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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그만 좀 전도하고, 가르침을 주셨으면...

사리 | 2017.05.13 06:41:25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어쩌다 가끔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될 때, 

마일모아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뭔가 대단한 비책을 선심 쓰듯 알려주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마일모아를 대하는 태도는 일베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어디에도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 

세상사 나보다 고수는 늘 어딘가에 입다물고 있기에 가급적 겸손해야한다.


최대한의 노력으로 모르는 척, 관심 없는 척 하지만 

상대방이 대단한 삶의 지혜도 모른다는 투로 나의 무지몽매를 탓하거나,

실력은 유원지에서 총으로 인형도 못쏘는 정도면서

특수부대의 스나이퍼 수준인 것마냥 떠들어 주는 꼴은 참아주기 힘들때가 아주 가끔씩 있다. 


내가 쓴 마일모아에서 와플을 구웠던 "전도하지 마세요" 정도의 글은 너 읽고 왔어야지,

내가 그 바로 사리야....라고 목구멍까지 차올라도 그냥 침과 함께 목구멍 뒤로 꼴깍 삼켜버린다. 


특히, 교수라는 직군에서 이런 쓸데없는 계몽주의를 발견하곤 한다. 

마일모아에서 박사학위 받은 것도 아니고,

항공권/마일리지학과에서 테뉴어 받은 것도 아니며,

이제 막 아장아장 걸음마 하는 수준인데, 

자기가 인지하는 자신의 이 바닥 수준은 우샤인 볼트이다. 

아주 기초적인 논리학 수준으로 말하자면, 

잘못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를 셀프로 저지르는 것이다. 


있는 건 까대기요 없는 건 싸가지인 나였기에,

예전에는 자근자근 밟아주곤 했다. 

은근슬쩍 말을 허락도 안했는데 할인 시켜서 짧게 말하면서

가르치려고 드는 사람에게는 

몇년전만해도, 대뜸 "혹시 한국어가 모어가 아니세요?"라고 묻곤 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사람이고, 한국어가 모어인데 그 당연한 걸 왜 묻냐는 식으로 물어오면,

"외국 사람들 중에 한국어 배울 때 반말부터 배워서 다짜고짜 천지분간 못하고 반말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라고 쿠사리 좀 주면, 있는 내내 불편해하며 그제서야 입을 다문다. 

난 불편할 것 없다, 오히려 그 닫힌 입 덕분에 편했다. 


지난 번 해외에서 열렸던 한 학회에서도 

한 남자 교수가 마일리지와 항공권에 대해서 장광설을 펼친다. 

맨스플레인에 프로페서플레인까지 콤보가 되면 최악을 면치 못한다. 

일단, 아무리 한국 사람끼리 술자리여도 그런 주제로 얘기하는 게 별로 유쾌하진 않다. 

나와바리도 다른 사람들끼리 모여서 우선 나이와 직함으로 서열을 재빨리 파악하고

그 다음부터 제일 우두머리로 판단되는 사람이 

모든 대화를 주도하면서 자기가 그 대화에서 가장 잘 아는 것처럼 구는 건 이래저래 짜증이다. 


내가 가지 못했던 세션에 대해서 얘기를 좀 주워 듣고 싶었는데,

그 교수는 방학 때 와이프와 어딜 여행 갔는데, 

거기에 항공권은 얼마를 주고 갔다는 둥,

거기의 "민족성"은 어떻다는 둥,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듣고 있으니, 

입에다가 기저귀를 물리고 싶을 정도였다.


한명한명 학회에 올 때 항공권을 얼마를 내고 왔는지 호구조사까지 시작했다. 

옛날 같으면 뭔가 돌려까기라도 한번 했을텐데,

나도 많이 사회화되어서 그냥 조용히 입다물고 있었다.

40여분동안 그 양반에게 항공권과 마일리지 세계에 대해서 설교를 듣고 있었는데

얼마 주고 샀는지 취조가 나에게까지 왔다. 불쾌감이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그냥 입다물고 딴데 보고 있으면, 그냥 그 사인으로 알아 먹지....


그 또한 적잖이 짜증나있으면서, 내 정체(?)를 아는 선배가 살짝 말렸다. 

"이 친구는 저희와 다른 차원에 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굳이 안물어 보셔도 될 것 같아요?"

..... 

그래 거기서 넘어갔으면, 그냥 있던 잔 비우고 편히들 주무세요 하고 일어서면 되는 거였다. 

"그래, 선생은 얼마나 아는가?" 

....

"그냥 조금 취미 삼아 합니다."


내 자신이 가증스러울 정도로 겸손하면서도 적당히 거리를 두되 무례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가 반말을 했다는 것에 불쾌해할 틈도 없었다. 

