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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쿠첸 압력밥솥 뚜껑닫힘 센서이상 자가수리 후기

음악축제 | 2023.08.30 07:05:27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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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에서 일하고 있는데 와이프님 SOS

"여보 밥솥이 고장났어. 뚜껑 잠갔는데 잠그래."

"어 알았어 집 가서 한번 보자."

 

와이프에게 30분만 조사해보고 안될거 같으면 하나 사준다고 약속하고, 찬찬히 봅니다.

Cuchen 사의 전기압력밥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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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수리에는 크게 세가지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1) 고장원인에 대한 적절한 추론

2) 분해할 수 있는 능력: 적당한 손기술, 적합한 도구, 그리고 분해하는 바른 방법.

3) 고장을 해결하기 위한 해당 부품 또는 고장난 부품을 고칠 수 있는 능력

 

제가 생각하기에 이 중에서 제일 어려운 건 '분해하는 바른 방법'인데, YouTube가 이 부분에 있어서 진입 장벽을 많이 낮춰줬지요.

더군다나 적합한 도구들이 뭔지까지 요즘에는 다들 댓글로 알려주고 하니..

 

이 고장의 경우, 추론 난이도 쉬움, 분해 난이도 약간 어려움, 수리 난이도 쉬움에 해당하는 문제였습니다.

뚜껑을 닫았는데 닫히지 않았다고 뜨는건, 뚜껑을 닫은 것으로 인식하는 센서에 문제가 있다는 거니까요.

그 센서는 뚜껑 어딘가에 있을테니, 뚜껑을 분해해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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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한국산 밥솥이 쿠쿠와 쿠첸인데, 한국에서 DIY 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기 때문에 그냥 그거 보고 천천히 따라하시면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수리업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은 영상편집 기술이 좋지 않아, 직접 skip/skim 하면서 적절한 내용을 빨리 캐치하는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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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해 순서.

 

물받이부분 분리.jpeg

0) 제일먼저 밥솥 뒷부분 물받이 부분의 플라스틱 하나를 분리해야 합니다. 이것은 분리 후 사진입니다만, 사진에 보시다시피 가운데 부분에 나사가 하나 박혀 있고 그걸 그냥 풀고 잡아당기면 이렇게 빠집니다. 이 사진에서 참조하실 부분은 물받이를 제때제때 안 비워주면 물이 넘쳐서 이렇게 기기내부로 유입된다는 사실입니다. 고장을 유발할 수 있겠어요.

 

 

밥솥뚜껑.jpg

1) 상판에 있는 뚜껑닫는 손잡이와 증기배출 벨을 제거하고, 결합식으로 체결된 상판을 위아래로 분리해주면 해당 센서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손잡이분리.jpeg

2) 제일먼저 뚜껑 회전 손잡이 분리. 손잡이는 두부분의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spudger나 얇은 일자드라이버로 틈을 벌려 윗부분을 분리하고, 아래쪽에 감춰진 나사를 십자(philips)드라이버로 분해하면 위의 사진과 같이 분리할 수 있습니다.

 

grommets.jpeg

3) 증기배출 벨을 분리하고, 두 구멍에 있던 고무패킹(grommets)을 분리했습니다. 증기배출 벨은 나사식으로 체결되어 있네요. 위쪽으로 잡아당긴 상태에서 반시계방향으로 풀어주면 분리됩니다. grommets는 적절한 힘과 도구를 사용해 들어올려줍니다.

 

뚜껑 상판 분리.jpeg

4) 뚜껑을 열고 모서리 안쪽의 틈으로 spudger나 안쓰는 카드를 집어넣어 원형으로 돌아가면서 체결된 부분들을 분리해줍니다. 모서리를 다 분리한 후 경첩 부분은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살짝 비틀어서 안쪽에 악어클립 모양으로 단단하게 물린 부분을 분해해주면 상판을 위 아래로 분리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가 안들어가는 부분이라 사진이 없어요..)

 

상판분리후.jpeg

5) 이렇게 뚜껑의 윗 부분 상판을 분리해냈습니다.

이제 어디가 문제가 있나 볼 시간입니다.

