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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치과 후기 (2nd opinion의 중요성) 그리고 북카페 추천

AnneA | 2022.11.20 06:46:49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석 달 전 서울에 와서 시차를 극복 하기도 전에 몸도 마음도 휘몰아치는 일이 있어 정신없는 한 달을 보냈었습니다. 사실 미국에서부터 2007년에 한 임플란트 나사가 헐거워진걸 알고는 있었으나 한국 갈 준비에 바빠 치과 갈 시간이 없었죠.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일년 까지 한국에서 보낼 각오를 하고 가는데 준비할 시간이 얼마 안되었습니다. 

 

서울에 오고, 이제 슬슬 치과 예약을 할까 하는 시점에서 생각보다 훨씬 빨리 언젠가는 올 일이 왔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어진 탓인지 헛돌아가는 임플란트 바로 옆 치아에 간헐적 통증이 생겨났습니다. 그나마 간헐적이라 며칠 참은 뒤 짬을 내어 동네 치과를 갔죠. 원래 다니던 치과는 멀리 여의도라. 동네 치과라지만 대학 앞이고 상권이 나름 탄탄한 곳이라 규모는 큰 치과 였습니다. 이 동네에서 나고 자라고 아이 키우고 직장까지 다니며 반백년 살아온 동네 터줏대감 사촌의 추천이라 신뢰도 갔구요. 

 

제 문제는 1. 나사가 헐거워 돌아가는 오래된 임플란트 나사 조이기.  2. 씹을 때 가끔 통증이 있는 치아  이 두가지 입니다. 

차분한 인상의 오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치과의사는 미국에서 한 임플란트가 한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제품이라 이에 맞는 도구가 없어서 나사를 조여줄 수 없다고 합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나사 머리의 흠에 맞는 스크루 드라이버가 없다는 말씀이죠. 안맞는 드라이버를 가지고 돌리려고 하다가 나사 머리가 망가질 수 있다구요. 맞는 말씀 같습니다. 다른 치과에 가도 없겠냐고 물어보자 정말 생소한 제품이라 이에 맞는 도구는 한국에선 없을 것이라고 미국에서도 임플란트를 한 곳에서만 조치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 이었습니다. 음.... 그건 아닌데....  2007년에 미시간대에서 임플란트 하고 2018년에 처음 헐거워져서 알라배마주 동네치과에서 한 번 조인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미국에선 드물지 않지만 한국에는 없는 제품인가 보다... 했습니다. 

 

두번째 문제의 통증이 있는 치아는 하필이면 치과에 가서는 아무리 건드려봐도 아무런 통증 없이 얌전을 부리는 바람에 '아마도 약간의 금이 간게 아닌가 싶은데 엑스레이에는 나오지 않는 수준이고 통증 테스트에도 발견되지 않으니 현 시점에서 어떤 처치를 하기는 어렵다. 나중에 다시 통증이 찾아오면 그때 바로 치과로 오라'는 의견 만 받았습니다. 사촌의 좋은 평 대로 과잉치료가 없는 치과임에는 틀림 없어 보입니다. 

 

결국 두 문제 중 어느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스케일링만 받고 나왔습니다. 보험없는 진료비는 8만 몇천원 수준 이었구요. 스케일링에 상담에 엑스레이도 찍었는데 놀라운 가격입니다. 

 

그 이후로 딱히 통증이 없어서 치과는 잊고 지내던 중 어느날 게를 먹다가 이가 부러지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합니다. 제3국에 있는 가족을 잠시 방문 중 이었고 해산물로 유명한 곳에 사는 가족이 근방에서 가장 게요리를 맛있게 한다며 데려가 사 준 요리 였는데 이가 부러져 내색도 못하고 그 좋아하는 게를 얼마 먹지도 못했습니다. 다들 게 드실 때 조심하세요. 게 살만 발라 먹었는데도 그 발라진 살에 작은 게 집게 조각 일부분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현지에서 치과 가기도 힘들 뿐더러 게 사준 가족이 미안해 할까 봐 이 부러졌단 말을 못해서 귀국까지 3일을 더 버티고 돌아온 다음날 아침 바로 원래 다니던 치과에 갔죠. 

