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글

MileMoa

검색
×

마일모아 게시판   [여행기]
샌디에고 출발 5박 디즈니 크루즈 후기

동쪽기러기 | 2023.04.04 22:11:21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2023년 3월말 spring break에 San Diego출발, Los Cabos와 Enseneda를 들르고 다시 San Diego로 돌아오는 Disney Wonder를 타고 돌아 왔습니다. 살짝 찾아보니 Carribean쪽 후기는 많은것 같은데 서부쪽 후기는 잘 없는것 같아서, 저희처럼 Northwest에서 먼 길 떠나기에 심적으로 부담이 되는 분들을 위해 후기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계획 및 선실

 시작은 2022년 11월 중순이었습니다. 2022년 spring break 때에는 코로나바이러스 걱정도 되고 해서 멀리 안가고 집근처 스키장만 몇 번 가고 해서 당시 5살 난 아이가 집에서 무척 심심해 했었습니다. 해서 다음 봄방학에는 어딜갈까 아내랑 얘기하다가,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Disney Cruise를 찾아봤는데요, 딱 봄방학 스케쥴에 맞는 노선이 San Diego에 있더라고요. 당시 가격을 보아하니 Outside선실과 큰 가격차이가 안나는 정도로 VGT라는 클래스가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선실인가 알아보니, 예약 변경/취소가 매우 어렵고 선실 지정도 안되지만 베란다(V)는 guarantee (GT) 해주는 클래스였습니다. 선실 지정이 되는 일반 베란다 방과는 총금액에서 거의 천불 가까지 차이가 났고요. 그래서 여러 고민 끝에 Dreams Unlimited라는 여행사를 통해 VGT방으로 예약을 했습니다. (Dreams Unlimited의 경우 저희가 예약을 할 때에는 $150의 on-board credit을 줬고요, 나중에 여행을 3주 정도 남겼을때 소소한 선물 바구니 하나를 보내줬습니다.) 여행이 끝난 지금와서 보니 내년 (2024년) 3월말 spring break시즌에 San Diego 출발하는 4박 크루즈 가격이 저희가 예약한 VGT방 가격이랑 큰 차이가 없네요. 방 종류도 저희가 결국 지정된 Navigator's Veranda 가격기준이고, 일반 베란다 방은 더 비싼 것으로 보아, VGT로 잘 예약을 한 것 같습니다. 저희가 예약을 하고 한 3주 정도 후에 다시 찾아보니 더이상 VGT를 판매하지 않고 있더라고요.

 선실 배정은 출항을 대략 열흘 정도 남겼을 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배정된 방은 7A로 분류되는 Navigator's Veranda라고, Veranda 방 중에서는 가장 저렴한 선실입니다. 운이 좋으면 더 좋은 방 배정도 된다고 하는데요, 저희는 그렇게까지 운이 좋지는 않았나봅니다. 저희가 배정된 5층의 Navigator's Veranda는 발코니가 외부랑 통해는 있지만, 아랫부분이 불투명한 재질로 막혀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앉아 있으면 바다가 잘 보이지 않는 구조였습니다. (아래 그림에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여행이 끝나고 나서 보니, 날씨도 조금 쌀쌀한 편이었고 배에서 계속 돌아다니다 보니 정작 방에서는 한 일이 거의 없어서 크게 아쉽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이것은 전적으로 머리털 나고 크루즈를 처음 타본 사람이 "내가 못먹어 본 저 포도는 신 포도일꺼야"라고 하는 말입니다.) 

nav.png

 

 

 

