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5일' 출장을 마친 처가 돌아 왔다. 일주일 간 미국, 한국, 이탈리아 거쳐 다시 한국으로.
지친 처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서소문 '정원순두부'로 갔다. 추억에 가자 했던 집, 빌딩을 올리고 번듯해졌다.
늘 그랬듯이 소주 하나 맥주 두병, 소폭으로 시작해 두 세트(?)를 털고 일어났다.
신촌 '우드스탁'으로 갔다. 단란주점 광고는 여전했지만 익숙한 가게는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
그나마 찾아냈던 집. 내 추억의 세월을 품은 곳은 아니지만 이만하면 됐다 싶었다.
'마른안주'라는 말조차 정겨웠다. 대학가지만 평균 중년 손님들, 비슷한 처지구나 했다.
기억 속엔 꽤 신식 같았는데 94년에 쓴 낙서가 보인다. 버텨줘서 고마웠다.
중년 틈에 학생(으로 보인) 몇몇이 자리를 비웠다, 술을 채 비우지 않은채. 술을 피에 비유하기도 했던 내겐 낯설다.
시간이 갈 수록 손님 연령 층도 음악도 나이를 더했다. 가물가물한 노래 제목에 안달할 필요 없이 바로 검색.
술집을 나와 잠시 걷는 거리, 거리 가수의 반주기는 스마트폰.
"나도 저 만큼은 하겠다"는 농담 한마디에 노래방 '준코'에 갔다. 술과 안주도 판다.
아주에 오른 라면까지. 늘 저렴했던 대학가 물가를 이제야 실감했다.
정체가 모호한 다양한 안주는 '무한 리필'이란다.
세월의 무게는 노래방에서도 느꼈다. 집어 들기도 힘들 만큼 두툼한 노래목록, 이런게 두권.
단 이곳, 무조건 3시간 2만원 기본이란다. 중년 셋이 3시간을 어찌 부르나 했는데 얼추 다 채우고 해어졌다.
마신 술 만큼 이야기도 많았다. 친구가 남긴 기사 링크. 아침에 읽었다.
지식인도 연예인이 되야 대접받게 된 요즘, 구석(?)에서 소설까지 써가면서 공부하는 학자의 자세가 귀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윤교수의 뒷 말에 가슴이 먹먹하고 머리가 아팠다. 술기운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내 생전에 좋은 날이 올 것 같지 않은"게 어디 그 분의 그 뿐만이겠냐만은.
샤방샤방 러시아 도우미 노래클럽? 저는 왜 이런게 눈에 먼저 들어올까요 ㅋㅋㅋ
ㅎㅎ '지친' 처에게 왜 아이를.... 너무 혹사 시키지 마세요
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뭔가 오하이오님과 잘 어울립니다... 저도 중간에 남은 맥주 아깝네요
남은 술이 정말 아깝더라고요. 음악은 기분 좋게 들었습니다^^ 영화도 생각이 나고요.
피보다 귀한 술은 절대 남기지 못했죠 ㅋ
그때를 추억하며 “유흥”을 같이 할 벗들이 있으니 생전에 좋은 날”도” 온 거 아닐까 합니다 ㅎㅎㅎ
저도 이번에 들어가면 노래방가자 해야겠네요 ㅋ
아 ㅡ 돼지바는 드셨나요? ^0^
하하 예, 정말 급히 나가야 할때면 일어서면서 잔을 들이켰던 것 같은데. 확실히 요즘은 다르더라고요.
듣고 보니 그러네요. 그렇지 않아도 이 친구들이 올때마다 이렇게 열렬히 환영해 주는 사람들이 있냐며...
(돼지바는 먹었습니다. 최근 보니 하드 랭킹도 나와서 참고하고 있습니다. http://news.joins.com/article/22658441 )
한국가실때마다 출장도 꼭 하시게되는 스케줄이신가봅니다.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다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일거양득이겠죠?? 한국가면 적당한 음주가무도 즐겨줘야 재맛이죠?? 술을먹는게 아니고 분위기를?? 그리고 허물없는 친구들?? 것만으로도 행복이죠.지금은 너무 부러울 따름이네요...친구분들과 회포많이푸세요.
예, 거의 출장을 끼고 갑니다. 그래야 비행기표 값이라도 조금 줄이게 되서요. 마일 모으니 실력이 별로다 보니 몸으로 떼우게 됩니다.