 

예상대로 이가 부러진게 맞았습니다. 게를 먹다가 금이 갈 정도면 해당 치아에 약간의 실금이 이미 있었을거라고 합니다. 두 달 전 있었던 간헐적 통증의 원인이 실금 이었던 겁니다.

금이 잇몸 뼈 아래까지 갔는가 아니면 잇몸뼈 위에서 멈췄는가로 크라운을 할것인가 임플란트를 할것인가가 나뉜다는 설명을 들은 후 부러진 부분을 제거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상담. 음..... 금이 잇몸 뼈 아래까지 갔는데 많이 들어간 건 아니어서 좀 애매 하다는군요. 크라운도 가능하고 본인이 그걸 할 기술도 있지만 예후를 장담할 수 없다 합니다. 의사선생님은 뭘 권하시냐 물어보니 임플란트를 권한다고. 생각해보면 임플란트 전문이라고 간판에 써 둔 곳인데 당연한 소리인지도.  임플란트를 할 경우 마지막 과정을 위해 내년 여름에 한국에 다시 와야 한다는 문제가 있지만 이 치과를 20년 넘게 다닌 신뢰가 있어 그리 하겠다 했습니다. 

 

온 김에 헐거워진 임플란트도 상담 했습니다. 정말 온 김에 물어본 건데 된다는군요. 제 임플란트 제품이 어디 제품인지 본인도 생소하긴 하지만 가지고 있는 장비로 충분히 조일 수 있다고 합니다. 역시 임플란트 전문이라고 간판에 적어 놓을 수준이 되는... 그런데 처음에 간 치과도 간판에 임플란트 적혀 있었는데?  

 

시간이 충분치 않아서 이날은 부러진 이만 아프지 않게 막아 놓고 며칠 뒤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 며칠 동안 주위에도 물어보고 검색도 해봤는데 크라운을 씌워도 결국은 몇년 뒤 임플란트로 귀결된다는 사례가 대부분이라 마음을 굳혔습니다. 헌데... 발치를 하는데 제 부러진 치아의 뿌리가 너무 튼튼하게 박혀 있어서 정말 힘들게 힘들게 열 조각으로 부숴서 뽑더라구요. 제가 이 치과에서 사랑니도 발치 했거든요. 그땐 참 쉽게 하셨는데 말이죠. 이렇게 뿌리가 튼튼한 치아라면 살려서 크라운을 했어야 헀던게 아닌가 하는 후회를 발치 내내 했습니다. 난발치라서 과정 중 잇몸뼈가 부서져 뼈 이식까지 해야 했구요. 

 

비용은 처음 가서 진단 받은 날 5만원

수술 당일 발치 5만원 잇몸뼈 이식 30만원, 임플란트 오스템으로 120만원 (아스트라 라고 스웨덴 제품으로 하면 190만원, 이름은 잊은 다른 한국제품은 110만원)

기존 임플란트 빼서 세척하고 다시 끼워넣은 비용 18만원 

그 다음주 첵업 받았는데 이날은 추가 비용 없음

입니다. 

 

이상의 경험으로 얻은 교훈과 의문은

교훈: 2nd opinion 꼭 필요하다. (임플란트 헐거워졌을 때 가능한 바로 해결해야지 오래 두면 안의 헐거워진 나사가 부러져서 운이 좋으면 나사 교체, 운이 나빠 부러진 나사 제거가 불가능하면 임플란트 다시 해야 한다고 합니다. 첫번째 치과의 말만 믿고 내년 1월 미국 돌아갈 때 까지 헐거워진 임플란트를 그냥 두었다가 나사가 부러질 수도 있었던 거죠.)

 

의문: 1. 씹을 때 간헐적으로 라도 통증이 있었다면 치과를 두세 군데 가서라도 원인을 규명 했어야 했을까? 