출항 전날 숙소

 비행편은 출항 하루 전 밤 10시반에 공항에 도착하게 델타로 예매하고, 숙소는 Westin San Diego Bayview라는 곳으로 잡았습니다. 숙소를 이곳에 잡은 이유는, Marriott숙박권으로 해결이 되면서 항구에서 멀지 않고 공항 셔틀이 있어서였습니다. 셔틀이 밤 11시까지 된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비행기가 10시 직전에 touch down 해서 안심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게이트에 다른 비행기가 방을 안빼서 활주로에 40분을 서있다가 터미널에 들어가게 되었고, 짐 찾고 나니 11시 10분이더라고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텔에 셔틀 문의를 하니까 아직 셔틀 있으니까 어디로 가서 타면 된다고 안내해주더라고요. 셔틀에 가서 보니 델타 항공 파일럿분들이 이 호텔에서 머무나 본지, 파일럿분들 10분 사이에 저희 가족 셋 껴서 왔습니다. 저희 비행기 기장님들과 저희가 결국 운명공동체였던거라서 비행기가 활주로에 서있을때 초조해 할 필요가 없던거였죠. 다음날 승선 시간은 최대한 빨리 잡아서 11시 15분 예정이었는데요, 그 시간에 맞춰서 호텔을 나섰습니다. 호텔 엘레베이터를 타니 떡하니 배가 보이는게 여행을 더 기대하게 만들더라고요. 우버를 부를까 하다가 구글맵에 10분이라고 하길래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6살 아이를 데리고 큰가방 2개, carry on 가방 한개, 나중에 쓸 등받이 없는 booster seat 한개, 그리고 거기에 제 카메라 가방과 아내 핸드백 들고 갔는데요, 큰 어려움 없이 갈 수 있었습니다.

hotel.png

 

 

 

식사

 저희는 평소에 아이를 8시에 재우는데요, 예약을 늦게 하다 보니 저녁2부제 중에 8시15분에 하는 자리밖에 없었습니다. 여행가면 아이를 일찍 안재우긴 했어도 식사를 8시15분에 한다고 해서 걱정했는데요, 지나놓고 보니 이게 저희한테는 더 좋았습니다. 우선 낮에 군것질을 워낙 많이 하게 되다보니 식사를 일찍하면 되레 입맛이 없었지 않았을까 하는게 한 이유고요. 또 다른 이유로는, 먼저 식사하시는 분들은 식사후 저녁 공연을 보게 되고, 저희처럼 나중에 식사하는 사람들은 저녁 공연을 보고 식사를 하게 되는데요, 이미 공연을 보고 난 후니까 부담없이 술 한 잔 시켜먹게 되더라고요. 첫번째 타임에 식사를 해야 하면 아무래도 저녁식사 후에 또 중요한 일정이 남는 것이라서 마음이 조금 덜 편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봅니다.

 다만 음식은 좀 아쉬웠습니다. 특히 아이들을 위주로 한 크루즈인데, kid's menu 음식이 참 맛이 없더라고요. Mac & cheese나 파스타들이 아기들도 잘 먹을 수 있게 만들려고 한거인지, 아주 아주 푹 익혀서 나오더라고요. 대신 저녁 식당의 어른 메뉴는 저희는 큰 불만은 없었습니다. 한 접시당 양이 좀 적긴 한데요, 하루 종일 군것질 하다가 저녁 먹는거라 그것도 나름 나쁘지 않고요. 그리고 메뉴는 한 사람이 여러개를 시켜도 된다고 해서, 나중에는 저 혼자 애피타이저 3개에 메인 2개 이렇게 시키기도 했습니다. 애피타이저는 정말 한 입 먹을 정도로 나오는데요, 그렇게 적게 나오니까 오히려 여러 음식을 부담없이 먹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배에는 돈을 별도로 지불해야 갈 수 있는 Palo라는 식당이 있었는데요, 저희는 넷째날 brunch를 하러 갔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다른 식당보다는 확실히 음식이 괜찮았습니다. 돈을 별도로 지불하는 것이라서 음식을 정해진 한도 내에서만 시켜야 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 하나씩만) 저희 담당 서버분이 음식 추천을 해 주면서 저희가 안시킨거까지 이거 맛있다고 꼭 먹어보라고 조금씩 더 가져다 줬습니다. 물어보니 여기도 먹고 싶은만큼 마음대로 시키라고 하더라고요. 인당 45불이었는데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식당은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하는데요, 온라인 예약으로는 제한된 수량만 풀어놓는다고 하더라고요. 저희는 brunch를 하고 싶었는데 승선 전 온라인 예약에서는 저녁시간만 예약이 비어있었습니다. 어디서 들은게 있어서 승선하자 마자 바꾸러 가니까 아무런 문제없이 쉽게 바꿀 수 있었습니다.

