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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캠핑 이야기 - 1

rlambs26 | 2023.02.24 00:44:40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기억도 잘 안나던 시절 아버지가 가족 휴가를 홍천강 강가에서 텐트를 치고 지냈던 것을 제외하면 여행/휴가를 캠핑으로 하기 시작한 것은 애 둘의 아빠가 된 이후였습니다.

 

저는 지금도 뭐 대단한 캠퍼도 아니에요. 장비도 코스트코에서 산 인스턴트 텐트에 뭐 슬리핑 백과 슬리핑 패드 정도가 전부이고. 뭐 추울 때 더울 때 피해서 편한 캠핑장으로만 가능 아주 기본적인 캠핑만 하는 사람이죠. 하지만, 그래도 애들과 가족들과 함께 추억을 곱씹으면, 캠핑이 가족들의 이야기에서 빠지기 어려울 것 같아, 저희 가족들의 캠핑 좌충우돌을 조금 적어 보려고 합니다. 이게 거의 10여년의 경험들에서 조금씩 추려가는 이야기들입니다.

 

 

1. 첫 캠핑 - 벤츄라 랜치 KOA

 

무엇이든 처음이 중요한데, 사실 저희는 이 첫 단추가 잘 못 되면서 한 동안 캠핑을 멀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이들 친구들의 네 가족들이 함께 가기로 했는데, 네 가족 모두 캠핑이 처음이었습니다. 심지어 캠핑 도구들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KOA라, 캐빈을 하나 빌렸고, 뭐 전기까지 들어오니 밥도 전기 밥솥을 들고가서 했으니...사실 이걸 캠핑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캠핑 경험이 없으니 주변에 캠핑 다니는 사람들에게 텐트도 빌리고 그렇게해서 갔습니다. 그 때는 이게 얼마나 민폐인지도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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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잘 지낼 수도 있었을텐데, 한 부부가 끊임없이 부부싸움을. 그리고 꾸준히 환경에 대한 불평을.

애들이 잘 놀아서 다행이긴 한데, 2박 3일간 저희는 은근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게다가 저희를 뺀 남은 집들은 갓난아기가 있다 보니, 이래저래 저희가 희생을 해야하는 일들이 자꾸 발생하기도 했구요. 이 때의 기억이 영 불편해서 그 다음 캠핑을 가는 용기를 내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2. Buckhorn Campground - Angeles Crest National Forrest

 

그러다가 뭐에 홀렸는지 코스트코에서 캠핑 장비들을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쉬는 날 아내도 없이, 딸 둘만 데리고. 수세식 화장실도 없는 Buckhorn 캠프 그라운드로 1박의 캠핑을 갔습니다. 집에서 1시간이 채 안걸리는 거리라, 뭐 안되겠으면 집에 오자 하는 마음으로 출발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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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밥을 싸고. 한국 마켓에서 갈비 재놓은거 사고. 그냥 뭐 그렇게 해서 왔습니다.

나름 재밌게 있었는데 이 때도 역시 초보 티를 팍팍 냈습니다.

대체 어디에 돈을 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어느 자리가 좋은건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가장 큰 실수 두가지가 따로 있었습니다. 먼저는 텐트 밑에 Tarp를 깔아야 한다는 생각을 못하고 그냥 맨 땅에 텐트를 설치했고, 결국 집에 와보니 단 한 번 사용한 텐트 바닥에 구멍이 뚤렸습니다. 두 번째는 벌레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를 전혀 가져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레펠렌트고 모기향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 가져갔어요. 점심 이후에 올라간터라, 저녁에는 오히려 불을 피우니 잘 몰랐죠.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먹으려고 하니, 모기, 파리...으아.

 

후딱 접어서 집으로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그 하루가 나쁘지 않았어요. 앞으로 캠핑이 가능하겠다 싶어졌죠.

 

 

3. King's Canyon

 

가장 가깝게 지내던 지인 가족들과 제대로 캠핑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목표는 킹스캐년. 7월 4일을 껴서 가는 캠핑이었어요. 목~토까지 2박 3일의 일정이었는데, 한 가족이 먼저 가서 자리를 잡아 놓기로 했고, 저희는 조금 늦게 출발 목요일 저녁이 되기 전에 도착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일정이 예상외로 늦어졌고, 킹스캐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방이 깜깜한 밤이 되어 버렸어요. 

 

전화도 터지지 않는 이곳에서 무슨 수로 이 사람들을 찾지...

 

캠프 그라운드 자체는 정해 놨기에 살살 돌면서 찾아 보기로 했고, 저 컴컴한 어느 곳에 왠지 그 가족들 같아 보이는 사람들이 희끄무리 보이길래 조심스럽게 이름을 불러봤습니다. "XX야?" 그러자 저쪽에서 "어, 왔다!!!!" 기다리는 가족들도 우리를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을 하는 중이었던거죠. 어찌나 감동스럽던지...T_T

 

그렇게 첫 날 저녁 갈비를 함께 구워 먹고 편안하게 잠이 들었습니다. 킹스캐년 캠핑장은 정말 좋더라구요. 쏟아질 것 같은 별 빛들. 그리고 높은 나무들...그리고 곰... 곰??? 밤 중에 갑자기 깡깡깡 하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 캠프 그라운드 근처에 곰이 나온 모양이더라구요. 직접 만나진 않았지만, 레인져들이 이런 식으로 곰의 접근을 막는 것 같았습니다.

