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글

MileMoa

검색
×

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책소개> 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 / Expecting Adam

절교예찬 | 2020.07.12 01:40:49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코로나로 모두들 힘겨우시겠지만, 중에서도 아이들과 씨름하시느라 고생하시는 소식들이 마일모아 게시판에도 종종 보여서 최근에 읽은 책과 10년도 전에 읽었던 권을 함께 소개해볼까 합니다. 책들이 아이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 혹은 아이들을 다루는 법을 소개하는 책은 물론 아닙니다. 대신, 우리가 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아이들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을 돌아보게 해주는 이야기들을 담고있는 책들입니다.

 

 

 

 

 

먼저 첫 번째 . <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

 

 

 

어려서  가장 기억에 남는 TV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미야자기 하야오의 <미래소년 코난> 원작자를 몰랐던 <말괄량이 삐삐>라고   있겠다. <삐삐> 방송되던 시절에 우리집에는 아직 컬러TV 없었던 탓에 나에게 <삐삐> 이미지는 흑백으로만 남아있었다삼십대가 되고그러나 아직 결혼할 사람 조차 없던 시절에나는 나중에 아이들과 함께  요량으로 <삐삐> DVD 전집을  비싼 가격에 구매해 두었었다그때 나는  <삐삐> 시대를 초월해 모든 아이들이 좋아할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요즘아침에 일어나  먼저  시간 정도 아이들과 영어 단어 공부를 하고 나면출근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삐삐>  편씩 보여주고있다. 8  아들과 10  딸은 넋을 놓고 웃으면서  시간을 보낸다나는 사실 <삐삐> 어떤 면이 아이들을 끌어들이는지 전혀 모른다그냥 어른이 되어 보고있어도무려 50  (한국에는 82 년에 처음 방송되었지만스웨덴에서는 1969 년에 만들어졌다) 조악한 특수효과(?)에도 불구하고여전히 재미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옌스 안데르센 Jens Andersen  <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 <말괄량이 삐삐> 원작인 <Pipi Longstocking - 스웨덴 원제; Pipi Långstrump, 1945>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Astrid Lindgren  삶을 조명한 전기이고 책의 아름다운 제목은 그녀의  다른 동화 작품 <미오나의 미오> 등장하는 기도문의  마지막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책을  처음 선택했던  순전히 <말괄량이 삐삐> 대한 덕질 이상도이하도 아니었다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점점임무를 망각하고 감시대상을 사랑하게  스파이처럼나는 인상적인 삶을 살다간  인간의 경이로운 삶에 집중하고 만다나는 이미 오래 전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데다가 운까지 좋아서 놀라운 업적을 남기고  사람들의 일대기를 읽는 일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전기는 평범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으나투지와 바른 가치관그리고 정말 극미량의 신의 개입(혹은 사랑)만으로 자신의 인생을 일구고 모든 사람에게 모범적인 사례를 남기고 사라진 사람의 이야기들이다.

 

 

 

 

인생에서 두가지는 공평합니다태어나고 죽는 어느 철학자가 ‘인생은 원인의 철학도결과의 철학도 아니다경과의 철학’ 이라고 말했지요 경과 속에는 재능이 아니라 노력이 들어있어요저는 최선을 다함으로써 인생을  뜻대로 엮어갈  있다는 신념으로 살았습니다그래서  인생이 황홀하다고 느껴져요 <조정래자서전 인터뷰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인생 초반부에는 그녀가 <말괄량이 삐삐>라는 유쾌한 이야기를 썼다는 사실에 의구심이  정도로 초대형 사고가 도사리고 있었다아스트리드는 19살이 되기도 전에 '여성이 남성에게 행사할  있는 특별한 ' 시험해보다가 걷잡을  없는 결과를 얻었다그녀는 이미  번의 결혼을 했고아이도 여럿 있으며아직도 유부남인 신문사 사장의 아이를 갖게된다이런 저런 사정으로 극비리에 아이를 낳은 아스트리드는 아들이 다섯 살이  때까지 떨어져 살게된다그러나 아들의 아버지와는 끝내 결혼하지 않는다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아스트리드는 위탁 가정에 아들 라세를 맡겨두고  달에 겨우  차례만 아들을   있었다다행이라면 아들을 돌봐주던 아주머니가 훌륭한 분이어서 아들 라세도  적응하는 편이었다그런데 그런 호사마져도 아주머니가 아프게 되는 바람에 누릴  없게 되었다아들 라세는 잠시 다른 위탁 가정으로 옮길  밖에 없었다그러다가아주머니가 어느 정도 회복된 어느날 아스트리드와 아주머니는 라세를 찾으러 간다엄마와 아주머니를  라세는 뛸듯이 기뻐한다엄마와 살지는 못한다해도 엄마나 다름없는 아주머니와 다시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러나사정은 그렇지 못했다그들은 다른 위탁 가정을 찾기 위해 여행해야했다.

