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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 사랑의 이해(타산)

후지어 | 2023.01.28 07:03:35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병원에서 연애하고 법정에서 연애하고 환생해서까지 연애하는 K-drama답게 은행에서 연애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재벌과 가난한 여성의 흔하디 흔한 신데렐라 이야기 역시 아닙니다. 은행에서 눈 맞은 두 선남선녀의 러브 스토리냐 하면... 그렇게 간단하게 얘기하기가 힘듭니다.
한마디로, 중산층 젊은이들이 배우자를 선택함에 있어서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 그 현실에 대해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그러하기에 지극히도 로맨틱하지 않은, 그럼에도 장면 하나하나가 마음이 아픈 로맨스 드라마입니다.

 

넷플릭스에서 제목의 영어 번역은 Interest of Love 입니다. "이해"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understanding이지요. 그런데 왜 interest라고 했을까? 이 드라마를 처음 접하면서 들었던 의문이었습니다. 한두 회 정도 보면 자연스럽게 답을 알게 됩니다.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이 사랑과 현실을 얼마나 저울질 하는지, 가슴이 시키는 일을 머리가 얼마나 막고 서는지, 그래서 결국 사랑은 현실 앞에서 어떻게 타협하는지... 그래서 저는 이 드라마의 제목을 다시 지었습니다. "사랑의 이해타산"

 

여기까지 들으면 뻔하디 뻔한 아침 드라마가 연상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연코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드라마의 최대 장점은 이 사랑의 이해타산을 너무나 아름답게, 너무나 세련되게, 그리고 너무나 절절하게 그려냅니다.  
그렇다고 마냥 사랑 타령만 하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폭력들을 섬세하게 잘 그렸습니다. 상사와 부하 간에 지시인지 부탁인지 질문인지 요구인지 알 수 없는 회색지대에 있는 것들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여줍니다. 주인공들이 상징하는 우리 사회의 4개의 계층. 이들 각자의 사연에 공감하고 각자의 행동과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드라마를 넘어서는 풍부한 컨텍스트와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보는 내내 이승환의 노래 가사 "우린 어느정도 현실적인 사람들"이 계속 머리에 맴돕니다. 간혹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내 사랑이 마냥 순수하기만 했던가...

 

이 드라마는 호불호가 제법 갈릴 것 같아서 약간 가이드라인을 드리고 싶어요.
<나의 아저씨>를 좋아하신다면 이 드라마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을 것입니다. 주인공 하상수 (유연석)에게서 저는 박동훈 (이선균)의 향기를 느꼈습니다. 고구마스런 전개를 싫어하신다면 이 드라마와 상극입니다. 절대 피해주시기 바랍니다. 전개가 느리고 장면 전환도 느리지만 그만큼 장면 하나하나를 음미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따라서 깊이 몰입해서 이 드라마만 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일하면서 설렁설렁 보는 그런 드라마는 아니라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아직 완결까지 몇 회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저에게는 아주 기억에 오래 남는 드라마가 될 것 같습니다.

이 감동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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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1일)

목 빠지게 기다리던 13화를 보았습니다.

아! 막장 드라마로 빠지는 게 아닌가 살짝 우려했던 12화는 이 13화를 위한 디딤돌이었습니다.

<세 커플의 이별 과정> (소경필이 마침내 오래된 짝사랑을 보내주는 것까지 더하면 4커플인가요?) 이라고 부제를 붙일 수 있는 이번 화는 한마디로... 너무 슬픕니다.

씬 하나하나가 눈물이 납니다. 이제껏 통틀어서 최고의 에피소드라 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가슴이 시키는 일을 머리가 막아왔다면,

이제는 "생각이라는 걸 하지 않기로 했어" 라면서 순도 100%의 사랑의 감정들만을 보여줍니다.

<사랑의 이해타산>에서 <사랑의 理解>, 더 나아가 <내 사랑을 지키기 위한 자기희생의 理解>로 드라마가 진화하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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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9일)

16부작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름답고 품위있는 마무리였다고 생각합니다.

"Happily ever after"를 은근히 바랬던 제 마음에 작은 울림을 줍니다.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결과적으로 '결혼'과 동의어이고

그럼으로써 아름답던 주인공들은 옆집의 생활인이 되어버린다는 이 자명한 진리를 애써 잊으며 이 둘의 사랑을 응원했었군요.

 

이미 다 주었고,

이미 다 받았으면,

그것만으로도 남은 생을 살아가는 데에 모자람이 없을 것 같아요.

아무 것도 잊지 않으며

내일의 행복을 꿈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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