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에 잘 다녀왔습니다.
다녀와서 꼬박 일주일을 아파서 누워 있었습니다.
오늘 드디어 병원에 가서 항생제 때려 맞고 여러 약을 투하했더니
그나마 살만 합니다.
여태까지 제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여행을 꼽으라면
2010년 쿠바 일주였는데, 이번 여행으로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처음에 알지도 못하고 나라시 자동차 잡아서 막 싸돌아다녔는데
알고봤더니 그게 이쪽에서 납치+실종되기 딱 좋은데다가
제가 막 돌아다닌 동네가 우범지역으로 악명이 높은 곳이었다네요..
그렇게 가난한 곳은 처음 봤고
그렇게 죽음이 흔한 곳도 처음 봤고
그렇게 재난이 흔한 곳도 처음 봤습니다.
유엔 등을 비롯한 국제기구들과 여러 구호단체들은
방글라데시 식수를 깨끗한 물로 하겠다며
70년대부터 열심히 우물을 팠는데
이게 비소 오염이 된 물이라
현재에도 남한인구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비소 중독 상태입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죽었구요.
제 인생에서 이렇게 열심히 살아본 열흘이 있었나 싶었습니다.
하루에 서너시간도 못자고 준비하고 현장에 나가고, 사람들을 만나고,
매일매일 기록하고 말이죠.
자기 전 쓴 열흘치 여행기가 200자 원고지로 730장이 넘더군요 ㅡ.ㅡ;
네팔에서 지진이 있던 날,
저는 붕괴된 라나플라자 바로 뒷편에 있는 피해자의 집에 있었습니다.
남루한 콩크리트 건물이 갑자기 휘청거리며 흔들리길래
혼비백산해서 우리 모두는 뛰쳐 나왔죠.
이 건물도 무너질까봐 무서워서요.
다행히 건물이 붕괴된 게 아니라 지진이었습니다.
2013년 4월 24일은 천이백명 가까이 사망하고,
아직도 이백여명이 실종된 최악의 산업재난의 날이었는데,
2015년 4월 25일은 네팔에서 그렇게 강진이 났네요.
현재까지 7천명이 넘는 사망자가 보고되고 있구요.
아직도 사건 현장은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했습니다.
유골이 아직도 현장에 돌아다니구요,
사건 당일 밤, 건물주 밑에 깡패들이 사체들을 어떤 웅덩이에다가 마구 던져
숨기려는 바람에 그렇게 유골조차 찾지 못한 가족들이 너무 많습니다.
유골이 있어도 가족조차 찾지 못한 무덤도 200구가 넘었습니다.
게다가 무덤은 관리가 안돼있어서 여기저기 파헤쳐져 있는 것들도 많았구요..
펀딩 받은 것에서 경비로 쓰고 나머지를 무너진 봉분 다시 세우는 일에 꼭 쓰고 싶었는데
어떻게 일을 해야 제대로 할 수 있나 궁리중입니다.
2주년 되는 날, 현장에서 바지 가랑이부터 엉덩이까지 쭉 찢어졌습니다.
어쩔 수 없이 동네 바보처럼 사람들에게 제 빤스 다 보여주고 다녔네요...
시위하고 오열하던 사람들도 제 바보 빤스 놀이에 빵빵 웃어도 주시고;;
근데 숙소로 돌아와서 벗어보니
그 찢어진 미국에서 산 토미힐피거 바지가 메이드인 방글라데시더군요...
고향에서 떠나기 싫었나 보다 하고 그땅에 놓고 왔습니다.
원래 꼬매입거든요 ㅡ.ㅡ;;;
많이 배웠고 많이 슬펐고 많이 웃기도 한 여행이었습니다.
어떻게 이 많은 이야기들을 사람들에게 전달할지는 궁리중입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말 훌륭하시네요~~고생많이 하셨습니다.
빅 허그....
빨리 몸 추수리시고 다음 여행 위한 마일 수집 시작하세요. 확실히 안 계시다는 걸 실감하겠는 것은, 안 계시는 동안 좋은 딜들이 빵빵 터졌다는.....
