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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데일리겟어웨이 실패기 - 39분간의 숨가쁨

롱텅 | 2016.04.29 09:44:11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8시 30분(이하 PDT), 출근길에 발견한 데일리겟어웨이 링크.
매번 까먹지 말자고 한 생각을 까먹어버리곤 해서, 오늘은 아예 캘린더에 리마인더까지 다 넣어 회의실을 예약해 버렸다.

9시 40분,  10시가 다가오면서, 만반의 준비를 다진다.
신용카드, 하얏 멤버쉽, 또 뭐가 있을까...

9시 50분, 예약한 회의실 앞에서 미리 대기한다.
더 빠른 클릭질을 위해 랩탑을 가지고 갔음은 물론이다.

9시 55분, 이전 사람들이 회의를 끝내질 않는다. 
무슨 중요한 회의인지 매니저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열변을 토하고 있다.
'시간 됐으니 나가주세요~'라고 말할수 없음을 직감하곤 랩탑을 열어 제쳤다.
와이파이가 안잡힌다. @.@
요즘 가끔씩 문제가 있곤 했는데, 하필 오늘 또 이런다. (ㅆㅂ...)

9시 59분, 회의를 방금 시작한 것처럼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이 얼어죽을 윈도우는 와이파이 트러블슈팅을 하겠냐고 계속 짖어 대고 있다. (듀글래...?)
결정을 해야 했다. 그리고 이 결정적인 순간! 갑자기 ㄸ이 마려워지고 있다.
안되겠다, 아이폰으로라도 해야겠다, 이건 해야겠다...

10시 정각, 랩탑을 집어 던지곤, 까페테리아로 가서 URL을 따박따박 쳤는데, 못보던 사이트가 뜬다. 이건 뭐지...
마음이 급해 오타가 자꾸 나서, ㅁㅁ 링크를 어렵사리 찾아 그 링크를 타고 들어갔다.
프로그레스바가 6~70% 정도 진행되더니 더뎌지곤, 타임아웃...
접속자가 몰리고 있음을 몸소 느끼니, 그 긴장감에 대장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어제 화장실을 못갔던게 지금 강력한 쓰나미를 만들고 있음을 짐작했지만, 그래도 포기할수 없다.

10시 3분, 드디어 기대했던 페이지가 열리고, 'BUY NOW' 버튼을 ㅈ라게 눌렀다.
남의 속도 모르고, 계속 'Try again' 이라고만 한다.
그러면서, 나의 대장은 더욱 더 요동치기 시작했고, 결국 대뇌로부터 괄약근 조절능력을 빼앗아버렸다. (아 쪽팔려)
어쩌면 불을 붙였다면 폭발했을지 모를 무거운 기체가 새어나갔지만, 다시 지배력을 찾아온 대뇌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시작했고, 다행히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그렇지만, 냄새는 어쩔껀데...
해피 프라이데이, 상쾌한 이 아침, 맛있는 커피 한잔을 생각하고 카페로 오는 동료들에게 이 썩은 냄새를 맛보게 할순 없었다.
'Try again' 버튼 대신, 밸리버튼을 눌렀다. 'Don't try again.'

10시 8분, 왼손엔 아이폰을, 오른손 검지 손가락은 '새로고침'과 'BUY NOW'를 번갈아 공략하고 있었고,
양다리는 화장실을 향해 총총 걸음을 걷고 있었다.
호기롭게 문을 제쳤지만, 오 마이 갓. 화장실 변기는 벌써 누군가에게 점령당해 있었고, 
대장은 이미 바지를 벗고 있다고 오해했는지, 더욱 강력한 쨉을 날리기 시작했다.
왼손이 아이폰을 포기하고 아랫배를 휘어잡은 이순간에도, 
나의 오른손은 아이폰을 인도받아, 마치 터미네이터라도 된듯이 엄지로 두 버튼을 쏘고 있었다. (Mobile strike...)
그렇지만, 나의 허리는 점점 고꾸라져갔다.

10시 10분, 누가 신은 공평하다고 했던가.
그 신은 지금 나 아닌, 다른 수많은 이들을 데일리겟어웨이로 인도하고 있었고, 
또, 최소한 변기에 앉은 세명의 손을 들어주고 있음이 확실하다.
다른 화장실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스멀스멀 할 무렵... 그제서야 신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BUY NOW'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냐고? 아니다.. 한명이 볼일을 다 보고 웃으며 나오고 있었다...

10시 19분, 
나는 배설의 기쁨에 웃음지었고, 데일리겟어웨이 페이지는 변경되어 있었다... SOLD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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