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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금요스페셜]
내 인생은 시트콤 (13): 선량한 쓸개가 운명하셨습니다

bn | 2022.08.05 10:44:47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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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오래 안 쓴 것 같아서 생각나는데로 에피소드 두개 적어봅니다. 다들 건강이 최고입니다.

 

에피소드 1: 선량한 쓸개가 운명하셨습니다...


한줄지식: 쓸개 Gallbladder는 간에서 나오는 담즙을 저장해 두는 곳 약 2cm정도의 매우 작은 장기입니다. 많은 분들이 여기에 혹이 커지거나 (양성종양일 수도 있지만 암일 수도 있지요) 담석이 생겨서 고생을 하시기도 하는데 문제가 생기면 너무 작기 때문에 혹을 제거하거나 하지 않고 쓸개 전체를 lacroscope (복강경) 이라는 기구를 사용해서 전체를 들어냅니다. 단지 담즘을 모아뒀다가 한번에 배출하는 역할만 하기 때문에 전체를 절개해도 보통의 경우 크게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장이 좀 부담스러워 지는 정도가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발단

 

 

피투님은 예전에 미국 오시기 전부터 쓸개(담낭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에 자그만한 혹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다

 

미국에서도 트랙킹을 해보자 하여 PCP와 상담후 6개월에 한번씩 초음파를 해서 모니터링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초음파를 할 때마다 혹이 조금씩 커진다는 겁니다. 0.6cm였던 사이즈가 0.1cm단위로 커지더니 작년 말에는 어느새 절단 수술을 권고하는 사이즈 (1.0cm)정도로 커졌다고 합니다. 

 

Surgeon referral

 

음 저희 집이 미국 병원에 크게 데인적이 있죠? 이곳 저곳 수소문을 해봅니다. 다행히 한국으로 가야할 정도는 아닌 미국의사가 사고칠 정도도 전혀 아닌 간단한 수술이라고 합니다.

 

PCP가 같은 지점에 있는 서젼을 리퍼해 줍니다. 선생님 이름으로 구글 검색을 합니다. 옐프 리뷰가 있네요. ㅋ bedside manner가 꽝이랍니다. 리뷰 내용이 선생님이 좀 통통하신 여자분한테 you are such a big woman 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오우야 입니다.

 

제끼고 저희가 다른 지점의 의사를 여럿 찾아봅니다. 다른 동네 의사 지인의 조언을 받아 minimally invasive surgery fellowship도 하고 나이가 서젼 전성기인 의사 선생님을 찾습니다. 리뷰도 좋습니다. 

 

조금 대기가 있긴 했지만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찬찬히 설명해주시고 수술 권고 리밋 살짝 이하긴 하지만 처가쪽의 medical history도 안 좋은 방면으로 화려하고 하니 본인도 절단 수술을 권고 한다고 합니다. 

 

마침 장모님도 오셔서 애기 봐주는 것도 도와줄 수 있고 bn네 회사도 연말엔 다들 데이케어 방학이라 애들 보러 아무도 일을 하지 않으니 올해 중에 수술날짜를 잡기로 합니다. 

 

수술 전날 퇴근 시간

 

보이스메일: 안녕 피투야. 우리가 예전에 너네 보험사에 수술 pre authorization을 요청했는데 아직도 연락이 안왔네. 내일까지 연락이 안오면 안타깝게도 수술을 미뤄야 할 것 같아. 

 

야 벌써 금식 시작했는데 뭐라는 거냐

 

보험사에 전화를 합니다. 보험사의 저희 회사 담당 직원이 받습니다.

 

어어어어 왜 이게 이렇게 됬지 일단 내 쪽으로는 그 pre-auth가 안보이는데 음 일단 그거 처리하는 부서로 돌려줄께 근데 걔들 이미 영업시간은 지났을 지도 모르겠어.

 

띠리리리리리리리리 띠리리리리리리리리리 띠리ㅣ리리리리리리리리리

 

저희 회사 직원들보다 일찍 퇴근 하는게 아니라 다른 타임존이라서 벌써 퇴근한듯 합니다. 

 

수술 당일 아침

 

아침부터 보험사에 전화를 합니다. 

