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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정보-은퇴]
[은퇴 시리즈] 익숙한 것과 헤어질 용기.

개골개골 | 2023.01.03 07:52:57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01/03/2023 업데이트: 어제 밤에 취침하기 전에 적다 보니 한가지 포인트를 빼먹었네요. Insurance vs. Self-Insured 부분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따뜻한 댓글 달아주신분 모두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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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포스팅 (조기은퇴의 허상)에 이어서 은퇴 시리즈의 두번째 포스팅입니다.

 

그간 있었던 일들

 

간헐적으로 올리는 포스팅에서 쓴 것 처럼, 저희 가족은 올 해 봄에 11년간의 베이지역 생활을 접고 콜로라도로 완전 이주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다른 곳도 많고 많은데 왜 하필 콜로라도냐고 물어 보곤 하셨는데, 제 대답은 "그냥 하다 보니요"라고 밖에는 말할 수가 없었네요. 적당히 규모 있는 국제공항에 가깝고, 적당히 크고 넓은 새 집이 많고, 적당히 리버럴하고, 적당히 세금이 싸고, 적당히 자연이 좋고, 적당히 사람이 좋은 곳을 골랐다고 밖에요 ^^

 

2022년 하반기부터 불고 있는 테크 기업들의 감원 바람에 혹시나 퇴직 패키지 주고 쫓아내면 울고 싶은데 뺨 맞은 느낌으로 그렇게 은퇴를 시작하려고 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제가 다니는 회사에는 아직 감원소식이 없네요. 더 이상 미루기는 싫어서 2023년 매니저와의 첫 미팅 때 퇴사 의사를 밝히려고 생각중입니다.

 

익숙했던 일들 곱씹어 보기

 

제가 시뮬레이션 해보고 경우의 수를 고민해보는걸 좋아하는 터라, 자연스래 가지고 있는 자산과, 기대 여명, 앞으로 돈 들어갈 일, 올챙이 고등학교 졸업후의 우리 부부의 거취 등 여러가지를 놓고 이것저것 표도 만들고 끼워맞추고 해봤습니다. 그 전까지는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 없어지는 것으로만 막연히 생각되었던 일들이 몇 달 앞의 일로 다가오니, 그간 너무나 당연했던 일들이 이제는 고민해야할거리가 되었습니다.

 

우선 가장 큰 부분은 개인의 담보력이겠죠. 직장을 다니면 연소득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내가 빌릴 수 있는 돈의 규모가 정해지고 그걸로 집도 사고, 차도 리스하고, 신용카드도 열곤 합니다. 그런데, 이 근로 소득이 사라져 버리면 금융 기관들에서는 저에게 뭘 믿고 돈을 빌려줄까요? 과연 빌릴 수는 있을까요?

 

두번째 부분은 선택의 여지 없이 회사에서 주는 옵션중에 골라서 가입할 수 밖에 없었던 의료보험 부분을 해결해야한다는 점이겠네요. 그다지 좋은 보험 옵션도 없을 뿐더러 비용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65세가 되어서 메디케어를 받는 순간까지 이 부분은 계속 골칫거리로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Debt-Free vs. Debt-Heavy

자진해서 은퇴를 한다는 말은 어느정도 경제적 자유를 이루어냈다는 이야기이고, 집/차 등의 빚을 전부 없애고 debt-free로 살지, 아니면 땡길 수 있는 만큼 최대로 땡겨서 debt-heavy로 살면서 빌려온 돈을 투자 수단에 집어 넣을지 (예를 들면 집으로 모기지를 얻어서, 차액으로 펀드투자를 한다거나 다른 투자용 부동산을 사서 임대차 수익을 얻는다거나) 는 개인의 선택에 달린 일일 것입니다. 아마도 직장을 그만두는 순간, 직장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담보력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이 선택을 잘못하면 되돌리기는 꽤나 어려운 일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특히 새로운 빚을 더 만들어내고 싶은 경우)

 

