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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1. 자율주행이란 무엇인가? (부제 Tesla는 왜 자율주행차가 아닌가?)

헐퀴 | 2019.05.05 15:38:04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시리즈가 완성된 기념으로 목차 답니다. :)

 

[자율주행] 1. 자율주행이란 무엇인가? (부제 Tesla는 왜 자율주행차가 아닌가?)

[자율주행] 2. 자율주행 업계 현황 그리고 그 안에서 Tesla의 위상은?

[자율주행] 3. 자율주행 구현은 어떻게? Camera만 쓴 자율주행은 정말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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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가장 이야기하고 싶었던 주제가 있습니다. 어쩌면 자율주행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바로 운전 보조(Drive assistance) 시스템과 자율주행(Self-driving) 시스템의 구분입니다. 이 얘기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거의 모든 분들이 이 두 시스템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잘못된 정보들이 유통되며, 심지어 이를 이용한 거짓 홍보가 원인이 되어 인명 사고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운전 보조(Drive assistance) 시스템은 차량이 운전 기능(조향 및 가감속)의 일부, 혹은 전부를 담당하긴 하지만 아직 그 안정성이 인간 수준에는 미달하기 때문에 언제나 운전자가 개입(주1)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현재 상용차에 실려있는 소위 자율주행 기능들은 사실 모두 이 운전 보조 시스템들입니다. Tesla의 Autopilot을 포함해서요.

 

* 주1 - 원래 용어로는 take-over 지만 요새 더 많이 쓰이는 업계 용어로는 disengagement라고 합니다. 아주 중요한 개념이고 반복해서 나올테니 머리속에 담아두세요.

 

이에 반해 진정한 자율주행(Self-driving) 시스템들로 넘어가면 운전자가 더 이상 개입할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차량의 주행 안정성이 인간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보는 거죠. 차량이 운전하는 동안 영화를 시청한다거나 웹서핑, 심지어 잠을 자는 것까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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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구분은 제가 임의로 만든 것이 아니라 SAE에서 만든 국제표준이 있습니다. 자동주행의 단계를 Level 0-Level 5까지 나눴는데요. 이 글에서 논의할 필요가 없는 0,1을 제외하고 2-5까지 설명드리자면 이렇습니다.

 

L2 - 차량이 조향 및 가감속을 모두 담당하지만, 여전히 운전자는 주행 상황을 감독하고 언제든지 개입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즉, 운전 보조 시스템이지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Tesla Autopilot을 포함한 현존 모든 상용차는 이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Audi가 예외인데, 좀 눈가리고 아웅식이라 큰 의미는 없습니다.)

 

L3 - L3부터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시작됩니다. 이 단계에선 차량이 인간의 도움이 전혀 없이 운전과 관련된 판단을 안정적으로 내리고 제어할 수 있습니다. 만약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면 인간 운전자에게 미리 선경보를 하여 제어권을 넘깁니다.(주2, 3)

 

* 주2 - 이것만 보시면 L2와 3의 차이가 모호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예로 들어드리는 게 이해가 쉽죠. L2 시스템에서는 아무리 차가 운전을 잘 하고 있고, 주위 상황이 안전해 보이더라도 운전자가 스스로 운전하는 것처럼 계속 신경을 쓰다가 필요할 때 즉각 능동적으로 개입해야 합니다. (Disengagement... 예고 드린대로 계속 나오죠?) L3에서는?? 운전자가 유튜브 보고, 메일 읽고, 웹서핑하면서 놀아도 됩니다. 그러다가 차량이 "어라? 이거 뭐지? 좀 도와주셈!"하고 요청을 보내면 운전자는 그때부터 주위 상황을 판단하고 차량 컨트롤을 인도 받으면 됩니다. 즉, 얼핏 비슷해 보이는 이 두 시스템들은 두가지 면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주행 판단능력의 안정성(L2 - 인간운전자보단 못함 vs L3 - 사람보다 낫네!)과 예외 상황 적발 능력(L2 - 예외 상황을 판단하지 못 하거나, 너무 늦음 vs L3 - 넉넉한 시간을 두고 미리 예측하여 운전자에게 선경보를 할 수 있음) 면에서 차이가 나죠.

 

* 주3 - L3 시스템이 예외 상황을 미리 예측하여 선경보를 한다는 개념은 개념적으로는 말이 되지만, 실제 구현한다고 생각하면 사실 좀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그 정도 되는 시스템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을 인간에게 컨트롤을 넘겨줄 시간까지 감안해서 미리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지능적이라면... 애초에 그 정도의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또 그럼 뭐냐?! 거의 정지 상황에서 발생한 수준의 문제가 아닌 이상 상상하기 힘들죠.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L3를 타겟으로 하는 자율주행차 업체는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Audi A8을 L3 시스템으로 홍보하고 있긴 하지만 이게 위에서 언급했듯이 눈가리고 아웅식이고 사실상 아무도 인정 안 해준다고 보시면 됩니다.