 

어어어어어 어라 시스템에 왜 없지 왜 없지. 음. 아 혹시. 여기 시스템을 볼까. 엥 왜 out of network 청구서를 써서 신청한거지. 음 이게 왜 expedited processing으로 접수가 안된 건지 모르겠어. 너무 미안해 오늘 수술인데 이러면 안되는데... 일단 내가 저쪽 담당팀에 expedite을 해달라고 "이메일"을 쓸게. 읭? 전화 연결해서 설명하면 안돼? 응 걔들은 우리가 직접 말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헐... 오케이 보냈으니까 아마 그래도 몇시간 안에는 답이 올꺼야 혹시 두시간 지나도 답이 안 오면 나한테 연락 줘. 

 

기다리는 도중에 둘째 고양놈 병원에서 전화가 옵니다. 하필 고양이가 급체해서 거진 1-2일 토하고 아무것도 안먹고 있었거든요 맨날 밥이 없어서 못 먹는 냥놈이었는데 말입니다.

 

안녕 BN 어제 찍은 xray reading이 나왔는데 뭘 잘못 먹어서 그런것 같다는 소견이 왔어. 아무래도 초음파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오늘은 우리 병원 다른 지점 (한시간 거리)에 올 수 있니? 엥 우리 와이프 오늘 수술 할 수도 있어서 거기까지는 못가. 그럼 너네 동네에 Vet ER에 가서 받아야 할 것 같아. 아이고 골치야 그건 또 어디야 (다행히 피투 수술 병원 근처입니다) 스펜딩 카드 열어야 하나 하아...

 

띠리리링 병원 앱에서 보험사에서 문서를 받았습니다. "네 이 수술은 pre-auth가 필요 없는 수술입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병원에 이건 뭐냐고 했더니 그게 우리가 원하는 답이었답니다. pre-auth가 필요하면 pre-auth를 받는거고 아니면 필요없다는 답이 와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막판에 가서야 수술이 확정 되었습니다. 

 

병원으로

 

피투님도 챙기고 호주머니 털이범 둘째 고양이도 케이지에 태워서 병원으로 출발합니다. 

 

피투님을 먼저 드롭오프 해드리고 고양이도 병원에 떨궈 둡니다. 고양이 병원은 응급실이라 FIFO니까 주차장에서 하염없이 대기합니다. 고양이가 들어가고 선생님이 봐줄때까지 기다렸다가 초음파오더가 떨어지자 그제서야 피투님 수술 대기실로 갑니다. 커피라도 마시면서 기다려야지 했는데 아이고 정신이 없네요. 마스크는 항상 쓰고 있어야 하는데 커피를 어떻게 마십니까. 보온병은 그냥 짐이 되었습니다. 

 

수술 끝나면 선생님이 연락 준다고 했는데 어라 수술 끝나고 회복실로 나왔다는데도 연락이 없습니다. 설마 머선일이...

 

아니에요 그냥 병원이 제 전화번호를 잘못 받아 적어서 선생님이 전화를 못 했답니다. 마취에서 깨는 피투한테 속사포로 상황을 설명하고 앱에 자세한 수술 기록을 올려 뒀데요. 

 

그와중에 호주머니 털이범 병원에서 연락이 옵니다. 초음파에서는 깨끗하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답니다! 그냥 애가 배탈 나서 밥을 안 먹었을 뿐이랍니다!! 고양놈은 마취에서 일어나서 병원 직원들한테 온갖 애교를 다 부리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24시간 하니까 천천히 피투 수술 마무리하고 데리러 오래요.

 

수술 후: 얘들은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미국에서 쓸개 절단 수술은 입원조차 시켜주지 않습니다. 미국 병원은 병원내 감염에 대해서는 참 철저하더군요 (아니면 보험사가 돈 아끼려고 입원 안하고 outpatient surgery로 만 허가를 해줘서 그런 걸지도). 

 

회복실에서 마취를 깨고 회복하는데 진통제를 달라고 하자 이부프로펜은 빈속에 먹으면 안된답니다. 

 

읭 지금 뭘 먹어도 돼?

 

ㅇㅇ 그럼. 내가 빵을 가져다가 줄께

 

잉글리시 머핀에다가 성의없이 피넛버터를 바른 걸 가져옵니다. 피투는 순식간에 식욕을 잃었습니다. Bn이 드립을 칩니다. 여기 보온병에 커피라도 먹을래? 환자 앞에 두고 장난하냐? 

 

그와중에 간호사가 커피라는 단어를 알아듣고 "응? 커피 한잔 내려 줄까" 마! 좀! 됬다고... 

