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글

MileMoa

검색
×

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SKIBO

달라스초이 | 2022.11.18 02:01:49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Skibo는 미국 흑인남성의 이름이다.

나이는 60대 초반. 키는 160cm가 조금 넘고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편이다.

잔등이 혹처럼 솟아오른.... 한번도 그의 질병에 대해 물어본 적은 없다.

 

 

스키보가 우리 가게에 오기 시작한 것은 대략 6-7년.

그 전에는 어떤 가게를 갔었는지? 왜 우리 가게에 오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내 가게가 속한 시에서 40년 이상을 살아온 토박이다.

한번 발걸음을 하고 난 이후.. 그는 매일 같이 우리 가게에 왔다.

 

 

스키보는 세차 일을 한다.

손세차를 전문으로 하는 세차장에서 손님들의 차를 손으로 세차하고

외관을 번쩍하게 광나게 하고, 차량 내부도 청소하는

이른바 Detail Hand Carwash를 한다.

 

 

그가 우리 가게에 오는 이유는 단 하나.

복권을 사기 위함이다.  그는 매일 복권을 산다.

Pick 3 라는 번호를 3개 맞추는 게임이 주전공이고, 그 밖의 다양한 복권을 한다.

그가 복권을 사고 지불하는 지불수단은 언제나 동전이다.

 

 

손세차 일은 고되다.

특히 여름날 야외에서 차량을 거품내서 닦고, 광내고,

에어컨이 돌아가지 않는 실내을 청소하는 일은 땀범벅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손세차를 하다보면 차량내부에 떨어진 동전을 심심치 않게 발견한다.

 

 

동전을 매우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미국인이 많다보니,

음료등을 사고 남는 동전을 차량 여기저기에 던져둔다. 그리곤 신경을 안쓴다.

손세차 하는 이가 떨어진 동전을 가져갔다 해서 그걸 절도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는 암묵적인 TIP인 셈이다.

 

 

나는 Sticky Coin (차량내에서 음료수등이 묻은 끈적끈적한 동전)을 아주 싫어한다.

왠만한 손님이 Sticky Coin을 내면 가져가라고 돌려줄 정도다.

하지만 스키보는 차량내에서 얻은 끈적한 동전을 언제나 물로 깨끗이 씻어 가지고 온다.

때론 복권을 빨리 사고싶은 성마른 마음에 채마르지 않은 동전을 가져오기도 한다.

 

 

가끔이지만 그가 산 복권이 40불이라도 맞는 날이면

그는 특유의 소리를 낸다.  "이히~잇ㅡ"

2년전인가 290불에 당첨된 날엔  "이히~잇ㅡ" 이 소리를 10여번이나 연속해서 낸 적도 있다.

그날은 나랑같이 너털웃음을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스키보가 5일째 가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일수 찍듯 오는 그 이기에 뭔 일이 있나? 어딜 갔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가 언젠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John, 나는 태어나서 한번도 텍사스 밖으로 나가보질 못했어"

나의 기우는 결국 사실이 되었다.

 

 

스키보가 그의 아파트에서 죽은채 발견되었다.

그의 친구들 말에 따르면 언제 죽은지도 모른다고, 그저 세차장에 나오지도 않고,

며칠간 보이지 않길래 아파트 관리인에게 말해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침대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고...  이른바 고독사였다.

 

스키보는 한번도 아내나 자식이야길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언젠가 그도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른적이 있을것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잔등의 혹이 아내와 아이와 멀어지게 된 이유는 아닐까?

몇차례 그의 친구들이 그의 혹을 놀려대고, 화를 내는 스키보를 본 적이 있다.

 

 

스키보는 더이상 가게에 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애석한 죽음을 알려주는 다른 손님들이 많다.

오늘 한 손님이

"John, 스키보는 너희 가게를 참 좋아했어"

 

 

이젠 담배도 피지 않는데 가게 밖으로 나가 길건너를 바라본다.

스키보의 차가 곧 내 앞에 서며 "이히~잇ㅡ" 소리를 내며 인사를 할 것만 같다.

스키보는 복권에 당첨되면 무얼 하고 싶었을까?

BYE! SKIBO!

이젠 구부러진 잔등을 펴고 편히 쉬어요.

댓글 [36]

목록 스크랩

마일모아 게시판 [114,618] 분류

쓰기
1 / 5731
마일모아 사이트 맞춤 구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