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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해고의 위협과 스트레스

눈덮인이리마을 | 2020.06.12 07:48:02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제가 HR 전문가도 아니고 뭐 별다른 전문지식도 없지만 주변에서 가까운 분들이 실직 혹은 직장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를 여러번 보고 경험한 바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냥 참고만 하세요.

 

일단 직장에서 직장 상사가 괴롭히거나 해고를 하겠다는 뉘앙스로 위협을 하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법에 따라서 이렇게 저렇게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노조가 있는 직장이면 노조에 따라서 혹은 HR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은 들어봤지만 막상 겪어 보면 엄청 막막합니다. 조언들이 구체적이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각자 사람마다 경우도 다르고 자세한 내용을 알기 힘드니까 조언도 구체적이기 힘듭니다. 가까운 지인이 직장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는데, 아는게 전혀 없는 상태라서 이리저리 찾아 보면서 논의를 해 보며 일을 진행해 본 경험이 있어서 공유하고자 합니다. 당시 다음과 같은 조치들을 취해보고 아래와 같은 결론이 나왔습니다.

 

1. HR에 일단 연락해 본다. - HR에서는 연락이 오면 일단 조사가 들어갑니다. 이 사람들은 법에 따라서 움직이는 사람들이니,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이게 행동은 할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직장상사의 편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하위 직원 하나를 자르는 것이 직장 상사를 자르는 것보다 조직을 운영하는데 비용이 덜 들어 가기 때문입니다. 물론 특정 직장 상사에 대한 조사가 여러번 진행되면 그 직장 상사는 승진하거나 직위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집니다. 하지만 처음 한 두번의 상황이면 HR은 무조건 직장상사의 편입니다. 그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직장상사도 그렇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저의 지인의 경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저의 지인을 괴롭히던 그 직장상사도 2년 뒤에는 잘렸습니다. 아마도 complaint가 누적이 되었겠지요?) 운 좋게 다른 팀으로 옮겨가서 이전 보스를 만나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봤습니다. 한 번 찔러 볼만은 한데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상황에 따라 아주 다릅니다.

 

2. Union에 연락해 본다. - 여기서 언급된 가까운 지인의 경우는 union이 없었습니다. 다른 지인의 경우 union이 있는 직장을 다녔는데, 아주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union이 뻔히 있는데, 직장상사가 이미 해고를 시키기 위해서 자료를 모으고 괴롭히는 경우는 보통 union에서 나올 항의에 대한 대비책이 다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같은 직장에서 오래 버티면서 그 자리에 올라간 사람은 그 직장에서 상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보통은 다 빠져나갈 방안을 마련해 두고 있는 것이지요. 물론 union을 통해서 싸워서 복귀한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스트레스를 견디는 수준이 엄청나다고 보시면 됩니다. 본인이 어떤 타입인지를 검토해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HR과 마찬가지로 연락은 해 볼만 합니다.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상황에 따라 아주 다릅니다. (그럼 union이 왜 있느냐? union이 있는 경우가 없는 경우에 비해서 당연히 자르기 힘듭니다. 직장상사의 입장에서 준비해야할 것이 더 많아지죠. 그래서 union이 있는 직장이 없는 직장보다는 좋습니다.)

 

3. 변호사를 구해서 싸워 본다. - 이게 제 지인이 해 본 독특한 경험이라 말씀을 좀 드리고 싶습니다. 회사에서 직장상사의 괴롭힘이 시작되고 실직의 위기에 놓이게 되자 변호사의 도움을 구하기로 했습니다. 회사에서 부당한 경험이 몇번 있어서 싸워보려고 변호사를 찾아봤는데요. 일단 변호사를 찾는게 쉽지가 않습니다. 보통 큰 직장의 경우 담당 변호사가 있는데,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무슨 변호사를 알겠습니까? 지인의 경우 어찌어찌 나름 사이즈가 있는 로펌에서 처음에 맡았는데, 돈이 안되겠다 싶으니 그 쪽에서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결국 개인적으로 일하는 변호사를 한 명 구해서 도움을 받았는데, 일단 들었던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직장으로 복귀는 없다. 2. 모든 보상은 돈으로 이루어진다. (직장상사에 부당한 행위에 대한 처벌등등은 없을 것이다.)" 변호사가 개입이 되면 직장은 시간을 아주 길게 길게 끕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개인들은 나가 떨어지게 됩니다. 생활비가 필요하니 새로 직장도 구해야 하고, 변호사랑 뜸하지만 계속 연락하기도 쉽지 않고 등등. 저의 지인의 경우 결국 5년만에 합의를 봤습니다. 회사에서 그렇게 친하던 동료들이 막상 증언해달라고 하면 연락이 두절되거나 회사의 편에 서서 거짓말을 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의 일에 자기 일자리를 걸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결국 증인도 떨어져 나가고 세월도 지나고 하면 회사랑 싸워서 이길 동력이 많이 남지 않습니다. (몇년씩 소송하는 사람들 정말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한번 해 보시면 압니다.) 정식 재판까지는 안 가고 결국 mediator를 구해서 합의를 보게 되었습니다. 정식재판으로 갔으면 더 길어졌겠지요? 보상받는 금액도 작고 변호사에게 떼어주고 세금까지 내고나니 별 남는 것은 없더라고요. 영화처럼 막 싸워서 멋지게 이기는 것 엄청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영화로 나오는 것입니다. 99.999%는 아마 중간에 포기하거나 조그마한 보상으로 합의를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 같습니다.

 

4. Medical Leave를 신청한다. - 회사에서 Shortterm 혹은 Longterm disabilty insurance같은 것이 있으면 신청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저의 지인은 이런 제도를 잘 몰라서 직장상사 때문에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다녔는데, 이게 엄청 무지한 행동이었습니다. 이런 직장상사 밑에서는 어차피 길게 일 못하는 것인데 굳이 버티는 바람에 정신적으로 많이 상했습니다. 의사가 처음에 휴직하라고 했을 때 휴직했으면 좋았을텐데 나중에 결국 입원을 세번이나 했습니다. 사실 처음에 의사가 자기가 소견서 써 줄테니 입원도 권했는데, 아무것도 몰랐던 것이 큰 병을 불러왔습니다. 그나마 나중에라도 이 제도를 이용해서 집이나 병원에서 지내면서 다음 직장을 구할 시간도 벌고 변호사를 구해서 싸울 시간도 좀 벌었습니다. 병원 기록이 남으면 나중에 직장을 구하는데 곤란하지 않겠냐고 걱정하실 수도 있는데, 건강보다 중요한게 뭐가 있겠습니까? 일단 살고 봐야죠. 다음 직장은 그 이후 문제인 듯합니다.

 

저의 별 보잘 것 없는 경험이 혹시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남깁니다. 마일모아에 요즘 해고 관련 내용이 많이 올라와서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써 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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