 

갑자기 집에 가고 싶어진 피투님은 몸을 추스리고 처방전을 받아서 (응 하나는 이부프로펜이고 다른 하나는 opioid야 후자는 어지간하면 안 먹는 걸 추천해... 아니 항생제는 그렇게 까다롭게 하면서 왜 마약성 진통제는 남발하는 건지 이해 불가능요) 고양이 병원에서 고양이도 픽업해서 집으로 갑니다. 

 

아 그와중에 피투님이 호주머니 털이범 소식을 듣고는 뒷목을...

 

선량한 쓸개가 운명하셨습니다

 

피투님은 순조롭게 회복하셨습니다. 큰 부작용도 없고 당분간은 기름진 음식을 피해야 하지만 전반적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의 량이 줄은 것 같다고 합니다. 개복 수술은 아니지만 복강경 들어간 자리를 꼬매 놨으니 당분간 무거운 물건 (둘째 고양놈 무게가 딱 커트라인 이상이네요) 들지말라는 정도 외에 추가로 조심할 건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1주일 후 경과를 보고 쓸개의 조직검사 결과를 보러 서젼을 보러갔습니다. 

 

서젼이 피투가 수술 부위를 확인하더니 뭔가 수상하게 주뼛주뼛 조직검사 결과지를 피투에게 줍니다.

 

피투가 수상한 촉을 받았습니다.

 

종이를 읽습니다! 뭔가 복잡하긴 한데 1.0cm 정도의 큰 혹이 아니라 0.3cm와 0.4cm 크기의 양성 (암이 아닌) 종양이 발견 되었다고 합니다!! 쓸개에 염증이 있긴 했는데 암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어... 아무래도 이게 너무 작고 하다보니까 초음파가 작은 혹 두개를 하나로 합쳐서 재버린 것 같아. 염증도 있고 패밀리 히스토리도 있고 하니까 미리 선제적으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았을꺼야!!!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주고 나가렴!

 

p.s., 마침 저희가 수술받던 시기 토론토에 있던 제 동생은 복통으로 2-3일간 아무것도 못먹다가 응급실 갔더니 담석이 발견되서 응급수술로 쓸개를 뗐다고 합니다. 막나가는 캐나다 병원에서도 응급으로 수술해주는 거 보면 상황이 안 좋으면 심각해 질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분위기 환기를 위한) 에피소드 2: 젊은 약사총각이 당황한 이유는 무엇인가

 

피투님이 모종의 이유로 산부인과에서 약을 처방을 받았습니다.

 

조금 몸에 무리가 가는 전문 약제를 처방해 줄 수도 있는데 단순한 호르몬 문제는 피임약 xyz으로 하기도 해. 일단 피임약을 먼저 먹어보도록 하자. 약국으로 처방전 보내줄께!

 

원래 약국 약 픽업 담당은 bn입니다. bn이 약국으로 처들어 갑니다. 

 

Pick up? For P2? Birthday is xx/yy/zzzz. 

 

오케이 준비되어있네 잠시만 기다려. 

 

건장한 젊은 약사총각이 약을 가져오다가 약 목록을 보더니 뭔가 흐끅 하고 놀랍니다. bn한번 쳐다보고 고개를 갸우둥 하더니 컴퓨터로 가서 이것저것 두들겨 봅니다. 그러더니 다른 약사한테 가서 말을 겁니다. 그래도 표정을 풀리지 않습니다. 

 

저... 저기 이거 혹시 너가 먹는 약이 맞아? 

 

우리 와이프 껀데...? 

 

약사가 갑자기 유레카를 외치는 표정을 짓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래도 여성분들이 드시는 birth control pill을 남자가 받으러 와서 놀랐나 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러더니 주뼛주뼛 설명을 합니다. 음음... 저기 음 이건 너도 알다시피 음 임신을 막아주는 약인데 이걸 먹은다음 최소한 며칠은 지나야지 임신을 막아줄 수 있고 음... 그전에 하면 임신이 될지도...

 

(속으로만 ㅋㅋㅋㅋㅋㅋㅋ) 아 우리 와이프는 호르몬 문제 때문에 먹는거야 

 

아! 아! 그렇구나. 오케이 여기 있어 하루에 한번 제 시간에 맞춰서 먹고 늦어지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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