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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누구나 있을만한 미국 이민기 - 병원편

rlambs26 | 2022.03.03 09:03:12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이민 생활 적응...무지 멀쩡하게 잘한척 하려고 했는데, 중요한 사건이 하나 더 있기는 했습니다.

이건 웃기기 보다는 좀 처절하거나, 안쓰러운 일이 될 것 같기는 한데... 또 공감하시는 분들도 꽤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시작해 봅니다.


 

미국으로 올 때 ESL로 학생 비자를 받아 들어왔습니다.

한국의 유학원을 통해 프로세스를 했고, 당시 의료보험을 가입해서 가야 한다고 했기에 AIG라는 회사를 통해 여행자 보험이던가 뭔가를 가입해서 갔습니다. 정말 별 생각없었어요. 이게 어떻게 쓰이는건지. 왜 필요한건지. 그냥 필요하다고 하니까 돈내고 준비해서 갔죠. 뭐 이거 쓸 일 있겠어.

 

네 20대 초반의 건강했던 저였기에, 한국에서도 거의 안가던 병원...뭐 갈 일 있을까.

 

ESL을 한지 6개월만에 원하던 토플 스코어를 받았고, 덕분에 9월에 열리는 학기부터 학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ESL프로그램은 4월에 종료를 할 수 있었고,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일단 섬머를 다니기로 해놓고는 잠시 여행도 다니고 그럴 수 있었죠. 아 정말 좋았습니다. 생각보다 학교도 쉽게 들어갔고, 쉴 수 있는 시간도 생겼고...

 

커뮤니티 컬리지에 등록을 할 때 보니, 유학생임에도 보험 증명서를 요구하지 않더라구요.

9월에 갈 학교를 등록할 때는 유학생이라고 학교 보험을 의무 가입을 하도록 했는데 말이죠.

그래서 계약기간이 마무리 된 AIG의 연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뭐 갑자기 병원 갈 일이 뭐가 있겠냐 생각했죠. 딱 2달만 보험이 없는건데 뭐.

 

그렇게 하면서 7월부터 섬머 스쿨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히스토리랑 가버먼트를 들으라 그러길래 듣기 시작했는데....우아 이거 어렵던데요.

근데 칠판 글씨가 왠지 잘 안보입니다. 생각해 보니, 운전할 때 표지판도 좀 흐리게 보였던 것 같아요.

 

어머니 아는 분 도움을 받아 검안을 받았고.

또 안경까지 맞추게 되었습니다. 그제서야 생애 첫 안경을 끼게 되었네요.

 

그렇게 안경을 맞추고 돌아오는 길.

거리가 좀 떨어진 곳이라 열심히 운전해서 오고 있는데...아 뭔가 좀 이상합니다.

자꾸 옆구리가 아파 옵니다. 운전을 오래해서 결리는건가...

차를 옆에 세우고 스트레칭을 하는데, 아 이거 좀 이상합니다.

 

그래도 조금 쉬다 보니, 나아지길래 열심히 운전해서 집에 왔습니다. 그리고 뭐 근육 통이겠거니 하고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비명을 지르며 깼습니다.

옆구리가 아픈건 물론, 막 토하고 난리도 아닙니다.

제 동생은 점심으로 먹은 햄버거가 이상했던거 아니냐고 묻습니다. 그런데 체한 느낌은 아니고. 배탈 같지도 않고, 옆구리가 너무 아픕니다.

 

토요일 새벽이었는데, 정말 통증에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보험도 안해주는 한인 회사에 다니고 계시던 어머니. 그리고 저보다 더 어린 동생이라 미국 이민 생활 중에 병원이라고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다들 이렇게 갑자기 아플 때 뭘 해야하는건지 전혀 몰라서 당황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어머니가 다니시는 교회에서 토요일 마다 새벽기도회를 하는데, 새벽기도회에 나오시는 분 중에 간호사 분이 한 분 계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일단 교회로 가서 그 분 오시면 물어보고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하자고 그러십니다. 당시에는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라 갑자기 비상 전화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죠. 마침 그 분이 교회 오실 시간이 거의 다 되었거든요.

