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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카세트 테이프

알로에 | 2022.12.03 10:46:57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먼지소리나는 LP 의 음질이 따뜻하다고 일부 음악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데 비해 카세트 테이프는 음악감상용으로 전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카세트 테이프들을 계속 보관해왔던 이유는 카세트 테이프 하나하나에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가득 담겨있기 때문이었는데요.

 

어린 시절 라디오에서 나오는 곡을 녹음하기도 하고, 한참 나중에는 CD 를 카세트에 녹음하기도 하고, 레코드 가게에서 카세트를 사기도 하고, 한국에 있었을땐 리어카에서 해적판 카세트를 사기도 하고, 영어회화 테이프 세트 듣기도 하고요.

 

카세트 테이프 하나하나 꺼내서 아직까지 남아있는 카세트 플레이어로 들을때마다 과거의 추억이 휴지에 물 젖어들어가듯 쫙 퍼지게 됩니다.

 

그 카세트 테이프들 이번에 하나하나 다 버렸습니다.

 

몇백개 된다해도 사실 그렇게 공간을 많이 잡아먹지는 않는 물건이지만 아무리 아무리 세간들을 처분해도 집구석이 넓어지는 기미가 안보여 초강수를 뒀습니다.

 

카세트 테이프를 어떻게 리싸이클 하는지 찾아봤는데 확실한 방법이 없는듯 했습니다. 내부에 다양한 부품들이 있어서 플라스틱 리싸이클은 안되는것 같고 환경오염 물질은 없는듯하여 그냥 일반 쓰레기로 버렸습니다.

 

저의 정겨운 추억들이 그렇게 쓰레기로 사라져가는것에 가슴이 서늘해지더군요.

 

카세트 테이프 하나를 무작위로 딱 꺼내들면 그에 얽힌 추억들을 얼마든지 장문으로 써내려갈 수 있는거였는데 다 끝났습니다.

 

언젠가 누군가가 버려야 할 물건이라면 내가 지금 버리는게 낫다고 결단을 내리고 실행했습니다.

 

싱숭생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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