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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크리스마스 당일, JFK에서 55분만에 국제선-국내선 환승하기

에스페란자 | 2022.12.26 01:42:20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대서양 건너오는 내내 초조해하며 기내 와이파이까지 사서 이런 저런 검색을 하면서 왔는데... 나중에 혹시 단 한 분이라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실 분이 있으실까 해서 경험담을 남겨둡니다. 결론은... 55분 환승 가능'은' 합니다.

AA 8터미널 국제선 도착 게이트에서 국내선 출발 게이트까지 환승에 딱 55분 걸렸습니다... (2시 40분 국제선 4번 게이트 도착 - 3시 35분 국내선 44번 게이트) 물론 전혀 여유롭지는 않았고요... 오랜만에 문자 그대로 구역질 나게 뛰었습니다. 이런 경우를 처음 겪어본데다가 이제 슬슬 시차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서 아직도 정신은 멍 하네요.

0. 오늘 새벽 밀라노 발 JFK 도착 비행기가 딜레이 되었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신기하게 30분 늦게 출발하는데 도착시간은 1시간이 밀리더군요. 덕분에 그렇지 않아도 빠듯하겠다 싶던 1시간 45분짜리 환승이 졸지에 45분짜리 환승이 되어버렸습니다. 밀라노 말펜사 공항으로 가면서 전화와 채팅으로 연결 항공편 표 아무거나 오늘 도착하는 걸로 바꿀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다 안 된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왕복 마일리지 결제) 앱으로 보니까 내일 항공편은 많은데, 저는 꼭 오늘 내로 도착을 해야해서... 뛸 각오를 했습니다. 공항에서도 체크인 할 때 다시 물어봤었는데 오늘 표로 바꿀 수 있는 옵션은 없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제 짐가방들을 보더니 둘 다 부치겠냐고 물어보더군요. 원래는 가방 한 개만 부치고 나머지 한 개와 작은 백팩은 들고 타려고 했는데 크리스마스니까 공짜로 두 개 다 부쳐준다는(?) 우리 주제페씨의 말빨에 모르는 척 속아넘어가 부치기로 결정을 합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이게 묘수가 되었네요.

1. 비행기에서 승무원들께 환승시간이 40분 남짓밖에 없어서 먼저 내릴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냐고 부탁했습니다. 탑승 직후에 물어보자 일단 환승자가 꽤 되는데다가 가다가 일정이 조금 바뀔수도 있으니 도착 할 때 즈음 다시 이야기 하자더군요. 착륙 전 스낵 먹을때쯤 다시 이야기 하자 가방이 몇개나 있냐고 물어봅니다. 작은 백팩 하나라고 하니, 오버헤드 빈이 꽉 차서 큰 가방 있는 사람들은 자리를 못 옮겨주는데 너는 다행이라며 착륙 30분 쯤 전에 앞자리로 옮겨줬습니다. 비즈니스석 승무원분께 다시 부탁해서 일등석 승객보다 먼저 비행기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 나갔습니다. 달리라며 박수쳐주시는 직원 분들을 뒤로 하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달릴 필요가 없었지만요... 저는 달려도 짐은 안 나오니... 조금만 생각해봤어도 될 문제였는데 저는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당황해서 전혀 생각을 못 했습니다.)

2. 이번에 알게 된 사실 중에 하나는 이렇게 딜레이로 인해 환승 시간이 빠듯해 지는 경우에는 AA직원이 도착 게이트 앞에 나와 주황색 봉투에 따로 탑승권을 담아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그걸 보여주면 대기열을 패스할 수 있을거라고 설명을 들었는데... 문제는 제 탑승권이 거기 없었습니다. 봉투 더미를 뒤적이는 직원분을 보고 있다가 시간만 가겠다 싶어 고맙다고 인사를 남기고 그냥 뛰기 시작했습니다.

3. 글로벌엔트리가 있습니다만 마음이 급하니 키오스크가 눈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결국 입국 심사대 줄 관리하는 직원분께 부탁해서 줄을 건너뛰었는데... 이번에는 패스포트 컨트롤 직원들께서 부스 안에서 엄청나게 쏘아 붙이더군요. 왜 줄을 건너뛰냐고 뒤로 가라고... 정작 제 입국 심사관은 아무 말도 안 하는데 옆 부스들에서 돌아가라고 엄청 뭐라고 하더라고요. 입국 심사대에서 그런 집중 공격(?)을 받은건 처음이라 조금 당황했습니다. 다음 비행기 탑승 시작 시간이 20분 뒤라고 좀 이해해달랬더니 이번에는 입국 심사대 직원이 못 믿겠다는 눈빛으로 환승 비행기 탑승권을 보여달랍니다;; 전부 가방에 밀어넣고 여권이랑 서류철 하나만 들고 뛰어들어갔는데... 제 뒤로는 저처럼 환승 시간 짧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와중에 가방 뒤져서 폰 꺼내서 탑승 시간을 보여주니 그때야 투덜대며 보내줬습니다. 크리스마스에 일해야 해서 다들 뿔이 잔뜩 나셨던 모양들입니다...

