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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정보-여행]
Pacific Northwest 조개 사냥 정보를 나눠보아요

동쪽기러기 | 2021.05.06 03:59:10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마일모아에서 많은 분들이 써주신 Oregon/Washington 야생 조개 사냥(저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한테는 채집 아니에요 사냥이에요 ㅠㅠ) 글들을 보고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는 조금 노하우가 필요한것 같아서, 제가 몸으로 배운 조금 아는듯 모르는듯 하는 내용을 나누면서, 다른 분들의 조언을 얻고자 글을 씁니다.

 

2년 전 아무것도 모르고 삽 한 자루 들고 가서, 모래에 구멍 보이는 족족 삽질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모래반조개반은 아닌가본지, 그렇게 해서는 아무것도 안나오더라고요. 서해에서 조개 많이 나온다고 인천부두 가서 조개 캘 수는 없는 노릇인데, 제가 안일했습니다. 그러다가 세살 된 딸아이가 뛰어다니다 제가 판 구멍에 넘어져서 울고 있는게 처량해 보이셨는지 (구멍을 파고 나면 메꾸는게 매너인데 그것도 몰랐네요), 저 멀리서 조개 잡고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cockle 조개 두개를 선물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받은 조개 두 개와, 제 아내가 팔다리 걷고 파낸 cockle 세 개 해서 다섯 개 들고 돌아왔습니다. 아... 근데 이게 되게 맛있더라고요. 그렇게 고생하고 꼴랑 다섯 개였는데, 그래도 한 번 다시 가봐야겠다 싶을 정도로요.

 

그래서 이번에는 열심히 조사를 해서, 저번의 실패는 순전히 장비탓이었다는 최면을 걸고 열심히 장비를 사재끼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cockle이라는 조개가 표면에 가까운 곳에 살기 때문에, 이 조개가 캐기 쉽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 조개를 캐려면 삽이 아니라 쇠스랑 같은게 좋다고 합니다. 2년전 생각을 해보면, 삽으로 흙을 한가득 퍼내고 나면 퍼낸 흙 안에 조개가 있는지 없는지 살펴보려고 다시 흙을 헤집었어야 했습니다. 역시 사람이 아니라 장비가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우선 이 녀석을 구입합니다.

https://www.homedepot.com/p/Ergie-Systems-54-in-Steel-Shaft-Garden-Soil-Cultivator-ERG-CLTV45/307839558

그리고 이 cultivator가 있으니 cockle은 넘치게 잡을 거라고 예상을 하고 (아닙니다 ㅜㅜ) 그렇다면 cockle 삼십개쯤 잡은 후에 추가로 gaper clam도 잡을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2년전 기억을 떠올려보면, 미취학 꼬맹이를 데리고 모래사장을 오래 걸어가면서 기다란 삽을 들고 가는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출발 전날 충동적으로 홈디포에 들러 짧은 삽도 하나 구입합니다. (진짜 잘 하시는 분들은 클램건도 없이 기다랗고 얇은 삽 하나만 달랑 들고 잡으신다는데, 저는 노하우가 없습니다.)

https://www.homedepot.com/p/21-in-Handle-D-Handle-Utility-Shovel-TR-BY-HD/313184026

 

그리고 Portland, Oregon에서 한시간 반 가량 떨어진 Netarts Bay로 갑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오전 11시40분에 -1.15ft 까지 물이 빠진다고 하네요. 모래사장을 걸어가는 시간을 고려해서 10시쯤 주차장에 도착하게 출발합니다. 동네 크리스피 크림에서 백신 공짜 도넛 하나 받아 물고 출발해서, Netarts Bay에서 10분 떨어진 Tillamook에 있는 Safeway에 들러 마지막 정비(화장실 및 군것질)를 하고 bay에 도착합니다.

https://www.tides.net/oregon/1765/?year=2021&month=05
 
Oregon Department of Fish and Wildlife(ODFW)에 의하면 Netarts Bay의 Yager Creek Flat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 경우 주차하기 좋은 곳이 두 군데로 나옵니다. 어차피 북쪽으로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두 곳 중 더 북쪽에 있는 주차장으로 가기로 합니다. Google map에서 Netarts Bay View Point라는 곳을 찍고 가면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도착하니 북쪽이 아니라 남쪽 주차장(아래 Google map에서 Netarts Bay Shellfish라고 되어 있는 곳)이 더 좋아보이더라고요. 북쪽 주차장 바로 앞은 아직 물이 덜 빠져서(아래 그림에 빨간 원) 저희집 어린 아이와 건너가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남쪽 주차장까지 내려와서 다시 올라갑니다. (아래 그림에 파란 선) 거리는 구글맵에 의하면 1km 전후입니다.
https://www.dfw.state.or.us/mrp/shellfish/seacor/findings_netarts_bay.asp
 
netarts bay.png

 

