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e가 촐랑대며 가게문을 들어선다.
어지간히 호들갑이다.
10대 초반부터 엄마를 따라 드나들던 아이라 아직도 어려보이기만 하다.
"지니. 뭐 좋은일 있어? 왜 이리 호들갑이야?"
상기된 표정으로 눈을 똥글똥글 뜨더니 "John.. 자랑할게 있어"
Passport를 느닷없이 내민다.
7번째 페이지를 보라며....
Mexico 출입국 도장이 찍혀있다.
"그게 내 first stamp야 ㅎㅎ"
멕시코는 내가 사는 곳에서 기껏 차로 7시간 거리.
일장연설이 이어진다.
"내가 사는곳을 떠나 본건 이번이 처음이야.
너무 흥분됐어. 난 텍사스도 벗어나 보질 못했거든.
아 ㅡ 두어번 오클라호마는 가봤지. 카지노 하러말야 ㅎㅎ"
오클라호마 카지노는 이곳서 차로 40-50분 거리.
텍사스 경계를 넘자마자 1번 출구에 있다.
그녀의 호들갑에 장단을 맞춰주며...
너무 재밌었겠다.. 첫 해외여행의 기분은 어때?...
비행기 처음 타본 소감은?.. 등등
잠시잠깐 멕시코까지 가는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줬던가?
기억이 어사무사 해서 기내식은 어땠어? 라는 질문은 하질 못했다.
혹시 못먹었다면 그녀가 실망할까봐...
그녀가 가고 난 후..
묘한 감정이 밀려왔다. 뭐라 설명 못할....
이곳에 오는 60넘은 아저씨들도...
내 앞에서 웃고 떠들며 자기들끼리 장난치기에 물어보면,
초등학교 친구사이란다.
그저 달라스 인근의 이 조그만 시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죽어선 교회장지에 묻히기 까지...
다는 아니지만 많은 서민들이 그러고 산다.
그들에게 뉴욕의 빌딩숲과 LA의 호화로운 모습은
그저 TV를 통해서 보는 대리만족일 뿐이다.
이제야 이해가 간다.
한국이라는 조그만 나라에서 온 나에게
그곳은 날씨가 어떠냐?
비행기를 어떻게 14시간이나 타고 가나?
이런 질문들이 그저 막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사실 텍사스 벗어나기 조차 쉽지 않죠. 서부로 가려면 일단 기본적으로 8시간 이상은 운전을 해야 하는 곳이 텍사스 인지라 ㅋㅋ
텍사스에서 정말 자동차 여행하기 쉽지 않아요 ㅠㅠ
바쁘고 빠듯한 일상에서 한박자 쉬어 가는 듯한 달님의 글들을 마주 할때면 늘 가슴이 따뜻해져 옵니다.
달님 글 팬 입니다 ^^
LaStrada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마침 ChatGPT 갖고놀고 있어서 태어난 주를 한번도 떠나보지 않은 미국인의 비율, 해외 여행을 한번도 가보지 않은 미국인의 비율을 한번 물어보니까 각각 전체 미국인구의 15% (2019년 퓨 리서치 설문조사 결과), 60% 정도 (여권을 갖고있는 미국인의 비율이 40% 정도임에서 유추) 라고 답하네요. 인구 절반 이상이 해외여행을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니 뭔가 상상이 안가네요....
ㅎㅎ 여긴 마모니까요
처음엔 제목만 보고 제가 쓴 글이 올라온 줄 알았어요. 지금 찾아보니 '첫 해외여행, 영국 ( https://www.milemoa.com/bbs/board/8341167 )'이라고 썼네요. 그 경험이 지금도 생생했던 만큼 지니와 시공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첫 해외여행을 흥분을 많이 이해하게 됩니다.
저도 오하이오 와서 미국은 커녕 오아이오 주 자체를 벗어나본 적도 없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고 놀랐습니다. 생활이 그렇게 각박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인데다, 나라가 커서 가보고 싶은 곳도 많을 텐데 싶어서요. 그런데 저를 돌아보니 이해할 만도 했어요. 서울에서 나고 자라서 직장생활까지 했지만 '남산타워' 한번 올라가 본적도, '63빌딩'에 가 본 적도 없었더라고요. 심지어 서울에서 조차 가보지 않은 동네가 차고 넘치니까, 같은 마을, 같은 나라 안이라도 의도하지 않으면 그냥 가지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잘 사는 나라 미국 사람들이 좀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굳이 가려는 마음도 생기지 않고, 가려 하지 않고도 만족하고 사는 것도 좋다 싶어요. '월드'인 미국 사는 자신 자부일 수도 있겠죠.^^ 오늘도 잘 봤습니다.
미국에서 성장하지 않은 저는 미국생활 10년차에 지금의 비즈니스를 하게됐습니다. 10년 미국생활이라 미국에 대해 나름 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고객들을 만나보면서, 내가 얼마나 미국에 대해, 또 서민들의 삶에 대해 무지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 3년 정도는 정말 미국 첨 온 사람처럼 느껴졌으니까요.
저도 이 글을 보니 뭔지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이 드네요. 아직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같은 감정을 느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도 얘기하다보면 태어난주를 한번도 떠나보지못한 분들을 가끔
만납니다.
그럴때마다 두고온 가족들 생각에 먼 나라에서의 삶이 힘들다가도 마모덕에 누리는 호사를 생각하면 더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마음도 듭니다.
소소한 일상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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