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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정보-기타]
고양이 입양기

puchio | 2020.09.10 04:59:03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마모님들 안녕하세요? 얼마 전 가입한 새내기인데 첫 글로 고양이 입양기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마모에도 냥이 집사분들이 꽤나 있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분들께는 옛날 생각을, 애완동물을 키우길 희망하는 분들께는 약간의 정보와 뽐뿌질을 드리기 위해 이 글을 씁니다 ㅎ

 

 

 

먼저 저는 사실 16년간 개를 키우다 3년 전 무지개 다리를 건너 보내고 가끔은 스스로를 개같다(?) 생각하며 개를 너무나 사랑하는 dog-person인데요, 와이프는 cat-person이기도 하고 가끔 한국에 가야되는 등 여러가지 여건상 고양이 입양을 결심하였습니다. 지난 금요일에 입양하고 이제 5일 되었는데 제가 왜 여태까지 고양이를 별로 안 좋아했나 싶을 정도로 정말 예쁜 creature네요 ㅋㅋ

 

 

 

Step 1. 인터넷에서 고양이 찾기

 

고양이를 입양/분양받는 방법은 크게 쉘터와 Craigslist, 그리고 전문 브리더를 통한 방법이 있는데요, 저희는 처음부터 입양을 생각했기에 쉘터를 알아보았습니다.

 

먼저 구글맵에 pet shelter라고 치고 근처에 있는 쉘터 웹사이트를 하나씩 들어가보며 사진, , 나이, 기타 설명들(다른 고양이 또는 개와 잘 지내는지, bonded 된 고양이가 있어서 가급적 같이 입양을 해야 하는지, FELV/FIV 등 질병이 있는지, 스윗한지 등)을 확인하였습니다. 1살까지는 kitten으로 치고 1살부터는 adult cat인데 저희는 초보집사기에 우당탕탕 kitten은 자신이 없어 adult cat 위주로 보았습니다.

 

 

 

*Tip: 각 쉘터 웹사이트를 하나하나 찾아보는 거 외에도 pet finder라는 웹사이트가 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여기서는 근처 쉘터에 등록되어 있는 펫들을 나이/성별//무게 등등으로 구분하여 아주 상세하게 보여주더군요 ㅎ 뭐 찾아보면서 즐거웠으니..

 

 

 

Step 2. 쉘터 방문

 

대략 후보군을 정하고 쉘터를 방문했습니다. 참고로 저희는 약 5마리 정도를 보고 갔는데 막상 가서 보니 얘도 이쁘고 쟤도 이쁘고 해서 그냥 일단 방문할 걸 싶었어요. 뭐 이것도 찾아보면서 즐거웠으니..

 

시기가 시기인지라 아직 오픈하지 않은 쉘터도 있었고 철저하게 예약 위주로 하루에 몇 팀만 딱 받는 곳도 있었습니다. 저희가 간 곳은 예약은 받지 않고 선착순으로 순번표를 받아서 약 3팀씩만 입장이 가능하였습니다. 앞에 사람들이 고양이에 한껏 빠져서 안 나오면 계속 기다려야 하는...저희는 딱 한 시간 기다리고 드디어!! 고양이들을 마주하였습니다.

 

작은 방마다 약 서너마리 고양이가 같이 있었는데 이방저방을 다니며 정신없이 고양이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냥바냥이라고 하더니 정말로 고양이마다 외모는 물론이고 성격도 행동도 다양하더군요. 가끔 하악질 하는 고양이도 있고 새침한데 관심은 보이는 고양이, 새침하고 관심도 없는 고양이, 완전 개냥이 같은 고양이까지. 저희는 결국 처음 보고 갔던 5마리 말고 저희에게 다가와서 한참을 같이 놀았던 11파운드나 되는 길쭉한 고양이에게 마음을 뺏겼습니다. 쉘터의 다른 고양이도 다 사연이 있겠지만, 이 고양이는 한달 반 전 길에서 구조되어 쉘터에 들어온 후 입양이 안 되서인지 다른 친구와 싸워서인지 쉘터도 한 번 옮긴 안타까운 고양이더군요 ㅠ 이제 우리가 너의 평생 가족이 되어줄게 라고 다짐하며 그 날 저녁 집에 돌아와 신청서를 작성하였습니다

