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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방광암이라네요. 2020은 참...

rlambs26 | 2020.12.26 09:08:14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2월에 자궁에 있는 혹들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러고 조금 있다가 소변을 볼 때 자꾸 피가 나더라구요. 수술하고 피가 나나보다...했는데.

몇 일이 지나도 멈추지가 않는겁니다.

그래서 수술을 했던 산부인과에 연락을 하니, 수술 후 피가 날 수도 있다고. 조금 더 기다려 보라고 하더군요.

그러고는 2~3개월을 기다렸어요. 그래도 계속 혈뇨가 나오는겁니다. 매일 그런건 아니고 나오다 안 나오다 했습니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주치의에게 산부인과 초음파 검사 리퍼를 받아서 검사를 했습니다.

소변에 염증도 없고, 초음파로 검사한 자궁도 깨끗했습니다. 산부인과 의사가 아무래도 비뇨기과를 빨리 가보라고. 방광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하네요.

 

바로 주치의에게 이야기 해서 비뇨기과를 갔습니다. 선생님은 혈뇨가 나는 여러가지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통증을 비롯한 다른 증상을 동반한다고 말합니다. 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는 오히려 암의 경우가 있는 편이라고. 다만 나이가 어리니, 또 정말 별 일 아닐 수 있다면서 CT 촬영과 내시경 검사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CT도 찍고 2주 후 내시경 검사를 했습니다. 저는 들어가지 못했고, 아내 혼자서 진료를 받고 나왔습니다.

 

"그래서, 뭐래?"

 

"응, 암이래."

 

너무 놀라서 좀 자세히 좀 말해보라고 다그치는데, 아내도 어이없는 듯한 웃음을 보이면서 여기 사람들 있는 대기실 말고 밖에 나가서 이야기를 하자고 저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좀 가라앉히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조직 검사는 안했지만, 그냥 외관으로 보기에도 명확할만큼의 암덩어리가 크게 하나. 그리고 작은 혹들도 여기저기에 있더라고.

의사가 이것들을 제거하는 내시경 수술을 하면서, 그때 떼어낸 것들로 조직검사를 하면서 정확한 상태를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네요. 그런데 선생님은 90%의 경우 큰 문제는 없을거라고. 수술하고 앞으로 잘 관리하면 생명에 위험한 일은 아닐거라고 이야기를 했답니다.

 

그리고 2주전 수술을 했고, 엇그제 조직검사 결과를 들었습니다.

골프공보다 조금 큰 사이즈의 암 덩어리를 떼어냈고, 생각보다 사이즈와 갯수가 많아서 30~40분 정도로 예상했던 수술이 1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고 하네요. 하지만, 조직검사 결과 어그레시브하지는 않아서 방광의 근육 조직으로 파고들지는 않았고, 전이의 가능성도 현재로는 전혀 없어 보인다는 소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암이라 하니 당연히 좋은 일은 아니지만, 선생님도 그래도 이정도로 찾아내서 수술 할 수 있었던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자기가 20년 넘는 의사생활 동안 본 두 번째로 젊은 방광암 환자랍니다. 30년이 넘는 의사생활을 한 주치의 선생님도 이렇게 젊은 사람에게서 방광암이 발견되는건 처음 봤다고 놀라시구요.

 

수술이 그래도 절개해서 하는 수술이 아니었기에 수술 후 바로 집에 왔고, 별 다른 통증없이 일상 생활에 큰 어려움은 겪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혈뇨가 없어져서 마음도 편안하고 좋다고 해요. 혈뇨를 너무 오래봐서 내과에서 피검사를 했을 때 빈혈 증세가 너무 심하다는 이야기까지 들었거든요.

 

순간순간 여러가지로 불안 불안했고. 정말 마지막 조직검사 결과들으러 갈 때까지도 꽤나 쿵쾅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갔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에 들은 결과가 여러가지로 마음을 놓게 해주었습니다. 혈뇨가 아니었으면, 오히려 발견 못했을 수도 있는 암을 발견하고 치료도 가능했던 것도 다행이구요. 지난 한 달간은 (평소에도 잘했지만 ㅋ) 정말 와이프를 모시는 심정으로 살았습니다. 다행히 제 아내가 오히려 담담하게 잘 받아들이고, 저보다 훨씬 더 긍정적이라서 저도 심각하게 우울해지지 않고, 잘 지나갈 수 있었던 것같습니다. 

 

참 폭풍같은 한 달이 지나갔네요. 이 와중에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더 활개를 치니 여러가지로 점점 더 불안해 지기도 했구요.

그래도 지나면서 보니, 감사할 일이네요.

2020년은 이렇게 지나가고 20201년이 좀 더 밝은 한 해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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