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장가도 들었고 호숫가에 그림같은 집도 새로 장만했으니 이제 그만 일을 내려놓고 새 마누라와 함께 알콩달콩 깨가 쏟아지게 한번 살아 볼랍니다.” 가을이 시작되던 지난 10월, A 가 제 사무실에 불쑥 들어서며 던진 말 입니다.
처음 10년간은 동료로 , 나머지 15년은 A 의 상사로서 지난 25년간 함께 했던 수많았던 일과 시간이 떠오르며 “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졌습니다.
A 의 모토는 “ 내 보스를 사람들 앞에서 바보로 보이게 하지 말자 . “ 입니다.
A 가 매니저로 있는 부서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제나 의원실을 통한 크고 작은 각종 민원, 불만사항들이 종종 들어오곤 합니다. A 는 전공을 떠나 근처 대학에서 양자 물리학이나 거시 경제학등을 취미로 수강하는 왕성한 지적 호기심, 넓고 깊은 지식, 타고난 유머 감각, 넓은 인맥, 그리고 상대방의 신뢰를 얻는 부드러운 대화 기술과 같은 뛰어난 소프트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껄끄러운 문제들을 매끄럽게 잘 해결하는 A 때문에 그동안의 직장생활이 덜 힘들었을뿐만 아니라 부족한 저의 능력을 감출 수 있는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주었고 사람들 앞에서 보스의 권위를 세워주는 좋은 부하 직원이었습니다.
"언제 은퇴할 생각인데?”
“ 겨울에 은퇴하면 뭘 하겠습니까 ? 날씨도 그렇고 … 내년 3월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A 는 오래전에 이혼을 하고 싱글로 지내고 있다가 지금의 아내 J 를 만난 것은 2년여전 입니다. 관계가 깊어가는 듯 해서 호기심에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 J 는 어떻게 만났는가 ?
“ 온라인 데이트를 통해 만났습니다 “
뜻밖의 대답이었습니다. 직장에서도 남자 직원들보다 여자 직원들에게 인기도 많고 여자친구가 더 많아서 였습니다.
“ 의외네.. 자네같이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굳이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라니…”
“ 그게 그냥 친하게 지내는 여자들은 많지만, 사실 제가 여자하고 진지하게 만남을 이어가는 건 잘 못합니다.” 조금은 수줍게 고백하더군요.
“그렇다고 자네 나이에 온라인 데이트 ? “
“ 그게요 . 50대 60대를 상대로 하는 사이트인데 가성비도 뛰어납니다”
“ 어떤면에서 ?”
“ 온라인 사이트에 각자의 프로필과 원하는 상대를 올려놓으니까 굳이 시간 , 돈을 들여가며 탐색전을 벌일 필요가 없고 한 두번 만나서 아니다 싶으면 그냥 쿨하게 헤어집니다. Ourtime.com 인데 보스도 퇴근하면 한번 들어가보세요.”
“ 난 유부남인데…. 나는 됐고 그럼 J 는 몇번째 만난 여자인가 ? “
“ 23번째 여자 만난 여자입니다 “ 그러면서 술고래, 돈많은 과부, 등등 그동안 만났던 여자이야기를 흥미있게 들려주었습니다.
23번째라니… 이 대목에서 가성비가 높다는게 살짝 의심스러웠습니다.
“ 그럼 J 는 자네가 몇번째 남자인데 ?”
“제가 첫번째 남자입니다 .”
J 의 입장에서 보면 가성비가 높다는게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결혼하고 나중에 본인이 사망시 J 가 연금을 계속 받을수 있게 서류에 싸인을 해 놓았고 주식을 팔아 돈을 보태 둘이서 살 예쁜 새집도 사들여서 학교 사무보조원으로 적은 월급으로 근근히 살던 여자 J 는 남자A 를 만나 신데렐라가 되었습니다.
“ 결혼해서 둘이 살 집을 아내에게 보여 주었더니 자기는 이렇게 좋은 집이 처음이라고 눈물을 흘리더군요.” 라는 A 의 말에 저도 마음이 뭉클해지며 이 재혼한 커플의 앞날을 축복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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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을이 지나고 , 겨울, 그리고 봄이 오고 예고한대로 올해 3월 28일, 39년간 길었던 밥벌이의 무대를 떠나 다소 늙은 신데렐라 J 의 손을 꼭 잡은채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속으로 사라졌습니다.
A 의 은퇴를 미리 예견하고 있던 저는 그동안 계획하고 보스의 암묵적인 동의를 받았던 저의 Succession Plan 을 가동하였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제 계획은 불과 2주만에 무산이 되고 내년 여름 은퇴를 앞두고 말년을 편히 보내려는 꿈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습니다.