 

뚜껑 전기배선.jpeg

6) 뚜껑에 제법 다양한 배선이 들어가있죠. 왼쪽에 빨강,검정 4가닥, 오른쪽에 흰색,초록,노랑 3가닥, 그리고 더 오른쪽에 흰색 두가닥.

뇌피셜로 한 세트는 압력감지, 한 세트는 온도감지, 한 세트는 뚜껑닫힘 센서 일 것 같습니다.

어떻게, 문제가 보이시나요?

 

문제의 근원.jpeg

7) 흰색 선 한 가닥이 끊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뚜껑잠김 검출센서로 연결되는 배선이 끊어져 있으니, 당연히 뚜껑을 잠가도 인식을 못하겠지요.

열을 많이 받는 부품이다보니 시간이 지나면 전선피복의 플라스틱이 경화되고, 그것으로 인해 배선이 지나는 부분 어디에선가 날카로운 플라스틱 등과 닿아서 배선이 끊어지나봅니다.

부품을 통째로 바꿔주면 좋은데 주문하기도 귀찮고.. 처음에는 그냥 끊어버리고 이어서 항시 잠김 상태로 할까 하다가, circuit on/off로 잠김을 검출하는지, 아니면 다른 메커니즘으로 저항변화 같은거로 검출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센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한번 보기로 합니다.

 

잠김검출센서.jpeg

8) 센서를 뜯어보니, 아래쪽에 무슨 부품이 지나네요, 드라이버를 대보니 약하지만 착 하고 붙는게 자석입니다.

자석이 센서와 가까워지면 전기를 통과시키거나 저항이 변하거나, 둘중 하나일텐데, 혹시라도 후자면 잘라서 연결하면 큰일 날 것 같습니다.

정석대로 soldering 하겠습니다.

 

soldering.jpeg

9) 흙손이라서 솔더링은 꼼꼼하지 못합니다. 다들 중학교때 라디오 하나씩은 만들어보셨잖아요???

양쪽 피복 살짝 벗겨내고, 꽈배기꼬아주고, 인두로 납땜 녹여서 결합해주고, 전기테이프로 마감합니다. 수축튜브가 없어서 아쉽지만 뭐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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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얼기설기 전기테이프로 엮어서 절연합니다. 아주 작은 팁이지만 전기테이프는 그냥 감으면 안되고 땡겨서 감아야 합니다. 신축성이 좋아서 그렇게 감아줘야 예쁘게 빈틈없이 잘 감습니다. (그렇게 안하면 시간지나면 다 떨어져있다는 어릴적 아버님의 가르침.. 덕분에 기술산업 방학과제 A 맞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이제 전원을 넣어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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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상태표시창에 자물쇠 표시가 잘 뜨네요. 뚜껑이 잘 잠깁니다.

이제 조립하겠습니다. 조립은 분해의 역순,

download (1).jpeg

 

밥.jpeg

12) 시험삼아 밥해봅니다. 쌀을 진즉에 씻어놔서 충분히 불려졌기 때문에, 쾌속 취사.

잘 되었겠지만 괜히 이런거 고치고 나서 불나면 안되니 조심스런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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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밥 잘 되었네요! 수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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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1) 혹시나 싶어서.. 요즘 납땜용 금속에는 납이 들어있지 않답니다. lead-free solder wire입니다. 

1-2) 혹시나 싶어서, 물론 납땜을 녹일때 나는 냄새에는 금속 냄새도 있지만 납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flux (rosin)이 타면서 나는 냄새도 있습니다. 물론 환기를 잘 시켜주셔야 건강에 좋은건 동일합니다.

2) 전기테이프도 잘 감으면 일을 잘 하긴 하지만, 역시 DIYer라면 수축튜브는 꼭 갖추는게 좋겠습니다. Temu에 싸다고 하네요.

3) 마지막으로.. 새 전기밥솥을 은근히 기대했을 와이프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그래도 그거 기다리는 동안 밥 없는 집에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어려운 DIY는 아니니, 혹시 비슷한 증상 겪으셔서 옆에 치워둔 밥솥 있다면 한번 도전해보시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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