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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여행기]
스페인 여행 - 세고비아( 사진 첨부)

sleepless | 2015.04.24 06:12:57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스페인 여행 - 첫날 세고비아.

(어젠 무슨 일인지 사진이 첨부가 안 되서 글만 올렸다 다시 사진 첨부해서 올립니다.)

세고비아는  수도교 (Aqueduct )를 보기 위해서  간건데,  가기를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시면, 꼭 가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전 이  Aqueduct 이 없었으면 로마의 영광도 없었을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도시가 강의 물줄기를 따라 띄엄띄엄 거주하던 마을의 개념에서 
사람들이 밀접하게 모여 사는 대도시의 개념으로 바꿀수 있게 한 발명이
바로 이 상하수도 시스템이라고 전 생각을 하거든요.
그 전엔 자연이 이뤄놓은 중심으로 순응하고 살았다면, 
나중엔, 인간이 중심이 되어 자연을 바꾸며 살 게 된 계기가 된 거니까요. 


로마에서 만들어진 상하수도 시스템은, 현재까지도 우리가 사용하고 있고
특히 세고비아에 있던 아쿠어덕은 19세기까지도 사용이 되었다고 합니다. 
2000년전에 만들어진 그 아쿠어덕을 말이에요. 정말 대단하죠? 


그런 대단한 수도교를 직접 눈으로 보러 가는 일은, 저와 아이에게 참으로 설레는 일이였어요.
이천년전의 인류의 큰 변화를 가능하게 한 그 발명품을 보러가는 일이니까요.
이탈리아 여행을 가서도 보지 못 한 걸, 스페인 여행에서 보게 되다니 좀 아이러니하죠?

현존해 있는 아쿠어덕 중에 가장 보전이 잘 되어있는 거랍니다. 
로마에 있던 아쿠어덕은, 로마를 공격했던 게르만족이 로마로 들어가는 물줄기를 끊기위해서 아쿠어덕을 파괴했기때문에, 
대부분 그 때 부숴졌다고 합니다. 

물을 차단당한 로마가 항복하고, 그 이후로도 물이 없는 로마를 모두 빠져나가
로마의 인구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그로부터, 천년동안 로마와 이탈리아의 대부분의 도시들은 역사의 중심지에서 사라지게 되었답니다. 
말로 흥한 자 말로 망하게 되고,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하게 된다더니
물로 흥했던 로마는 물로 망하게 되었다는 게... 음.. 

그래도 로마는 점령지였던 스페인에 이런 유물을 남겨줘서, 
스페인이 그걸로 관광산업이라도 하게 되네요.

릭 스티브 책을 읽어 보면 세고비아로 들어가는 길이 두세가지가 있다는데, 
전 렌트를 해서 차를 가지고 가니까, 차를 주차하기 쉬운 곳으로 결정을 하고, 
그렇게 가니까, 수도교가 시작하는 지점부터 걸어들어 가는 거라
좀 많이 걸었어요. 
나중에 다시 찾아보니 스티브 아저씨가 그 길은 많이 걸어 들어가는 거라고 경고를 했음에도, 
제 눈엔 왜 그 경고가 보이지 않았는지 ㅠㅠ 이노무 삐꾸같은 눈!!

그런데 그렇게 들어가는게, 결과적으론 아쿠어덕과 좀 더 드라마틱한 조우를 하게 된 게 아닌가 싶어요. 
아쿠어덕이 첨엔 무슨 돌담길처럼 아주 낮게 시작하다가 점차 고가도로 만큼 높아지는가 싶더니
언덕을 오르자, 어느 한순간 갑자기 눈앞에 아쿠어덕이 화악  펼쳐지는데
정말이지 심장이 쿵, 하더군요.

미리 사진으로도 봤고, 다큐멘타리로도 봤지만, 공간감각 마이 떨어지는 제가, 
실제 그렇게 웅장할거라고 짐작을 못 했던 모양인지, 
눈앞에 보이는 아쿠어덕은, 한동안 저를 우아 우아 만 외치게 만들었어요.
아.. 오길 참 잘했구나, 하는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였습니다. 



aqueduct.jpg


아쿠어덕에 도착해서 저는, 
이탈리아에 가서 느꼈던 로마인들에 대한 경외심이 다시금 상기 되더군요.
콜로세움에서 느끼던 감동에 견주어 전혀 부족하지 않아요.

세고비아 가실 분들은 가시기전에 꼭! 유투브에서, 로마의 아쿠어덕에 관한 다큐멘타리를 보고 가세요.
그럼,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인류의 유산인지 더욱 감동스럽게 바라볼수 있으실 거 같아요.

