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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쌀과 연어 초밥 이야기

이슬꿈 | 2018.10.20 02:52:51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예전에 댓글로 좀 쓴 적이 있었는데요.

https://www.milemoa.com/bbs/board/3630615

 

 

밥이 맛있으려면 당연히 쌀이 맛있어야 하고, 그 다음 밥을 짓는 도구가 좋아야겠죠.

오늘은 도구 얘기를 할 건 아니고요, (전 그냥 Instant Pot으로 해요.) 쌀 얘깁니다.

 

쌀 품종이 크게는 인디카와 자포니카로 나뉜다고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인디카를 먹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자포니카 얘기만 할게요.

 

2010년대 들어오면서 한국에서도 이제 쌀의 품종을 많이 신경쓰기 시작했어요. 단일품종을 강조하는 브랜드쌀이 많아졌네요.

삼광같은 한국에서 개발된 품종들이 밥맛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코시히카리라는 일본 전통의 강자도 여전하고요.

 

하지만 여전히 질보단 양이라서 새누리(정치집단과 관계 없음)가 재배면적 1위고 이래요.

얘들은 맛은 그저 그런데 수확량이 많거든요. 추청(아키바레, 이젠 일본에선 안 키우는 일본 품종)도 비슷한 케이스인데 얘는 그래도 맛이 중상급 수준이에요.

 

그럼 쌀 맛은 무엇이 중요하냐... 스스로를 '밥 소믈리에'라고 칭하는 박성환 기자의 글에선 이렇게 말합니다.

- 완전립 비율이 높은 것 (깨지거나 금이 가지 않은 쌀)

- 수분 함량이 14~16%

- 아밀로스 함량이 낮은 것

- 단백질 함량이 낮은 것

 

완전립 비율은 품종 이전에 쌀 자체의 품질이에요. 깨진 쌀알이 많으면 밥을 짓는 동안 전분이 흘러나와서 일단 밥이 맛이 없고,

더 빨리 산패되어서 냄새가 나기도 쉬워요. 그래서 쌀을 씻을 때도 쌀알이 깨지지 않도록 살살 해주는게 좋아요.

근데 어차피 미국에서 쌀 살 땐 도정 등급같은 거 안 나오니까 그냥 포기하는 게 좋아요. 가끔 보면 현미를 사서 직접 도정하시는 분들도 있긴 하던데요...

 

단백질 비율이 높으면 밥이 딱딱해지고 퍽퍽해지기 쉬워서 밥맛이 별로고, 아밀로스는 함량이 낮을 수록 밥이 찰져요.

아밀로스 함량이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아밀로펙틴의 함량이 높아지는데, 익은 쌀에서 아밀로펙틴이 표면으로 나오면 끈적해지거든요.

그래서 찹쌀의 아밀로펙틴 비율은 거의 100%예요. 아밀로스 비율은 0%에 가깝고요.

 

코시히카리의 예를 들면 단백질 비율은 6% 전후, 아밀로스는 15% 전후라고 하네요.

미국에 사시는 분들이 자주 보실 Calrose는 단백질이 6.8%, 아밀로스는 15.6%~18.9%네요.

흔히 아시는 '국보쌀'은 Kokuho Rose가 괜찮은 품종이에요. 단백질은 5.8%, 아밀로스 16.7%라네요.

Kokuho Yellow나 다른 중급 Calrose와는 달라요. Nishiki 등도 M401 품종으로 일반 칼로스와는 좀 다르고요.

Kokuho Rose는 Koda Farms의 heirloom 품종은 KR55라는데, 다른 곳에서는 M401이라고 하네요.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아무튼 이 정도를 마지노선으로 두시면 될 것 같은데... 사실 Kokuho Rose 살 가격이면 코시히카리 사요. 그냥 코시히카리 드시면 될 것 같아요.

참, Calrose 계열은 medium grain에 속하고, 코시히카리나 대부분 우리가 먹는 쌀은 short grain이에요. 보면 Calrose 계열이 쌀알이 확실히 길어요.

 

위에서 말했듯 한국에도 삼광같은 우수한 품종이 있지만 미국에선 거의 재배되지 않아요. (있으면 알려주세요. 캘리포니아 한인마트엔 있으려나요?)

참, H마트에서 파는 '경기미'같은 건 전혀 경기도하고 관계도 없어요. 캘리포니아에서 재배하는 경기미, 이천쌀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요.

한국에서 수입해 파는 '임금님표 이천쌀'도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사족이지만 경기미가 유명한 이유는 '임금님 쌀' 이름값도 있지만... 맛없다는 통일벼를 경기도에선 재배를 못 해서, 추청벼를 키워서라네요.

<근현대 한국 쌀의 사회사> 이 책 읽어보고 싶어요.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8466181 )

 

정리하면, 미국에서 맛있는 쌀을 찾으시려면 그냥 코시히카리 찾으시는 게 제일 쉬워요. 특별히 Calrose 계열을 선호하시는게 아니라면요.

Tamaki Gold, Nozomi, Sunshine Moonlight (서울식품의 일월..;;), Hitomi, Shirakiku의 Koshihikari 등등 꽤 많네요.