 부페 식당은...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특히 조식 부페에 펜케이크나 미키와플은 그냥 Holiday Inn에 있는 수준 정도였습니다. 따뜻하지도 않고, 좀 덜익은 듯한 그런 맛이요. 조식은 대신 Triton's에 있는데에 가서 주문해 먹는게 저희 가족 입맛에는 더 맞았습니다. 저희 아이는 조식 부페에서 가면 음식을 얼마 고르지도 않고 그나마 남기더니, Triton's에 있는 pancake PB&J typhoon이라고, 펜케이크에 PB&J를 소용돌이로 범벅한 거는 다 먹더라고요.

 

 

맥주

 저는 맥주, 그 중에서도 ale을 좋아하는데요.... ale 종류가 참 없습니다. 거의 대부분 식당이 맥주가 있어도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라거류로만 있고요. 어른들만 갈 수 있는 맥주집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밤 10시쯤 갔는데도 메뉴에는 있지만 재고가 없는 맥주가 태반이었습니다. 처음 고른 맥주가 없다고 하길래 그럼 Duvel (ABV 8.5도)을 달라고 했는데, 조금 있다 와서 Duvel은 없고 이것도 그거랑 비슷한거라면서 다짜고짜 병을 따고 놓고 가더라고요. 마셔보니 많이 다른거 같아서 확인해 보니까 ABV가 4.4도였던거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이거는 내가 찾던거랑 너무 다른데요"하니까 추가로 청구하지는 않고 제가 고른 또 다른 맥주를 가져다 줍니다. 졸지에 맥주 한 잔 값으로 맥주가 두 잔 생겨서 신나하고 있는데, 조금 있다가 4.4도 짜리 맥주를 또 묻지도 않고 가져가길래 시무룩해졌습니다. 배에서 모든 직원분들이 친절하게 대해주셨는데 딱 한 번 이날 밤에만 조금 섭섭했습니다.

 

 

수영장

아이가 수영장을 기대를 많이 했던 만큼 저희 걱정도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저희가 떠나던 날 San Diego 최고 기온이 16도로 좀 쌀쌀했기 때문이었거든요. 하지만 다행히도 물을 다 따뜻하게 해 두어서 물 안에만 들어가 있으면 괜찮았습니다. (대신 미끄럼틀 타려고 기다릴때에는 뱃바람까지 겹쳐서 오들오들 떨게 되더라고요. 몇 번 그렇게 떨어 본 후에는, 미끄럼틀 타기 전에 수건으로 물 다 닦고 올라갔습니다.) 특히 Los Cabos에서 Enseneda로 전속력으로 달릴 때에는 파도에 따라서 수영장이 파도풀로 변하는 기적이 일어나는데요 (peak-to-peak으로 60cm정도 차이 나는것 같더라고요) 애들이 엄청 신나합니다.

 

 

Oceaneer's Club

 저희 6살짜리 아이는 아는 친구 없이 혼자 가서 그런지 심심해 하더라고요. 두세번 가보고 나서는 더 가고 싶지 않다고 해서 조금 당황스러웠는데요, 다행히도 수영장 + 기타 프로그램 + 군것질로 시간이 휙휙 가다보니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디즈니 크루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날아가버리니 아빠가 술을 적게 먹게 되어서 건강과 가계재정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Bibbidi Bobbidi Boutique

https://disneycruise.disney.go.com/onboard-activities/bibbidi-bobbidi-boutique/

 이것도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예약을 했는데요, 결론적으로 애가 아주 좋아해서 저희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또한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 하는데요, 탑승전까지 계속 예약이 열려 있더니, 곧 공주 옷 입고 돌아다니는 애들이 배에 보여서 그런지 승선 후 곧 예약이 다 차는것 같더라고요. 애를 공주로 만들어주는 패키지(castle package라고 되어 있네요)가 200불이나 하길래 애한테 너무 많은 돈을 쓰는게 아닌가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요, 물건도 이거 저거 챙겨주지만 experience 자체에도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이었습니다.

