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rest, 또 하나는 adventure.
사실 저는 그동안 rest 보다는 adventure 에 충실한 여행을 해 왔고, 어쩔때는 내가 여행을 하러 온건지 운전을 하러 온건지 좀 아리까리하게 될 때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요새 회사 생활도 지치고 힘들 때가 있더군요. 사실 더 이상 adventure 를 하기엔 아이도 생기고 해서 어렵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rest 를 한다면, 그냥 집에서 쉬는게 장땡이 아닌가? 이런 딜레마에 빠지기도 합니다. 뭐하러 짐 바리바리 실어서 어렵게 비행기 타고 놀러가나... 집이 최곤데 말이죠.
1년전에도 칸쿤 여행을 계획했었는데, 막 5개월된 아이의 건강이 조금 우려되어서 전체 일정을 취소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제 17개월된 아이와 다시 칸쿤에 도전하는데, 무조건 아이의 컨디션이 우선이고 여행의 변수가 없었어야 했습니다.
결국 호텔에서 계속 있는 여행이 될 수 밖에 없었고 예전에도 질문글을 올렸지만 Ritz Carlton 과 Moon Palace 가 주로 고려대상이 되었는데 결국 Ritz Carlton 으로 결정했습니다.
여행가기 3개월 전 쯤에 4일간 $280/day + 50 불 호텔 크레딧/day 조건으로 예약했습니다. 이 조건은 4일 이상 연박할 때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원래 Ritz Carlton 으로 정한 이유는 클럽룸 업그레이드 쿠폰을 써서 클럽룸으로 예약하는 것이 컷는데, 이를 위해서는 $329/day 의 일반 가격으로 예약해야 하더군요. 50불 크래딧 대신 리츠칼튼 카드에서 주는 크래딧으로 충당할 수 있으니 결국 $49 불을 더 내고 클럽 라운지를 사용하느냐가 조건이었는데, 결국 선택하진 않았습니다. 사실 조금 후회되는 선택이긴 하네요. 클럽 라운지에서 조식 및 점심때 스낵류가 제공되고 주류까지 공짜로 먹을 수 있으니 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쪽이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예약을 하고 리뷰를 보면서도 조금 의심이 들더군요. 이 호텔의 Wow factor 는 무엇일까? 사실 저도 촌놈이라 Ritz 나 four season 같은 고급 호텔에서 자 본적이 거의 없어 고급 브랜드 호텔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이해를 못했습니다.
이 호텔은 일단 칸쿤까지 가서 아침에 일어나서 아스팔트를 보게 만드는 뷰는 없습니다. 일반 방은 Ocean view 와 Ocean Front view 두가지로 나누어지고 모든 방에 발코니가 큼직하게 있어 바다는 정말 원없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카드의 골드회원 혜택을 이용해서 Ocean Front view 로 업글되었고 마지막날 $250 불을 더 내고 스윗룸에서 잤습니다.
호텔 측면을 찍은 사진인데 Ocean view 는 저렇게 약간 각진 각도에서 바다를 바라보게 됩니다. 사실 이것도 그리나쁘지 않은 view 라 생각합니다.
Ocean front view 는 이렇게 수영장과 카바나, 해변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정말 아름답지요? 더 놀라운 것은 이 호텔의 모든 entertain 요소가 이 한장의 사진에 담겨져 있습니다. 예, 수영장과 해변이 다입니다.
처음에 호텔에 왔을 때 고민거리는 두가지였습니다. 음식값이 얼마나 나올까? 그리고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 다행히 4일동안 전혀 심심하지 않았습니다.
5월의 칸쿤은 물론 더웠습니다. 체첸이사 같은데 가는 건 절대 무리고요.. 하지만 물과 함께 있으면 전혀 덥지 않습니다. 저희는 주로 오전엔 호텔 수영장에, 오후엔 해변가에서 놀고 더운 날씨를 이용해 오후 7:30 까지 놀았는데도 전혀 덥거나 추운줄 모르겠더군요.