 

그래서 교회 앞에서 그분을 만나서는 근처에 있는 큰 사립 병원의 응급실로 들어갔습니다. 병원에서 급히 CT(였던 것 같은데)를 찍더니 Kidney Stone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네, 신장 결석. 그 무지 아픈 그 병이요. 근데 또 죽을 것 처럼 아프지만, 그 자체로 금방 죽거나 하지는 않는 바로 그 병이었죠.

 

아주머니께서 당장 위험한 병이 아닌건 알았고, 일단 진통제를 맞아서 아프진 않으니 이 비싼 병원에서는 나가자고 합니다. 보험이 없는 제 입장이니 이걸 전부 캐쉬로 내야하니까요. 그런데 나가는데 돈 달라는 이야기를 안하더군요. 오...신기하다... 왜 돈을 안받지?

 

그러고서는 시에서 운영하는 시립 병원 응급실로 들어가서 거기서 치료를 받고, 저소득자에게 주는 Gold Card를 받으라고 하십니다. 시키는대로 저는 일단 그 시립 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아프다고 하니 다시 CT인지 MRI인진 뭔지를 찍었습니다. (하도 오래 전이라 기억이 잘 안나요) 그러더니 어떤 시술실로 옮겨서는 제 신장에 구멍을 뚫어서 소변을 바깥의 소변 주머니에 차게 하는 시술을 하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염증 발생도 방지할 수 있고, 소변이 돌을 누르지 않으니 일단 통증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구요. 

 

돌의 크기가 크고 위치가 안좋아서 자연적으로 나갈 가능성이 너무 낮아 보인다는겁니다. 제가 뭘 아나요. 시키는대로 했죠. 그래서 엎드려 있으니, 바늘로 제 신장을 푹...(으악...) 좀 아플거라면서 찔렀는데, 좀은 아니었습니다.  T_T

 

그렇게 시술을 끝나고, 저는 제 허벅지에 소변통을 달고 나왔습니다. 정말 그 심하던 등의 통증은 싹 사라졌더라구요. 다만 휴스턴의 더운 여름에 소변통을 차고 있는건 정말 고역이었습니다.

 

그렇게 하고 일단은 골드 카드를 받으러 갔습니다. 그 다음 돌을 빼는 시술은 골드 카드를 받아와야 진행 할 수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곳에서 이야기해주는 사무실로 갔습니다. 아마도 휴스턴의 Health Department였던 것 같은데 좌우간 가서 Social Worker를 만났습니다. 사실 소셜 워커...가 무슨 뜻인지도 몰랐습니다. 대체 사회 일을 한다는게 뭔지...ㅡㅡa 

 

영어에 자신이 없으니 학교 선생인 2세인 친구에게 부탁해서 함께 갔습니다. 소셜 워커가 제게 이야기 합니다. "너 F1 유학생인데 왜 보험이 없어? 차라라 불체자면 도와줄 수있지만, 유학생에게는 우리가 지원을 해줄 수가 없어"라고. 여기서부터 뭔가 꼬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지? 친구에게 부탁해 병원에 전화를 해서 만일 골드 카드가 없으면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니, 응급실 비용, 시술 비용 다 내야하며, 돌을 빼는 시술을 위해서는 당시 2만불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저한테 그럴 돈이 어디..

 

지금처럼 인터넷이 활발해서 정보의 공유가 쉬웠던 시기도 아닌지라, 정말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더군요.

 

그 와중에 처음 갔던 사립 병원의 응급실에서 청구서가 날아왔습니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큰 돈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무일푼이던 제게는 큰 돈이라 어쩌나...하고 있었는데, 또 그 병원의 소셜 워커를 만나 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또 친구를 데리고 만나러 갔습니다. (대체 자꾸 사회 일꾼을 왜 만나라고?)