 저희 아이가 고른 Cinderella기준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줬습니다.

- 공주 hair + makeup: 그냥 조용히 화장만 해 주는게 아니라, 이걸 해 주시는 분이 본인을 fairy godmother라고 하시면서 몰입을 해서 해 주세요. 아이는 the newest princess on Disney Wonder이고 졸지에 저희는 royal family로 격상되는데요, 머리에 분무기 물을 뿌리면서도 이건 Ariel과 Moana가 좋아한 ocean water이다, 머리에 젤을 바르면서 이건 Jellyfish Gel이지만 진짜 jellyfish로 만든건 아니다 공주가 fish 냄새나선 안되잖아 이러고, 머리에 미키마우스 핀을 꽂아주면서 이거를 거꾸로 하면 Cinderella의 호박마차 모양이다 등등 얘기를 쉬지않고 재미있게 잘 해 주시더라고요. United Kingdom출신이시라면서 영국억양으로 말씀하시니까 더 실감나기도 했고요. 헤어스타일은 시작 전에 고를 수 있는데요, 고르는 종류에 따라 주는 accesory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저희 아이는 일명 똥머리 스타일을 골랐습니다.

- Cinderella 드레스: 디즈니샵 기준으로 50불에 판매중이네요 ( https://www.shopdisney.com/cinderella-costume-for-kids-2841041619046M.html?isProductSearch=0&plpPosition=6&searchType=redirect ). 저희 아이가 평균보다는 키가 살짝 큰 편이라서 6살이지만 보통 7/8세 옷을 입히는데요, 옷들이 품이 좀 넓게 나오는 것 같아서 6세 옷으로 골랐습니다. 재질은 합성섬유 재질인가본지, 안에 셔츠 없이 그냥 입었더니 나중에는 아이가 많이 간지러워 하더라고요.

- Cinderella wand: 똑같은 물건이 디즈니샵에는 안보이는데요, 비슷한 물건은 15불에 파네요. 버튼을 누르면 불이 반짝반짝하고 소리가 나는 은색 장난감입니다. Fairy godmother분께서 또 여기서 연기를 해주시는데요, 자기는 마법이 없다면서 이걸 아무리 눌러도 안켜진다고 보여주더니만, 아이한테 넘겨주기 전에 슬쩍 배터리 접촉면을 막고 있는 플라스틱 조각을 밑장빼기 하시더라고요. 그러더니 아이가 눌렀을 때 소리가 나니까 그거 보라고 놀라는 연기를 해주더라고요. (아래는 "마법이 있는 공주인 너가 여기를 눌러봐라"라고 연기 중인 사진입니다)

wand.png

- Cinderella tiara: 같은 물건을 17불에 팔고 있습니다 ( https://www.shopdisney.com/cinderella-tiara-for-kids-428422437462.html?isProductSearch=0&plpPosition=13&guestFacing=Franchises )

- 똥머리 tiara: 이걸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네요... 같은 물건을 디즈니샵에서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tiara.png

- Mickey 헤어핀: 역시 같은 것은 못찾았습니다.

hairpin.png

가방: 똑같은 가방은 디즈니샵에도 못찾았고, 크루즈 기념품 가게에도 없었습니다. 다만 크루즈 기념품 가게에는 비슷한 가방인데 색은 하늘색에 반짝이가 더 많이 붙어 있는 가방을 100불에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크기는 작은 편이라서 학교에 책 넣고 다니기에는 무리인 크기입니다.

bag.png

어깨띠: Bibbidi Bobbidi Boutique라고 크게 써있고, 옆에 조그맣게 Best Day Ever라고 쓰여있는 분홍 어깨띠입니다. 당일에도 하루종일 차고 다니더니만, 크루즈 내리고 식당에 점심 먹으러 가는데 신데렐라 옷 말고 그냥 옷 입고 가게 하니까 어깨띠는 챙겨가더라고요.

