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정나라에 차치리라는 사람이 있었다. 자기의 발을 본뜨고 그것(度)을 그 자리에 두었다. 시장에 갈 때 탁(度)을 가지고 가는 것을 잊었다. (시장의 신발가게에 와서) 신발을 손에 들고는 탁을 가지고 오는 것을 깜박 잊었구나 하고, 탁을 가지러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하여 다시 시장에 왔을 때는 장은 이미 파하고 신발은 살 수 없었다. (그 사정을 듣고) 사람들이 말했다. ‘어째서 발로 신어보지 않았소?’ (차치리의 답변은) ‘탁은 믿을 수 있지만 내 발은 믿을 수 없지요.’ ”
제가 한비자를 읽은 것은 아니고 `강의(신영복 저)` 가운데 `법가와 천하통일` 장에 소개된 걸 읽었습니디. 애초에는 제자백가의 공리공담(空理空談)을 풍자했던 것이라고 하네요. `탁과 발, 책과 현실`이라는 책 소제목을 보면 이 이야기의 교훈을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미술을 보고 즐기는 데도 교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술을 모른다. 미술책을 소개해달라."며 조언을 구하는 이웃에게 "먼저 가까운 미술관에 가보시는 게 어때요?"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전시장을 찾아 직접 작품을 볼 수 있는데, 책이 없어 아는게 없어 작품을 감상할 수 없다는 것은 `탁`이 없어 신발을 살수 없다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탁`을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탁'도 필요합니다만 발보다 우선할 수는 없을 뿐입니다.
앞으로 제가 제 주변에 "미술을 이렇게 보시면 어떨까요"라며 드렸던(혹은 드리고 싶었던) 이야기를 생각나는대로 정리하려고 합니다. 미술을 즐기시고 싶었는데 주저하신 분들에게 자극이 되고, 이미 즐기시는 분들과는 서로의 '감상법`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네요.
미술 문외한인 저에게 오하이오님이 올려주시는 글 (특히 미술관/전시회 방문글) 을 보면서 왠지모르게 저의 미술적 지식이 아주 조금은 성장하는거 같았는데 (어떻게 보면 오하이오님의 예술적 시각을 빌려서 봤기 때문이겠죠?).. 앞으로 강의식 나눔(?)을 하신다니 정말 기대가 됩니다!
지금까지 관심갖고 봐주시고 또 기대 말씀까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정성들여 써 보겠습니다. 다만 제가 어떤 지식을 나누거나 강의를 하려는 의도는 없고, 비교적 미술을 즐겁게 감상하는 사람으로서 경험담 혹은 나름의 감상법울 이야기하면서 앞으로 미술을 즐기고자 하는 분들에게 작은 오솔길 하나 내보려고 합니다. 제 길만이 길도 아니고, 이미 더 큰 길도 있다는 걸 전재로 가벼운 마음을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글 중에 부담 없이 생각을 나눌 수 있으면 더 좋겠고요.
오 기대됩니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요 저요 !!!
기다리겠습니다!!!!
다음 글,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준비하겠습니다.
한비자 편을 여기서 다시 보다니 감개가 무량입니다. 역시 연배는 어쩔수가 없네요. 아무튼, 그간 나름대로 책도 많이 읽고, 직접 프라도, 오르셰, 우피치, MoMA 암튼 기억도 안나게 많은 미술관을 가족들 데리고 다녔습니다만, 채워지지 않는 빈 구석이 늘 헛헛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지도편달 기대하겠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너무 부담갖지 마시고, 아무쪼록 서로 다른 시각에서 건강하게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신다니 너무 감사합니다.
평소 미술관에 많이 가시는군요. 가신 곳만 보면 저 보다 월등한 수준이신데 제가 지도편달할 수준이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채워 지지 않는 구석은 제 이야기를 들어서보다는, 다른 시각을 서로 나누면서 채울 수 있을 것도 같은데요. 저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도 기대됩니다. 몇몇 미술관과 유명하다는 전시회를 서너차례 가 보았는데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는데 너무 준비없이 감상하려했던 제 자신이 문제였었나하는 생각은 했었습니다.
마침 다음에 '아는 만큼 보인다'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전시장에 가서 작품을 보시고 별 감흥이 없었던 것은 당연히 그럴 수도 있고, 어쩌면 감상 방법이랄까 목적을 찾지 못해서 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일단 자책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바로 다음 이야기 올리겠습니다.
미술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해외여행중 가능하면 박물관, 미술관은 일정에 포함하려 애썼습니다.
런던 대영박물관의 조각품들이 기억에 남구요 (무료입장이어서 그랬었을지도 ^^),
파리의 루브르, 오르쉐 미술관은 가이드 투어를 했더니 더 좋더군요.
너무 사람이 많아서 여유를 가지고 감상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지만요.
뜻밖에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난 세잔, 칸딘스키 작품들은 강렬했습니다.
그때 시간이 나면 미술 공부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시간이 널럴한 지금은 딴짓(?) 하느라 바쁘네요.
오하이오님의 강의 기대하겠습니다 ^^
관심과 기대에 감사드려요. 아마도 즐기는시는 방법이 저마다 다를 수 있고, 단지 시작이 쉽지 않은 분들, 즐겁기 보다는 부담이 컸던 분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했던 말들이 대부분인데 이미 관심가지시고 즐겁게 즐기시는데 제 이야기가 도움이 될까 염려스럽기도 하네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더라도 이 이야기 끝에 서로 느낀 그림이며 미술 이야기를 나누는 계기라도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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