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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여행기]
스페인 여행 - 톨리도 1

sleepless | 2015.04.27 13:12:02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스페인 여행 - 톨리도


(여행정보보다는 감상이 훨씬 많은 쓸데가 별로 없는 후기입니다. 정보를 찾으시는 분들, 이글은 스킵하셔도 무방합니다. ^^; )



여행을 준비할 때, 제게 가장 중요한 건, 

아이의 학교를 될수 있으면 많이 빠지지 않을 것, 이란 조건이 있습니다.

그래서, 늘 봄방학에 가는데, 이번엔 공교롭게도 그 봄방학이 부활절 근처로 잡혔어요.


마침 스페인에서는 그 때가 Semana Santa 라는 특별한 성주간이더라구요.

프로세시옹이란 부활 성 주간에 치뤄지는 안달루시아만의 특별한 종교행사에 참가하는 

축복을 경험하게 될 걸 생각하니

딱 그 시간에 봄방학이 걸린 걸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그런데

릭 스티브 아저씨가 스페인 여행책에 이렇게 적어 두었더라구요.


"성 주간에 안달루시아를 여행하는 것은, 축복이 될 수도 저주가 될 수도 있다."


음. 그 때 알았어야 했어요. 

저에게 고난의 시간이 오고 있음을.



아침에 일어나 차를 타고 톨리도에 도착해서 호텔에 먼저 첵인했어요.

저희가 묶은 AC 호텔은 성밖에 있는 호텔이였는데, 

호텔방 발코니에서 톨리도가 보이는 아주 독특하고 이쁜 호텔이였어요.

아들넘이 호텔이 맘에 든다고 좋아할 정도로요.


호텔 직원이 저희에게, 차를 두고 택시를 타고 성안으로 들어 가라고 조언을 하더군요. 

성 안으로 들어가면 차를 세울 데가 없고

있더라도 나중에 밤에 오면 호텔 주차장도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조언을 받아들여 택시를 타고 성안으로 들어갔는데

헉. 성안에 사람이 정말 너무 너무 많은 거에요.


알고보니, 성주간이라 스페인이 휴일이고, 

거기다, 프로세시옹을 보려고 안달루시아로 모두들 몰려들어

호텔방이 몇달전부터 예약이 다 꽉 .

어쩐지 방 잡는 게 힘들더라니..

우리 식구는 사람 많은 거 싫어해서 디즈니랜드도 안 가는데 ㅠㅠ


그래도 나중에 프로세시옹을 볼 수 있을거란 기대로

이쯤은 감수하리라 맘 먹으며

일단 카테드랄로 향합니다.


유대교와 이슬람교와 카톨릭이 공존했다는 톨리도에서, 

대성당은, 누가 톨리도의 주인인지를 보여주려는 듯, 

톨리도 한가운데에 아주 위풍당당하게 서있습니다.


성당안이 너무 넓어서, 지도와 오디오 가이드를 들고 한참을 둘러보았어요. 

맵을 들고도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어요. 그만큼 커요.

아이와 남편은 다리 아프다고 앉아있는 사이, 

한국인 관광객 그룹을 통솔해 온 가이드의 설명을 옆에서 주어듣다 

전 그 그룹을 졸졸 따라다니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오셨단 관광객들과 수다도 떨면서요 ㅎㅎㅎ


그러다, 다른 한국인 관광객 그룹이 옆으로 지나가는데,  

그 여성가이드분의 설명 스탈이 더 맘에 들어서

나중엔 그 그룹을 따라 다녔습니다. 

그러다보니, 두 버젼의 설명을 듣는 재미에 빠져, 저는 혼자 여행을 온 게 아니라는 걸 깜빡 잊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실컷 성당 구경을 하다 남편과 아이를 찾아보니,  

아이가 인내심이 바닥이 난 얼굴로 저를 쳐다보네요.

그제서야 저는 아이의 손을 잡고 아이에게 성당의 그림과 작품들을 설명해 주러 다녔습니다.


아이에게 귀동냥해 온 지식으로, 고야와 엘그레코 그림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있는 사이에, 

어디선가 나타난 한국인 대학생으로 보이는 커플이 엘그레코 그림 앞에 서서 

이런 말을 합니다.


"이게 고야가 그린 그림인가봐.

마리아가 옷을 입은 것과 벗은 그림이 있다고 했는데, 

이 그림은 옷을 입고 있는데, 벗은 건 어디있지?

이걸 어떻게 보면 벗은 게 보인다는 말인가? "



안타까운 마음에, 고야가 그린 마야는 여기가 아니라, 마드리드 프라도 박물관에 있답니다., 

하고 말해줘야 하나 한 일초 망설였으나, 

무안할까봐, 그냥 못 들은 척합니다.


그 커플이 바라보던 그림은 바로 이 그림입니다.

엘 그레코의 엘 엑스폴리오. 


toledo_greco.jpg






한국인 관광객이 이렇게나 많이 오는데, 한국인 해설이 좀 필요한거 아닌가 잠시 생각했습니다.

여기 마모에, 스패니쉬를 잘 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재능기부로 함께 힘을 합쳐보면 어떨까요?

그럼, 엘그레코의 유명한 그리스도를 보면서 옷벗은 마리아를 상상하는 이런 에피소드를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엘그레코과 고야의 명작이 다수 있는 이 대성당에서, 

저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건, 

고야도 엘 그레코도 아닌 바로 이분입니다.



toledo_mary1.jpg



toledo_mary2.jpg





이 백색의 성모, 혹은 에스파냐의 모나리자 라고 불린답니다. 

이 성모상이 다른 곳의 성모님과 다른 건, 

바로 성모님의 광대뼈가 솟도록 활짝 웃는 행복한 미소. 


거룩하고 고귀하고 성스럽기만 한 다른 성모님들과는 달리, 

이 성모님은

아이가 엄마와 눈을 맞추며 엄마의 얼굴을 스다듬을 때

간지럽기도 하고 그 보드라운 아기의 손길이 사랑스럽기도 해서, 

자기도 모르게 짓게 되는 행복한 엄마미소를 하고 계십니다. 


세상에서 여인중에 가장 복되신 그 분은, 

흔히 성화에서 늘 눈물을 흘리시고 계시거나 엄숙한 얼굴을 하고 계십니다.

자애로운 모습 또한 많이 그려졌으나, 

행복하신 마리아의 모습은 흔하게 볼수 없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아직은 아기인 예수님 얼굴도 장난기 가득, 아주 귀여운 아기의 모습입니다.

그래서인지, 

낯설면서도 인상적이고, 한편 친근합니다. 

인간적인 성모 마리아와 예수님의 모습을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한 장면으로 잘 나타낸 작품 같아요.


파리에서 만들어져서 톨리도로 옮겨졌다고만 알려지고 정작 누군지는 알려지지 않은 그 작가는, 

아마도 여성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암튼, 톨리도 대성당은, 저에겐 너무 많은 시간을 써버리는 통에, 

다른 곳들을 찬찬히 못 보게 되는 불행을 선사한 성당이지만, 

그럼에도 톨리도 여행중 몇 시간 행복함을 선사해준 고마운 곳입니다.

톨리도에 가시게 되거든, 꼭 들려보시기 바랍니다. 


구름을 밟는듯, 행복한 맘에 둥실둥실 떠서 성당을 나오니, 

저를 기다리느라 지루했던 남편과 아이가 배고프다고 아우성입니다.

뭔가 맛있는 걸로 얼른 불만을 잠재워야 다음 일정이 수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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