기타: Mickey 금속제 목걸이/반지 세트 (같은 물건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꽤 단순한 디자인이긴 합니다.), 반짝이 섞인 nail polish 쓰고 남은거, 눈/볼 색조화장 쓰고 남은거, 샴푸 작은거 (머리 젤 뿌린거 씻으라고 챙겨줬습니다)

 

 

Los Cabos

 저희가 예약이 좀 늦었어서 그런지 Disney를 통해 하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sold out이었습니다. 현지에서 따로 알아볼 엄두는 안나고, 그나마 남은것 중에 6살 아이랑 같이 할 수 있는 고래 구경을 하기로 했습니다. 프로그램 설명을 보니 4월15일까지만 한다는게 거의 끝물이라는 얘기인거 같아서 기대를 많이 안하고 갔습니다. (나중에 가이드 분 설명을 들어보니, 그 일대 바다가 따뜻하고 염도가 높아 아기고래가 수영하기 좋아서 고래들이 아기를 낳으러 내려오지만, 먹이가 부족해서 봄이 되면 북상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당일날 까지 sold out이 안된 몇 안되는 프로그램이라서 기대감이 더더욱 낮아졌습니다.

https://disneycruise.disney.go.com/port-adventures/cabo-san-lucas-mexico-whale-photo-adventure-seasonal/

그래서 "고래를 보기만 해도 성공이고, 고리 꼬리가 수면 위로 뾰족하게 나온 걸 보면 대성공"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왠걸요.

whale.png

 개인적으로 죽기 전에 꼭 보고 싶었던 것 하나를 보고 왔습니다. 저희가 배 타고 있던 두 시간 동안 고래가 물 밖으로 점프하는거(breaching이라고 하더라고요)가 두 번 있었는데요, 한 번은 가이드 분 설명하는걸 열심히 눈마주치면서 듣고 있다가 제 등쪽에서 뛰어서 못봤습니다. 저는 150-500mm 망원렌즈를 들고 계속 바다를 훑느라 잘 못봤는데, 아내는 고래의 하얀 뱃살도 봤다고 하네요. 가이드 분 말이 자기가 하루에 세 번 투어 나가는데, 편차가 심하긴 하지만 평균적으로 이틀에 한 번 정도 breaching을 본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중간에는 배 엔진도 한 번 정지했는데요, 그러더니 지금 고래가 노래 부르고 있다고 얘기해 주더라고요. 정말 배에 앉아 있는데도 TV에서 듣던 고래 노래 소리가 맨귀로 들립니다. 그리고 곧 수중에 마이크를 내려서 큰 소리로 들려주는데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혹시나 사진촬영에 도움이 되실까 말씀드리면) 이번 한 번 짧은 경험에서 말씀드린다면, 생각보다 고무보트에서 super telephoto lens로 찍어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위 사진은 실수로 exposure가 +2.0으로 돌아가 있는것도 모르고 찍은것을 crop한것인데요 (오른쪽에는 앞에 앉아있던 아내의 모자가 반을 가렸습니다) 고무보트에서 150mm, 1/1000초 셔터, f/5.0으로 되어 있는 상태에서 ISO1250이 나옵니다. 다만 zoom을 300mm이상 당기려하면 아무리 고무보트가 가만히 서있으려해도 파도의 출렁임 때문에 위치를 잡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continuous auto focus로 하고 고래를 기다리다 보면은, 잠깐 나왔다 사라지는 고래에 초점이 맞을때보다 그보다 훨씬 더 앞에서 출렁이는 파도 부분에 초점이 맞춰질때가 많았습니다. 결국 나중에는 화면 중앙에 초점을 맞추고 연사모드로 바꾼다음에, 오른쪽 눈은 카메라viewfinder, 왼쪽 눈은 바다를 보면서 바다를 계속 훑고 있다가 고래가 살짝이라도 보이기 시작하면 연사로 찍었습니다.