호텔존은 북적거린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5월은 예외인 듯 합니다. 정말 조용했고 힐링하기엔 최적이었습니다. 후기에는 리츠칼튼은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온다고 하던데 전혀 사실이 아니더군요. 완전 몸짱들만 오고 호텔에서 제일 붐비는 곳이 헬스장이었습니다. 헬스장에 갈꺼면 왜 칸쿤에 오는지도 조금 의문스럽긴 한데... 정말 운동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주로 커플들이 많이 오더군요. 물론 사람들은 아주 조용합니다.
전혀 예상외였던 것은 바다였습니다. 명성대로 모래사장은 정말 하얗고 고왔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미역이 좀 있던데 미역밖에 없어서 물은 아주 깨끗하게 느껴졌고요, 파도가 강합니다. 조금만 앞으로 나가도 파도 제대로 탈 수 있고요, 와이프는 원래 바다에서 노는 걸 싫어하는데 이번에 제대로 파도타고 와서 다음 여행지도 이렇게 파도 좀 치는 곳으로 찾아야 합니다... 결국 이런 바다를 앞에 두고 무슨 wow factor 가 필요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텔에서는 수영장 이외에 앞 해변에 140불 짜리 비싼 대형 카바나와 제가 앉은 25불짜리 카바나, 그리고 그 앞에 무료 비치 의자를 운영합니다. 무료 의자도 자리 잡으면 직원들이 알아서 와서 파라솔 펴 주고 음식 서빙도 해 줍니다. 당연히 호텔 룸번호만 이야기하면 다 마지막에 빌 처리가 되고요. 이 25불 짜리가 바닷바람이 지나가면서 안에서 소용돌이를 치기 때문에 오후엔 정말 시원합니다.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음식을 아무것도 시키지 않으면 이 자리도 무료입니다 ㅋㅋ
호텔 인테리어도 아주 기본에 충실합니다. 깨끗한 rug 바닥, 도배된 벽, 그리고 깔끔한 인테리어. 화장실은 대리석입니다. 에어컨 성능은 정말 최고로 소음이 거의 없습니다. 제 생애 최고의 에어컨이었습니다.
배드룸 인테리어는 이렇습니다.
사실 제가 감동을 받은 부분은 호텔의 하드웨어보단 소프트웨어입니다. 일단 직원이 상당히 많고요, 이틀째 되니까 제 라스트 이름을 다 외우더군요. 청소도 알아서 척척척, 타올도 척척척, 턴다운 서비스도 저녁먹고 오면 샥 되어 있습니다.
원래 마이크로웨이브를 하루에 20불인가 내고 빌리게 되어있었는데 제가 베이비푸드 땜에 필요하다니까 그냥 몇시간 공짜로 빌려줬고요, 룸서비스도 식탁 치우니까 거의 5분안에 바로 가져가더군요.
실은 저희가 룸업그레이드를 언제 할 지에 대해 상당히 혼선이 있어서 직원들을 귀찮게 했었는데 언제나 친절하게 응대했고, billing 에도 전혀 실수하지 않더군요.
수영장 및 바닷가에도 음식 시키는데 용이했고요.
아 이게 바로 5다이아먼드 짜리 서비스구나... 정말 자기 집처럼 편하게 쉬고 싶은 부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사는 물론 비쌉니다. 그러나 리츠칼든 다른 호텔만큼 비싸진 않습니다. 이 호텔에서 자랑하는 레스토랑이 2개 있는데, 둘 다 맛이 제 관점에서는 훌륭했고 식비는 2인+베이비 요리가 팁 제외 $150 정도 들더군요. 공짜 테이스팅도 몇 번 주었고요 마지막에 와이프에게 장미꽃도 주는 센스까지...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아침은 멕시코 식당 하나만 운영하는데 아침 부페는 훌륭하지만 4일동안 먹기엔 좀 지겹습니다. 점심은 이 식당과 수영장 식당 두개만 운영하는데 좀 초이스가 부족한 편이고요... 그래서 차라리 클럽룸을 사용해서 라운지를 사용했으면 음식의 다양성 관점에서 좋았지 않았나 싶네요. 클럽룸도 돈으로 그냥 예약하면 $700 넘게 줘야 해서 절대 대충 운영할 것 같진 않습니다. 룸은 일반룸과 거의 동일한데도 말이죠. 다음에 가게 된다면 당근 클럽룸을 고르겠습니다.