걍 사족으로, ZARA ... 중동 살면서 제가 가장 편하게 흔하게 옷 쇼핑하러 가는 곳인데, 태그 뒤집어보면 made in China 이외에 가장 흔히 보이는게 made in Morocco, made in Turkey, made in India, made in Bangladesh, made in Egypt 등등 인데요. 국가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모로코는 ZARA 같은 유명 브랜드 공장에서 일하는 거 이거 또 나름 social status 입니다 (urban lower middle class) - -. 모로코 여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진게 영화가 있는데, 시골에서 Tangier 대도시로 상경해와 낮에는 하루죙일 냉장고 같은 새우 공장에서 새우 까면서 일하고, 저녁은 우유에 빵 찍어먹는게 다고, B 사감같은 landlady 의 눈을 피해 저녁에는 거리 나가 꼬신 남자 슬쩍~ 귀중품 털기로 살아가는 여주인공이, ZARA 공장으로 일하러 가는 또래 여자 애들을 부러우면서도 시니컬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장면이 있었는데 그게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네요.
거긴 그런가 보네요 제가 잘 몰라서...
보통 방글라데시는 홍수 등으로 집잃고 땅잃고 옷공장 몰려있는 사바 지역으로 가서
주 6일에 12시간 이상씩 근무하고 한달에 월급 7만원 정도 받습니다.
집세는 한달에 3-4만원 정도 하는데 집이 아니라 그냥 땅에다가 천막친 수준입니다.
게다가 아동노동도 빈번하고 제가 본 사례도 아동노동이었는데 공장에서 서류를 위조해서 "성인"이 되어 있었더군요.
자라 같은 유명 브랜드 공장에서 일하는 게 적어도 방글라데시에서는 어떤 수준 이상의 소셜 스테이터스는 아닙니다.
사망자에게 심지어 보상금으로 75만원 지급한 직종이 무슨 스테이터스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럼 조금 이해가 되네요. 보통 스페셜 인더스트리알 존에 위치한 공장의 경우 바깥에 있는 곳들 보다는 최저임금이 20-30% 높아요.
방글라데시에서도 수출단지 특별구역에 있는 곳들은 무려 월급이 12만원 정도나 되어서
7-8만원 받는 사람들이 부러워 하죠;;
근데 그거 절대로 스테이터스는 아니에요... :)
구로와 마산이 오랜만에 떠오르네요....
아.. 잠깐 한 가지 더 붙이자면...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라고 해서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으로 여겨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게 착각하기 쉬운데, 가난하다 ->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으로 여겨진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아니구요,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 가난하지 않다...도 성립되지 않더군요 :)
마음이 먹먹해지네요. 잘 모르던 이야기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여정도 응원해요!!
text에서 방글라데시가 가장 행복한 나라 1위로 나왔던 기억이 있는데, 이것외에 아는 사실이 전무했는데 잘 알았내요...
그게요... 우선 행복지수를 조사하는 (제 생각으로는 "정신나간") 기관들이 몇개 있는데요,
기관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은 그 나라의 인권 상황이나 노동권 정도 등이 고려가 안되고,
"주관적인" 행복을 측정하는데 많이들 더 관심을 기울여요.
그래서 어떤 곳에서 일등으로 행복한 나라는 어떤 기관에서는 백등으로 행복한 나라이고 들쑥날쑥 합니다.
한 예로, 행복지수 측정하던 실제 설문 조사에서는
어제 몇 번 웃으셨습니까?라는 질문에,
9시 출근해서 5시 퇴근했지만, 동료들의 유머 쎈스가 별로여서 두번밖에 못웃은 독일 사람은,
7시 출근해서 밤 10시 퇴근했지만, 성추행하는 감독관 뒷다마 까면서 5번이나 깔깔 대고 웃었던 방글라데시 아줌마보다 불행한 사람이 돼요.
방글라데시 자살율의 제대로 된 통계는 하나도 없지만,
한 현지 의대 조사에 따르면 1만명당 자살률이 120명이 넘기도 하는 숫자도 있어요. 물론 그보다는 저는 훨씬 낮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이 만명당 30명 정도즈음에 있을 거니깐, 얼마나 심한지 대충 느껴지고...
게다가 보통 자살은 남자가 여자보다 두배 정도 많이 하는데,
방글라데시는 여자가 남자보다 두배 정도 하죠...
방글라데시를 행복한 나라라고 했던 것들은... 조사해보니 조사 자체도 잘못됐었고,
"우리가 물질적인 것만 좇다가 정작 행복을 잃었어! 돈이 있다는 건 행복하기 위한 조건이 아니었어!"라는
이상한 반성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소환 시킨 것이지 실제로는 그렇지 않죠...
어떤 곳에서는 행복지수가 아니라 체념 지수가 높은 것이라고도 하네요...