 

 

 

Step 3. 신청서 작성

 

미국에서 애완동물 입양하는 게 까다롭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고, 특히 쉘터에 따라서는 시민권/영주권자가 아니면 입양을 못 하게 한다는 얘기도 들었어서 와이프와 잔뜩 긴장하고 신청서를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쉘터 방문 전 시민권/영주권자가 아니어도 입양이 가능하다는 확인은 받았습니다. 신청서에 질문이 꽤나 많았는데 주로 behavioral question이었어요. 고양이가 아프면 어떻게 할거냐, 정말 많이 아프면 어떻게 할거냐, 가구를 긁으면 어떻게 할거냐 등등. multiple choice 였는데 나름 정답들이 있는 것 같았어요. 오답들은 "가구 긁으면 declaw 할거다," "아프면 쉘터에 다시 리턴할거다" 같은 것들이라 어렵진 않았어요 ㅎ

 

마지막으로 미리 얘기해뒀던 추천인 두 명의 이름과 연락처를 쓰고 신청을 마무리 하고 두근두근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추천인들한테 실제로 전화는 했는데 주로 인간성과 동물을 사랑하는지를 물어 봤다고 하네요ㅋㅋ 그럴거면 왜..?

 

 

 

Step 4. 쉘터 컨펌 및 구두계약

 

뭔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던 입양과정이었는데 며칠 뒤 쉘터에서 저희가 신청한 고양이가 이미 입양되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신청서는 승인되었으니 다른 고양이로 다시 보러 오라고 하는데 그 고양이를 떠올리면서 이름을 짓고 있던 저희는 실망감이 컸지요. 그렇게 이틀정도를 그냥 손 놓고 멍하니 있었는데 다시 쉘터에서 전화오더니 입양예정자가 아예 kitten을 원해서 입양이 취소됐다고 합니다. 새삼 이 친구와 우리는 인연이었나 라고 생각하면서 바로 입양일을 지정하였습니다.

 

 

 

Step 5. 고양이 맞을 준비

 

돌이켜보면 이 과정이 가장 설레면서도 고민이 많이 되는 과정이었어요. 유투브와 블로그를 찾아보고 고양이를 부탁해(고부해)를 몰아보면서 막판 공부를 하였는데 그 전에 별 생각없이 재미로 보던 것들보다 훨씬 더 큰 물질적인 준비 +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였습니다. 캣타워 등 고양이 가구 뿐만 아니라 고양이 습성/안전/편의를 고려해 집안의 가구배치도 많이 바꿔야 했고 약 40가지 이상의 고양이 물품을 사는데만  700불 넘게 든 거 같아요. 덕분에 그 핫했던 도어대시 피자대란 때도 안 쓰면 0원 이라는 생각으로 꾹 참았습니다 ㅎㅎ 무엇보다도 앞으로 약 십여년의 시간동안 이 친구의 묘생을 함께해야 하고 또 이 친구한테는 저희가 세상의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에 져야 하는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와이프와 실감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Step 6. 입양일

 

약속시간에 설레는 마음으로 입장하여 페이퍼웍을 하며 쉘터직원에게 폭풍 질문을 합니다 ㅎ 가급적 작은 습관까지 알고 싶어 별 시답잖은 것들까지 죄다 물었는데 직원이 정말 친절했어요 ㅠ 입양비는 90불이었고 건강 관련된 서류와 약간의 사료와 간식도 챙겨주었습니다근처에 있던 다른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으며 기분좋게 고양이에게 갔는데 사실 고양이에게는 무척 두려운 상황인 걸 깜빡했네요 ㅠ 준비해 간 고양이 이동가방에 고양이를 넣고 담요를 두르고 부터 집에 오는 내내 차에서 울음을 그치지 않아 저와 와이프도 같이 울었습니다.

 

 

 

Day 1.

