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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명왕성사태 - 명왕성은 어떻게 태양계에서 쫓겨났을까?

awkmaster | 2019.03.29 13:59:30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이번 글에서는 유명한(?) 명왕성사태 , 명왕성이 태양계에서 쫓겨난 이야기를 볼까 합니다. 지난번에 목성, 그리고 NASA Juno 미션 과는 다른 종류의 이야기일 있습니다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라고 생각해서 올립니다.

 

  •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여기 마모 게시판을 이용하시는 분들은 교과서에서 태양계의 행성의 순서를 이렇게 외웠습니다. 난 아니야! 라고 하실 수 있는 분은 2006년 이후에 출생한 분인데… 그렇게 일찍 마일 모으는 취미를 가졌다면 마일계의 신동(?)이라고 불러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명왕성은 더이상 행성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태양계의 핫한 이슈가 되었고, 작년 BTS의 134340 이라는 노래가 발표되면서 명왕성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기 시작했습니다.
     

  • 1930년 3월 13일, 미국의 천문학자 Clyde Tombaugh (클라이드 톰보우)는 태양계의 “9번째 행성”을 발견했다고 발표합니다. 같은해 5월 1일, 이 9번째 행성의 공식 명칭을 Pluto(명왕성)라고 선언합니다. 그렇게 명왕성은 2006년 “쫓겨나기” 전까지 77년을 태양계의 9번째 행성으로 불렸습니다. 왜 쫓겨났을까에 관한 설명을 드리자면 태양계 행성들이 어떻게 발견됐나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사실 명왕성의 발견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건 아니고요, 그 존재가 이미 예견되었습니다. 해왕성도 발견되기 이전에 어디쯤에 있을거라고 이미 예견됐었는데요, 태양계 외부 행성들의 발견 과정을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수금(지)화목토성 까지는 맨눈으로 보이기 때문에 고대로부터 아주 잘 알려져 있었으니 딱히 발견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 1781년 영국의 천문학자 William Herschel (윌리엄 허셜)이 망원경으로 별들을 열심히 관측하다가 “우연히” 좀 다르게 움직이는 천체를 발견합니다. 이 행성이 바로 토성 바깥의 Uranus (천왕성)입니다. 이후 천문학자들은 천왕성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했는데 한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뉴턴역학과 수학을 동원하여 계산된 천왕성의 궤도와 실제 관측되는 궤도가 조금 다르다는 점이었는데요, 그 이유는 천왕성 밖의 알려지지 않은 천체의 중력에 의해 그럴 것이다 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이에 수십년간 그 ‘미지의 천체’를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 됐고, 마침내 1846년 Johann Gottfried Galle라는 독일의 천문학자가 계산된 위치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Neptune (해왕성)을 발견합니다.
     

  • 해왕성의 발견 후에 천왕성에 관한 정밀관측은 계속됩니다. 19세기 후반으로 와서 천문학자들은 해왕성 하나만으로는 천왕성의 궤도이탈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행성을 찾는 일에 많은 천문학자들이 매달리게 됐고, 미국의 Lowell (로웰) 천문대에서 일하던 젊은 천문학자 톰보우가 마침내 1930년 3월 13일 명왕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톰보우의 명왕성 발견이 갖는 의미는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먼저, 당대 뉴턴역학과 수학의 승리라는 점입니다. 천왕성은 우연한 계기로 발견됐지만 해왕성과 명왕성은 17세기 케플러법칙과 뉴턴역학이 정립된 이래 태양계 스케일에서 이걸 실제로 적용하여 비교적 정확한 예측한 첫 사례라고 할 수 있죠. 이후 천문학이 발전하면서 은하 스케일에서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게 확인됩니다.
     

  • 둘째, 과학의 중심지 이동과 관련된 것입니다. 명왕성이 발견된 1930년은 미국의 대공황 시기였지만, Empire State Building (1930년 3월 17일 건설 시작)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힘은 이미 전세계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고, 여러 분야에서 미국 과학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때입니다. 천왕성과 해왕성을 각각 영국과 독일 과학자들이 발견한 반면, 명왕성은 미국 천문학자가 발견했다는 사실은 당시 미국인들에게 큰 자부심을 주었고 과학의 중심지가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함을 알리는 상징이 되기도 했습니다.
     