2. 2007년 첫 임플란트 했을 때 치과의사는 제게 '치아는 뿌리의 뿌리라도 남았으면 그걸 최대한 살려야 한다. 임플란트는 최후의 방법' 이라고 했습니다. 당시 제 치아는 뿌리 끝 까지 쪼개져서 살릴 수 없었지만요. 그 이후로 임플란트가 발달해서 그런지 이젠 크라운 vs 임플란트 이면 장기적 안목으로 임플란트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나 봅니다. 하지만 임플란트 역시 영구적은 아닌데 결국 임플란트로 가게 되더라도 크라운으로 몇년 더 살렸어야 하는건가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특히 저처럼 뿌리가 정말 튼튼했던 치아라면요. 

 

그 다음 북카페

 

임플란트 수술 후 수술 부위를 혀로 건드리면 안된다는 엄명을 받고 치과를 나섰습니다. 마취가 풀려가면서 마취 주사 맞았던 부위가 기분나쁘게 아파오구요. 통증이 심한건 아닌데 우리하게 불쾌합니다. 안그러려고 해도 혀가 저절로 수술부위를 건드리게 되구요. 이럴 때 추리소설 만한 게 없습니다. 작가와 추리 싸움을 하다보면 이정도 통증 쯤이야 잊혀지겠죠. 마침 치과 건너편에 책이 그득한 북까페가 있습니다. 책들이 어찌나 단아하게 놓여져 있는지 처음엔 장식용 책들인 줄 알았지요. (이 까페의 일부 책들은 장식용 책들 이기도 합니다.)

 

들어가보니 2층 규모이고 밖에서 봤을 때 보다 훨씬 더 많은 책들을 구비하고 있습니다. 까페 안에서 읽는 용으로 한 권 씩 앞에 두고 뒤의 새책들은 판매도 합니다. 새로 나온 추리소설 두 권을 집어 자리를 찾는데 빈 자리가 없어요. 규모가 꽤 큰데도 만석입니다. 그러다 2층 한 켠에 2단 높이 마루를 올려 바닥에 편히 앉아 책을 읽게 해 놓은 공간을 발견했습니다. 아동도서가 벽을 가득 메운 공간인데 위치가 여의도다 보니 사용하는 어린이는 거의 없구요. 그 코너에서도 가장 구석진 코너에 삼면이 막힌 너무나도 코지한 명당을 발견하고 자리 잡았을때 눈앞에 보인 만.화.책들......  만화책이 있는데 추리소설이 뭔말입니까. 동네에 만화방이 사라진 이후 이 얼마나 오랫만에 보는 만화책인지... (오늘 알게 된건데 만화까페 라는게 있다고는 합니다. 예전의 만화방들과는 달리 쾌적하다고)

 

제가 잡은 자리는 한쪽이 통유리로 마침 내리기 시작한 비에 아래로 지나가는 색색의 우산들과 키티코너의 은행나무가 잘 보이는 자리 였어요. 뒤로는 벽에 등을 기대고 좌측으론 통유리 전망에 앞으론 다리를 뻗으면 바로 만화책이 그득한 책장 하단이 닿아서 편하게 앉을 수 있는, 딱 한 명만 앉을 수 있는 이 북카페 최고의 명당. 입안을 냉찜질 해 줄 아이스 커피 한 잔 마시며 만화책 세 권을 읽고 더 읽고 싶지만 마침 비가 그쳤길래 자전거 타고 집에 가야하는 입장이라 아쉬움 가득 안고 나왔습니다. 

 

그 다음번 치과 방문도 여기서 읽던 만화책 마저 읽을 기대로 갔구요. 다음주 잡힌 쳌업 역시 기대하고 있습니다. 

 

찾아보니 종로구를 비롯 서울과 경기도 몇군데에 체인이 있는 곳입니다.

cafe comma 생긴지 몇년 되었다니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처럼 이런곳 처음인 분들을 위해서 정보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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