저 멀리서 보니, 빨간 점이 찍힌 곳 근처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습니다. 그래서 그 쪽을 목표로 삼고 걸어갑니다. 가는 길에 여기저기 밭을 갈면서 가는데, 계획대로 계속 조개가 나옵니다. 전부 빈껍질로요. 결국 이날의 첫조개는 빈껍질만 봐도 신나서 뛰어 다니던 저희 집 꼬맹이가 뜬금없이 흙 위에 앉아있던 butter clam을 한마리 주워 오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원래 이렇게 흙 위에 있는 조개가 아니라는데, 아마도 다른 분이 수량 제한으로 두고 간게 아닌가 싶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위 지도 그림에서 보이는 초록색 부분이 eelgrass라는 물풀이 자라는 곳이더라고요. 그 근방은 물이 많이 빠져서 물풀은 다 바닥에 누워 있는 상태이고요. ODFW에 의하면 cockle은 구멍이 두 개 뚤린 "show"가 있다고 합니다.  

https://www.dfw.state.or.us/mrp/shellfish/seacor/docs/TART%2011x17%20fold%20down%20trifold%20brochure_lazerquick.pdf

하지만 제가 눈썰미가 안좋아서 그런지, 그렇게 대놓고 뿅뿅 뚤린 show를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구멍들은 엄청나게 많은데 말이죠. 그래서 구멍이 보이는 족족 밭을 가는데, 생각보다 잘 안나옵니다. 10분에 한마리 정도씩 잡은 정도인거 같아요. 옆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잘 잡으시는 분이 처음 오신 분들께 설명을 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 분 말씀이 "여기 위치가 좋아서, 금방 사람당 20개 daily limit을 채울것이다" 이러시더라고요. 저는 cockle서너개랑 butter clam 하나, 그리고 정체불명의 잡조개 (20개 bay clam limit에 안들어가는 조개인데요, 나중에 보니 bent-nose macoma clam이라는것 같더라고요) 서너개만 있는데 말이죠. 마음씨 좋으신 분이셨을텐데 괜히 야속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사냥 실패인가 싶어서 좀 허탈하기도 하면서도, 물 웅덩이만 보면 "WATERPLAY!!!"하면서 여기저기 뛰어 다니는 저희 꼬맹이를 보니 그래도 잘 왔다 싶기는 합니다.

 

그래도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razor clam잡으시는 분들이 하시는 것을 본 것이 기억나서 바닥을 두드리며 다니기 시작합니다. 뭘 알고 그랬다기 보다는 그냥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요. 그런데 갑자기 구멍 한 군데에서 물이 솓구쳐 오릅니다. WATERPLAY!!!하는 저희 꼬맹이가 가지고 있던 S'more 꼬챙이를 얼른 뺏어서 구멍에 꽂아 표시를 하고, 삽질을 시작합니다. 구멍 주변으로 한 30cm 파니까 butter clam이 삽에 걸립니다. 근데 그 조개를 꺼내려고 조금 옆으로 삽질을 하니까, 또 삽에 뭐가 걸립니다. 또 butter clam입니다. 어라? 싶어서 옆에를 더 파는데, 팔 때마다 계속 삽에 조개가 걸립니다. 이렇게 조개 가족을 한꺼번에 모시고 나니까, 한번에 열마리쯤 잡힙니다.

 

이거 괜찮다 싶어서 이제 목표를 수정합니다. 얼마나 맛있으면 조개 이름이 빠다겠냐는 생각을 하며 다시 바닥을 두드립니다. 그랬더니 머지않아 또 물이 찍!합니다. 이걸 파다보니 이게 금광이더라고요. 대략 가로 세로 50cm X 100cm정도에 깊이 50cm 판거 같은데요, 그 구덩이 한 곳에서 20마리 정도 잡습니다.