17km 떨어진 강에서 알카사르까지 물을 끌어오기 위해 만들어진 이 세고비아의 수도교는 
돌덩어리 한개에 2톤이 넘는 것까지 있다는데, 그런 돌들을 28미터 높이로 쌓아서, 그 위로 물이 지나가게 했다는게,
그리고, 아주 완만한 경사를 두어 물이 흐르게 했는데, 이천년동안 그 경미한 각도를 유지하고 물이 흘렀다는 게, 
게다가,중간 중간 토사가 쌓이지 않게 하는 장치까지...

다큐에서 보니, 그냥 벽처럼 죽 쌓지 않고 아치를 만들어서 중간에 공간을 둔 이유가, 
막대하게 들어가는 재료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이론이 있다는데, 
제게는 그게 굉장히 일리있는 이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시간도 절약이 되었을테고요.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이 아치 건축형태가, 벽을 두껍게 쌓는 만큼이나 견고하다는 믿음이 바탕에 있었을테죠.
자신들의 기술력을 의심치 않았던 로마인들. 


전 가끔, 로마인들이 게르만족에게 멸망당하지 않고
계속 문명을 발전시켰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로마가 멸망하지 않고 유럽이 중세 암흑시기를 거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르네상스로 로마가 다시 세상의 중심이 되기까지의 약 천년 정도 잃어버린 시간들이 뜬금없이 참 아깝습니다. 
암튼,세고비아는 스페인 땅인데, 
난데없이 로마인들을 경외하게 되는 이상한  경험을 하실 수 있는 곳이 바로 세고비아입니다. ㅎㅎㅎ


아쿠어덕을 바라보며 감상을 좀 한 후에
아쿠어덕이 마주 보이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어요.

세고비아 전통 음식은 코니치요라는 태어난지 2주에서 4주 사이의 새끼돼지를 통으로 오븐에 구은 요리인데, 
사진을 보면, 정말 이렇게 작은 아기돼지까지 먹어야하나, 잔인한 인간들같으니,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segovia_sucklingpig.jpg


근데, 거의 모든 레스토랑에 대문짝만하게 사진이 걸려있어요.
그걸 보며, 저게 뭐냐고 아이가 묻길래, 
사실대로, 세고비아의 전통 요리라고, 유명해서 아마 모든 곳에 사진이 걸린거 같다고 대답하니, 
자긴 그게 꼭 먹어보고 싶다네요 ㅠㅠ

저: 엄마젖을 먹고 있는 아기돼지를 요리한 건데?
아이: 그래서요?
저: 불쌍하지 않아?
아이: 엄마돼지를 요리하면 안 불쌍해요? 어차피 잡아먹는 건 같은데.
저: 음. 그건 아니지만, 음....


아프리카  다큐에서  날쌘 치타가  물소를 공격하는 걸 보면서
치타를 나쁜놈이라 분노하며 쳐다보다, 
저녁식사로 스테이크는 핏물이 좀 보여야 맛있다고 미디엄 레어를 외치는 나의 위선을
아이가 날카롭게 꿰뚫어 보고 있네요. 

언제부턴가, 아이가 하는 말에 대꾸하는 게 점점 힘들어집니다. ㅠㅠ


뭐, 전통요리라는데, 아이가 먹고 싶다는데... 


근데, 사진에만 그렇게 보일 뿐, 이걸 개인에게 서브할 땐 저 아기 돼지 한마리를 다 주는 게 아니구요
대략 여덟조각 정도로 이 돼지를 나눠서, 두조각 정도를 한 사람에게 서브해 주는 거 같아요.
그리고, 그 돼지를 나눌때 칼을 사용하지 않고 접시를 사용해서 조각을 내요.
워낙에 바삭하게 구어져서, 접시를 사용해서 자르는데도 아주 잘 나뉘더라구요.
재미있는 건, 그렇게 접시로 다 자르고 나면, 
그접시를 바닥에 세게 내리쳐서 산산조각을 낸답니다.
왜냐구요? 
스페인어로 설명해서 몬 알아들었어요 ㅠㅠ

저에게 웨이터가 와서, 사진도 찍고 그 설명을 들으라며 오라고 손짓을 하길래, 
앗싸, 이게 왠 기회냐싶어 얼른 사진기를 챙겨 뛰어갔더니만, 
스페인어로 ㅠㅠ 
대체 절 어딜 봐서, 그걸 알아듣게 생겼다는 건지... 참나. 
아 제가  스패니쉬로 오더하긴 했네요 
먹는 게 중요한 저는, 먹는 음식 오더하는 걸 열심히 공부해서 갔다는..ㅎㅎㅎ 
암튼, 접시로 자르는 거라도 봐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긴 했네요.

아이는 감탄사를 날리며 정말 잘 먹더라구요.
너무너무 맛있대요. 저도 호기심이 생겨서, 조그맣게 잘라 먹어보니
겉은 정말 바삭바삭해요. 베이컨 잘 구어진 거 처럼.
그런데 속은 정말 부드럽네요. 
아이 표현을 빌리자면, 안 씹어도 그냥 버터처럼 넘어간데요 .
아이는 스페인에서 먹은 최고의 식사였다고 해요.
전 올리브에 볶은 버섯요리를 시켰는데, 그것도 참 맛있었어요. 


