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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Mediocre life

ppf | 2024.03.11 22:26:58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마일모아는 항상 우문현답이 난무하는것 같아요! 좋은 댓글들이 많아서 모두 너무 감사드립니다. 

 

'Mediocre life'는 제 인생이나 제 아이의 인생을 부정적으로 봐서 사용한 단어라기보다는, 단순히 Lack of Excellence의 의미로 사용했어요. Ordinary life는 긍정적인 면이 많아서 제 원글의 요지에는 좀 상충하는 느낌이어서요. 

 

제 아이가 처음 유치원에 갈때 인터뷰하던곳들중 한 곳에서 학업적인 면으로 많이 홍보하더라구요, 이제 3살인데. '전 학업적인건 모르겠고, 그냥 제 아이가 하루하루 행복한 유치원이 좋아요' 라고 제가 말했었을때 '뭥미' 하던 원장님의 표정이 아직도 생각나네요. 분명히 전 그 때 진심이었어요. 그런데 학년이 올라가고 가끔씩 받아오던 백점짜리 시험지에 저도 모르게 기대를 하게되고, 그러다보니 격려를 넘어선 푸시를 하게되고, 점점 지쳐하는 모습의 아이를 보면서도, 이건 다 아이를 위한거야라며 P2와 작전까지 세워가면서 아이의 미래를 저희끼리 설계를 하고 있더라구요, 제가. 그러니 그 원장님은 제 앞날을 내다보고 하신말씀이었는데 저는 책임도 못질 말을 해놓고 내심 그런말을 하는 저를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던거죠.  

 

몇해전 아버지가 돌아가신일이 저에겐 굉장한 터닝 포인트였는데, 가장 큰 변화는 무슨일이든 본질을 갈망하게 되었어요. 사람은 언제고 죽는다는 그 단순한 사실을 인지하고나니, 마치 알껍질속에 살던제가 알 바깥쪽의 세상을 알게된 느낌이랄까요. 전 이미 마흔이 넘었었는데요. 

 

육아마저도 excellence가 결여된 제 자신을 자책하는 글이었는데 많은 분들께 도움을 받았습니다. 본질에 더 충실하겠습니다.

 

Average kids are ok.  밸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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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살면서 정말 단 한번도 stand out 해본적이 없었어요. 무엇을해도, 하다 못해 키나 학교 성적도 딱 평균, 혹은 아주 약간 그 이하였습니다. 부모님의 경제력도 그 정도 였는데, 제가 어릴땐 그 정도면 한국에서 살만했어요. 크게 의식주 관련 부족함은 없었거든요. 비싼건 못먹어도 세상엔 맛있는게 많았고, 세일기간에만 옷을 구매해도 제 맘에 드는 옷들은 넘쳐났으니까요. 

 

20대 후반까지 전 재능이 없는 제가 부끄러웠거나 딱히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적이 없었던거 같아요. 전 항상 농담으로 재능충, 재능충 하면서 재능이 많은 사람들을 선망 (질투가 아니라 진정한 선망 - 진심으로)을 했었어요. 그런데 무의식적으로 전 정말 상위 1프로 정도만 (넉넉잡아도 5프로) 진정한 재능의 영역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그까이꺼 대충'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을 했었던거 같기도 하네요. 저도 노력을 하면 닿을수 있을거 라는 - 의지가 결여된 - 근거없는 자신감도 있었던거 같구요. 

 

전 어릴때도 달리기도 딱 중간정도 였는데, 아직도 기억에 나는게 세상 달리기만큼 서열이 분명한건 없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때 정말 신기했던게 1등부터 50등까지 달리면, 몇번을 달려도 시간대와 등수가 비슷하게 나왔었거든요. 학년이 바뀔정도로 시간이 주어지면 그 동안 더 키가 커진 아이들 혹은 운동을 많이 한 아이들이 그 등수를 바꿀순 있었지만, 몇일 내외로는 그 등수가 크게 바뀌지 않았었어요.

그런데 이게 불혹이 되니까 두뇌싸움에서도 등수가 나뉘는게 눈에 보이더라구요. 30대 정도까지는 밤을 새던 뭘 하던 노력으로 바뀔수도 있던 그 등수가 불혹이 지나고 나니 어릴때의 달리기처럼 딱 그정도에요. 회사에서 중간 매니저로 올라올때까진 그냥 그까이꺼 노력만 계속하면 계속 승진이 될줄 알았는데, 어느선에 닿고나니 이건 제가 이를 악물고 달린다고 달리기 등수를 바꿀수 없었던것처럼 우리 회사의 소위 브레인들을 넘을수가 없는게 신기할정도로 눈에 보여요. 마치 달리기의 초시계처럼 명확히요.

 

저의 Mediocre life를 싫어해서 푸념을 하는게 아니에요. 그냥 요 몇년 이게 신기하다 라고 생각한 정도였어요. 저는 재능도 없지만 뼈를 갈아넣는 노력을 하지도 않았으니 Mediocre life 가 deserve하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래요. 

 

그런데 이 넘을수 없는 벽이 최근들어 중학생인 제 아이에게도 보이기 시작했어요. 어릴때는 다들 고만고만하던 제 아이의 친구들이 나이가 들수록 재능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이젠 넘사벽수준으로 가는 아이들까지 보여요. 학교 성적을 말하는건 아니구요, maturity나 스포츠, 또는 대화를 하는데 있어 어떤 상황을 설명하는 능력이라던지 예전에 읽은 책에 대한 이해도가 이건 수준이 다른게 제 눈에 보이더라구요. 본인의 자식들은 다 부족해보인다는 얘긴 들었는데, 그런 차원이 아닌 명확한 재능의 차이가 보이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그랬던것처럼, 이건 달리기처럼 초시계로 보이는게 아니니까, 제 아이도 이걸 몰라요. 그냥 같이 웃고 떠들면서 다 고만고만한줄만 아네요. 이게 옛날 제모습을 보는것 같아 웃길때도 있고, 걱정이 될때도 있고 그래요. 이런 유전자를 물려준게 많이 미안하구요.

 

우리 아이들도 저처럼 Mediocre life를 살게 될거란것에 절망하는 글은 아닙니다. 이 시점에서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하고 고민을 하다가 문득 여기에 글을 쓰고 있어요. '천재는 99프로의 노력과 1프로의 재능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을해가며 무조건적으로 노력을 강조하는게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데, 육아의 재능을 가지신 분들은 이런경우 어떻게들 하고 계신가요? 재능이 특출나지 않는 평범한 아이들에겐 뭐라고 해주는게, 어떤 가이드가 좋은 가이드인가요? 아직까진 노력과 태도에 대해 많은 emphasize를 하고 있긴한데 혹시나 갑자기 스스로 미친듯이 뼈를 갈아넣어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직업을 가지고 나면, 그 재능이 넘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히려 불행하진 않을까요? 

 

A big fish in a little pond vs. a little fish in a big pond.   

 

답이 없는 질문이라는걸 저도 알지만 방향성을 잃고 헤매기 시작하니 마일모아가 제일 먼저 떠오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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