 

 

Enseneda

 오마이크루즈님(OMC)이 써 주신 글을 보고 Enseneda에는 내리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https://www.milemoa.com/bbs/index.php?search_target=title_content&search_keyword=%ED%81%AC%EB%A3%A8%EC%A6%88&document_srl=5143395&mid=board

 안내리기로 한 결정에는 Los Cabos에서 tender라고 불리는 소형 선박을 이용해서 승선/하선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었던 것도 한 요인이었는데요, Enseneda에서는 정박 후 계단으로 바로 하선이 가능하다는 것을 도착 전날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마침 지나가다 마주친 저희 방 담당 선원분께 혹시나 가까운 해변같은게 있냐고 여쭤봤는데요, 배가 항구에 정박하는 것이기 때문에 걸어갈만한 거리에는 해변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도착해보니 과장 좀 보태서 부산항에서 해수욕 할 수 있냐고 물어보는 것이랑 비슷한 격이더라고요.

 대신 덕분에 상대적으로 한적해진 배 위에서 가족들과 재밌게 잘 놀았습니다.

 

 

기다리기

 디즈니월드를 가 본적이 없어서 캐릭터들을 만나는게 어떤 건지 잘 몰랐는데요, 상당히 인기가 있더라고요. 1시에 시작한다고 해서 1시에 가면, 크루즈 후반부에는 30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줄이 길더라고요. 근데 또 의외로 15분 일찍 가면 시작후 15분 이내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결국 30분 기다려야 하니 조삼모사 같기도 하지만, 앞에 사람이 적은 상태에서 금방 내 차례라는 생각으로 기다리는 것과, 앞에 사람 수십명 있는 상태에서 애한테 언제 자기 차례 되냐고 3분마다 대답하면서 기다리는거는 다르더라고요. 그리고 프로그램 상으로는 10분만 만난다고 써있어도, 거의 항상 30분을 할애해 주었습니다. 다만 늦게 가면 더 이상 줄에 서지 못하게 막더라고요. 예외는 같은 자리에서 바로 다른 캐릭터가 올 때였는데요, 저희는 그래서 일부러 앞 캐릭터가 아직 가기 전에 줄에 서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오전 8시 반에 Belle이 온다고 해서 8시 15분에 줄을 미리 서고, 8시 45분 경에 사진을 찍은 후에 바로 다시 같은 줄 제일 뒤에 줄을 섰습니다. 왜냐하면 9시에 Ariel이 오기로 되어 있었거든요. 그래서 9시15분 경에 Ariel과 사진 찍고 9시 반까지 하는 Triton's에 pancake PB&J typhoon 또 먹으러 갔습니다.

 그 외에 또 오래 기다렸던 것으로는 저녁 공연이 있습니다. 처음 저녁 공연하던 둘째날 저녁에, 공연 시작 15분 전에 도착하니 극장의 반 이상이 이미 차 있더라고요. 넷째날에는 Frozen 뮤지컬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는데요, 이 공연만 유일하게 오후 1시에 한 번을 더 하고, 저녁에는 평소대로 공연을 두 번 더하는 스케쥴이었습니다. 둘째날 자리가 아쉬웠기도 했고 극장문이 공연시작 30분 전에 연다고 하길래, 저녁 공연 50분 전에 제가 먼저 가서 섰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줄이 짧습니다. 입구가 두 곳이 있는데, 제가 서 있는 쪽에는 제 앞에 세 명 밖에 없고, 10분이 더 지나도 열 명 정도만 더 온 것 같습니다. 저 포함해서 미리 와서 서는 줄은 많은 경우 아빠들이 서있고, 나머지 가족은 근처에서 가게나 바다를 구경 하면서 기다리더라고요. (거기서 멍하니 서있다가 우연히 배 밖을 보는데 고래 점프하는 것을 한 번 더 봤습니다.) 그러고 있다보면 문 열기 직전 쯤에는 아빠들과 나머지 가족들이 상봉하고, 공연 시작 30분 전에 입장합니다. 그러고 다시 많은 엄마/아빠들이 애들 사 줄 팝콘(+엄마/아빠 마실 맥주) 사러 매점 앞으로 모입니다.

 결론적으로 여기저기 기다려야 하는 때가 많기는 하지만 남들보다 15분 정도만 먼저 움직여도 꽤 결과가 좋았습니다.