  • 셋째, 톰보우라는 인물 자체와 관련된 것인데요, 클라이드 톰보우는 1906년 일리노이 주의 한 농가에서 태어나 아버지 농사일을 도우며 자랐습니다. 그러다가 23세에 로웰 천문대에 취직을 했고 24세의 젊은 나이에 명왕성을 발견합니다 - 학/석사 학위는 그 이후에 수여받았습니다. 중세 시절부터 20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천문학이라는 학문은 귀족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먹고살기 바쁜 평민들은 하늘을 쳐다볼 겨를도 없었겠죠. 귀족들은 자신들의 권력과 재산을 뽐내려 남들보다 더 큰 망원경 짓는 일에 몰두했고, 이로 인해 천문학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톰보우는 흔히 말하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스토리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학사학위를 수여받기도 전에 행성을 발견했으니 “너도 할 수 있어” 스토리로 쓰기에 딱 알맞은 주제인 동시에 천문학이라는 학문이 더이상 귀족이나 금수저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선언으로 볼 수도 있겠죠.
     

  • 이상 좀 지루할 수도 있는 명왕성의 발견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좀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 2006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국제천문연맹 총회의(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 General Assembly)에서 전세계 천문학자들은 흑역사적인 투표를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명왕성의 운명이 정해진 안건인데, 공식적으로는 “행성의 정의”에 관한 것입니다. 이 안건에 의하면 “행성”이라 함은 다음 3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1) 태양 주위를 공전할 것; (2) 질량이 충분히 커서 자체 중력만으로 정역학적평형(쉬운말로 공 모양)을 유지할 것; (3) 자기 궤도 주변의 다른 천체들을 제거했을 것. 이 안건이 투표에 의해 통과되었고, 명왕성은 결국 이 조건 (3)을 충족하지 못하여 행성에서 탈락했습니다.
     

  • [그알 김상중 말투로] 그런데 말입니다~ 천문학자들은 왜 2006년에 와서 위와 같은 투표를 하게 된 것일까요? 우리는 여기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상중 말투 끝]. 먼저 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한가지 말씀드릴 건 국저천문연맹 총회의 중 이런 안건을 가지고 투표하는 건 꽤 자주 있는 일이라는 겁니다.  그게 회의를 하는 이유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과학의 발전을 통해 새로운 사실이 알려지면서 어떤 천체의 분류를 새로 정의하거나 바꾸는 경우는 종종 있고, 사람의 이름을 붙여 만든 물리/천문학 법칙이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자의 예는 명왕성이 대표적이고요, 후자의 예를 들자면 지난 해인 2018년 우주팽창법칙인 Hubble’s Law가 Hubble-Lemaitre Law 로 그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 투표 이전해인 2005년 1월 Caltech의 천문학자인 Mike Brown은 명왕성 바깥에서 태양 주위를 도는 천체를 하나 발견합니다. 이 천체는 이후에 Eris라고 이름이 지어졌고, 당시 관측으로는 명왕성보다 약 30% 정도 크기가 컸고 (지금은 비슷하거나 약간 작다는 이론이 우세합니다), 태양계의 10번째 행성이 발견되었다는 대대적인 뉴스가 여기저기 발표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Eris의 발견으로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Eris-orbit.png

    위 그림은 Eris(파란/하늘색)와 토성~명왕성(하얀/회색)의 궤도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딱 봐도 한눈에 Eris는 다른 행성들과 확연하게 다른 궤도를 돌고 있는게 보이실 겁니다. 그런데, Eris를 잠시 떼어놓고 그림을 자세히 보시면 명왕성(Pluto)의 궤도도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궤도와 많이 다른 것이 눈에 띌 겁니다. 이걸 좀더 뚜력하게 보기 위해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의 궤도를 비교한 그림을 보시겠습니다.

    Plutos-Tilted-Orbit.jpg

    여기서 명왕성의 궤도는 보라색인데요,  수성~해왕성까지는 거의 평면을 돌고 있는 반면 명왕성은 이 평면에 대해 많이 기울어진 (약17도) 궤도를 돌고 있습니다. 
     

  • 위에서처럼 8개의 행성은 거의 한 평면을 돌고 있고, 명왕성과 Eris는 이보다 훨씬 기울어진 궤도를 돌고 있다면 굳이 천문학자가 아니더라도 이 두 천체는 앞의 행성들과는 뭔가 다른 기원이 있지 않을까하고 의심해 볼 수 있겠죠? 국제천문연맹도 비슷한 논리를 근거로 Eris를 태양계의 10번째 행성이라고 발표하는 걸 망설여 합니다.
     

