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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질문-은퇴]
조기은퇴와 유랑민 살이 계획 6부 1장. 은퇴(준비)는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다.

유랑 | 2024.02.09 22:43:04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내 꿈은 10평짜리 아파트에 매일 소박한 밥상이라도,
세상 근심 걱정 다 내려놓고, 시간 부자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다.
(정말 가치 있는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다라는 말에 공감하기에.)

 

그러려면 도데체 얼마나 벌어서 모아야 할까 라는 화두는 평생을 가지고 살아왔다.
99%의 사람들이 항상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주제, 은퇴는 얼마가 있어야 가능할까라는 질문.

최종 액수는 세월을 따라 변해가는 돈의 가치에 따라 변해 왔지만,
현재 가치로 환산해 보면,
집 한채 값과 월 6천불의 생활비.(미국 가구 한달 평균 지출이라고 한다)

일도 안하면서 남들 쓰는 만큼 쓰면서 살 수 있다니, 정말 환상적인 목표라고 생각했다.

6년전 나는 이 목표에 도달했다.
(쉽지 않았다, 마이 힘들고 아팠다.)

 


그리고,
나는 이제 은퇴를 해서 어떻게 살아볼 생각이야 라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했고,
회사에 새 직원을 뽑아야 한다고 훈수를 두기 시작하고,
회사일에 관심이 적어졌고, 좀 효율적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월급루팡이 되었다)

새로운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 구체적으로 계획하기 시작했고,
하고 싶은 일들(버켓리스트)을 써 내려 가보았다.

삶이 좀 더 행복해졌다.

 


그러자,
세상은 나의 행복을 시기 질투하기 시작했다.
6천불로도 행복하게 살 수는 있지만, 그래도 만불 정도가 안전하지 않을까?

이건 악마의 속삭임일까?
아니면 현자들의 지혜일까?

 

주위의 걱정을 달래주기 위해,
그리고 지금도 이미 행복한데?
은퇴 결정을 미루고 좀 더 천천히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생존보다는 행복을 삶의 우선순위로 두는 시간들이 지나가면서
나는 매일 매일 더 행복해 지는 인생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작년에 두번째 목표에 도달해 있음을 깨달았다.
월 생활비 만불에 가까워져 있었다.

 

 

회사에 퇴직을 통보했다.
일단 집을 처분하고 십년짜리 세계 여행을 떠나 보기로 결정했고,
구체적으로 가고 싶은 곳 해보고 싶은 일들에 대한 일정표를 적어 나가기 시작했다.

미쳐 생각하지 못하고 준비하지 못했을 내 계획의 허점은 바리스타 파이어로,
내가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조금씩 벌 수 있는 돈으로 메꾸어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복병을 만났다.
회사에서 바지 가랭이를 붙잡고 매달리는 것이었다.(죽어도 못보내)
주 10~20시간 바리스타 파이어를 할 계획을 가지고 있던 나는,
그럼 새 직원을 구해서 트레이닝이 끝날때까지,
일하는 시간을 30시간으로 줄이고,
그리고 올해부터는 20시간 이하로 더 줄일 계획이었다.
그래야 계획했던 세계 여행을 시작 할 수 있으니까,
일년 정도는 세계여행과 동시에 하기는 힘든, 버켓리스트의 최상단에 있는 골프 실컷 쳐보는 해로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도 라운딩을 하고 버디 두개의 성과를 들고 귀가했다. 내 목표는 버디 두세개와 파가 보기보다 많은 라운드다.)
물론 반대 급부로, 연봉의 삭감이 없는(실제로는 시간당 연봉 인상) 조건으로.


그때 P2에게 했던, 연봉도 올려주고 보너스까지 계속 주면,
은퇴 못하고 계속 일해야 하는 거야라는 농담 반 걱정 반이던 말.

말이 씨가 된다고,
회사는 올해도 보너스까지 올려주면서,
플랙스블한 내 바리스타 파이어 스케쥴에 감사하고, 노매드로 어디서 일하던 상관하지 않겠다라는 따스한 손을 벌리며 안아달라고 한다.

 

나는 이제 꿈꾸고 계획해온 노매드 바리스타 파이어를 시작한다.
하지만 5년뒤,
혹시 내 은퇴의 다음 정착역은,
한달에 만오천불 정도의 소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간다.

그뒤에는 또 자연히 은퇴후 월 소득 이만불이 되는 날도 올지 모르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데 하는 생각도 들고.

 

이러면 은퇴 목표 자산이나 소득이라는게 뭔 의미가 있는거지?

 

뒤돌아 보니,
내가 목표로 생각했던 은퇴와 필요한 자산의 크기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과정에 불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정말 중요한건,
그 과정이 정말 보람있고, 행복 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걸 미리 알았더라면, 이 긴 여정이 처음부터 더 즐겁고 행복하지 않았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은퇴는 목적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는 여정의 등대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어느 정착역에서 내리든 계속해서 여행을 하는지 보다 더 중요한건, 그 과정 자체가 행복이고 즐길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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