한국에 올때마다 음주는 매번 있었는데 '무'는 몰라도 '가'도 오랜만에 했네요. 이전에 마지막으로 가본게 적어도 10년은 된 것 같아요. 모처럼 만이라 그런지 무척 즐거웠습니다. 정말 이것 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뭔가 아직허전 하신가요?
제가 잔하나 채워드리죠,
첫잔에 사모님.두번째 잔에 1.2.3호를 떠올리시며
지난 추억과 아쉬움은 흘려보내세요.
활기찬 오하이오님.
고맙습니다. 그 잔 받고 이제 추억 놀음은 그만 할까 합니다.
매번 올때마다 다졌던 마음이 있었는데 올해는 좀 느슨해졌던 것 같아요.
첫 사진보며 저도 모르게 '앗 드뎌 엄마왔다' 해버렸습니다. 귀한 1, 2, 3호의 엄마인데, 어느덧 마일모아의 대모가 되신듯 합니다. '엄마'에겐 비밀!
하하 그러셨군요. 감사합니다. 처가 대모라고 하면 허허 웃을 것 같아요. ㅎㅎㅎ
근 이십년만에 신촌을 가는데.... 사진 속 풍경이 낯설군요. 아련한 내 청춘처럼.....
앗 준코!!!ㅋㅋㅋ반갑네요!!
흐른 시간만큼 두꺼워지는건 노래방 책과, 모르는 노래와, 친구들간에 못다한 이야기들과, 이마의 주름인거지요. 그래도 각자의 시간을 서로 이야기하고 나누고 웃고 울고 떠들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지요
지나간 시간에 건배를, 그리고 앞으로 올 시간과 새로운 이야기에 건배를.
친구 좋다는게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다음을 기약하면서 보내는 그 시간도 또다른 인생의 사진첩 속의 또다른 즐거운 사진 한 장, 두 장이 되겠지요.
한국에서 친구들과의 시간도 많이 보내세요. "너, 그새 많이 늙었다" 라는 덕담과 함께요 ㅎㅎㄹ
감사합니다. 친구들과 좋은 시간 많이 보내고 가겠습니다. 요즘은 늙고 젊고가 아니라 살이 빠졌다 늘었다는 인사가 더 많은 것 같아요. ㅎㅎ
전 제목보고 아이들이랑 노래방 가셨나 보다 생각 했는데 진짜 참 유흥을 즐기셨군요. ㅎㅎ
하하, 그러고 보니 주전부리를 많이 줘서 아이들과 가면 좋을 텐데, 술도 파는 곳이라 아이들은 들어가지 못할 것 같네요.
오하이오님 글을 읽다보니 제 아지트였던 신촌 기차역 앞 원두막이란 주점에서 한동이 푸고, 흥 나고 주머니에 돈 푼 좀 있으면 강남역 월드팝, 모자르면 이대역 근처 캐치미에 음료권 끊고 남자들만 버글거리는 스테이지에서 혹시 여자라도 들어 올까 입구만 주구장창 쳐다보던 기억이 나네요ㅋ. 내 생애 좋은 날은 언제 올까? 한 번 날아야 하는데...
그런데 지난시간 돌아켜 보니 좋은 날 많았는데 그땐 그렇게 못 느꼈던 것 뿐이라는 걸 알겠되더군요. 내 생애 좋은날은 미래관점에서 보면 진행형이라는걸... ㅋ 오하이오님, 한국에서 남은시간 즐겁게, 알차게 보내시고 뮤사히 돌아 오시길 바라겠습니다.
신촌 기차역 말씀 하시니 부랴부랴 찾아 갔던 기억이 납니다. 2004년 2월 당시 가장 오래된( 80년?)된 기차 역사지만 건축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보조할 가치가 없는 건물이라 하여 재개발을 허락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보고 나서인데요.
저는 '고고장'에서 '디스코텍'으로 넘어간 세대인데 거의 안가다 시피 했던 터라 딱히 기억에 나는 업소는 없지만 저 땐 이태원에 '라이브러리'가 꽤 유명했던게 기억이 나네요. 다들 도서관 가자 하면서 갔던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주신 인사말씀대로 즐겁고 알차게 보내고 잘 돌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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