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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내 조국은 어디에 있습니까?

해아 | 2014.04.18 09:19:26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 이건 본디 마초님의 USA Today 신문기사 일독후 소감을 읽고 근무지의 PC를 이용해 즉석에서 작성한 댓글이었습니다. 

   (원글: 정말 대한민국은 힘드네요 ㅠㅠ  by 참을인세번 님)

   '댓글로만 놔두지 말고 본문에 올려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어서 copy-paste해서 독립시켰습니다.


   별도의 게시문으로 쓰려고 사전에 깊은 생각을 하고 썼던 글이 아니라, 당시 치밀어오르던 괴로운 마음에 썼던 댓글이었습니다. 

   (하루뒤인 지금 보니, 여러모로 침착하게 쓰지 못하고 감정적 언사가 많았던 부족한 글임을 자인합니다.)

   (그러나 제 깜냥이 이 정도에 불과하니 어쩌겠습니까? 그래서 당시 썼던 글을 이후 고치지는 않았습니다. [유일한 예외: 2 --> 4로 수정]

   (비판이 있으시다면, 최대한 겸허히 받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마초님. 마침 저도 (근무지에 배달되는 신문이고, 동료들도 모두 주목하기 때문에) 기사 봤고, 우측면 통계도 봤습니다.


ferry accident.jpg 

(1000명이상 사망/실종된) 기록적인 재앙들은 죄다 후진국(1987 필리핀, 2002 세네갈, 2006 이집트, 1996 탄자니아)에서 일어난 사고이더군요.

(1954년의 일본 홋카이도 앞바다 쓰가루 해협 사고는 60년전 태풍 조난사고이므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길게 쏟아내고 싶은 말 많습니다만, 조국 연근해에서 일어난 이번 초대형 참사에 넋을 놓고 어쩔 줄 모른 채 지켜보며....

저의 피끓는 괴로움 한가지만 꺼내놓고자 합니다. 


(뉴스타파 보도제목처럼) '한국의 국가재난 관리시스템은 개판 전무 침몰했다'는 것입니다.


이 사고의 침몰보고는 (한국시각) 4월 16일 오전 8시 55분경 최초 이뤄졌습니다. 

오전 9시 19분부터는 YTN을 비롯된 국내 언론들이 보도를 시작하여 실시간으로 진도 서남방 침몰지점 현황을 real-time으로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바다건너 먼 이국땅에 사는 우리들 조차 마모님의 원글을 보듯 금새 이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미국 CST 20:57 = 한국 11:57)

Mamo report.jpg

이렇게 사고발생후 최소 10시간 이상의 일조(=햇살이 있는)시간이 확보되어 있었습니다. 

현장 주변엔 적지않은 어선이 조업중이었고, 불과 50km 근처 목포항엔 전남해경본부와 대한민국 제3함대 사령부가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근처에 있던 해경과 해군은 도대체 (국민세금으로 봉직한다는 공직자들 역시) 뭘 하고 있었단 말입니까?


해경은 4월 16일 오전 11시 5분에 단원고교측에 '학생 전원구조'라는 초대형 오보를 터뜨렸습니다.

이후 오후 1시30분 긴급가동된 (해군까지 가담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476명 탑승, 구조자 368명, 사망 2명 확인"이라고 엉터리 공식발표를 했습니다. [참조: 위키피디아 ]  


불과 몇달전 SFO에서 OZ 항공기 전파사고를 겪은 나라입니다.

그리고 두달전 경주에서는 OT 다녀오겠다는 순진한 대딩 1학년생 등 열명을 어이없는 지붕함몰 사고로 잃은 나라입니다.


대체 국가재난방지/대비 시스템이란 게 있는 나라의 꼬락서니가 이 꼴인가요?


초대형 해난 구조를 위한 국가적 resource를 전일체적으로 지휘관리할 지도력은 애초에 실종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대응은 중구난방식으로 지지부진했으며 정부의 사고현황보고는 시시각각 오보를 일삼은 채 유가족과 국민을 혼동에 빠뜨렸습니다.

언론과 SNS 등은 루머를 확산했고, 임박한 선거 호재를 예상한 여러 정상배들은 현장에 정장차림으로 나타나 사진촬영하며 고작 혀만 차다 돌아가곤 했습니다.


천안함 사건이후 국민세금 1590억원(1억5천만 달러)의 건조비용을 들여 마련했다던 세계적 위용의 최첨단 수상함구조함 통영 (2012년 9월 진수) 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진해 해군기지에서 출진하면 고작 2시간 4시간 남짓이면 현장 앞바다에 닿는다던데, 도대체 그 엄청난 돈덩어리 배는 뭣때문에 놀려두고 있었단 말입니까?


열여섯, 열일곱의 조카, 동생들이 차가운 물속에 잠겨 허우적대며, 바람앞 촛불처럼 최후의 경각에서 '엄마. 엄마. 살려줘'라며 절규하고 있는데....


(아이를 키우는 아비의 마음으로) 비통한 마음과 먹먹한 가슴은 한이 맺히고, 졸지에 소중한 아이를 잃어버린 수백명의 어버이들과 수천의 유가족에게 너무나 미안할 뿐입니다.  

적확한 판단력 및 기민한 대처(로 집중적 인력투입을 통한 신속한 초동대응이) 없었다고 한탄하는 작가 박범신의 지적에 동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기친람의 지도자가 통치하는 성군의 나라, G20 의장국이라며 거창한 '국격'을 언급하던 내 조국의 실체가 이렇게 허망하게 느껴지다니요. 


살아남은 자의 슬픔 속에  스러진 꽃다운 생명들을 방치한 죄인된 심정으로 절망하고...통곡하며.... 그리고 분노합니다. 


도대체 내 조국은 어디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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