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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집 없는 사람의 설움...

호나기 | 2018.05.25 17:50:47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아틀란타 사시는 아는 분의 얘기입니다

 

이 분이 타운홈을 렌트해서 살고 있는데요, 처음 이사 갔을때부터 옆집에 사는 부부가 맘에 안들었답니다. 동유럽쪽에서 온 은퇴한 이민자들인것 같은데, 아저씨는 차고에서 하루종일 담배를 피워서 집밖으로 나가면 담배 냄새가 나고, 아줌마는 큰 개 두 마리를 데리고 산책을 다니면서 이 집 앞에다 개X을 싸게 한답니다. 그리고는 전혀 치우지 않고 그냥 가버리고요. 뭐라고 할까 하다가 현장을 잡지를 못해서 그냥 내버려 뒀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부터 비가 많이 오고 나면 이 집 차고에 물이 고이더랍니다. 옆집이랑 연결된 벽에서 물이 나오는데, 집 고치는 분이 한번 보더니 이건 옆집 벽에서 새는 거라고 합니다.

 

며칠후 마침 그 집 아줌마를 마주친 김에 물어봤답니다. 혹시 그쪽 집 벽에 물 안새냐고요... 

그랬더니 하는 말이....  “We don't know because we are a homeowner not like you guys”  라고 대답하더랍니다....

 

아니 어이가 없어서 도대체 집에 물 새는 거랑 홈오너인거랑 뭔 상관인데?  그런데, 계속 ‘I don’t know’ , ‘We don’t know’  만 계속 합니다. 영어를 잘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 후에 비가 오고 나니 차고에 또 물이 찹니다. 그 담에 만났을때 니네 집 벽 문제 있는거 같으니 보고 고치라고 얘기합니다. 역시 대답은 똑같습니다. “I don’t know. We are a homeowner not like you guys.”

 

말이 안통하니 그냥 또 넘어갑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자기들은 홈오너고 이쪽은 렌트산다고 무시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 그래서 개X도 이 집앞에 싸고 안치우는가 봅니다. 세상에 무슨 몇백만불짜리 집도 아니고 고작 방 세개짜리 타운홈하나 있다고 렌트 사는 사람을 무시해? 어이가 없습니다. 거기다가 “not like you guys” 라니……..   렌트사는 너네랑은 수준이 다르다는 건가? 집없는게 참 서러운 거구나 하면서 빨리 돈 모아서 집을 사야지 하고 다짐을 합니다. 그리고 사고 싶은거 안사고, 여행갈거 안가고, 비싼 외식 안하고, 정말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읍니다. 오로지 옆집 아줌마한테 기죽기 싫어서 말이죠.

 

이사온 지 얼마 안 되었을때 집주인이 혹시 이 집 살 생각 있냐고 물어봤답니다. 그런데 이웃도 별로고 그렇게 오래 살것 같지 않아서 그때는 그냥 살 생각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살다보니 동네가 괜찮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전학가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살다 보니 4년을 넘게 살게 되었습니다. 렌트 사는게 별로 불편하지 않아서 그냥 렌트로 계속 살까 생각도 했는데, 옆집 아줌마 생각만 하면 열이 받습니다. 집을 사서 나도 홈오너다라고 받아 쳐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학군의 다른 집을 살까 좀 찾아 보기도 했다가, 그럼 옆집 아줌마한테 집 샀다는걸 알려줄 방법이 없네?  그래서 그냥 지금 렌트하고 있는 집을 사기로 합니다. 이웃때문에 이 집을 살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는 그 이웃때문에 이 집을 사야겠습니다.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집주인에게 혹시 지금이라도 집 팔 생각이 있냐고 물어봐 달라고 했습니다. 몇년을 살아 보니 차고에 물새는 것 말고는 문제가 없으니 as is로 사고, 차고는 나중에 집 사고 나서 옆 집 사람에게 고치라고 할 생각으로 말이죠. 시세보다 훨씬 싸게 팔겠다고 답변이 왔습니다. 그전에 렌트 살던 사람들이 너무 속을 많이 썩였는데, 집도 깨긋하게 쓰고 렌트비도 안밀리고 해서 기분좋아서 싸게 준답니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다운페이 마련하고, 모기지 apply합니다. 매일매일 집을 산다음에 옆집 아줌마에게 가서 나도 홈오너다~!”라고 큰소리치는 꿈을 꿉니다

모기지 직원이 일처리를 너무 못해서 두번이나 이상한 이유로 리젝이 납니다. 두번째 리젝된날 집앞에서 그 아줌마를 마주칩니다. 표정이 마치 집사기 힘들지?‘ 하고 비웃는것 같습니다. 열받아서 죽어도 이집을 사야겠다고 또 한번 다짐을 합니다.

 

렌더를 바꿔서 새로 모기지 신청 들어 갑니다. 결국, 이번에는 아주 가뿐히 모기지가 승인이 납니다. 또한번 꿈에 부풀어 오릅니다. 집주인이 되는 꿈은 둘째 치고, 그 아줌마에게 나도 홈오너다 라고 말하는 상상만 해도 흥분됩니다.

 

어떻게 말할까? 그냥 가서 문 두드리고 우리도 집샀다. 홈오너다라고 말할까? 아님 HOA 미팅에 나가서 마주치면 우리도 홈오너라서 왔다고 말해줄까?