4. 물론 그렇다고 짐이 빨리 나오는건 아니죠... 배기지 클레임에서 짐 기다리며 여기 미국이지... 그랬지... 하고 있는데 위에 말했던 주황색 봉투에 든 탑승권 든 사람들이 속속 모여듭니다. 만약에 제 탑승권도 거기에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뛸 필요는 없었겠구나 이제야 깨닫습니다.

5. 짐들을 집어드는 순간 거짓말처럼 탑승 시작 푸시가 왔습니다. 다시 헐레벌떡 짐을 부치러 가보니... 컨베이어가 멈춘게 문제가 아니라 그 위에 그냥 짐들이 쓰레기장처럼 쌓여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환승시간이 짧아서 짐은 못 받겠거니 했었는데, 그걸 보는 순간 짐은 오늘 못 오겠구나 하고 100% 확신했습니다만... 저는 오늘 꼭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이라 휴대용 단말기에 짐이 스캔되는 것만 확인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합니다.

6. 프리첵 라인으로 뛰어갔는데 아뿔사, 줄이 깁니다. 또 직원분을 붙잡고 헐떡이며 설명을 하니 앞줄로 보내줬는데 이번에는 신분증 스캔하는 직원분들이 모여들어 화를 냅니다. 뒤로 가라고. 커넥팅 때문에 그렇다니까 모르겠으니 뒤로 가랍니다. 심사대 앞에서 기다리던 아주머니 한 분이 자기들은 괜찮으니 빨리 보내주라고 제 편을 들어줍니다.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는데 감사 인사를 길게 할 시간이 없습니다. 스캔을 마치고 검색대로 갔더니 이번에는 이베리아 항공 승무원들 한 무리가 줄을 서있다가 헐떡이며 땀을 쏟는 제 모습을 보고 앞으로 가라고 양보해줍니다. 그렇게 앞으로 갔는데... 이번에는 검색대 직원분이 문자 그대로 소리를 지릅니다(!). 플라이트 크루 뒤로 가라고. 얘들이 양보해줬다니까 그건 상관없고 플라이트 크루보다 먼저 검색을 받을수는 없답니다. 난감해하자 다시 승무원들 중에 한 명이 내 뒤로는 상관없으니 여기 서라며 양보해줍니다. 그렇게 검색대에 도착하자 뒤로 가랬는데 왜 중간에 껴 있냐고 또 화를 냅니다. 규칙이랍니다. 무슨 규칙이 있는지 모르니 할 수 없이 뒤로 갑니다. 탑승 시간 아니고 출발 시간에서 5분이 남았습니다.

7. 그렇게 검색대를 통과하자 30분입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29분이었고 앱상에는 딜레이 표시도 없었기에 순간 고민을 하다가 일단 놓친걸 확인 할때까지는 뛰어보기로 하고 또 뜁니다.

8. 결국 게이트에는 원래 출발 시간보다 6분 늦게 도착했는데 맨 마지막 승객 탑승권을 스캔하고 있더군요. 하필 두꺼운 스웨터를 입어서 온 얼굴에서는 땀이 뚝뚝 떨어지고 숨은 헉헉대는데 엄청 뛴 모양이라며 승무원분이 냅킨 한 움큼을 찾아서 쥐여줍니다. 지난 한 시간여에 걸쳐 마주쳤던 수 많은 친절과 불친절의 끝이 친절로 마무리 되는구나 싶어 다행이다 싶어집니다. 밀라노에서 오는 비행기에서 들었을때는 저 말고도 한 명 더 이 비행기를 타야하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 제 뒤로 문이 닫혔으니 그 분은 결국 못 타신 모양입니다.

요약...
입국심사 줄을 다 건너뛰고, 짐이 제때 도착하는걸 포기하고, TSA precheck이 있으면서 역시 대기 줄을 다 건너뛸 수 있다면 55분으로 국제선-국내선 환승이 가능합니다. 배기지 클레임에서 하릴없이 기다린걸 감안해도 그 승무원 그룹이 아니었다면 원래 출발시간에도 맞출수는 있었을 것 같습니다만... 두 번은 안 될 것 같고, 하라고 해도 못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환승에는 성공했으니 이제 그 산더미 같이 쌓여있던 짐들이 집으로 배송되기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네요...

 

 

*

그럴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만, 혹 나중에 저와 같은 상황에 처음 처하시는 분들이 생기시면 참고가 될까 해서 글을 남겼습니다. 한 가지 더 덧붙여보자면, 저도 비행기를 타고 나서야 알게된 사실인데 밀라노에서 JFK로 들어오는 비행기는 30분 이상 늦는 경우가 잦다는 것 같았습니다. 여행 계획에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말펜사 공항에는 두 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세 개를 제외하고는 비행기가 거의 풀로 차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널럴하게 수속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이탈리아인 친구들 말로는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은 먼저 간다고들 하던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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