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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여행기]
멕시코 시티 여행기

rondine | 2014.12.13 08:58:59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안녕하세요.

토요일에 나와서 하라는 일은 안하고 여행기 쓰고있는 rondine입니다;; 오늘은 멕시코시티와 그 근방을 다녀온 여행기를 써볼까해요. 아직 중남미는 많은 분들에게 가깝고도 먼 곳이기도 하고, 보통 멕시코 하면 해변 아님 치안 걱정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멕시코는 치안이 안 좋은 곳만 피하면 (그 안 좋은 곳이라는게 사실 참 주관적인 면도 있긴 하지만) 참 여행하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멕시코시티는 여행자들이 보통 다니는 곳은 다 안전하구요. 더 많은 분들이 가셨으면 해서 지난 6월 말에 다녀온 멕시코시티 여행기 한 번 써 봅니다.

다녀온 곳: 6박 7일간 airbnb를 통해 멕시코 시티에 있는 아파트 하나 빌렸습니다.
Ciudad de Mexico, D.F. (멕시코시티, 줄여서 데 에페 - Distrito Federal -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Puebla (푸에블라)
Tepotzotlàn (테포좃트란) - Pueblo Magico의 하나

교통:
미국-멕시코: 서식지-EWR-IAD-MEX, MEX-EWR-서식지 UA 35,000로 왕복 발권. 멕시코 내에선 주로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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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쯔음이었다. 여름은 다가오는데 하는 일 특성상 여름이 무지 바쁜 짝지는 휴가를 낼 엄두도 못내고 있었고 어디 거창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나가 있기에는 너무 늦은 때였다. 퇴근 할 무렵 구글 맵을 돌리며 어딜 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네이버에선 월드컵이다 뭐다 난리가 나 있었다. 가까우면서 싸고, 맛있는 음식이 많고 축구를 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생각해보니 멕시코가 떠올랐다. 6월의 칸쿤은 살인적이람 좀 선선한 멕시코시티로 가볼까? 우기라고는 들었지만 설마 그렇게 나쁘겠어? 부랴부랴 표를 구하고 아파트를 구하고 나니 뉴욕 타임즈의 36시간 시리즈 멕시코시티편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이번 여름은 멕시코다!

IAD에서 5시간 레이오버가 있어 National Air and Space Museum - Steven F. Udvar-Hazy Center에 가보기로 했다. 뭐 비행기만 잔뜩 있는거겠지, 라고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울 만큼 배울 것도 많았고 시설도 잘 되어 있었다. 짝지는 Blackbird와 Concord를 보고 신나했지만 난 왠지 Discovery에 더 정이 갔다. 우와, 이게 우주를 몇 번이나 왔다갔다 했단 말이지? 비행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나 아이가 있으신분은 가볼만 하다.

P1010800_1.jpg P1010795_1.png

Blackbird (좌) Discovery 호 (우)

DF 공항 도착하니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지하철을 타고 30분 남짓 예약해 둔 아파트로 가는 사이에 많은 생각이 든다. 우리와 같이 움직이는 지하철에 탄 강정같은 참깨로 만든 과자를 파는 소년들, 6개월은 되었을 아기를 들쳐업고 구걸하는 할머니, 그리고 70-80년대 유명한 살사 음악을 CD에 구워 파는 아저씨들. 중남미 어딘가를 가던 항상 느끼는 익숙함은 무엇일까? 미국과 국경이 닿아있는 나라이지만, 멕시코는 그리고 그 밑에 저어기 에콰도르/페루 근처까지의 중남미는 내게 항상 한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었다. 옛날에 살던 키토 (Quito) 의 집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여기가 길음동인지 키토인지 모르겠는 것이었다. 하긴 여름에 학회에서 우연히 만난 콜롬비아 출신 P도 그런 소리를 하긴 했다. 자기도 몇 년 전에 한국에 갔을 때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오히려 한국의 건물이나 오래된 길들, 혹은 시장에서나 지하철을 타 보면 보고타 (Bogota) 가 생각난다고 했다. 지하철 안 사진을 찍으려다 그만 두었다. 이런건 소리와 마음으로 기억하는게 더 오래갈테니. 멕시코시티의 지하철이 정감가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각 역을 나타내는 아이콘 때문이다. 항간의 소문에는 글을 읽지 못하는 멕시코 원주민 들도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생겼다고 하는데 그들 뿐 아니라 나와틀어를 잘 발음하지 못하는 우리들에게도 굉장한 도움이 되었다.  


chapultepec.png

Chapultepec (차풀테펙)역의 심볼. 우리는 종종 '메뚜기역 쪽으로 가야해'라고 했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예술가라 하면 보통 프리다 칼로 (Frida Kahlo)를 떠올린다. 그녀에 관한 영화 [Frida]가 2000년도 초에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알게 되었지만 그와 못지않게 유명한 사람은 그의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 (Diego Rivera)이다. 그는 20세기 초중반에 정부 건물 등등에 사회주의/멕시코 혁명/역사/전통문화와 관련된 벽화를 많이 그렸는데 아직도 멕시코 시티 곳곳에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복수전공한 짝지와 전공할 뻔했던 나는 미친 사람들처럼 비가오는 거리를 쏘아다니며 우리의 교과서에 나온 이 혁명가가 그린 벽화가 있는 건물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중 아직도 교육부 건물로 쓰이고 있는 곳과 대통령궁에서 몇 장 찍었다.