아니지 임팩트가 없어 임팩트가    

그 아줌마가 우리는 홈오너라서………’ 라고 말하는 순간에 나도 홈오넌데? 라고 받아 치는게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과연 어떤 표정일까? 당황할까? 뭐라고 할까?  그리고 나면 기분이 어떨까? 통쾌할까? 짜릿할까? 혹시 너무 허탈해 져서 올드 보이의 유지태처럼 자살하는거 아닐까?  

 

 

마침내 클로징이 끝나고, 홈오너가 되었습니다. 집을 샀으니 레노베이션을 합니다. 하루종일 망치질하는 소리가 나고, 차고는 뜯어낸 양탄자와 나무들고 가득 찹니다. 옆집 아줌마가 무슨 일인가 하고 지나가면서 들여다 봅니다. 누가 이사 오나? 생각하는 듯합니다. 꿈에도 그렇게 무시하던 렌트로 살던 사람이 이 집을 샀으리라고는 생각 못할 겁니다. 지금 가서 우리가 집을 사서 고치는 거야라고 말할까?  아냐, 역시 임팩트가 없어

 

드디어 공사가 마무리되고, 하늘도 간절함을 알았는지 폭우가 쏟아집니다. 역시 차고에 물이 찹니다. 신나서 핸드폰으로 사진까지 찍습니다. 그리고 옆집을 향해 갑니다. 수없이 상상하던 …. 겨우 집한채 있다고렌트산다고 무시하던 그 아줌마에게 화끈하게 복수하는 그 기회가 찾아 왔습니다.

 

문을 두드리고 기다립니다. 준비했던 말들을 다시 되새겨 봅니다.

홈오너…..홈오너….. 홈오너

 

문이 열리고 누가 나오는데, 처음 보는 대학생정도로 보이는 젊은 여자입니다. 이집 딸이라는데, 요새 이 집에 와 있답니다. 어라 이게 아닌데 아줌마가 나와야 하는데…..   그러나 얼마나 꿈꾸던 순간인데 여기서 포기할수는 없습니다. 대신 흥분하지 말고, 홈오너의 품위를 잃지 않고 최대한 친절하고 매너 있게 말합니다….

 

안녕? 나 옆집 사는데 우리가 그동안 계속 렌트 살다가 얼마전에 저집을 샀거든. (강조하며) 그래서 이제 홈오너야. 그런데 차고에 물이 새는데 그게 너네 집쪽에서 새는거 같아서……….고쳐줘야 할거 같애

 

그리고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여 줍니다. 옆집 딸이 사진을 보더니 놀랍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

 

 

 

 

 

 

알았어. 우린 집주인이 아니고 렌트 사니까 내가 홈오너한테 전화할께.”

 

 

?????????????

뭐라고?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렌트산다고? 홈오너라고 날 그렇게 무시해댈땐 언제고?’

 

? 진짜야? 너네 홈오너 아냐? 니네 어머니가 나한테 “We are a homeowner not like you guys” 라고 여러번  (X무시하면서) 말했는데?”

 

딸내미가 살짝 웃더니 말합니다. ……………….

............................................

 

 

 

 

 

 

우리 엄마가 영어를 못해서 그래. 아마 “We are not a homeowner like you guys” 라고 말하려던 걸꺼야. 집주인이 아니라서 잘 모른다고.”

 

 

 

뜨어어어~  이게 뭔일이람?

 

그러니까 굳이 따져 보면 그 아줌마의 말도 안되는 영어는 ….

"We are a homeowner NOT,    like you guys." 인데,

 

이걸 여태껏

"We are a homeowner,    NOT like you guys"  로 알아 들은 겁니다.  그리고는 복수심에 불타(?) 물새는 저 집을 산거였습니다. 

 

이 모든 사태가 낫놓고 기역자도 모르는게 아니고, NOT을 어디다 놓을줄 모르는 옆집 아줌마 때문에 벌어진 나비효과였습니다. NOTbe 동사 바로 뒤에 놓는 거란 말이야~

 

옆집 딸과 얘기 잘 마치고 인사하고 나오니 여전히 폭우가 쏟아집니다. 몇미터 안되는 자기 집까지 걸어오는 길에 오만가지 생각이 듭니다.

 

굳이 이 집을 살 이유가 없었는데

물러 달랠수도 없고….다시 팔까렌트 놓고 이사갈까…..  

혹시 저집 딸이 비웃고 있는거 아닐까? 그냥 벽 고쳐 달라고 하면 되지 홈오너란 소리는 왜해? 하고

니네 엄마가 날 이렇게 만들었단 말이야

 

렌트 산다고 무시하는게 아니라, 너네처럼 렌트사는 처지라는 말이었는데....  

무시해서 우리집앞에 개X을 싸게 하는게 아니라, 그냥 매너없이 아무집 앞에나 랜덤으로 싸게 하는 거였는데....

 

집에 들어오니 여전히 차고에선 물이 샙니다. 그래도 이뿌게 고쳐진 집을 보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냥 이집에서 행복하게 살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옆집 아줌마 덕분에 집을 사게 되었으니 떡이나 한판 돌릴까 생각합니다.

 

 

이상 아무도 집없다고 무시한적 없는데도 불구하고 혼자 집없는 설움을 참고 견디다 졸지에 팔자에 없는 차고에 물새는 집을 사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옆집 딸에게 우리 집샀다, 우리도 홈오너다~’ 라고 자랑하고 온 아틀란타의 한 마모회원님의 얘기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모두들 주말 잘 보내시고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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