 

 

 

 

 집에 도착해서 모든 것이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라세는 의자에 배를 깔고 엎드려 소리 없이 울었다어차피 어른들 마음대로  테니까 울어 봤자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알아챈듯 전혀 소리 내지 않고 울다니 눈물은 지금까지도  가슴에 흐로고 있다아마  생의 마지막 날까지 계속 흐르겠지. <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

 

 

 

 

이런 일을 겪고결국 아스트리드는 어떤 어려움을 겪더라도 아들을 직접 키우겠다고 결심한다그리고 이런 결심이 서자 그렇듯 신은 그녀의 계획이 우선 돌아가는 방향으로 돕고 나선다 즈음부터 아스트리드는 스웨덴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쓰기 시작한다아마  사건이 동화작가로서의 아스트리드에게  영향을 미쳤고그것이 오히려 <말괄량이 삐삐> 같은 걸작을 만들어내는 트랜스미션 같은 역할을 하였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세상에는 좋은 말들이 넘쳐난다어쩌면 부지런히 노력하면  좋은 말들 전부를  권의 책으로 엮어낼  있을지도 모른다그러나많은 사람들이 동의한 '좋은 '들을 전부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그럴 수도 없을 것이다내가 지금까지 관찰한 바에 따르면사람들은 자기 처지에  맞아 떨어지는 '좋은 '들만을 기억하고 받아들인다.

 

 

 

 

아이들은 당신을 거쳐서 왔지만당신한테서  것은 아니다.

 

...

 

당신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있지만 당신의 생각까지  수는 없다.

 

그들은 이미 자신의 생각을 갖고 있으므로.

 

당신은 아이들에게 육신의 집을  수는 있지만영혼의 집까지  수는 없다.

 

...

 

당신이 아이들처럼 되려고 애써도 좋으나아이들을 당신처럼 만들려고 애쓰지 말라.  <칼릴 지브란>

 

 

 

 

전기작가는 아스트리드가 썼던 가계부까지도 놓치지 않고 살핀 수고 덕택에 아스트리드의 가계부에  레바논 시인의 시가 붙어있는 것까지 알아냈다아스트리드는 이제 아이에 대해서 전보다 훨씬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많은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처음, <말괄량이 삐삐> 대한 덕질 때문에 읽기 시작한 책은이후로  인간의 인상적인  때문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지만 나중에는  자신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할지 항상 막막했던 아버지로서 횡재를  기분으로 책을 읽어가고 있었다.

 

 

 

 

어린이로 사는 것은 쉽지 않다아니정말정말 어렵다그러면 어린이로 산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잠들고옷을 입고먹고양치질하고 푸는 것을 자신이 원할 때가 아니라 어른들이 편할  해야 한다는 것이다흰빵을 먹고 싶을  호밀빵을 먹고에드가 T.로런스의 책을 펼쳐드는데 어른이 심부름을 시키면 군말 없이 달려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아울러어른들이  외모건강 상태장래에 대해 내뱉는 지극히 개인적인 말을 불평 한마디 없이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종종 우리가 어른들을 똑같은 방식으로 대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본다. <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

 

 

 

 