 

고양이는 매우 territorial한 동물이기 때문에 환경이 바뀌면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요. 그래서 알아서 집에 적응할 때까지 독립된 공간에 가방을 놓고 동굴같은 고양이집에 사료, , 그리고 좀 멀찌감치 고양이 화장실까지 구비한 다음 언제나 고양이가 나올지 오매불망 기다리다가 못 참고 얼굴 한번 보러 들어갔는데 저희를 따라 나와 저희의 안내를 받으며 집을 탐험하였습니다집에 온지 불과 3시간 만에요! 그리고 건식사료도 먹고 물도 먹고 화장실도 가고 습식사료 또 먹고 애교 뿜뿜하며 개처럼 배를 뒤집는 벌러덩을 연신 보여주길래 역시 개냥이였구나 생각하며 침대에서 같이 잠이 들었습니다.

 

 

 

Day 2~

 

아무리 개냥이어도 역시 고양이는 고양이구나 매일 느끼는 하루하루입니다. 첫날 침대에서 같이 자고 어느정도 적응했나 보다 안심하였는데 다음날 아침부터 소파 밑 깊숙한 공간에 숨어서 밤까지 나오지 않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어요 ㅠ 리클라이너 소파라 소파 아래에는 뾰족한 철부분도 많고 위험해서 소파 밑부분을 다 막고 대신 소파 뒤에 터널을 설치해 주고 또 어떻게든 다른 숨을 공간을 만들어 주려 노력했는데 결국 낮은 포복자세로 소파 밑으로 다시 들어가는 데 성공했네요. 고양이는 정말 유연하네요 ㅠ 하루종일 소파 밑에서 나오지 않고 밥도 물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 가다가 밤 9시쯤 되면 슬며시 나오는데 나올때마다 격하게 반겨주며 밥, , 화장실을 안내해주고 몇 시간 같이 놀아주다가 새벽 2-3시가 되어서야 같이 침대에서 잠이 듭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보면 또 소파 밑에혹시나 다칠까봐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소파 밑에 있을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고양이를 키우는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하나같이 그냥 내버려두고 나올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고 하네요. 그래도 오늘은 오후 4시쯤 마실 한 번 나와서 밥도 먹고 벌러덩도 하고 들어갔으니 내일은 좀 더 빨리&많이 나와 있기를 기대합니다.

 

 

 

고양이들은 매일매일 꼭 놀아줘야 한다고 배웠는데 아직 적응이 덜 되었는지 여러가지 장난감을 시도해 봤는데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고 거의 뛰지도 않는 양반냥이(아님 뚱냥이)예요 ㅎ 비닐봉지에 트라우마가 있는지 비닐봉지 소리가 나면 화들짝 놀라며 숨어버리더라구요. 근데 그마저도 한 세 박자가 늦어서 야생에서 어떻게 살았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전에 키우던 개는 16년이나 키웠지만 무지개 다리를 건너기 1년 전 치매에 걸리고 나서야 비로소 많이 못 놀아주고 시간을 많이 못 보낸 것이 후회가 되더군요. 친동생처럼 생각하며 학창시절 같이 자라 온 너무나 소중한 가족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항상 제 할 일이 더 바빴고 그냥 항상 거기 있는 존재였던 거죠. 이 친구한테는 그런 후회가 남지 않게 정말 원없이 많이 놀아 주고 싶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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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궁금한 점이 좀 있는데 혹시 괜찮으시면 답변 부탁드려요.

 

- 한살인데 보험을 들어야 할까요? Nationwidewhole pet with wellness가 이것저것 루틴케어 포함 90%까지 되고 $250  deductible 인데 연 $500 정도 하네요. 결국 선택의 문제겠지만 펫보험이 있어서/ 또는 없어서 생겼던 경험담이 있으시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 단모종인데 빗질을 매일 해줘야 할까요? 쉘터에서도 그렇고 쿨한 미국친구들은 단모종은 아예 빗질을 안해 준다네요. 그루밍 하는 걸 보면 털을 어마어마하게 잡수시는데 이렇게 다 먹게 둬도 되는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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