밤이 깊어가네요. 글을 한번에 다 올리려 했는데 시간이 늦어져 이 위기를 극복하는 나머지 이야기는 내일 시간이 되면 마저 올리겠습니다.
닭이나 조개이야기 기대했는데 J 이야기라 조금 아쉬웠어요 ㅇ.ㅇ;;
J 이야기 잘 읽다가!!!! 잭울보스키님의 은퇴 마지막 일년의 고생이야기로 넘어가나 싶더니...벌써 극복하셨다고 스포하셨네요 ㅎㅎ
“ 그럼 J 는 자네가 몇번째 남자인데 ?”
“제가 첫번째 남자입니다 .”
>>> 아... 예...
oh, yeeaah!!!! >> oh, yeah!?
저는 은퇴하시고 레이저클래밍을 전문적으로 하시려나 했는데 전혀다른 내용이긴 하지만 매우 흥미로운데요? 어떤식으로 전개가 흐를지 전혀 모르겠네용~~ 2부 기다리겠습니다.
@Baramdori 님. 올해 조개좀 잡으셨는지요 ? 워싱턴주는 올 시즌 마지막으로 다음주 5월 18-19-20 일 이렇게 3일동안 오픈한답니다. 주말 등산은 포기하고 바다로 갈 예정입니다. 올해는 지난 시즌보다 성적이 좋습니다. 총 470마리, 지난번 비 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 속에서 대부분 빈바구니로 돌아갈때 저는 리밋을 채웠습니다. 점점 달인이 되어가는 듯 합니다.
470마리!!!!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보여주시네요 ^^
그런 악조건에서도 리밋을 채우시다니요? 달인 맞으세요~~ 언제 클래밍 노하우에 대해 가르침을 주시면 정말 영광일 텐데 말이에요... 올해는 여름에 로우타이드때 갈 계획이라 레이저클램은 포기하고 베이클램을 잡아보려해여. Gaper, butter, cockle 요런 놈들이요. 예네들은 레이저보다 잡기가 쉬울거 같아요. 작년 겨울에 레이저클래밍 4번 나가서 3번을 허탕친후 지금 사기가 많이 꺽인 상황이라 베이클램으로 좀 만회를 할까해여 ㅎㅎㅎ
A가 다시 복귀 하나요? ㅎㅎ
인생이 계획하는데로 돼지 않는다는것 뼈속깊이 느끼는 일인입니다.
아무튼 은퇴를 걱정하기보다는 열심히 현실을 살아야하는 나이라....
화이팅 해 봅니다.
지난주에 A 를 만나 점심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아직 은퇴 초년병이지만 은퇴후의 생활이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 요즘 어떻게 지내나 ?"
" 너무 좋습니다. 일주일중 6일이 토요일이고 하루는 일요일 같은 생활입니다. "
"몇시에 일어나는데 ?"
" 8시에 일어납니다. 때로는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잊어버릴 때 도 있습니다 "
제가 은퇴자들하고 가끔 만나 얘기를 하곤 하는데 공통점이 있습니다. 은퇴 플랜을 잘 해 놓으면 모두들 은퇴후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해 합니다.
@@ 다음편이 기대되요!
ㅎㅎㅎ 넘 잼있잖아요.
그러니깐 스키님이 보스셨군요. A같은 사람이 있으면 정말 든든하셨을거 같아요. 그래서 내일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스키님 글 넘 재미있습니다. 제 은퇴후 삶을 계획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계신지는 아시는지.. :-)
고생하심다
제 맘이 바로 이 사진과 똑 같습니다. 말년에 삽질이라니.... ㅎㅎㅎ
아이고, 닭 키우는 재주만 있으신 줄 알았는데 글 정말 맛깔나게 잘 쓰시네요. 2편 빨리 써주세요!!
저는 상사를 잘만난 A가 복받은걸로 느껴지는데요 ^^ 2탄도 기대만빵이예요!
저도 뒷마당에 뭔가 큰 공사를 하셨나 했더니 반전이네요 ㅎㅎㅎ
그나저나 50-60대에 새장가들어서 은퇴하면 둘이 하루종일 머하고 노나요. 모든 생활이 아이 중심인 자로서 프랙티컬한 의문이 드네요 ㅋㅋㅋㅋ
뭔가 멋지세요!
글 참 재미지게 쓰시네요. 다음편 기대합니당~~
2편 언제 나오나요?! 좀 더 길게 부탁드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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