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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스토밍) 2019년 말에는 채권(bond) 투자를?

urii | 2019.10.22 07:51:24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리세션이 곧 오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성실한노부부 님 글(https://www.milemoa.com/bbs/board/6927515)에 댓글로 달리고 저도 달았는데요. 어째 분위기가 '그렇다면 이제 주식 대신 채권이다'라고 받아들이시는 분들도 있어서, 좀 조심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더라고요.

그래서 다같이 좀 지혜를 모아보고 오해를 막자는 의미에서 글을 하나 더 엽니다.

일단은 시작은 저의 자문자답이고요. 댓글로 여러 생각들을 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0. "채권"을 사면 원금 손실은 없으니 더 안전한 거죠?

혹시나 해서 짚고 넘어가자면, 채권을 직접 사는 것과 채권 펀드/etf를 사는 것이 아주 큰 차이입니다. 만기까지 들고 있는 목적으로 채권을 사는 경우, 부도만 아니라면 언제 언제 coupon 이자(?)로 얼마가 들어오고 만기일에 얼마가 들어오는지를 미리 알 수 있어서 이런 자산들을 fixed-income이라고 하고 이런 상품을 직접 들고 있다면 원금 손실은 부도 발생 시에만 발생합니다.

종목에 따라 부도위험 (credit risk)와 환금성의 문제, 포트폴리오 사이즈가 작을 수록 현금흐름의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운 점, 발행되는 단위(예: 1000불 단위의 10 yr treasury note)에 맞춰서만 구입가능한 점 등등의 단점이 있어 보통은 채권으로 운용되는 포트폴리오에 뮤추얼 펀드나 etf를 사서 참여하는 게 더 일반적일 것 같은데요.

그 경우는 목표 기간구조와 현금흐름을 위해 항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 일어나기 때문에, 그때 그때 채권의 가격에 따라 위 아래로 움직입니다. 어떤 클래스의 채권에 투자하는 지와 상관이 없습니다. short-term treasury에 투자하는 본드 펀드라 해도 가격은 내리기도 하고 오르기도 하는게 당연합니다. 

아래에서부터는 채권 펀드/etf 투자에 한정해서 얘기를 할게요.

 

1. 불황이 오면 채권 투자로 수익을 더 보게 되나요?

비슷하게는 "불황이 오면 이자율이 오르나요?"란 질문이 있는데 둘다 비슷하게 대답이 어렵습니다. 난해한 질문이라기보다는 대답이 yes/no가 아니라는 의미에서요.

결국 채권 가격 (거꾸로 뒤집으면 yield라고도 하고 금리라고도 하죠)은 돈을 꾸는 댓가로 얼마나 수익을 약속해줘야 하는지 시장에서 결정해주는 건데요. 돈꾸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불황에 영향을 받는 방향과 정도가 천차만별입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미국 재무부에게 돈꿔주는게 가장 믿음직하다고 해서 안그래도 쥐꼬리 수익만으로도 treasury bill/note/bond를 전세계에서 쟁여놓잖아요. 

어떤 형태로든 불황이 터졌다하면 다들 재무부 발행 채권을 사들이려고 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릅니다 (주의: 모든 시장가격이 그렇듯이 그날그날 등락은 언제나 있습니다). 미 연방준비은행에서 마구 사들일 것 또한 기정사실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 기대심리+ 발권은행의 무한지갑 때문에 더 그렇죠. 

 

그런가하면, 민간기업들이 빌려주는 건 어떤가요? (corporate bond (investment grade+ high yield 얘기입니다) 그 많은 발행 기업들을 한가지 케이스로 묶어 얘기하기 어렵지만 지금 기준으로 비교하면 가격이 내릴 채권들이 오를 채권보다 훨씬 많을 겁니다. 불황이 온다는 Big IF하에서요.

미국 재무부가 돈 빌리는 이율 대비해서 각 클래스의 회사들이 빌릴 때 시장에서 요구하는 이율의 격차(스프레드)가 아주 낮은 상황이거든요. High-yield라고 하는 정크 등급의 채권들이라 해도 4% point만 더 프리미엄으로 얹는 수준인데..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1) 그만큼 경제 전반적으로 건강해서 부도도 적게 발생할 거라는 자신감 반영 and/or 2) 높은 이율을 찾아다니는 투자자금들 때문에 고위험 자산 가격이 뻥튀기되었다.

만약 리세션이 지금의 스프레드 수준이 유지된 상태에서 온다는 조건하에서는, 1)의 기대가 깨졌으므로 가격이 재조정되고 부도로 인한 손해도 리스크 프리미엄이 내포하는 것보다 더 발생할 수 있겠죠. 이게 그냥 가격 조정으로 끝날 수도 있고 시장의 또다른 구조적 약점을 노출시킬 수도 있는데, 일단 스프레드는 리세션 하에서 지금보다 넓어질 겁니다. 

 

관련 질문으로 "민간기업 채권 중에서도 BAA/BBB 이상의 등급은 investment-grade라고 하는데 그것은 괜찮은가요?" / "지방정부 채권 (municipal bonds)는 어떨까요? "의 질문이 있는데, 역시 한가지로 대답하기 어렵다가 최선의 대답인 것 같고, 제 생각은 밑에서 더 정리해 볼게요.