이론적으로는 저리로 모기지 대출등을 일으켜서, 그보다 더 큰 수익률을 가지는 투자를 하는게 당연히 더 좋습니다만. 저는 여러가지 고민 끝에 debt-free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유를 몇가지 대자면

  1. 펀드 투자 이외의 다른 투자를 하게 된다면 (특히 임대용 부동산 투자), 결국은 은퇴가 아니라 다른 직업을 시작하게 된다는 점

  2. 역사적 평균 수익률은 당연히 돈을 빌려서 투자하면 더 좋다는걸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그 '평균'이 나에게 적용될지는 미지수라는 점

  3. 많은걸 정리하고 복잡한걸 쳐 내려고 은퇴하는건데, 구지 복잡한 일을 더 벌리고 싶지 않다는 점

정도가 되겠네요.

 

지금 계획으로는, 올해말까지 모기지는 전부 pay-off하고. 리스하고 있는 자동차는 중간에 반납하기 귀찮아서 내년 3월 리스 만료 때 반납하고, 적당한 신차를 cash로 구매할 생각입니다.

 

신용카드 정리

은퇴하고 나면 신용카드를 어떻게 만들어야될지. 그냥 "Retired"라고 직업란에 적어내도 연회비 비싼 고급 카드를 척척 만들어줄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래서 이 부분도 은퇴전에 필요 없는 카드는 해지하고, 필요해 보이는 카드는 만드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저의 경우는 2010년대 초반에는 마일게임이 재미있기도 했고 신용카드에서 오는 마성비도 매우 훌륭해서 여기서 유명한 카드들은 하나씩은 다 만들어 봤었는데요, 2010년대 후반부에 들어서는 누릴만한것도 다 누려봤고 마성비가 많이 떨어지고, 저희 가족의 여행 자체의 방향성도 그냥 자연스러운걸 즐기는 쪽으로 많이 바뀌게 되어서, 카드에서 받는 혜택과 기쁨이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몇 달 전부터 연회비가 돌아온 비싼 카드들은 거의다 정리하는 쪽으로 기울었구요. 그냥 단순 계산해서 카드 혜택 뽑으려고 일부러 선호하지 않는 지역/브랜드 호텔을 가야하거나, 꼼수를 많이 써야되서 귀찮은 카드들, 연회비 다 뽑아먹기 어려운 카드들은 정리하고 있습니다.

 

제가 남겨놓을 카드들은

  1. Capital One Venture X: 기본 연회비 만큼은 매년 돌려주고요 (물론 특정 웹사이트를 통해서 예약을 해야되지만요). 덴버에 곧 캡원 라운지도 생길 예정이고 제가 메인으로 쓰는 Priority Pass 주는 카드구요. 렌탈카 보험도 해결되구요.

  2. BoA Premium Rewards: 기본 연회비는 트래블 크레딧으로 쉽게 받을 수 있구요. 제가 BoA의 티어가 있어서 cashback이 크기 때문에 잡다한 스펜딩은 이걸로 다 하고 있습니다.

  3. Amex Hilton Aspire: 연회비만큼 돌려 받기는 조금 귀찮긴하지만 미국 국내선은 거의 Southwest로 타고 있기 때문에 구지 취소 신공 안써도 일단 얼추 혜택은 누릴 수 있구요. 이건 힐튼 호텔 한 번 정도는 방문해줘야 연회비 이상을 돌려받게 되는데 앞으로 저희 가족의 여행이 어떻게 되는지 봐서 취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4. Chase Hyatt: 내년도까지 Globalist라서 일단은 가지고 있구요. 이 카드도 앞으로 하얏을 많이 안가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취소할 것 같습니다.