 

만났더니 종이를 한 장 주면서 제 어카운트에 돈이 얼마 있느냐고 쓰랍니다.

그래서 300불인가 썼습니다. ㅡㅡ;

정말 제 은행 어카운트에는 돈이 없었거든요.

그랬더니, "우리 병원 Charity system 잘 되어있어서 너처럼 돈 없으면 안내도 되게 해줄께"라고 합니다.

어라? 미국 병원 시스템 좋습니다. 돈 없으면 최곤데요?

 

기분 좋게 돌아왔는데...

집에 오니, 청구서가 또 날아와 있습니다. 

같은 병원인데 부서가 다릅니다.

"응? 뭐지? 왜 같은 병원에서 따로 와?"

근데 옆을 보니 또 다른 청구서가 있습니다. 

보니 방사선과에서 온 청구서입니다.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아...미국은 부서별로 청구서가 다 따로 나오는구나...

 

그래서 다시 친구를 끌고 (이쯤에서 부터는 친구 데려오는게 정말 미안해 지는 시점이었습니다.) 그 병원의 소셜 워커를 만나서 다시 서류에 사인하고 웨이브를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물어봤죠, 지금 나 소변 주머니 차고 있는데, 이 시술을 이 병원에서는 저렴하게 할 수 있겠냐고. 그 사람이 "그럼!" 그럽니다. 

 

이미 보름 정도 차고 있기로 했던 소변 주머니를 차고 생활한지 약 한달이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보니 소변에서 피도 나옵니다.

아무래도 이거 더 오래 끌면 안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짜고짜 사립 병원의 비뇨기과를 찾아가 시술 일정을 잡았습니다.

 

그리고는 시립병원에 시술비에 대한 처리를 위해 다시 소셜 워커를 만나러 갔습니다.

이 때부터는 친구한테 부탁하기 미안해서 정말 혼자 다니기 시작헀습니다.

가서 떠듬 떠듬 이야기 하다 보니, 결국 5000불을 내라고 합니다.

없다고 했더니, 조금씩이라도 내라고 합니다.

 

사립 병원도 웨이브 해주는 돈을 정부 운영하는 병원이 다 내라고 하겠어? 라며 갔다가 실망하고 왔습니다. "아, 모든 병원이 다 그렇게 해주는건 아니구나."

 

그러고 사립 병원으로 가서 내시경 시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잠을 재우고 하는 시술이었고, 아침에 병원으로 가서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어떤 직원이 오더니 말을 합니다.

 

"아니 보험이 없는데 어떻게 시술을 받으려고 하는거에요? 지금 일단 3만불을 캐쉬로 내줘야 하는데요?"

 

"헐..."

 

시술 다 받으러 왔는데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다시 떠듬 거리며 설명합니다. "내가 소셜 워커를 만났는데, 그 사람이 나 여기서 무료로 시술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 해줬는데 무슨 이야기냐."

 

이 직원이 당황하더니, 어디론가 갑니다. 그러더니 한 참 뒤에 와서는 어떤 종이 에 사인을 하랍니다.

"내가 이 병원비는 웨이브 해줄께. 근데 너 닥터 Fee는 어떻게 내려고 해?"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병원비면 병원비지, 닥터 Fee는 또 뭐야.

 

"아 몰라..." 

그러고는 시술을 받았습니다.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달려있던 소변 주머니가 없어졌습니다.

몸은 몽롱해서 정신이 없었지만, 이제 모든게 끝났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자 또 여기저기서 청구서가 날아오기 시작합니다.

마취과에서.

방사선과에서.

그리고 비뇨기과에서...

 

비뇨기과가 가장 큰 금액이었는데, 사정사정을 해서 2/3정도로 깎고 그걸 분할해서 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과에도 사정사정을 해서... 나눠서 조금씩 내기로.

 

자..이렇게 해서 어쨌든 이 문제는 다 해결이 되었..

 

 

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8월 초 치료를 받고. 9월 학교를 다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 전과 완전히 동일한 증상으로 또 옆구리가 아픈겁니다.