P1010823_1.png1.1.jpgP1010832_1.jpg

예술에 대해 나는 잘 모른다. 잡 인터뷰 때 어떤 곳에서 한번은 미술관을 데려 갔는데 열심히 벽을 째려보고 있던 내게 옆사람이 "그림 좀 볼 줄 아시나봐요?" 라는 질문에 "보고 좋으면 좋은거죠 뭐"는 뇌 없는 답변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들을 보고 있으면 예술은 보고 좋기만 하면 되는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민중을 위한 예술. 모두가 그럭저럭 잘 사는 세상. 그의 벽화는 그가 전하려는 분명한 메세지를 담고 있으며 설사 그 메세지가 주류와는 섞이지 않는다 해도 그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느낌을 준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뉴욕 록펠러 센터에 들어갈 벽화에 레닌을 그려넣는 그의 그 뚝심을 조금이나마 느껴보았다.


멕시코시티를 가면 다들 가는 음식점 한 곳이 있다. 체인이긴 한데 음식이 질도 꽤 괜찮고 무엇보다 turista (투리스타, 여행자들이 많이 걸리는 설사병) 걱정 없이 멕시코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많은 여행객들이 가곤 한다. 그 이름은 Sanborns. 제일 유명한 지점은 아무래도 옛 식민지 시대 건물이 많은 다운타운에 있다. 들어가서 차만 마시고 나와도, 아니 사진만 찍고 나와도 뭐라고 안하는 이 곳. 멋있다.

P1010846_1.jpg

좀 더 모험적인 여행을 하고 싶다면 시장에서 먹는게 최고. Tacos al pastor이나 cheviche는 값도 싸고 맛있고 양도 많다. 우리는 멕시코 경기가 없는 날에는 다른 나라 축구를 보기위해 시장에 자주 갔다. 점심을 먹고 축구에 혼이 빠져있는 짝지를 내팽개쳐놓고 나 혼자 시장을 돌아다닐 수 있어서였다;; 나도 축구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한국이 대패하고 나서는 영 보기가 싫었다. 원래 한국사람이 많다던 Zona Rosa에서 벨기에 전을 보려고 했었는데 이미 끝이 빤히 보이는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을까봐 애써 다른 일정을 잡았다. 근데 점심은 먹어야 겠고, 제일 좋은 옵션은 시장에서 먹는것이고.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시장을 갔는데 왠걸, 모든 티비들이 다 러시아 알제리 전을 트는것이 아닌가? 아니, 한국 경기는 방송으로 볼 가치도 없나요? ㅠㅠ 

P1010896_1.jpgP1010901_1.jpgP1010892_1.jpg 싱싱한 석류 (좌), 시장에서 파는 맛있는 음식들 (우), Mercado de Coyoacan에 있는 주렁주렁 달린 piñatas (하)



음식 얘기가 나오니 Puebla를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이곳을 간 이유는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많은 건물들을 보러 간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Mole (몰레)를 먹기 위해서였다. 푸에블라는 몰레로 유명한데(Mole Poblano)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초콜렛에 여러 향신료와 칠리페퍼를 넣은 소스를 보통 몰레라고 부르고 고기위에 뿌려먹는다. 우리가 갔었던 여름엔 Chiles en nogada (칠레스 엔 노가다) 라고 호두와 석류로 만든 소스를 매운 칠리페퍼에 뿌린 음식이 한창 때였다. DF에서 푸에블라까지는 2시간. 몰레 몰래 먹으러 하루치기로 같다오긴 충분하다.

P1010850_1.jpgP1010852_1.pngP1010859_1.png 

푸에블라 시내 (좌, 중앙), 몰레와 칠레스 엔 노가다  (우)

팁:
디에고 리베라와 동시대 화가들의 그림을 보고싶다면 이 곳을 가보세요:
Secretaría de Educación Pública (교육부), Palacio Nacional (대통령궁), Museo Mural Diego Rivera (디에고 리베라 벽화 미술관), Palacio de Bellas Artes (문화궁전), Poliforum Siqueiros, Museo Frida Kahlo

시장에서 음식을 드시고 싶다구요? 이 시장을 놓치지 마세요:
Mercado de San Juan, Mercado de Coyoacán (여기서 파는 기념품들이 제일 종류도 많고 좋아요), Mercado Insurgentes.

푸에블라를 가보고 싶다면: Terminal Oriente에서 버스를 타는게 제일 쉽게 푸에블라에 갈 수 있는 방법이에요. ADO (아데오)나 Estrella Roja (에스뜨레야 로하)라는 버스 회사에서 꽤 저렴한 가격으로 버스표를 구하실 수 있어요. 배차간격도 짧은 편이니 명절때가 아니면 그냥 가셔서 표 구하고 바로 버스에 타실 수 있을거에요.




그럼 저는 다음 주말에 있을 여행 준비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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