<삐삐롱스타킹이후로 점점 중요한 인물이 되어가는 아스트리드는 "세상에서 긍정과 희망을 어디서 찾을  있는가?"라는 질문에 "살만한 세상을 만들려면   행복한 사람들이 필요하다" 답한다 대답을 통해 나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야되는지에 대한 논리적이고 과학적이기까지  답을 찾을  있었다그리고  말을 긍정한다면 아이들이 결코 행복하지 않은 나라는 시간이 갈수록 살기 어려운 세상이  것이란 점도 기억해야할 것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그녀의 아버지처럼 90세가 넘도록 살았다초대형 사고를 쳤던 19 이래로 그녀는 끊임없이 영향력을 키워갔고 동력은 말년까지 이어졌다그녀 인생의 후반부까지 여기서 언급하는 것은 '영화 스포일러' 다를  없으므로 여기서 멈추겠지만그녀가 이룰  있었던  모든 것은 대부분이 그녀의 성실성 덕택이었다는 점까지는 말할  있겠다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에게 추천한다그리고 아이가 이미 성인이 되었지만 시절을 복기하고 싶은 부모에게도  추천하고 싶다하지만아스트리드의 삶은 아이가 없는 미혼에게도 여전히 의미있는 인생이라는 점도 덧붙이고 싶다.

 

 

 

 

 

두 번째 책 < Expecting Adam>

 

이 책은 과거에 베스트셀러에도 올랐던 책이라 읽어보신 분들도 계시리라고 짐작됩니다.

 

하버드에서 박사과정을 밟고있는 부부에게 두 번째 아이가 생기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임신한 아이가 다운증후군이라는 판정이 내려지면서 정신적으로 물리적으로 초토화 되어갑니다. 그런 와중에 이들 부부에게 감지되는 보이지 않는 힘이 곧 무너져 내리기 직전에 있던 이들 부부의 삶을 묶어주는 끈이 되어줍니다. 이 앨리트 부부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이 덕택에 윤택한듯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의 삶이 사실은 얼마나 작은 충격에도 바스러질 것처럼 미약하고, 또 그들이 얼마나 자신의 삶이 실패할까 두려워하고 있는지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두려움과 불안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며 서로 위로 받는 대신, 그런 불안을 이야기하면 먹잇감이 되어 광야에 내던져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신들의 삶에 대한 위로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을 얻으려고 애쓰며 살고있는지를 깨닫습니다.

 

Now I think that the vast majority of us "normal" people spend our lives trashing our treasures and treasuring our trash. We bustle around trying to create the impression that we are hip, imperturbable, omniscient, in perfect control, when in fact we are awkward and scared and bewildered. The irony is that we do this to be loved, all the time remaining terrified of anyone who seems to be as perfect as we wish to be. <Expecting Adam, Martha Beck>

 

아이들이 가끔 방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을 때마다 힘들어 한숨 쉬는 아내에게 이 책에서 읽었던 한 대목을 이야기해준 적이 있습니다. 저도 몰랐는데, 아마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이들 중에는 굉장히 깔끔하고 정리정돈을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잘하는 아이들이 있나봅니다. 그래서, 아이를 잠시 돌봐줬던 아주머니가 이 책의 저자인 젊은 엄마에게 아이 칭찬을 합니다. "어린 아이가, 어쩌면 이렇게 정리정돈을 잘하는지 모르겠다. 당신은 좋겠다" 라고 말이죠. 그런데 그 엄마는 나중에 울면서 이렇게 고백하죠. "나는 내 아들이 정리정돈을 잘하는 걸 원치 않는다. 그것 때문에 행복하지도 않다. 나는 내 아이들이 또래의 다른 아이들처럼, 방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새로 사준 옷을 입고 흙탕물에 뒹굴기를 원한다."

 

저는 이 대목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어쩌면 우리를 힘들게 하는 아이들의 어떤 행동들이 사실은 아이들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한 것이고, 그래서 어떤 특별한 부모들은 그런 것들을 너무나 부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댓글 [33]

목록 스크랩

마일모아 게시판 [114,575] 분류

쓰기
1 / 5729
마일모아 사이트 맞춤 구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