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서막이 시작되면 곳곳에 민들레가 피어난다.
민들레뿐 아니라 여러 잡풀과 이름모를 풀꽃이 망울을 터뜨린다.
내 기억속 민들레는 '민들레 홀씨되어'라는 노래의 감성과
시골 들길의 한가로운 정경이지만
이곳에서 민들레는 잡꽃, 또는 깨끗한 잔디밭을 저해하는 식물이다.
각 잡힌 잔디밭을 선호하는 이곳에서 내 집 마당은 이웃집의 원성을 살만큼
잡꽃이 무성하다.
녹색의 잔디밭, 잡풀 하나 없이,
개미집과 풍뎅이 조차 없는 잔디밭을 꾸미기 위해선
끊임없이 마당에 제초제와 독극물을 퍼부어야 한다.
네 잎 클로버를 찾는 여유로움 조차도 사라진 풀밭
내 게으름 때문이지만 우리집 마당은 항상 잔디 반, 잡초 반
그리고 민들레가 수수한 꽃을 피운다.
마당에 도마뱀이 흔한 이유도 옆집에 가지 못하는
작은 곤충이 우리 마당에 많기 때문이다.
아침에 마당을 서성이며 민들레 꽃을 쳐다보다가
민들레에게 말을 걸었다.
- 넌 왜 이곳에서 피어나서 대접도 못받니?
- 바람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어요.
나도 민들레도 타국에선 대접받지 못하는건 매일반.
민들레는 바람이 데려왔는데, 나는 무엇이 이곳으로 데려왔을까?
바람입니다. 뱅기타고 오셨으면. 바람이 달초/님을 이곳으로 모셨습니다.
ㅎ 항상 글 잘 보고있어요.
미국 와서 민들레가 공공의 적이라는 걸 알고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밟혀도 굴하지 않는 민중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사회적 의미를 떠나서라도, 최근에 약효도 있다고 해서 더 귀하게 대접 받는 민들레인데요. 그래서 한동안은 약 써서 죽이는 것이 망설여지고 전 주인이 반듯하게 다듬어서 물려줬던 잔디밭은 달라스초이님네와 별 다를 바 없는 잔디 반 잡초 반이 되었네요. 그래서 글 중에 여러 말들이 크게 와 닿습니다.
쓰다보니 '민들레영토'라는 카페도 있었네요. 상호처럼 운영방법도 마음에 들었던 곳인데, 다 추억이네요.
전 꿈이 절 이곳으로 이끌었네요. 어쩌다가 남들을 보면 가끔 뭔가 인생이 생각대로 풀려가는 것 같진 않다고 느낄 때가 있지만, 또 그게 재미 아닌가 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 민들레처럼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멋지게 사진 찍힐 날이 있지 않을까요 ㅎ 안오면 뭐....(요새 MZ들 말로 표현하자면) 파란 하늘 보며, 도마뱀이랑 놀면서 재밌게 살면 그만이야~~~
암므느님 말처럼 풀려가지 않는 인생을 풀어가는 재미도 있겠지요. 암므느님의 꿈이 예쁜 사진틀에 넣어져 집에 걸릴날을 고대합니다.
저도 요즘들어 참 궁금해요, 왜 여기로 오게 되었을까요.. ㅎㅎ
감사하게도 모든게 잘 풀리는데도 그런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입니다.
봄이 오면 기분이 좀 나아지려나요..ㅎㅎ
봄처럼 기분도 튀어오르시길 기대합니다. ^^
저도 민들레 뽑으면서 약간의 죄책감? 같은 걸 느끼긴했는데...그래도 fence 가 없어서 적나라하게 비교되는 상황에서 이웃들의 잔디밭 수준과는 맞추려하니 제초제를 사용하게 되네요..ㅠ 저도 잔디에 핀 들꽃들을 보면서 그런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하나하나보면 아주 예쁜 꽃들이고 각각의 이름이 있을텐데 한데 묶어 잡초로 불리는게 꽃들 입장에선 얼마나 억울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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