결국 최총 호텔 가격은 마지막날 스윗 업글한 비용을 제외한다면 거의 moon palace 견적과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최종적으로 2만 9천 메리엇 포인트를 받았는데 저는 Hotel+Air 패키지를 할 생각이라 이 포인트들이 다 Alaska 항공포인트로 변환될 걸 생각하면 대략 $580 정도를 추가 크레딧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그런걸 보면 매일 아침 꼬박꼬박 먹고 저녁도 잘 먹고 했는데 올인클루시브보다 더 좋은 선택이었단 생각이 들긴합니다.
물론 저는 아장아장 계단 걸어가는 제 아들처럼 칸쿤, 아니 캐리비언 일대의 왕초보입니다. 더 좋은 호텔, 더 좋은 관광지를 앞으로 만나게 빕니다. 아마 칸쿤은 3년 정도 후에 다시 방문해서 액티비티 중심으로 즐겨보려고 합니다.
그럼 부족한 글 잘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칸쿤 관광 준비하시는 분에게 자그마한 도움이 되셧길 바라겠습니다.
저도 집에서 3시간만 비행하면 갈 수 있는 곳을 왜 이제야 갔나 싶더군요. 얼른 다녀오세요~
즐거운 시간 보내신것같네요.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 아기도 한창 귀여울 때이네요 ^^
저는 메리어트 트레블 패케지를 여기 아니면 하와이에서 쓸까 보고 있는 중이랍니다.
제가 일등인가요? ^^;; 후기 감사합니다!! 아이가 참 귀엽네요. 칸쿤 ... 멀어서 언제 갈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후기 스크랩합니다. 정보와 힐링되는 사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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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등록하고 보니 3등이네요. ㅠㅠ
감사합니다. 도움 되시길 바래요~
아이 웃는 모습이 넘 귀여워요.
호텔을 이렇게 자세하 리뷰해주시니, 넘 좋네요.
덕분에 집에서 여행한 기분이였습니다 ^^
감사합니다. 크레딧이 많으시니 칸쿤 비행기표는 쉽게 구하실 수 있을 거 같네요 ^.^ 농담입니다~
오~ 생얼 노출 좋아요 ㅋㅋ 그나저나 5월의 캔쿤은 덥군요.
좋은 rest를 하고 오신거 같아서 부럽습니다~
얼마전에 유럽을 정복하고 오신 분에게 이런 말씀을 들으니 부끄럽네요 ㅋㅋ 어여 정착 완료하시고 겨울쯤에 가 보세요~
처음에 공항에서 내렸을 땐 숨이 컥 막히는 것 같았는데 수영복 입고 돌아다니니까 제일 적당한 날씨인 것 같기도 했습니다.
후기 잘 봤어요~ 아이가 넘 귀엽네요~ 캔쿤을 처음 간게 문팰리스였고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이렇게 호텔 스테이에 대해 항상 궁금증이 있어요. 다음에 가게되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되고.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일년 지나서 리츠칼튼 닫았는데 클럽업그레이드는 살아 있는건지 맨날 뜨더군요. 기회되면 다시 열어야겠네요~
다녀와서 느낀건데 만일 리츠에 방문하실 생각이 있으시면 클럽 업그레이드 쿠폰은 꼭 사용하세요. 제 생각엔 궂이 카드 없으셔도 아직까진 Gold 이실 거 같으니 다녀오시면 혜택 많이 받으실 겁니다.