체념지수가 높다......... 아아.........
저도 방글라데시 1등 통계 보고는 분노가 치밀었었다는.....
와... 그렇군요. 사실 최근에 행복에 대해 글을 쓸것이 있어서 다시 생각해보았지만, 어렸을때 방글라데시의 높은 행복지수에 의문을 다시 생각했었습니다..
저는 단순히 사람들이 너무 가난하고 못살고, 다만 종교적 문화적인 배경상 만족하기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자본주의적 배경의 행복과 다르기 때문에 다른결과라고 생각했는데...
앞으론 순위를 기억함과 동시에 부수적인 정보도 함께 인지해야겠습니다!
사리님..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하필이면 지진날때 거기 뙇!
저... 자연재해 참 많이 몰고 다녀요..
인도네시아 대화재... 치앙마이 홍수... 일본 지진... 싱가폴의 가뭄...
갔다 하면 그렇게 터지대요...
똥칠이님 어디 사세요? 그쪽 한 번 가보려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행복지수 발표할 때마다 뭔가 이상하다 했었는데 그런 사연이 있는 거였네요. ㅠㅠ 암튼 무사히 잘 다녀오셨다니 기쁩니다. ^ ^
수고하셨어요. 무사하셔서 다행이고요. 저는 아프리카에서 안태어난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살려고 노력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비슷한 나라들이 생각보다 더 많은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좋은 글이 나오면 꼭 알려주세요! 부끄럽지만 그 사고 이후 전 뉴스 페이지에 제대로 된 follow-up을 해본 적이 없네요. 지금이라도 조금 읽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무사히 다녀오셨다니 다행입니다. 수고가 많으셨어요.
고생과 수고 많이 하셨고 무사귀환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
고생 많으셨습니다. 도움을 주려고 우물을 팠는데 오히려 독이 되었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원래 개념 없는 도움은 더 큰 비극을 부르곤 하죠..
또 다른 사례는.. 한국분들이 많이 후원하는 국제구호 단체인데, 이 단체에서 구호 비상 식량을 뿌릴 때
몇몇의 너무 열성이신 분들이 그 구호 식량 안에 성경책을 넣었었는데,
그 동네는 반군들이 장악하던 곳이어서 성경책만 갖고 있어도 바로 총살이었다네요..
수많은 애들이 그렇게 이유도 모르고 죽었다고 합니다. 종교적 신념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선의"로 뿌려준...
원래 국제 구호에서는 종교적인 행위를 일체 하지 못하게끔 되어있는데
한국쪽에서 오신 단체들은 이 부분에 굉장히 취약해서 많은 문제들을 일으키죠...
심지어 그 죽음들을 성스러운 죽음이라고 내부에선 평가하길래 기함했었죠 저는...
(위는 방글라데시 사례는 아닙니다)
원글도 댓글들도 읽으니 참 맘이 아프네요...
지켜야할 내 아이가 있으니 더더욱 아이들에 관련된내용을 보면 감정이 이입되어서 더 힘들게 느껴져요.
매사에 감사하고 찾아서 도움을 줘야한다는건 머리속으로만 생각하고
정작 안타까운일에 슬퍼지기만 하고 벗어나고 싶어하는 내 모습을 보니 아직 갈길이 머네요.
정말 수고하셨어요.
사리님, 고생하셨네요! 저도 일 때문에 정말 빈곤한 나라들을 많이 가보게 되는데 갈 때 마다 제가 참 복을 많이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저는 지난 달에는 말라위에 다녀 왔었는데 대체적으로 자신이 사는 삶에 큰 회의를 느끼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제게는 너무 마음에 와 닿았네요. 사진기를 들이데면 너나 할 것 없이 달려오는 아이들이 생각납니다. 사리님께서 무슨 일을 하시는 지는 잘 모르지만 언제 기회가 되면 여러 경험을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네요. 아무튼 무사히 다녀오셔서 다행입니다!
할 말을 잊었습니다......
사리님 같으신 분들 때문에 세상은 아직 살 만 합니다....
짝짝짝!
이렇게 댓글밖에 달 줄 몰라서,, 죄송해요~ 6월 말경에 부산에 혹시 계시면 식사대접 해드리고싶네요!!
에너지를 한번씩 너무 많이 쏟아내시는 것같아서, 그저 쉬실 수 있을 때 푸욱! 아무것도 하지말고 쉬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좋은 글.. 늘 감사드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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