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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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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이오 | 2018.10.17 13:19:37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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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선반이 된 상판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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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이웃 친구가 비슷한게 두개 있다며 하나를 줬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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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상자로 단단히 둘러 쌓인, 라이오와 턴테이블이 달린 오디오 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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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란히 있던 영수증과 책자를 보니 1969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샀다. 가격은 509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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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청소나 하차고 일단 뜯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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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무겁고 큰데 막상 뜯어보니 별거 없어 보인다. 이랬던게 손가락만한 오디오 기기까지 나오게 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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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 상표. 이때 오디오는 고사하고 한국에선 제니스 라디오 하나만 가졌어도 부자소리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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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묵은 먼지 걷는 일이 쉽지 않다. 특히 스피커 덧된 천 뒤 골판지에 손이 많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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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하루 내내 새 친구와 보냈다. 사포질에 칠도 좀 하고 집에 들여 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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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문대고 칠했다 지우고 다시 먹이고 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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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새거 처럼 보이려고 할게 아니었다. 'Ctrl Z'로 돌릴 수 있으면 닦아 쓰면서 내 손때를 보태는게 나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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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손대면서 구석구석 예전 장인 솜씨를 느낄 수 있어 다행이었다. 보일듯 말듯한 장식 고리의 못하나 꼼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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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쟀든 끝내고 말렸다. 마르는 사이 돌아보니 덩치 큰 물건 들어갈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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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에 자리를 잡아준 뒤 한동안 판 사는 재미가 있었다.  1장 1불, 가끔 '1불의 행복'이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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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행복이 가장 컸던, 로드 맥큐언(Rod McKuen)의 앨범.  막연하게 나마 늘 갖고 싶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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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들고 올때 콩닥거리는 설레임, 튀진 않을지 걱정도 섞인. 그랬던 걸 한동안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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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시아'를 꺼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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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스트레이츠'도 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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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그전에 먼저 스틱스를 들을 거다. 켰다. 지지직 거리는 소리로 부터 음악이 시작한다.

 

 

 

*

전축으로 음악 듣는 일이 요즘엔 큰 노동일 것 같습니다.

20 여분 마다 판을 뒤집는 일이 그렇고

선곡해 듣자고 안경꺼내 쓰고 달려 들어 눈금 맞추는 일도 그렇습니다.

게다가 소음이 섞인 음악도 못 마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자주 꺼내 듣지 않게 된 것 같습니다만

오늘은 노동이 주는 즐거움에 소음이 주는 현장감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이라도 음악 듣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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