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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미국 병원이란...

참울타리 | 2020.07.11 16:45:42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얼마 전 제 환자분 두 분이 새벽에 restraint에 묶이는 일이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분 다 비영어권 할머니들이셨습니다. 한 분은 심장 스트레스 검사를 위해 자정 이후로 금식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간호사 선생님이 물도 마시지 말라고 했는데 너무 목말라서 싱크에 물 받아 먹으러 일어났다가 시큐리티까지 와서 restraint에 묶이는 사태가 생겼습니다. 아이패드 통역기를 끌고 가서 옆에 앉아 자초지종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할머니 그 상황이 트라우마였는지 눈물까지 글썽이시며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 하십니다. 전혀 섬망이나 치매 같은 징후는 찾아볼 수 없않습니다. 두 번째 케이스도 비슷한 케이스이더라구요. 두 분 다 통역기로 담당 스탭이 소통하려고 했냐고 물어보니까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제가 근무하지 않는 시간에 일어난 일이고 그 스탭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죠. 하지만 조금 귀찮고 번거롭다고 간단한 내용은 통역사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소통하려고 하는 경우를 보아왔기 때문에 이것도 그런 일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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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자들이 많은 지역 병원이고 한국 환자분들도 가끔 만나볼 수 있는데. 말이 안 통해서 얼마나 답답할까 생각하고 최대한 잘 해 드리려 노력합니다.한 번은 뇌졸중으로 들어와서 가족들 하고 연락이 끊겨서 하염없이 몇 달 동안 입원하고 계신 한국 환자분에게 거의 탐문 수사식으로 구글 어스까지 동원해서 가족분을 찾아드렸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한국어를 한다는 이유로 곤혹스러운 적도 많습니다.

 

 한 번은 물리치료사가 한국 아주머니 골절 환자가 어느 정도 독립 보행이 가능해서, 집으로 퇴원 권유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제가 한국어를 하는 의사라는 이유로 재활병원 좀 들어가게 어떻게 빽 좀 써보랍니다. 헉... 입니다. 참 난감합니다. 골절 부위와 환자 개개인의 운동 능력 등에 따라 물리치료사가 판단한 추천을 무시하고 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 재활병원에 들어가게 합니까... 아주머니한테 아주머니 거동이 괜찮으셔서 재활병원에 해당이 안 되세요. 하니... 졸지에 못 미더운 한국 의사가 되어버립니다.

 

 오늘은 황달이 심해서 내원했다가 췌장암을 발견하고 수술한 한국 아저씨 넋두리를 들었습니다. 간담췌 외과에서 하는 큰 수술이라 제가 외과 선생님 수술 설명하는데 옆에 붙어서 자세하게 설명을 드렸습니다. 저도 그렇고 수술할 외과의도 그렇고 통역기를 쓰는 거 보단 제가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는데 동의하고 그저께 성심성의껏 수술의 필요성 또 위험에 대해 고지했는데... 오늘은 저한테 불평합니다. 아저씨가 한국에서 수술 안 받아본 것도 아니고... 받아봤는데. 어떻게 수술한 외과의가 수술 상처도 제대로 확인 안 하고 드레싱도 안 해주냐고 불평합니다. 아저씨가 무언가 오해한 거 같습니다. 그외과의 PA가 매일 수술 상처 확인하고 있다는 노트를 쓰고 있는데... 한국마냥 인턴이 붙어 매일 드레싱하고 그렇지 않으니까 불평하시는 듯 합니다. 또 수술 전에 또 코로나 검사했는데 불편하고 기분 나빴다고 하십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또 통역기 안 쓰고 그냥 다짜고짜 큰 면봉 들이댄 케이스 같습니다. 말씀 끝에 돈을 얼마를 내는데 이런 식으로 서비스 하느냐고 말씀하십니다. (보험이 없으셔서 결국 거의 내는 돈 없이 끝날 케이스 같은데... 아저씨 마음은 메디컬 빌에 나올 돈. 다 내실 생각이신가 봅니다.)

 

 참 이야기도 길게 들어드리고 싶고 뭔가 해 드리고 싶었는데... 아저씨가 제가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한국말이 통한다고 쏟아내시니 감정적으로 저도 참 drain됩니다. 

 

 한국 병원 / 미국 병원 둘다 경험해 본 저로서는... 둘다 장단이 극명한데. 사람들은 왜 한국 병원처럼 안 해 주냐고 말씀하시는 한국분들을 보면. 이민을 오긴 했지만 아직도 사고 방식이나 행동이 전혀 미국인 같지 않습니다. 통역기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려고 할 때 따져서 설명 듣고 담당 외과의가 왔을 때 상처 드레싱을 얼마나 자주 할 것인지 등등 자세하게 따져 묻고 사실 여기서는 자기 권리는 자기가 찾지 않으면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데... 알아서 챙겨주기를 바라십니다.

 

 어떨 땐 한국말한다는 게 힘듭니다. 저는 그나마 미국 병원이나 되니 각 나라 통역기까지 사용하고 또 언어 장벽으로 인해 restraint을 하는 사고가 생겼을 때 nursing supetvisor까지 환자를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를 보고 그래도 이런 점은 참 긍정적이라 생각하는데... 안 좋은 것만 보이나 봅니다. 한국에서 제 삼세계 외국인이 진료 받으면 과연 통역기까지 써서 진료해 줄 병원이 몇 군데나 될까 생각해보니 답이 나올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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