반말 정도로 불쾌해 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이 불쾌했기 때문이다. 


"그래, 선생은 여기에 얼마 내고 왔는가?"

아.... 이 인간이 정말. 


"듣자하니 선생님께서는 에어아시아 프로모션 가격으로 이곳에 오신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돈으로 이곳에 X항공사의 비즈니스를 타고 왔습니다." 


그 사람은 약간 당황해했다. 

근데 그 정도에서 멈췄어도 됐다. 

하지만 끝내 머리위에 앉고 말겠다는 욕망이 강했는지 무리수를 둔다. 


"그럼 나는 유럽 어디까지 이 돈 내고 항공권을 끊었는데, 선생은 얼마까지 끊을 수 있겠는가?" 


초딩 노상 방뇨하다가 오줌발 누가 더 멀리 쏘나 보다 더 저질스러운 승부를 보고 싶은 것 같다.

이 바닥의 선배로서 그에게 가르침을 하사해야할 것 같았다. 


"선생님, 지난 40여분 동안 하신 말씀을 들어보니

선생님께서 이 분야에 대해서 흥미를 느끼시고 관심을 갖고 새롭게 알게 되는 재미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A사례는 그 보다는 B루트를 통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고

C사례는 D 방식으로 발권을 하는 게 나았을 것이며,

아까 말씀하신 항공 관련 규정 중에, E,F,G는 어떠어떠한 이유로 틀린 것이고 잘못 알고 계신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인생도, 저와는 다른 분야지만 학문에 있어서도 한참 선배인게 분명하지만

아까 Z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적어도 그 분야에서 만큼은 

제가 보기에 선생님은 막 진입한 병아리반 아동과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저에게 계속 그렇게 물으시면 선생님께서 더 곤란해지실 것 같은데 원하시는지요?" 


여섯명이 몰려있는 자리에서 40분동안 그의 설명을 들은 것으로 족했다. 

그는 타인에게 4시간을 훔친 거였다 - 정말 아무도 즐겁지 않고 자기 혼자 훈계하는 시간으로.

그가 오줌발 싸움까지 걸지 않고 더 떠들었다면 한시간까지 참고 있다가 그냥 자리를 비웠을 것이다. 


그가 드디어 조용해졌다.

바로 나가는 건 자기도 쪽팔린 일일테니,

마시던 잔을 비우고는 피곤하다며 일어섰다.

그가 일어나자 다른 사람들이 고맙다고 한다. 

물론 속으로는 저 새끼 진짜 싸가지 없네라고 할 수도 있지만,

속내는 별로 중요하지도 알고 싶지 않았다.

드디어 그 자리는 그날 학회에서 있었던 발표 얘기가 시작되었다...

학회 특성상 나랑 별로 마주칠 일도 없고 마주친다해도 그간 공부가 얼마나 됐는지

빨간펜선생님처럼 체크만 하면 될 일이었다. 



얼마전 서울의 술자리에서도 이런 일을 당했다. 

이번에도 공부하는 사람...

이번에는 여자... 레즈비언 부치...

(진짜 이런 몹쓸 농담 하면 안되지만)

멘스플레인이라는게 생물학적 남성만 하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뭔가 돌림병 같은 게 있나보다.


거기 모인 이들이 단체로 어딘가에 여행을 가야하게 될 수도 있었고

그곳에 무려 두번이나 가서 잘 알고 있다는 그 분의 항공권 101 강의가 시작됐다. 

부킹클래스도 모르는 사람이...

모인 이의 절반이 가까운 지인들이고 내가 항공권을 알아봐주는 사람들이라

다들 그냥 "사리가 알아보면 돼"라고 했더니 

"거기 몇 번 가보셨어요?"라고 한다.

오줌빨 또 세우자는 거다. 

한번도 안가본 곳이었다. 사람들의 만류에도 그는 의기양양하게 

그곳에 가는 최적의 항공권 구하는 방식에 대해서 말한다.

아... 그냥 이런 말 하는 게 너무 모냥 빠지고 싫다.

또 묻는다, "사리님은 어떻게 구하시겠어요?"....

대답하긴 싫은데 그냥 입은 막아야했다. 

"거기 항공사 국적에 따라 항로 다르게 가고 시간도 달리 걸리는 건 아시죠?"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제발 전도 좀 안당했으면 좋겠고,

잘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엣지 없게 얼마 싸게 주고 갔다왔다는 둥, 

일장 강의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경험상, 남자 고학력 집단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마일모아에 오시는 여러분들이라도

조심해 주길 바람에

이 글을 맹가노니 사람마다 수비닉혀 실천하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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