다 먹고 와인도 한잔 마시고 힘내서 세고비아를 더 둘어보았어요.


세고비아에 가시면 꼭 보셔야 하는 게 바로 지금의 스페인을 가능하게 만든 이사벨라 여왕이, 즉위했던 성, 
알카사르입니다. 디즈니가,  백설공주의 성을  이 성을 모델로 그렸다고 해요.
뾰족 뾰족 이쁜 모양을 하고 있어요.
아래 성 전체 사진은, 제가 아래 블러그에서 가져온 사진입니다. 
http://castles2012.blogspot.com/2013/01/alcazar-of-segovia.html

얼마나 이쁜지 보여드릴려고.
근데 저 모습은, 성 아래 마을에 가셔야 보실수 있고, 가까이선 저 그림이 절대로 안 나옵니다. ㅎㅎㅎ


Segovia-alcazar1.jpg

segovia_alcazar.jpg

segovia_alcazar1.jpg




그런데, 이 성을 놓치면 안 되는 이유는.....

여기 오디어 가이드에 한국어가 있다는 사실. 
게다가 무려, 무료이기까지 하다는 사실!!  대박이죠?
설명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어요. 
의외로, 세고비아의 성은, 겉모양만 근사한 게 아니라, 내부도 참 볼 게 많아요.

먼저 빌릴 때  5 유로를 내면, 나중에 리턴할 때, 5 유로를 돌려줍니다. 
공짜인 오디오가이드는, 그곳이 전무후무 했던 듯 해요. 
자세히 잘 들으면서 보려면 두시간 정도는 걸릴듯 한데, 저희가 마감시간 한시간 전 쯤 들어가서, 
서둘러야 했다는 게 좀 많이 아쉽긴 했어요. 

제게 인상적이였던 방중 하나는, 지금까지 모든 교황의 초상화가 걸린 방이 있었어요.
나중에 다시 가보면, 우리 프란치스코 교황님 초상화도 걸려 있겠죠? 아직은 없었어요.

이슬람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 천장과 벽은 알함브라와 비슷하게 장식이 되어있고, 
성안은 온통 그리스도에 관한 그림들과
십자가등이 장식되어 있어요. 그리고 이사벨라 여왕의 대관식이 그려진 벽화가 있고요

.segovia2.jpg


설명이 한국어라 귀에 쏙쏙 들어와서 마치 가이드와 함께 온 듯, 이해가 잘 되었어요.
그전엔 잘 몰랐어요. 영어 오디오 가이드도 별 큰 문제없이 잘 듣고 이해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한글로 된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니, 들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들리는게, ㅎㅎㅎ 신기하기까지..

segovia_ceiling.jpg

천장이 정말 이쁘죠? 



다음은 아이가 찍은 사진입니다.
아들넘이라 그런지, 사진 찍어놓은 게 특징이 있네요. ㅎㅎ
가끔은 같은 걸봐도 다른 걸 느끼는 아들의 시선을 카메라를 통해서 보면서
감탄할 때가 참 많습니다. 
내눈엔 안 보이는 것을 아이는 보고 있었구나 하는 자각을 하게 되어서요.

그런데 이번엔, 아이의 카메라를 충전하는 충전기를 집에 놓고가서, 
이틀정도만 아이가 사진을 찍을수 있었어요.
그래서 아이가 참 아쉬어했는데, 사실은 제가 더욱 아쉬워서 맘이 아프기까지 하더라는.
제 다음 여행 팩킹 리스트 넘버 1. 충전기!!!

segovia_stainedglass2.jpg



segovia_armor.jpg



segovia_arms.jpg 
segovia_canon.jpgsegovia_stainedglass2.jpg



그리곤 카테드랄에 갔는데 저에게 기억에 남는 건 별로 없네요.
아래의 그리스도상을 빼면요. 

아무래도, 스페인 여행 내내 많은 성당을 다녀서 다 뒤죽박죽 섞이지 않았나 싶어요.



segovia_christ.jpg


문닫기 바로 직전에 오디어가이드를 리턴하고 숨을 좀 돌리려다 둘러보니, 
아쿠어덕 바로 아래에 ,  Cerveza Los 100 Montaditos  술집이 보이길래
들어가봤는데 
소문대로 거의 모든 게 다 1 유로에요.
치킨 튀김이 맛있구요. 양념 윙도 먹을만하고, 워낙 갈증이 날 즘이라 그랬는지 맥주도 시원했어요.

그렇게 다리도 좀 쉬고, 목도 축이고, 쉬다가

마드리드로 돌아오는 걸로 우리의 첫날 여행은 끝이 났습니다.

아. 참 기네요 ㅎㅎㅎㅎ
중간에 포기 하시지 않고 다 읽으신 분들,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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