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그렇지만 평일 하루일 뿐. 일과를 정리하고 장을 봤다.
요즘은 배 구하기가 쉽다. 다른 가게에서 '아시안 페어'라고 하던데 이곳은 '코리안 페어'라고 쓴다.
막상 설날을 장만 보고 밋밋하다 싶었는데 중국 친구가 같이 저녁 먹자고 불렀다.
앉자 마자 포켓못 카드를 펼치는 아이들.
변변한 폴더 없이 통에 담아온 3호. 조만간 하나 만들어 줘야겠다.
금요일에 초를 켠다고 유대인 학교에 다니는 딸래미는 불을 붙였다.
딸래미가 구운 이스라엘 빵에 중국인 엄마가 찐빵을 쪄냈다.
함께 온 이란 친구가 레몬즙 가득 상큼한 샐러드를 가져왔다.
군침 도는지 형들과 놀던 3호가 식탁에 달라 붙었다.
다음엔 떡국을 내왔다. "한국에선 이래야 한살 먹는다며?" 진한 소갈비 갈색 육수가 낯설었지만 맛은 익숙했다.
설날 다음날 토요일, 일어나자 마자 소파 오른쪽 귀퉁이에 자리 잡은 1호.
2호는 소파 가운데 앉아 3호 숙제를 펼쳐보고 있다.
소파 왼쪽 귀퉁이에는 3호가 레고를 가지고 꼼지락 거린다.
설날 다음날 토요일, 처가 아차례상에 올린 음식들을 마련했다.
차례 준비하자고 하니 3호 상을 닦겠단다.
음식 좀 가지런히 놓으라고 하니 삐뚤하게 오린 지방까지 한데 모아 구석부터 줄 맞춰 놓는다.
잠옷을 갈아 입고 나온 1, 2호도 음식을 나르기 시작했다.
대충 정리가 된 상을 보고 절 연습 좀 하자니 말 안듣고 장난친다.
이제 할아버지 오신다고 문을 열면서 내 '썰'이 시작 된다.
할아버지 앉으셨다. 인사 올려라. 막내 술한잔 받자고 하시네.
할아버지 반찬 좀 달라고 하신다. 절하면서 소원빌면 들어주실지도 몰라.
할아버지 가신다. 인사드려라. 이제 밖에 가이드 아저씨 밥 챙겨주자고 하며 내 '썰'을 마쳤다.
차례 마치고 늦은 아침은 제사 음식 버무려 비빔밥.
슬슬 돈맛(?)을 알게된 아이들을 위해 올해 처음 새뱃돈을 줬다.
늦은 차례를 마친 이날 저녁 연례행사가 된 이웃집 '신년 파티'에 갔다.
중국인 친구가 각종 만두와 중국 음식을 대접하는 자리지만
출신지가 다른 손님들이 집안을 가득 채우고
이들이 들고온 각국의 음식들 덕분에 국제음식박람회가 됐다.
기념 사진 찍으려고 모인 자리, 이집 큰 딸이 '사진 폭탄'을 떠뜨렸다.
오늘 모인 10가정 5개국 대표 선수(?)들. 즐겁게 시작한 한해,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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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이렇게 두번째 새해를 맞았습니다.
노래처럼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 우리 설날은 오늘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아이들이 한주간 봄방학을 시작했고요.
이틀 늦었지만 설 지나도
정월대보름까지는 새해 인사를 드린다고도 하니,
"마모님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국제음식박람회.....너무 군침도는데요 ^^ 오하이오님도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밍키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떠들고 노는 것도 좋았지만
정말 다양한 음식들 조금씩이나마 맛 볼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여전이 인정 가득 훈훈한 이웃 : )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향후 10년 내 올림픽 참가자 수준의 스노보더 기량을 갖길 기원하겠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근데 어떻게 이웃과 이렇게 왕래가 가능한지요? 요즘 같이 척박한 세상에 훈훈하네요.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몇몇 사람들과 꾸준한 관계를 맺고 살다보니 그 사람들이 또 서로서로 연결해주고 해서 동네가 작아 서로 뻔히 아는 처지가 돼서 그런지 이런 자리가 되면 적극적으로 모이게 되는 것 같아요.
언제나처럼 훈훈하고 재밌고 멋진 사진들이 많네요! 애들도 넘 귀엽구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근데 애들 놀이 풍경이 아주 익숙하네요. 애들 관심사는 어느 동네나 비슷한가봐요.
저희 애도 친구들과 늘상 포크몬 카드 놀이하고 노는데.. (다 그게 그거 같은데 맨날 다 늘어놓고 보여주고 얘기하고 트레이드하고, 뭐 그리 할게 많은지..ㅎ)
심지어 사진에 나온 폴더 중 하나는 저희 애꺼랑 똑같이 생겼네요ㅎ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들어 보니 포켓몬 카드 수집이 한번 유행하다가 꺽이고 최근에 다시 유행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큰 형들이 있는 다른 아이들은 이미 모으고 흥미를 잃은 아이들도 많다고 하네요. 혹시 아마존에서 사셨다면... ㅎㅎ 종류가 그다지 많지 않은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델이 비슷한거 같아요. 비인기 캐릭터는 엄청 싸게 팔때도 있어 슬쩍 보여주며 유도하는데 쳐다도 안보더군요. ㅠㅠ.
언제봐도 참 좋은 동네에서 참 재미나게 사시는 것 같아서 부럽습니다 ㅎㅎㅎ
저희는 나날이 명절이 명절 같지 않은 것 같네요 ㅎㅎㅎ
ㅎㅎㅎ 요즘 어찌 지내시나 궁금했는데 여전하시네요... 이웃들하고 친하게 지내시는게 보기 좋습니다
예, 앞으로도 아이들 크는 거 말곤 별 변화가 없을 것 같아요. 사실 모든 이웃들하고 친하진 못하고 아무래도 '마이너'들 끼리 잘 어울리게 되더라고요.
늘 우리 삼총사 보면 기분이 좋아지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여기 사시면서 제사까지 챙기시고 아이들이 참 좋은거 보며 잘 큰다는 생각이~
참고로 저는 구정도 못챙깁니다 ㅠㅠ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무래도 미국 살면서 한국 명절 챙기기는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나마 주변에 중국 친구들이 많으니까 같이 명절 분위기를 낼 수는 있었던 것 같아요.
왠지 할아버지 다녀가신 이야기가 재밌을거 같은데요? 훈훈한 설 분위기 잘 느끼고 갑니다.
음식을 코 앞에 두고 절만 반복하니 어릴때 제가 제사를 엄청 지루해 했거든요. 그래서 순간순간 이야기를 만들어 집중을 유도해요. 아이들 사기치는 썰인데 남들이 들으면 재밌을리는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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