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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7년 경력자인데, 퇴사 참고 다녀야 하겠죠?

피캇츄 | 2023.05.19 17:17:00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안녕하세요 

 

익명의 힘을 빌러 글을 써봅니다 ㅠ

 

 

 

미국 회사 다닌진 1년이 되었고,  사는 곳이 도심에서 떨어져 있어서 생각보다 일자리가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신생 부서에 일이 많이 없었는데, (Forecasting 이 너무 심하게 부풀려져서 추가 인원이 필요하다 생각되어 채용 됨. ) 

 

위와 같은 이유로, 입사하고 6개월 동안은 한 일이 전무 합니다 ㅠ 부서에서 약간 낙동강 오리알 이었구요.

 

새로 생긴 자리여서, 인수인계도 받을 일도 없었고 매니지먼트도 저에게 뭘 시켜야할지 방향성도 없더라구요. 

 

원래 하던 분야가 아니고, 해상 수입 진행에 대한 지식이 없어 좀 어버버 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한 회사에서 맡은 일 열심히 하고, 자리 지키면 올라가잖아요

 

근데 미국은 자기의 역량이 중요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회사에서 제 포지션이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게다가 백인 남성 위주의 회사라서, 위로 갈수록 백인 남성만 있고 자기들끼리 끌어줍니다 ㅠ

 

 

 

 

진짜 몸도 편하고,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는데, 누구나 대체되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고, 경력에 심하게 마이너스 같아요.

 

근 몇개월 전부터는 정 줄 일이 없는지 (요즘 마켓도 좋지 않아)  그렇게 전문적인 일을 시키질 않습니다.

 

 

 

업체들에게 템플릿을 만들어 뿌리고, 전체 요율 을 받아 업데이트를 하고 있는 등의 가격 관리를 시키며,

 

수많은 계약파일을  Collect 하여 한개의 format 안에 추가하는  Copy & Paste의  단순 노동만 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다니고 있었던건, 회사의 좋은 문화 + 만족 했던 급여 + 일이 없는 직장 + 너무 좋은 상사 에서 편안함을 느꼈던거 같네요 

 

 

 

그런데, 간호 프리렉이라도 시작 해 보겠다 하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몇개월 동안  계속 말도 안되게 많은 자료를  (하나 하나 다 적어서 Search 를 눌러야 값이 나옴) 

 

직접 값을 손으로 입력 해야 하는 프로젝트를 시켰고, 단순반복노동으로 현타가 엄청 왔습니다.

 

 

이러한 점에 답답함을 토로해도 회사에선 꼭 필요했던 가격정리라며, 중요한 일이라며 가스라이팅 하고 계속 뺑이를 시키길래

 

마치 새로온 직원에게, 아무도 못건들이던 지하 창고문을 열고, 여기 정리를 혼자 해봐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계속 받았습니다. 

 

 

 

거기에다가, 같은 부서내 타 팀을 도와주며 양 팀에서 일을 같이 해달라고 파견 처럼 보내더니

 

약속한 타팀 일 하는 날에도, 이팀 저팀 일을 하게 되면서 점점 제 색을 잃어 가는 것 같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두 팀일을 조금씩 해도, 일이 여유롭긴 합니다) 

 

 

 

 

내 능력이 없으면, 이렇게 휘둘리고 언제든 해고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강하게 체감이 되었고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는지 알아 보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 상황에서 더 Advanced 되는 포지션을 가려면  MBA나 Supply Chain 석사를 하더라구요 

 

그런데 미국에 올때 남편이 항상 하던 말이, 너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 였는데, 사실 전 하고 싶은 일도 크게 없었습니다.

 

특히 Supply Chain 으로는 관심도 없었습니다. 

 

포워딩도 그냥 문과 어중간 하게 졸업 하고, 영어만 하면 되는 낮은 진입 장벽으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어차피 계속 미국 살꺼고, 이럴거면 그냥 힘들어도 돈 많이 벌고 고용에서 좀 유리한 간호사 도전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너무 힘들면 베드사이드 아니라도 갈 포지션이 많은 것도 장점,

물론 실제로 더 어려움이 많겠지만, 장점도 많은 직종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을 하면서, 프리렉을 들으려고 신청을 해둔 상황입니다.

 

 

 

막상 학교를 병행하며 일을 하려고 하니, 지금 이 여유로운 직장과 

 

거의 방생 수준의 직장 문화 (아무도 건들이지 않고 사람 관계 스트레스가 아예 없음)  가 플러스로 바뀌어 

 

최근에는 그냥 여기서 시키는 단순 반복 노동 하면서 다녀보자 라고 결심을 했었습니다.

 

 

 

애매하게 그만두면 다른 직장을 가기도 쉽지 않고 (작년과 다르게 지원해도 최근에는 연락이 잘 안오더라구요 ) 

 

그렇다고 알바를 해도, 지금 직장에서 벌이랑 업무강도가 훨씬 낫다는 생각이었는데,

 

 

 

 

아직 학교 시작을 안해서 그런 걸까요 ?

 

 

 

계속 이 업무를 하면서 자괴감이 많이 듭니다. 금요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상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제가 한 단순 반복 노동에서 자기가 요청 하는 바가 있는데, 제 생각에는 이미 잘 되어있는데 왜 또 트집을 잡나 싶어 

 

그 밝은 분의 목소리가 많이 다운 되어 있는걸 간과하고, 약간 퉁명스러운 톤으로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상사도 기분이 상했다는걸 느꼈고,  대화를 하는 내내 (상사분이 원래 그런 분이 아닌데.. 슈퍼 긍정인데 휴가를 앞두고 힘들어 보였음)

 

계속 한숨을 쉬고 저를 훈계하는 톤으로 (그리고 마치 넌 YES 만 해라 라는 느낌을 받음) 

 

자기가 원하는건 이 가격을 항상 신규 가격으로 유지하는 거고, 너가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를 아직도 못하고 있다고 하면서 나무랬고

 

 

긴 대화 끝에, 그래도 마지막에는 제가 먼저 사과 하는 말과 상사 요청 사항을 빨리 실행할 방법이 있으니 알아 보겠다고 전하며 통화를 종료 했습니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다는 말이 딱 맞는거 같아요.

 

진짜 한국에서 더러운 일 많이 당하고 더 심한 말과 힘든 사회생활을 했었는데,

 

 

오늘 통화를 하는 내내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그냥 이 단순 반복 노동의 늪, 그리고 능력없음으로 당하는 이런 취급 ㅠㅠㅠ 

 

 

 

현 상황이 우선 저도 돈을 계속 많이 벌어야 하고, 이직갈 회사 없이 백수가 되고 싶지도 않아서 무턱대고 그만두지는 않겠지만, 

 

계속 고민이 많이 되네요 ㅠ

 

 

글을 쓰다보니 감정도 정리가 좀 돼는 것 같아 자문 자답을 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런 상황에도 긍정적인 부분을 보고, 감사할 거리를 찾아보고 우선 오늘 퇴근을 얼른 해야지 하는 맘이 드네요 

 

 

 

긴 넉두리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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