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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법, 베허 부부 (Bernd and Hilla Becher)

오하이오 | 2021.06.11 16:59:44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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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트(Bernd Becher,1931~2007와 힐라(Hilla Becher, 1934~2015)부부를 검색하니 기대했던 이미지들을 그대로 쏟아냅니다.

비슷비슷한 형태 건축물이 빼곡하게 모인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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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tate.org.uk/art/artists/bernd-becher-and-hilla-becher-718/who-are-bechers

세상에는 정말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그런 것들이 많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같은 것으로 여겨질 것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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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허 부부는 그런것들을, 특히 건축물을 찍고 모아 보여줍니다.

작업 초기에는 반응이 싸늘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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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포착'을 최대 장점으로 내세우는 사진의 특성을 전혀 살리지도 못했고,

건축물의 무덤덤한 표정(?)에서 작가의 의도를 엿보기도 힘들었기에 그랬겠다 추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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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베허 부부는 기계적으로, 역동성(변화와 왜곡 등)을 최소화해 찍었다고 합니다.  

맞춘 틀에 짜 맞추다시피하니 사진을 보고서는 부부중 누가 찍었는지를 모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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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moma.org/calendar/exhibitions/95?#installation-images

그런 사진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모으고 펼치는 전시 방법에 있는 것 같습니다.

모아 놓고 보니 그게 그거였던 것들이 달리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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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차이가 크게 느껴지자, 비로소 무표정한 사진들이 서로를 빛내주는 것 같습니다. 

베허 부부의 사진에 '개념미술( Conceptual Art)'에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란 이름이 더해지면서 주목을 받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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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chellmannart.com/Bernd_und_Hilla_Becher

개념미술가로, 또 미니멀리스트로서 베허 부부의 영향은 꽤 커 보입니다.

그의 제자들은 스승과 닮은 듯 다른 듯한 작품을 보이며 스승 못지않은 주목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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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anatomyfilms.com/thomas-ruff-portraits/

토마스 루프(Thomas Ruff)는 표정없는 대형 초상 사진을 발표합니다.

정면에서 무덤덤하게 찍은 무표정한 얼굴이 베허 부부의 건축물이 대체된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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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thomasstruth32.com/smallsize/photographs/streets_of_new_york_city/index.html

토마스 스트루트(Thomas Struth)는 방사선 풍경 연작을 발표합니다. 

거리에 사람을 없앤 차가운 풍경은 베허 부부 사진의 느낌을 그대로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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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tate.org.uk/art/artworks/gursky-chicago-board-of-trade-ii-p20191

베허 부부의 제자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작가는 안드레아 구루스키(Andreas Gursky)일 것 같은데요.

빽빽한 증권 시장의 화려한 색상이 언뜻 베허 부부의 사진과는 다른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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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edition.cnn.com/style/article/andreas-gursky-hayward-gallery-london/index.html

그렇지만 극적인 앵글을 피하고 대상을 정면에서 포착한 점이나

지나치게 복잡하고 다양한 색으로 오히려 뚜렷한 대상이 없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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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베허 부부의 무덤덤한 사진을 잇는 것이란 생각도 드네요.

'너무나 많기에 없는 것과 같은'게 여기에 해당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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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역대 사진 최고가(430만불)로 팔린 구르스키의 '라인강'은 기존 작품과 달라 보이지만 

특정 대상을 없애고 덤덤한 풍경을 만든 것은 결국 같다는, 극과 극은 통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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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살 엄두가 나지는 않아 화집에 눈길이 가다가도 그 가격도 만만치 않아 포기합니다.

가지지는 못해도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언제든 볼 수 있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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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onovisions.com/bernd-hilla-becher-framework-houses-in-siegens-industrial-region/

베허 부부가 제게 소중한 의미는 규정된 개념미술이나 미니멀리즘에서 비롯된 건 아닙니다.

의미없다 싶은 자잘한 물건까지도 버리지 못하고 모으는 '수집(Collection)' 습성이 있는 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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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pruethmagers.com/artists/bernd-hilla-becher/

베허 부부는 북돋워 주는 것 같았습니다. 

가치 없는 것들이 모이면 가치를 만들어 주기도 하니 "너 하던대로 해" 하는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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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Bernd-Becher-and-Hilla-Becher

처음 봤을 때와 달리 요즘 들어 부부 작가가 아닌 작가 부부가 보입니다.

온 세상을 함께 여행하고 누가 찍어도 똑같은 사진을 만들어 내는 부부의 삶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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