아...이거 그때랑 똑같아.

 

다시 그 사립 병원 응급실을 찾아갔습니다. 이제는 학교에서 준 보험 카드가 있으니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접수 창구에서 "흠, 이 보험을 받을 수 있나 모르겠는데?" 그럽니다.

아니 보험이면 보험이지 뭘 받고 말고가 있는겁니까? 이 사람이 대체 무슨 소리를...하면서 저는 응급실로 들어갔습니다.

 

뭔가 엄청난 음료수 같은걸 마시랍니다.

캣 스캔을 찍겠답니다.

캣스캔을 찍는데 와 소변이 마려워 죽겠습니다.

 

일단 찍고와서 화장실을 갔습니다.

소변을 보는데, 갑자기 뭐가 턱 막힙니다.

어, 이게 뭐지, 하고 힘을 주니 돌 덩어리 하나가 튀어나가서 소변기에 땡그랑하고 부딪힙니다.

등의 통증이 기가 막히게 사라졌습니다.

 

이제 어쩌지 하고, 일단 자리에 돌아와서 있었습니다.

의사가 돌아와서 이야기 합니다.

"아니 보름 전에 수술로 돌을 제거 했다며? 그런데 지금 찍어보니, 돌이 양쪽 신장에 다 있는데?"

 

그래서 제가 

"근데 나 좀 전에 소변 보는데 돌 나가는 소리 들렸어. 그러고 나니 안 아픈데?"

 

의사 "할렐루야!"

 

네. 그래서 나오면서 물어보니, 이 병원에서 이 보험을 받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저는 헷갈립니다. 아니 그럼 이 보험은 뭘 어떻게 쓰라는거지?

 

일단 어쩔 수 없이 나왔습니다.

네 다시 청구서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저는 다시 그 소셜 워커를 찾습니다. 이번에는 거기까지 가기가 영 귀찮습니다. 전화로 대화하는게 자신이 없었지만, 해보기로 합니다.

전화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는데, 이 사람이 다 알아 듣더니, 걱정 말라고 하면서 다 처리를 해줍니다.

여기서부터 영어에 조금씩 자신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런데...잊고 있던게 있습니다.

네 바로 시립 병원에 내야하는 5천불입니다.

그 중간에 집을 이사하는 바람에 청구서가 안왔고, 하도 정신없는 일을 겪다 보니 청구서 트래킹을 못 했습니다.

 

갑자기 컬렉션 에이전시에게서 메일이 와서 이거 내랍니다.

겁에 질린 저는 이 에이전시를 찾아가서 사정을 합니다. "저 정말 돈없는 유학생이라구요..."

그래서 매 월 30불씩 내기로 합의를 보고 나왔습니다. 깎아주지는 않더군요.

(제가 좀 철판 깔고 딜을 할 줄 알았다면, 방법이 여럿 있었을 것 같지만, 그 때는 그런건 생각도 못할 때였습니다.)

 

그렇게 내기 시작한 5천불.

저는 결국 직장을 잡아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내는 금액을 올렸고, 결국 5년만에 모두 갚았습니다.

그거 다 갚으니, 갑자기 제 크레딧은 확 올라가더군요...

 

그리고 학교의 보험은 학교 내에 있는 병원을 통해서 사용할 수 있는 보험이라는 것도 나중에 알았습니다.

진료를 받으니 코페이 $5만 내면 되는걸... 그때는 몰랐던 겁니다.

 

이 사건으로 두가지를 나름 얻은게 있다면...

1. 미국의 병원 시스템을 꽤 자세하게 알 수 있었고.

2. 영어에 대한 공포가 꽤나 사라졌다는 겁니다.

살려고 발버둥 치다 보니, 확 늘더군요.

 

2000년대 초반의 이야기라 지금이랑은 조금 상황이 다를 수도 있지만... 미국에 오면 병원 일 때문에 한 번 쯤은 다들 화끈한 경험 한 번씩은 하는거잖아요?

 

다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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