 

 

선내 사진 촬영

 저희는 사진 패키지가 도대체 왜 필요한지 이해를 못해서 고려도 안했는데요, 생각보다 배에서 사진을 찍어 주는 곳이 많더라고요. 캐릭터랑 사진 찍는거 외에도, 배 여기저기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게 종종 부스를 펼쳐두고 소품과 배경을 설치해 놓더라고요. 그렇다고 개인이 사진을 찍는걸 못하게 하지않습니다. 예를 들어 캐릭터랑 사진을 찍을 때, 일차적으로는 캐릭터가 전문사진사의 카메라를 바라 보지만, 곧 저희쪽 카메라도 보고 포즈를 취해 주더라고요. 다만 조명이 어두운 편이라서 개인 카메라를 사용하시려면 어느정도 유의하실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자면 제가 f/1.4 단렌즈를 한국에 두고 오는 바람에 쓸만한 렌즈가 f/4.0 줌렌즈만 있었는데요, 셔터스피드 1/30을 해도 ISO4000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셔터스피드를 낮추다 보면, 캐릭터가 열과 성의를 다해 포즈를 조금씩 바꿔 주는 바람에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사진이 종종 흐리게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렌즈의 잘못은 아니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뒷배경에서 밝은 조명 받고 있는 월트디즈니 아저씨 사진의 눈 부분에 카메라가 초점을 맞추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나중에는 그냥 마음을 비우고 사진은 연사모드로 찍었습니다. 도저히 뒤에 서있는 수십명의 어린이들을 두고 사진을 한장씩 확인하면서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기타

- 세금 관련 문제인지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기항지에 서있는 동안에는 선내에 있는 가게들이 문을 닫습니다. 깜빡해서 선글래스를 안가져가는 바람에 기항지에서 배에서 내리기 전에 사려고 했더니 가게 문이 닫아있었습니다. 결국 기항지 관광을 하고 난 후 출항하고 나서야 그 날 저녁에 가게가 다시 열었고, 그제서야 살 수 있었습니다.

- 내리기 전날 저녁에 아내가 문득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 배에 꼬맹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여행객 정원이 3000명에 가까운 배이니까, 아이들이 천 명 내외로 있었을 것입니다) 지난 5일동안 애들이 폭발적으로 떼쓰는 것을 한 번도 못봤다고요. 아이들이 통곡하는 것을 두 번 봤는데요, 한번은 그 날 저녁 (즉 내리기 전날 마지막 밤) 식당에서 저희 아이가 어린이용 무알콜 칵테일을 쏟았을 때였고 (지나가던 Tiana가 직접 와서 위로해 줘도 어쩔 수 없더라고요), 다른 때는 다음날 하선 대기 줄에서 앞에 서있던 다른 가족 아이였습니다. 아이들한테는 행복한 5박6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 Belle이랑 사진을 찍는 분 중에, 아이 어머니가 Belle이랑 너무 기분 좋게 얘기하면서 포즈를 취하고, 열살쯤 된 아이가 사진을 찍어 주더라고요. 생각해보니 그 어머니 분이 어렸을 때 영화가 나왔겠구나 싶더라고요. 100년동안 꿈을 팔아 온 회사의 힘이 이런것이구나 싶었습니다.

 

 

 

 

 

모든 여행이 그렇듯이, 계획했던 것처럼 모든 것이 흘러가지는 않았지만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출항 할 때 뱃고동 소리로 디즈니 노래가 짧게 나온 후에 "You are officially on vacation!!"이러는데, 그 때부터 세상과 단절되어 5박6일 잘 놀다 온 것 같습니다. 고작 1학년짜리 아이가 best spring break ever라고 하니 제 기분도 좋았고요. 저희처럼 서부쪽에서 디즈니 크루즈를 고려하시고 계신 분들께 제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첨부 [7]

댓글 [21]

목록 스크랩

마일모아 게시판 [114,470] 분류

쓰기
1 / 5724
마일모아 사이트 맞춤 구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