 

이튿날 3가족이 더 합류를 했어요. 이들은 금~일 일정으로 온 팀이었어요. 점심을 먹고 함께 계곡으로 가 실컷 놀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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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또 우린 초보의 티를 내고 말았습니다.

 

함께 온 지인이 캠핑장 번호에 맞춰 돈은 다 내놓고 그 티켓을 말뚝에 걸어 둬야하는데 그걸 안한거에요. 그래서 두 자리를 잡아 뒀는데 한 자리를 다른 사람들이 와서 텐트를 쳐버린거죠. 이건 뭐 그래도 자리가 넒어서 어떻게 해결이 가능한데,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희는 음식을 베어박스에 넣어야 하는 것이 밤에 자기 전에 정리 할 때만 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알고 보니, 낮에도 사람이 없을 때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하는 것이더라구요.

 

레인저가 와서는 음식들을 아이스 박스 4개에 모두 쑤셔 넣고는 다 가지고 스테이션으로 간거에요. 찾으러 오라는 쪽지와 함께. 

 

제 차로 5가족의 대표들이 레인저 스테이션으로 갔습니다. 레인저가 이 박스들 누구꺼냐고 묻습니다. "한 사람께 아니고" 하려는데 레인저가 "티켓을 5장을 줘? 아니면 한 명이 대표로 받을래?"라고 하는 바람에, 그냥 제가 대표로 받았습니다. $150짜리 벌금. 결국 다섯 집이 30불씩 나눠서 냈습니다.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야, 하면서 저녁도 잘 먹고 잘 잤습니다. 그런데 새벽부터 누가 도끼질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희 텐트에서 살짝 위쪽으로 보이는 쪽에 캠핑을 한 한 가족이 새벽 4~5시부터 장작을 패는겁니다. 어찌나 짜증이 나던지. 게다가 그 전날 밤에도 꽤 늦게까지 발전기를 돌려가며 음악을 틀고. 

 

짜증이 가득한 저희는 이제 집에 갈 준비를 합니다. 어제 온 팀들은 다시 계곡으로 놀러 나갔어요. 정리를 하다가 보니, 그 짜증나던 이웃 텐트 쪽에 어제 저희에게 티켓을 주었던 레인저가 와있습니다. 이 사람들도 음식을 그냥 밖에 둔 채로 어딜 가버린 모양이에요. 좀 쎔통이다 싶어 쟤네들도 우리랑 똑같은 잘 못 한거냐고 물으니, 이 넘들 아침부터 불 피우더니, 그거 제대로 끄지도 않고 갔답니다. 이건 벌금이 더 커서 $500인가 한다고. 그래서 500+150으로 650불짜리 티켓을 받게 될거라고 하네요. 좀 못 된 마음이지만, 너무 고소했습니다.

 

이야기 꺼낸 김에 물었습니다. 우린 떠나는데, 같이 온 동료들이 하루 더 있는다. 지금 다 치웠는데 혹시 문제가 있어 보이는거 있으면 이야기를 해달라. 아무 문제 없이 해놓고 우리는 가려고 한다. 레인저가 쭉 보더니, "아주 잘해놨어요"라고 확인을 해주고, 우리는 킹스캐년을 떠나 왔습니다.

 

사건들이 있기는 했지만, 킹스캐년 캠핑장은 정말 너무 좋았습니다. 또 가고 싶은데, 이상하게 기회가 안나네요.

 

 

4. Serrano Campground - Big B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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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에 약간 자신감도 붙었고, 일단 아내와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줍니다. 그러니 탄력을 받아서 어디 캠핑을 갈까 막 찾아 보다가 빅베어의 이 캠핑장 이야기를 듣고 달려갔습니다. 오롯이 가족끼리만 가는 첫 캠핑이며, 간만에 놀러오는 빅베어여서, "와 좋겠다"하면서 왔는데... 역시 아직 초보입니다. 또 실수가...

 

일단 화재주의보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도 못했습니다. 예약도 다하고, 와서 허가증을 받아 들어오는데 에이전트가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불피우는게 금지가 되어있어, 가스 버너만 허용이 된다고. 불판에 고기 구울 생각으로 나무랑, 차콜이랑 잔뜩 들고 오고, 요리를 할 수 있는 프라이팬이라고는 작은 코펠에 껴서 나오는게 다였는데 말입니다. 

 

밥 먹는 것도 영 불편하고, 느낌도 안나고. 게다가 캠핑장 와서 밤에 불을 못 피우니, 할게 정말 아무것도 없더군요. 애들이랑 카드게임에 보드게임 조금 하다가 일찍 들어가 잤습니다. 뭐 이렇게 건강한 캠핑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칼같이 잠이 들다니.

 

다음 날 아침을 먹고 빅베어 호수라도 다녀 오자고 나갔습니다. 여기는 베어박스에 음식을 치울 필요도 없고 하니, 뭐 적당히 정리하고 나갔죠. 근데 이게 또 큰 실수였습니다. 한참 뒤에 오니, 세상에... 이 다람쥐들이 비닐들을 다 뜯어서는 저녁에 먹으려고 가져온 쌀들을 죄다 뜯어 먹어 버린겁니다. 완전히 파티를 벌였더군요. 어쩔 수 없이 남은 고기 프라이팬에 굽고 라면 끓여서 저녁으로 먹었습니다. 내일 아침에 일찍 출발해서 음식점 가서 먹기로 하고 말이죠.

 

캠핑장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불을 못 피우는 캠핑의 참담함을 정말 뼈저리게 알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가족들이 함께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캠핑을 꽤 잘 즐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자 다음 이야기들은 또 기회 될 때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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