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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40대 허접 개발자의 이직기

2n2y | 2023.05.11 07:06:50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아래 글을 보고 (저도 당시에 많은 고민을 했던게 기억이 나네요) 혹시 몇몇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부끄럽고 부족하지만 끄적끄적 글 하나 남겨봅니다. 

거두절미하고 -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면 당장 하세요. 언제가 이직하기 좋을때인지에 대한 정답은 고민이 될때라고 합니다.

 

저는 예전 직장에서는 10년 가까이 있었는데요 이직을 하고 나니 너무 잘했다 싶습니다.

10년전에 마일모아를 알게 되고 결혼도 하고 신혼 처음 2-3년간 여행다니랴 애들 낳고 키우랴 정신 없이 한 회사에만 있다가

판데믹 동안 결심을 하게 된 경우인데

자택근무를 하면서 집에서 애들이 어리니까 

아침에 첫째 초딩 걸어서 데려다 주고 

오전 시간에 둘째랑 한시간 놀고 점심 먹고 

오후에 셋째 안아서 재우다가 

다시 첫째 데려와 보면 근무 시간이 끝나있는겁니다. (응? 일은 언제?) 

저녁 먹고 제 운동을 하거나 애들 태권도나 수영 레슨도 데려다주고 

밤에는 애들이랑 책도 읽고 같이 놀다가 재우고 설거지 하고 

아빠도 좀 한숨 돌릴겸 웹서핑/게임 한시간 정도 하고 나니

 

아 12시네 오 쉣 자야겠어요. 

 

그리고 침대에 누워서 드는 생각 '지금 이럴때가 아닌데' 현타가 오는겁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 20-30년 짧지 않은 시간인데 매일매일 똑같은 일만 하다가 은퇴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둘째도 이제 킨더 갈테니 계속 집에서 일해도 좀 여유도 생길것 같고 더 이상 늦추면 평생 이대로 썩어갈꺼 같은겁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평균 연령이 좀 높은편이었는데 몇명이 “은퇴” 하는걸 보며 "나도 여기서 이대로 계속 있으면서 은퇴하고 싶은가" 라는 생각에 

하루하루 늙어가며 마음만 급해지고 "그건 아니지, 인생 이대로 마감하는건 좀 아쉽지, 옮길려면 하루라도 빨리 옮겨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구구절절 너무 길어지는것 같은데 결론으로 가자면 이직은 성공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돈도 많이 올려 받았고 (10년간 땅콩만 받아 먹었기 때문에 자랑할 정도는 아닙니다 ^^;

다만 전 회사에서는 앞으로 애 셋 부족하지 않게 잘 키울수 있을까 걱정 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다행히 앞으로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정도. )

새로운 기술 및 비지니스 도메인 등 배워야 하는 것들도 정말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부담도 되지만 그만큼 회사일에 호승심/의욕이 생기고 삶에 활기를 불어주는것도 사실입니다. 

하루아침에 20대 친구들 사이에서 눈치 없는 꼰대가 된것도 덤 ^^ 

하루하루가 다시 대학에 들어와서 신입생 친구들과 같이 노는 기분입니다. 

매주 근무 시간 도중에 새로운 게임을 하는데 재밌어요.

어제는 이 친구들한테서 wavelength 라는 게임을 배웠네요 ㅋㅋ (아재 인증인가요? ^^)

 

마지막으로 이직을 준비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자잘한 정보 몇가지:

 

1. 체력과 멘탈 관리가 최우선 인것 같습니다. 당시에 OTF (Orange Theory Fitness) 라고 그룹 트레이닝을 했었는데 평생 한번도 운동을 안하다가 일주일에 두번씩 뭔가를 해냈다, 성취감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1년 동안 하면서 체중에 190 에서 170 정도로 빠지기도 했고 뒷목/어깨 결림도 사라지고 처음에는 4마일로 조깅도 힘들었는데 나중에는 7-8마일도 부담 없이 달릴 수 있으면서 자신감이 많이 붙더라구요. 운동하면서 힘들때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휴식도 트레이닝이다” 자기 최면도 능숙해지고. 인터뷰가 잘 풀리지 않아도 그 날 오후 운동 한번 하고 나면 다시 자신감이 생기더라구요. OTF는 눈앞의 목표를 확실히 정해주고 페이스도 관리하기 쉬워서 추천드립니다.

2. 예전 회사를 떠나기 직전에 제 자리를 대신할 사람들 인터뷰도 했었는데 카메라 화질, 조명, 자신감, 말빨이 정말 중요하다는걸 느꼈습니다. 모르는걸 자신있게 모른다 하고 넘어가고 자기가 잘 아는걸 말빨로 승부할때 오히려 그 Candidate 한테 신뢰감이 생기더라구요. 어떤 사람은 카메라 앞에서 부끄러워할때도 있었고 횡설수설 하던 분들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런 사람들은 추천하기 어려웠구요, 1-2년마다 이직하신 분들도 우선 순위도가 떨어졌었습니다.

3. 제가 인터뷰어를 할때는 코딩 테스트를 딱 2가지 만 했어요. fizz buzz 와 two sum 이었는데요. 의외로 이걸 못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더라구요. 저도 two sum 처음 대했을때 DS&A 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좀 “어? 뭐지?” 했었는데 (이제 왜 제목에 "허접"이 들어가는지 아시겠지요 ^^ 굳이 변명을 해보자면 10년전에는 인터뷰 방식이 많이 달랐어요... ^^;;; ) 이 사람이 얼마나 진심으로 준비하고 있나, 확인하는 용도 였습니다. (리트코드에서 제일 처음 나오는 문제니까 설마 이 정도는 해봤겠지…) 저와 같이 일하던 팀원 인터뷰어도 DS&A 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모르는 사람에게 풀이를 얼마나 잘 설명해줄수 있나"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fizz buzz 경우에는 변수명이나 얼마나 읽기 쉬운 코드를 쓰나 보는 정도였습니다.

 

AMA :)

 

===

 

조금 자세한 개인 정보가 많은것 같아 몇군데 두리뭉실하게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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