H마트에선 히토미 가격이 괜찮았던 것 같고요. 가끔 아마존에서 노조미가 되게 싸게 나와요.

 

좀 특별한 걸 찾으시려면 Shirakiku에서 Snowflake라고 밀키퀸 품종 쌀도 파는데요.

이게 California Milky Queen이라고 나와서 일본의 그 밀키퀸이 맞는지 아니면 뭔가 독자적으로 개발한건진 모르겠어요.

아밀로스 함량을 코시히카리보다도 더욱 낮춰서(9~12%) 찰기가 더 강해요. 한국에서도 백진주, 골드퀸 3호같은 게 나오는데 미국에선 볼 수 없겠죠.

아마존에서는 너무 비싸서 못 먹겠는데, 한 30불 미만으로 15lbs 나오면 먹어보고 싶어요.

 

--

 

여기까진 보통 먹는 밥 용도의 쌀 얘기예요. 스시 쌀은 사실 좀 달라요.

 

스시 장인들은 예로부터 '사사니시키'라는 품종을 선호했다고 해요. 사사니시키는 아밀로스 함량이 20~25%나 되는 고 아밀로스 품종이에요.

위에선 아밀로스가 낮아야 밥맛이 좋다고 했는데, 이건 그냥 밥을 그대로 먹었을 때고요.

스시의 샤리(밥)는 밥에 식초, 설탕 등을 배합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밥알이 한알 한알 살아있어야 해서, 찰기가 높은 코시히카리같은 쌀은 좀 불리해요.

스시를 쥘 때 밥이 끈적하게 서로 뭉쳐버리기 쉬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코시히카리는 볶음밥에도 딱히 어울리지는 않아요.)

물론 코시히카리는 향기도 좋고 밥도 맛있고 일본에서는 코시히카리가 가장 많이 재배되기 때문에 스시에도 여전히 널리 쓰긴 하지만요.

 

문제는 사사니시키는 냉해에 특히 약하고, 재배하기 어렵다는 코시히카리보다도 훨씬 어렵기 때문에,

한때는 코시히카리에 이어 2위였던게 요즘은 아예 찾아보기도 어렵게 됐어요. 대신 등장한게 히토메보레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jet.com에서 사사니시키 품종인 Yume 쌀을 파네요.

Nozomi(코시히카리)와 Tamanishiki(코시히카리+유메고코치)를 만드는 JFC의 또 다른 브랜드예요.

 

저는 종종 집에서 연어 초밥을 만들어 먹거든요. 코스트코에서 연어 필렛 사와서 그냥 그대로 잘라서 먹어요.

이렇게 얘기하면 기생충 위험은 없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전혀 걱정을 안 해요.

이런 글도 있고, 이런 글도 있고, 이 글에서 edta450님도 얘기하시지만,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1) 그래서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만 먹어요. 이 연어들은 사료만 먹고 자라기 때문에 기생충이 들어갈 염려가 없어요.

2) 설령 기생충 감염이 됐다고 해도, 노르웨이에서 잡아서 미국으로 가져오려면 반드시 flash freeze를 시켜야 해요.

뭐 가끔 팬시한 곳에선 노르웨이에서 생으로 항공운송 시켜버린다곤 하지만 코스트코가 그런 곳은 아니죠.

코스트코에서 파는 연어는 해동시켜서 파는 거예요.

3) 대신 세균 감염의 우려가 오히려 커요. 그래서 그 날 해동한 연어를 사고요 (pacakge date 확인),

웬만하면 재냉동을 하지 않아요. 사실 이러면 감염 우려도 있지만 일단... 맛이 없어요. 재해동하면 그건 날로 먹으면 안 될 것이고요.

 

뭐 어쨌든 이렇게 해서 연어를 회로 먹고, 초밥으로도 만들어 먹어요.

배합초 레시피는 정호영 셰프가 냉부 나와서 만든 '사랑의 초밥' 레시피를 써요. 식초3, 설탕2, 소금 0.8 비율이에요. 이것만 먹어도 맛있는 수준이에요.

초를 친 밥을 적당히 쥐어서 와사비 살짝만 얹어주고 적당한 두께로 썬 연어 올려서 먹여주면 정말 맛이 끝내주게 좋더라요.

 

그런데 이 밥을 코시히카리를 쓰니까 밥이 너무 끈적여서 초밥을 적당히 쥐기가 어려운 거예요. 이럴 땐 밥 지을 때 물을 살짝 덜 넣으면 좀 낫긴 해요.

초밥 장인들은 이런 밥으로도 스시 잘 쥐겠지만 전 장인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마침 코시히카리를 다 먹은 김에, 이번엔 사사니시키 쌀을 한 번 사 보기로 했어요. 요즘은 생밥보단 볶음밥을 더 많이 해 먹기도 하고,

친구들 불러서 연어초밥을 한 번 제대로 만들어 보고 싶거든요. 코스트코 연어 한 판이면 최소 네다섯명은 먹게 생겼더라고요.

 

근데 저처럼 특별한 이유가 없으시다면 그냥 코시히카리 드시면 될 것 같아요. 언젠간 한국산 고급 품종도 미국에 들어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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