 

정신없이 잡다보니 잡은거 다 먹기도 벅찰것 같아서 이제 돌아가기로 합니다. 양동이 가득 한 조개를 보니, 야생 멧돼지 사냥에 성공하고 나무에 멧돼지 묶어 들처메고 집으로 돌아가는 조상님의 뿌듯한 마음을 알 것도 같습니다. 차로 돌아가면서 여유있게 둘러보면서 가니, 그전엔 몰랐는데 여기저기 구멍에서 물이 발사되고 있습니다. 그 구멍들마다 살고 있을 조개 가족들에게 다음을 기약하며 차에 돌아왔습니다. 미리 준비해 둔 물로 손발을 대충 씻고, 다시 Safeway에 가서 정비를 하고 귀가합니다.

 

집에 돌아와서 보니, butter clam 30개, cockle 5개, 버터클램 가족 모시다가 딸려 들어왔는지 언제 잡았는지도 몰랐는데 들어가 있는 pacific gaper clam 3개 (어쩌면 물 뿜은 녀석이 butter clam이 아니라 이 녀석들일지도 모릅니다. Butter clam 가족들을 넘긴 밀고자들이죠), 그리고 잡조개 bent-nose macoma clam 5개 잡았더라고요.

https://www.dfw.state.or.us/mrp/shellfish/bayclams/docs/clam_card_2020.pdf

 

clam1.pngclam2.png

 

해감하려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더니, butter clam들이 수관을 기이이일게 빼두고 쉬고 있습니다. 위 왼쪽 사진 가운데에서도 보이고, 아래 사진 제일 아래 gaper 껍질 속에도 보이는데, 영문도 모르고 납치당한 pea crab도 있습니다.

clam3.png

 

집에 와서 조개에 대해 공부를 더 해보니 흥미로운 사실을 몇 개 발견했습니다.

이날 많이 잡은 butter clam이 학명으로는 Saxidomus gigantea라는데 (이름에 기간테아 이런거 있으면 거인조개인가요???) 이게 흔히 한국에서 대합이라고 하는 개조개(Saxidomus purpurata, 그냥 영어 이름으로는 purple butter clam이라고 나오네요. 그러고보니 쿠팡 대합 상품 설명 보면 껍질 속이 보라색입니다)의 친척인거 같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Saxidomus

https://en.wikipedia.org/wiki/Saxidomus_gigantea

https://en.wikipedia.org/wiki/Saxidomus_purpurata

https://namu.wiki/w/%EA%B0%9C%EC%A1%B0%EA%B0%9C

그리고 대형 꼬막처럼 생긴 이 cockle(Clinocardium nuttallii)이 사실 한국에서 보는 꼬막(blood cockle, Tegillarca granosa)이랑은 상당히 다른 녀석이라고 하네요. 그러고보니 맛도 좀 다른 것 같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Cockle_(bivalve)

"The blood cockle, Tegillarca granosa (not related to the true cockles, instead in the ark clam family, Arcidae) is extensively cultured from southern Korea to Malaysia."

 

얼마나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Eater에서 제작한 동영상을 보니 "이 맛있는 Oregon butter clam을 왜 많이 안먹는지 이해가 안가서, 내가 많이 잡아다가 널리 알리겠다"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https://www.youtube.com/watch?v=xT9UGsF9SQE

 

헛쟁기질(?)에 처음엔 실망도 조금 했지만, 결국 한가득 조개를 잡아 돌아오니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해감하려고 넣어두면 cockle이 제 발가락만한 발을 내밀고선 도망치려고 헛발질을 하는데, 아이는 재밌어 하고 저는 입맛을 다십니다. 평소에 운동을 거의 안하다가 조개금광에 눈이 뒤집혀서 급하게 삽질을 하다보니, 다음날 팔위쪽 근육부터 시작해서 어깨-등-허리-엉덩이-허벅지 근육이 다 쑤시는게 온몸에 백신을 맞은 느낌이긴 했지만, 그래도 애가 신나하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다음에 가면 어떻게 cockle을 잘 잡을 수 있는지 더 궁금하기도 하고, butter clam이나 gaper clam을 잡을 때 과연 clam gun이 더 좋은지 아니면 삽이 더 좋은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사실 이 부분이 궁금해서 글을 썼습니다. 프로조개사냥꾼분들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4주 간격으로 5월에서 8월에 Netarts Bay는 오전에 negative tide가 예고되어 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들께는 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https://www.tides.net/oregon/1765/?year=2021&month=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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