엽서로 보내주던 교회선생님- 그 때 의대생이여던 그 분은 지금은 멋진 의사선생님이 되셨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B. GRE 공부하던 때 타학교 도서관에서 단어 외우던 시절.50 대 정도로 보이시는 아주머니께서 매일 공인 중개사 공부하러 오셔서 제 옆에 앉으셨죠. 언제부턴가 간식을 저에게 나눠주시더니 나중엔 점심 도시락도 싸와주셨죠. 아저씨 점심 차려드려야 된다며 황급히 뛰어나가던 뒷모습이 많이 기억에 남네요, 지금은 멋진 공인중개사가 되셨겠죠?

 

아 글이 너무 길어질것 같아요. 대략 유/청소년기를 한국에서 보냈고 그 느낌을 표현한다면.. 매우 경쟁적이지만 그 사이에 인간미는 항상 공존하는 곳 뭔가 빠르게 항상 변화해서 혼돈스럽지만 그래도 개개인은 거기에 맞춰서 변화하려는 성실한 사람들이 있는곳. 나에게 정말 성실함을 배우고 키우게 해준곳? 

 

한국에서 미국으로 간 사연, 그리고 다시 미국에서 한국으로 간 이야기는 내일 쓸게요. 핸드폰으로 쓸려니 손이 너무 아파서 ㅎㅎ 오타 양해바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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