  • 사실 가장 먼 행성인 해왕성 궤도 바깥에는 Kuiper Belt(카이퍼벨트)라는 구역이 존재합니다 (아래 그림 참조). 이곳에는 수많은 조각들이 태양의 중력에 묶여 일종의 강강수월래를 돌고 있는 형태입니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 존재하는 소행성벨트 (Asteroid Belt)를 아시는 분들은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카이퍼벨트가 훨씬 큰 영역을 차지합니다). 카이퍼벨트에는 다양한 크기의 “조각”들이 있는데, 그 중 어떤 조각들은 지구의 위성인 달 만큼 큰 것도 있습니다 - 바로 명왕성과 Eris가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여기서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한 부분이 핵심인데, Eris의 발견 이후에도 비슷한 크기의 카이퍼벨트 천체들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2005년에 발견된 Eris를 놓고 당시 천문학계는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이후로 비슷한 천체들이 발견될때마다 11번째, 12번째 등 태양계 행성의 개수를 늘려가는게 맞을지, 아니면 행성의 정의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할지.
    kuiper-belt.png

     

  • 결국 국제천문연맹은 행성의 정의에 대한 안건을 투표에 부치기로 하고, 2006년 총회 마지막 날인 8월 24일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행성의 정의”를 새로 바꿨습니다. 이 결과 명왕성과 Eris는 “Dwarf Planet (왜소행성)”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분류가 되었고 태양계의 정식 행성은 수금지화목토천해 까지로 제한했습니다. 이상 명왕성사태에 대한 정리를 해 봤습니다.
     

  •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길걸 모르고 명왕성이 발견됐을 때 행성으로 분류를 했나? 그건, 카이퍼벨트라는 개념 자체가 명왕성의 발견 훨씬 이후인 1951년에 Gerard Kuiper라는 천문학자에 의해서 정립되었고, 1992년이 되어서야 그 존재가 직접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 77년간이나 행성으로 불리던 하나의 천체가 갑자기 더이상 행성이 아니다라고 발표가 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교과서 내용을 바꿀만한 사건”인데요,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경우, 또는 안다 해도 이 사건을 바라보는 눈빛이 부정적인건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BTS의 134340이라는 노래를 작사/작곡한 이유도 그런 것일테고요. 천문학자들 사이에서조차 이 사건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들이 있습니다. 즉, 명왕성은 역사적인 가치가 있으므로 행성으로 놔두고, 그 이후 발견된 천체들만 왜소행성으로 할 수도 있었는데, 굳이 명왕성까지 확 빼버릴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견이죠. 그렇지만, 또 과학이라는 것이 명확한 기준을 정해서 분류를 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명왕성”만” 행성으로 넣어주는 것도 좀 무리일 수도 있죠. 아무튼 명왕성은 계속해서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고 우리에게 하트를 뿅뿅 날려주는 천체로 남아 있습니다.PlutoHeart.png

  • 나만 재미있는 사실1: Eris를 발견한 Mike Brown은 명왕성이 쫓겨난 사건 때문에 고초를 겪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워낙 긍정적인 성격이라 (실제 만나서 얘기해 보면 꽤 재미있는 사람입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을 즐기며(?) Twitter ID를 @plutokiller 라고 씁니다.
     

  • 나만 재미있는 사실2: 명왕성을 발견한 톰보우는 1997년 90세의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다행히(?) 명왕성사태를 직접 겪지는 않았죠. 클라이드 톰보우의 아내 Patricia는 2006년 당시 93세였는데, 명왕성사태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남편은 과학자이기 때문에 아마 이 결정을 이해했을 것이라고 인터뷰에서 말했답니다.
     

  • 나만 재미있는 사실3: New Horizons라는 명왕성 탐사선이 있습니다.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을 탐사한다! 라는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진행한 계획인데, 하필이면 2006년 1월에 발사가 되었고, 7개월도 지나지 않은 같은해 8월 명왕성사태가 발생해 버리죠. 이 미션의 총괄책임자는 명왕성사태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을 쏟아부었습니다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물론 명왕성 탐사 자체가 갖는 과학적 의미는 변한게 없습니다. 그리고 2015년 7월에 명왕성에 잘 도착해서 귀중한 자료를 많이 모았습니다. 위에 하트 뿅뿅 사진도 New Horizons 탐사선이 2015년에 지구로 보내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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