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글

MileMoa

검색
×

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혐, 공포] 귀에 벌레 들어간 이야기

행복가득 | 2019.02.22 17:38:55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질문글 아니면 질문글에 대한 답글 정도만 달아봤는데, 그 이후 처음 쓰는 글에 '혐오'라는 말머리를 붙여야 하다니 안타깝습니다^^; 마일모아 님, 혹시 제목이나 내용이 너무 혐오스럽다면 얼마든지 변경, 삭제하셔도 괜찮습니다.

 

저는 바퀴벌레를 싫어합니다. 아무도 안 좋아할 거예요. 하지만 저는 정말 싫어합니다. 오랜만에 이 댓글을 보고 갑자기 십수 년 전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학부생 시절 리니지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밤새 게임을 하고 새벽에 집에 들어가거나 그것도 힘들면 친구 집에서 자곤 했지요. 고등학교 친구였는데 대학 때문에 둘 다 서울에 있었지요. 그 집 문지방에는 바퀴벌레용 끈끈이가 있었고 몇 마리가 죽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게임을 하고 그 집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그리고 이른 아침에 큰 귀지가 나올 때보다 몇 배 강렬한 감각이 귀에 왔습니다. 본능적으로 '이건 바퀴벌레다.' 싶었고, 아니나 다를까 귓 속에서 뭔가 움직이는 느낌이 들더군요. 거슬리는 느낌 때문에 몸을 이리저리 꼬아대면서도, 침착하게 병원 위치를 찾았습니다. 바퀴벌레를 자극해서 좋을 건 없겠다 싶어서 불빛을 비추거나 귀후비개를 집어넣는 만용을 부리지는 않았고요.

 

그 때가 대략 7시였고 병원이 문을 여는 시각은 8시 반이었나 9시였나로 기억해요. 가만히 있으면 진짜 미쳐버릴 것 같아서 병원 근처에 있는 단골 오락실로 갔습니다. 그 당시 리니지 외에도 갖가지 오락실 전용 게임을 즐겨했는데, EZ2DJ라는 음악 게임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8시에 문을 여는 걸 알고 있어서 그 때부터 미친 듯이 게임을 했지요. 주인 아저씨는 얘가 아침부터 왜 이러나 싶으셨을 거예요.

 

이비인후과 병원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가서 의사 선생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바퀴벌레를 빼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나마 고막을 손상시키지는 않았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의사 선생님이 즈려밟아 주셨습니다! 이렇게 끝나는 듯 했으나...그러면 꽤나 평범한(?) 이야기가 되겠지요.

 

 

 

한국에 있는 동안에는 새해가 밝으면 안과, 치과, 이비인후과를 돌면서 정기검진을 받았습니다. 대부분 별 일 없기 마련입니다. 특히 이비인후과 검진은 평소에는 귀 건강을 위해 가급적 안 건드리려고 하는 귀지 청소를 해줘서 좋아합니다. (실제 이비인후과 의사분들은 별 일 없는 한 귀 속에 뭘 집어넣지 말라고 하시지요.) 귀지 청소 후 귀 내부를 보는데 뭔가 있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그 귀는 한 때나마 바퀴벌레가 들어갔던 곳이었고요.

 

천만다행히도 알은 아니었고 다리 조각이었습니다. 불빛과 suction으로는 바퀴벌레를 빼낼 수가 없어서 핀셋으로 집어서 뺐습니다. 그 때 다리 두어 조각이 남아있었나봅니다.

 

그 이후 저는 바퀴벌레를 보면 확실히 죽여야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구두 뒷굽을 이용하면 확실합니다. 버켄스탁도 탄탄해서 좋아요. 도망가면 경로를 끝까지 파악해서 숨은 곳에다가 약을 엄청나게 분사합니다. 물론 제 귀는 아직까지도 아주 건강합니다.

댓글 [15]

목록 스크랩

마일모아 게시판 [114,575] 분류

쓰기
1 / 5729
마일모아 사이트 맞춤 구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