 

적고 보니 캡원 Venture X 카드 하나만 있어도 제가 필요로하는 최중요 베네핏들은 얼추 다 가질 수 있겠네요 ;;;

 

 의료 보험

퇴사하고 18개월간은 COBRA로 지금 다니는 회사의 의료보험을 비싼 프리미엄을 풀로 내고 유지할 수 있으니까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이걸로 유지할 생각이구요. 가족 프리미엄이 거의 $2,500/mo 정도로 올라가긴하는데, HSA에 모아놓은 돈으로 COBRA premium을 낼 수 있어서 일단은 올해는 그렇게 지출할 예정이구요. 내년도에는 ACA Marketplace (오바마케어) 통해서 보험 가입을 할 생각이구요. ACA에 한해서는 캘리포니아가 여러가지 좋은 옵션이 정말 많은데, 콜로라도에는 그만큼 좋은 보험도 없고 가격도 꽤 비싸서 좀 아쉽긴하네요.

 

오바마케어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보조금이 꽤 크게 작용하는데요, 이건 살고 계시는 곳과 가족 구성따라서 다르지만 대충 Federal Poverty Level 138%-200% 사이 정도로 유지하는게 비용면에서 매우 유리해집니다. 이게 법도 계속 바뀌고 해서 2023년도 그래프는 인터넷에서 이쁘게 나온건 못찾았는데요. 대충 아래의 2020년도 그래프와 같은 느낌입니다. 오바마케어 상에서의 의료비는 보험료의 tax credit 보조 + Cost-Sharing-Reduction 혜택으로 혜택이 결정되는데요. 아래 그래프에 보시면, 소득이 너무 적으면 아예 오바마케어 보조금 대상이 아니구요. 비용이 $0로 수직낙하하는 지점이 FPL 138%이고, 150% 지점부터 슬슬 비용이 올라가다가 FPL 400% 정도 되면 정부 보조 혜택이 크게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오바마케어 혜택을 최대로 받으려면 덜벌지도 더벌지도 않게 기가 막히게 수입을 드리블 (;;;) 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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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업이 의외로 매우 어려운게, 대부분의 펀드들은 12월 연말을 2-3일 앞두고 배당이 나오는데, 이걸 보고서 그 해의 최종 인컴을 조절해야 되기 때문에, 시나리오별로 미리미리 어떻게 대처할지를 생각해 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특기할만한 사항은 의료 보조금 지원 혜택은 Tax Return 상의 Gross Income 기준이기 때문에 다른 디덕션 (Standard Deduction or 모기지 디덕션 등) 계산하기 전의 수입입니다. 따라서 조기 은퇴 후에도 모기지를 유지하고 있어서 큰 금액을 모기지로 상환하고 있다면 오바마케어 보조금 혜택을 받기는 많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택스 리턴으로는 모기지 디뎍션으로 최종 세액은 높지 않을 수 있으나, 모기지를 내기 위해서는 어딘가서 돈을 끌어와야 되기 때문에 Gross Income은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저도 이렇게 이론으로는 계산해놨지만, 실제 닥치고 보면 얼마나 인컴 드리블을 잘 할 수 있을지 감이 없기는 하네요 ㅋㅋㅋ

 

Insurance vs Self-Insured

금전적으로 궁하지 않아서 (Financially Independence) 은퇴를 한다는 말은, 가지고 있는 자산으로 충분히 긴 기간 동안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보험의 가장 큰 목적은 혹시나 모를 사고가 발생했을 때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는걸 막아주는게 가장 크겠죠. 그렇다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보험들이 정말 필요한건지 혹은 불필요한 프리미엄을 내고 있는건 아닌지 한 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저의 경우 여전히 가지고 갈 보험은

  1. Home Insurance: 집이 불 탈 경우, 가지고 있는 재산으로 집을 다시 지으려면 경제적 타격이 너무 크므로

  2. Auto Insurance: 자차 보험은 뺄 생각이구요. 왜냐하면 차 대파되면 가지고 있는 자산으로 또 사면 되니까요. 책임보험은 계속 가지고 갈 생각이구요.

해지할 보험은

  1. Life Insurance: 이미 self-insured된 상태이므로 경제적으로는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2. Umbrella Insurance: 가지고 있는 자산의 많은 부분이 401k/IRA, Primary Residence 등 채권자가 가지고 가기 힘든 자산으로 들어가 있기도 하고. 직장도 없으니까 단순히 Home + Auto Insurance만으로도 원하는 자산보호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다른 익숙한 많은 혜택들 대체하기

제가 2011년도에 미국으로 건너와서 그동안 한 회사만 쭈욱 다녔는데요. 전화기는 회사 지급품이요, 번호도 회사소유로 되어 있고. 집에서 쓰고 있는 노트북도 회사꺼. 인터넷 회선도 회사에서 그간 비용을 제공해줘서 가격에 크게 민감하지 않았었구요.