 

L4 - 이른바 '무인주행차량'으로 불리울 수 있는 첫 단계입니다. 드디어 운전자가 잠을 자도 되는 시스템이죠! L4가 되면 정해진 지역 혹은 조건(날씨가 대표적인 예) 안에서는 차량이 홀로 인간의 안정성 이상으로 end-to-end로 운전을 완수할 것을 보장합니다. 정해진 지역 안에서는 disengagement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을 가정하며, 따라서 운전석에 아무도 앉지 않아도 되고, robo taxi 사업도 가능해집니다. 현존 Tesla를 제외한 모든 자율주행 차량 업체들이 사실상 L4를 지향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중 최강자로 인정받는 구글의 자매회사 Waymo가 피닉스에 robo taxi 서비스를 명목상으론 공식 오픈했지만, 사실상 베타 서비스에 다름 없는데다 아직까지도 safety driver가 탑승하고 있어 L4를 달성했다고 보기엔 좀 무리입니다.

 

L5 - 이제 심지어 운전대 자체가 아예 필요 없는 시스템입니다. 어떤 날씨, 조건에서라도 인간 운전자 이상의 주행 성능을 보장하거든요. Tesla가 무려 2020년까지 달성할 수 있다고 공언한 레벨입니다. Waymo는 애초에 L5를 목표로 했으나 현재 L4 달성으로 목표 지점을 낮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CEO 인터뷰에서 추정) 다른 업체들도 상황이 비슷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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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Level 0-5까지 여섯단계의 레벨이 있지만 아예 언급조차 안 한 0, 1 과 사실상 무의미한 3을 제외하면 2, 4, 5 세단계만 남습니다. 이중 L2가 서두에 언급한 주행 보조 시스템, L4&5가 자율주행 시스템입니다. 이제부터는 글자 수도 줄이고, '자율주행'이란 표현의 애매모호함도 피할 겸, 그냥 L2, 4, 5로 칭하겠습니다.

 

이러한 구분 방식의 문제점은...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착시효과를 줍니다. 마치 기술이 발전할수록 L0부터 L5까지 자연스럽게 시스템이 한단계씩 진화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잖아요? 하지만 L2와 L4(정확하게는 L3이지만 누차 말씀 드리 듯이 L3는 사실상 무의미하므로) 사이에는 엄청난 기술 격차가 있습니다. 누가 했던 말인지 구체적인 표현은 뭐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이 글에서 인용할려고 북마크해둔 페이지들 중에선 안 보이네요;) 어떤 전문가의 표현을 따르자면 "내가 매일 높이뛰기 연습을 해서 조금씩 기록이 좋아진다면 나는 언젠가 새처럼 날 수 있을까? 그건 아니지 않냐... L2를 개선해나간다고 해서 언젠가 L4&5를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까지 할 정도입니다. (주4)

 

* 주4 - 전 그 정도까지는 좀 과장인 것 같아요. 현재 L4를 목전에 두고 있는 업체들도 비록 상용화하진 않았지만 L2 시스템 베이스를 만들어서 거기서부터 쌓아올린 것이 현상태이니까요. 아마 그 전문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L2를 목표로 하는 시스템과 L4 이상을 목표로 하는 시스템은 아예 하드웨어 설계부터 다르기 때문에 L2를 나중에 L4로 개선할 수는 없다'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Tesla는 애초에 (본인들 주장으론) L5를 목표로 설계한 하드웨어이니 여기에 해당되지 않을까...요? 이건 나중 나중 편에서... :)

 

저더러 L2와 L4 이상의 차이를 구분하라면 제품 개발에 있어서 개발 가장 초기에 아이디어 데모 수준의 구현(L2)과 흠잡을 곳이 하나 없는 시대의 역작 제품(L4&5) 정도의 격차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기능만 보면 어차피 얘가 하는 거 쟤도 하고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도 완성도나 안정성, 신뢰도 면에서는 비교가 불가능한 대상이라는 거죠. 

 

일반 대중을 상대로 이 구분에 큰 혼란을 주는 요소가 있는데, 기존에는 L4 이상의 실험차량에서만 볼 수 있었던 기능(feature)들이 Tesla의 Autopilot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차가 자기 혼자서 차선도 바꾸고, IC, 분기점에서 알아서 길을 따라간다니 얼핏 생각하면 완전 자율주행(L4&5) 시스템 같은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 반복하여 강조했듯이 L2와 L4 이상을 나누는 기준은 '기능' 뿐만 아니라 '안정성'과 '신뢰도'입니다. 아무리 기능이 다양해봤자 신뢰도가 인간 수준을 따라잡지 못 하면 L2 시스템에 불과하고, 겉보기에는 비슷해보여도 이러한 L2 시스템을 L4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에는 어마어마한 기술 투자와 시행 착오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참고로 다음 글에 대한 스포일러겠지만 현 Tesla 수준의 L2 시스템을 Waymo(당시 구글)는 2010년대 초에 이미 완성했습니다. 그럼 왜 안 팔았냐구요? 그건 다음 글에서...)

 

말 나온 김에, 다음 편 예고 갈께요. :) 다음 편에서는 L2의 의심할 여지 없는 최강자 Tesla와 L4의 양강 Waymo, Cruise의 기술력 현황 및 비교와 그를 통한 Tesla의 2020년 L5 시스템 완성 선언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 검토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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