와이프도 리츠 정말 짱이라고 뉴욕 리츠도 함 방문해보자고 하던데 하룻밤에 600붛이네요 ㅋㅋ 조용히 접었습니다.
완전 훈훈한 후기에요
애기 얼굴이 있어서 그런지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후기네요
아이가 무척 잘 웃는거 같아 더 이뻐 보여요
감사합니다. 아이가 가끔 카메라를 의식하면서 웃을 때가 있는 거 같습니다. 남자애라서 그런지 서글서글 하네요.
저희도 10년간 어드벤쳐 여행만 했던지라 ;;;;
그 가까운 캔쿤한번 못갔네요. ㅡ.ㅡ
올 겨울에는 꼭 가기라 다짐합니다.
칸쿤은 그냥 올인클루시브로 패키지로 가는게 가장 저렴하겠죠?
그게 몇명이서 가느냐랑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성인 2인 만 간다면 올 인클루시브가 약간 손해인 듯 하고요, 올인은 어른 2+아이 2 조합이 가장 가성비가 좋지 않나 싶더군요.
Ritz Carlton 카드가 있다는 전제하에 메리엇 계열에 투숙한다면 사실 포인트 받는게 꽤 쏠쏠해서 추천할 만 합니다.
리츠나 포시즌이나를 다녀보면 결국 거길 왜가냐면
호텔도 중요하고 시설도 중요하고 로케이션도 중요한데 더더욱 거길 가게되는 이유는 손님들 때문에 그런것 같아요.
아무래도 거기 오는 분들이 조용조용하고 클라스도 있고 하니까 좀더 클라시한 느낌을 주는것 같아요 ㅇㅇ
맞습니다. 아무래도 비싸서 인구 밀도가 줄어들고 좀 점잖은 사람들만 오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전 아이가 식당에서 소리치고 그럴까봐 걱정 많이 했었는데 다행히 아이도 분위기 파악하고 조용히 있어서 good boy 소리 많이 들었습니다~
이제 리츠의 늪에 빠지셨군요. 웰컴!
애들 데리고 다니기엔 리츠 만한 곳이 없는 듯해요. 그래서 자꾸 가게 됩니다. 포시즌스 등등 호텔들 보다는 살짝 싸고, 애들 서비스는 살짝 비슷하고... :) 여름에서 가을 즈음에는 항상 프로모가 나와서 (아이차 님이 올려 주신 포인트 프로모션 있습니다), 그거랑 Amex FHR혜택까지 받으면 그나마 괜찮은 딜이 좀 있는 듯 해요.
저희는 워낙 휴양 여행 좋아해서 (애들 어릴 땐 이게 최고인 듯. 아무리 휴양이래도 애들한테 시달리니깐요. ㅋㅋㅋ) 이런 여행이 참 익숙합니다.
아가 넘 귀여워용.
맞아요. 요새는 아멕스 플랫을 끊은 것을 가장 후회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포인트 받고 다시 만들 방법이 없는지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또 아이가 말도 하고 어느정도 크면 그 땐 다시 아이 어드밴쳐 모드로 돌아서야죠.
여행 잘하고 오셨군요. 다음엔 아기도 조금 커질테니 튜어도 할수있는 팰래스계열로 알아보세요. ^^
앗 감사합니다. 예 아마 몇년 후에 갈 때는 돌고래 수영도 시켜주고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쪽으로 가겠습니다.
디자이너 님의 칸쿤 펌프가 이 여행의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
재마이님이 옆에서 얘기하시는 거 같아요. ㅋㅋㅋㅋ 캔쿤 좋은데군요.... 어후 저 물빛
밤안님도 이번 가을/겨울에 한 번 도전해보세요. 정말 가족 휴양지로선 최고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쿨한 곳을 찾아 헤메었지만 '파랑새는 집안에 있다' 를 느낀 여행이었네요.
칸쿤 가본지 너무 오래됬는데 여기도 좋네요. 아이도 넘 귀여워요.
감사합니다~ 기회가 되면 매년 한번은 가보고 싶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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