 

일단 이런 것들 하나하나 다 제껄로 바꿔야되서, 이번 연말 쇼핑 시즌에 개인용 컴퓨터도 한 대 따로 장만했구요. 핸드폰의 경우에는 퇴사 프로세스가 확실해지면 회사 테크지원부서에 연락해서 전화번호 명의를 바꿔서 저에게 포팅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핸드폰도 새로 하나 사야되는데 블프때 사고 싶은 모델이 없어서 일단은 보류했네요. 아마도 2월달에 삼성 갤럭시 새 모델이 출시되면 몇 가지 괜찮은 딜이 뜨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느그 아버지 뭐 하시노?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 가정조사 설문지에 (심지어 이력서에도 이런게 왜 꼭 들어가는거죠?) 꼭 부모님/형제/자매 최종학력, 직업, 종교를 기입하도록 되어 있던게 기억납니다. 처음 만나는 분과 이야기할때 상대쪽에서 직업을 물어보면 누구나 이름 아는 대기업 다닌다고 하면 사람을 다르게 봐 주는 것도 분명 있을껍니다. 올 해 퇴사하고 나면 "저 백순데요" 라고 말할텐데 이게 어떤 느낌이 들지는 상상만으로는 알 수가 없네요. 분명히 은연중에 저의 모습에는 "회사에 다니는 개골개골"의 모습이 크게 자리잡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계시는 친가와 처가의 부모님들이 회사 때려쳤다고 하면 어떤 식으로 나오실지 눈에 선하네요. 이건 또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런지.. ㅎㅎㅎ 

 

그래서 진짜로 은퇴하시나요?

 

몰라요 ㅋㅋㅋ 2023년도 퇴사하는건 거의 확실히 할 것 같아요. 이게 은퇴가 될지 아니면 잠시 쉬어가는 페이지가 될지는 몇 년 뒤에 알게될 것 같아요.

 

제가 처음 컴퓨터 프로그램을 팔아서 돈을 번게 고 2때였던거 같아요. 그때부터 계속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으로 돈 벌고 살아온게 벌써 30년 가까이 되었네요. 20대 때에는 모르는 것도 무지 많았고, 모든 것이 새롭고 배우는게 즐거웠구요. 30대 초반에는 조직 사회의 쓴맛도 알게 되고 프로그래밍 외적인 소프트 스킬도 많이 늘었고 저의 범위를 늘려가는 시기였던 것 같구요. 30대 중후반에 어쩌다 보니 미국으로 오게되었는데, 마침 제가 건너왔을 때쯤 베이지역에 IT붐이 커지고 있던터라 물들어 올 때 노 저으라고 10년동안 계속 노만 저었던 것 같구요. 나중에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아마 사회경제적으로만 봤을 때는 제 인생의 황금기였다고 기억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많은 것들이 사그라들었고 어느정도 한 번 매듭을 지어야하는 시기인것 같아요.

 

이러고 나서 몇 년 뒤에 돈 떨어져서, 혹은 놀다보니 지치고 심심해서 직업을 다시 가지게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이렇게 한 번의 큰 마무리를 하고, 여름부터는 좀 길게 배낭여행을 다녀오고 싶네요 (진짜로 배낭 매고 산에서 자고 오는거요 ㅋㅋㅋ John Muir Trail 갈꺼예요)

 

 

마일모아 가족 여러분 2023년에도 하시고자 하는 일 이루시고, 무엇보다 건강하세요.

 

저는 다음 포스팅은 꼭 이 걸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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