 

저의 결론: 불황을 대비해 미리 들고 있었을 때 이득을 보는 채권은 US 재무부 발행 채권이고, 일반적인 채권이 리세션으로부터 더 안전하다거나 수익이 좋아진다거나 하다고 보기 어렵다

 

 

2. 채권 yield (수익률?)이 낮아진다면, 채권 투자 안하는 게 좋은 거 아닌가요?

 

어떤 목적과 어떤 전망으로 하는 투자인지의 차이가 좀 있습니다.

 

a. 채권의 시장 가치가 올라갈 거라고 봐서 하는 투자라면 현재 yield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yield가 거기에서 얼마나 내릴 것인지에 대한 예상 더하기 내가 투자하려는 포트폴리오의 duration이 오히려 중요합니다. duration (평균만기?)가 길수록 yield 변동에 따라 해당 포트폴리오의 가치가 왔다갔다 하는 정도가 큽니다. ( high interest-rate risk). 헷징 용이라면 위기 상황 발생 시에 확 올라줘야 하기 때문에 duration이 긴 게 요긴할 때가 있고요. 다만 Fed 간부들의 단어선택 한마디 한마디에도 가치가 출렁출렁합니다. 단기변동성을 원치 않으면 duration을 짧은 포트폴리오를 택해서 등락폭을 줄일 수 있지만, 또 반대로 yield가 내릴 때 이득을 보는 정도가 덜 하겠죠.

 

b. 채권의 시장가치에 대한 전망이 중립적이라면 (만약 yield가 동일하게 유지된다면), 현재 yield의 크기가 중요합니다. 일단 만기 전에도 coupon이라고 해서 이자는 중간중간 들어오는 게 많고, 개별 채권 하나하나도 일반적으로 만기에 가까워질 수록 비싸지기 때문에 리밸런싱 시에 차익이 남습니다. 이 모든 것이 현재 yield의 레벨에 반영되어 있죠. 채권 뮤추얼펀드/etf에 투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배당 또는 재투자로 인한 리턴이고, 그래서 일반적인 운용방침을 따르는 포트폴리오라면 dividend yield가 포트폴리오 안의 채권들의 yield 레벨과 엇비슷하게 갑니다. 

 

첨언:

제가 다른 글에서 extended-duration treasury etf 투자를 괜히 얘기해서 좀 후회가 되는데, 이 상품들은 정말 a.에 90%이상 치중된 투자입니다. 정기적으로 재무부에게서 받는 이자 coupon도 다 벗겨버리고 (strip) 순수 20년-25년 후 만기일에 약정액 받는 것들을 계속 사고파고 하는거고요. 물론 리밸런싱에서 배당이 발생하긴 하지만 거진 미 국채 장기금리의 미미한 향방에도 크게 성패가 좌지우지 될수 있는 투자입니다.  경제위기가 발생해서 갖고 있는 주식이 확 내려앉는다면, 대신 가파르게 올라서 그 손실을 메꿔줄 보험 역할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대박마님의 댓글에 대댓글로 달았습니다. 특정 시나리오에 따르는 리스크를 대비하고자 단기변동성의 리스크를 감내하는 거라고도 볼 수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세요.

 

 

3. 채권도 index-tracking을 적은 수수료로 해주는 펀드/etf에 넣으면 위험분산도 되고 좋겠죠?

 

이 부분은 다르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거라 댓글에서 더 많은 의견을 보길 기대하는데요. 

 

채권은 passive로 인덱스를 따라가는 논리가, 주식만큼 명쾌하지가 않습니다. 주식은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가치 (market capitalization) 따라 그 비중이 크면 내 포트폴리오에서도 따라가는게 의미가 있지만, 채권은 outstanding bond의 평가액이 인덱스에서의 비중이기 때문에 '빚이 많은 기업에 돈을 더 많이 빌려주는'  상황이 passive 투자에서 발생합니다.

물론 시장이 그렇게 넌센스는 아니고 채권 시장에서 그 정도로 많이 빌릴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기업의 건강을 반영하는 부분이 충분히 있고요. 각각의 신용위험에 따른 이자율 결정이 잘만 일어난다면 문제가 없습니다만, 신용버블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여전히 아이러니가 남아요.

지금은 만성적인 저금리 환경에서 스프레드까지 좁다보니, 기업들은 돈 빌리는 비용도 저렴하겠다, 많이 빌려서 신용등급 몇 계단 내려가도 추가로 부담하는 이자 페널티가 적으니 열심히 빌리고, 그렇게 빌리는 양이 많으면 인덱스에서의 비중도 커지고, 인덱스의 비중이 크니 패시브 포트폴리오들은 더 사들이고 하는 사이클이 발생했죠.

investment-grade 채권 인덱스들도 살펴보시면 investment-grade 안에서는 가장 낮은 레이팅인 BAA/ BBB 티어의 채권 비중이 50%에서 60% 사이입니다. (10년 전에 30%대였던게 올라왔습니다). 

rating inflation에 대한 얘기도 댓글에서 좀 있었는데, rating의 분포는 investment-grade 턱걸이+high yield (정크) 등급 비중이 훨씬 많아졌지만 이거는 돈 많이 빌리는 현상의 결과로 그런 거고요. 하도 다운그레이드를 하다보니 신용평가사들이 돈 빌리는 비중만 보기에 바빠서, 다른 신용위험들을 잘 살필 여력이 없다는 지적이 꽤 넓게 퍼져있어요.

Muni (지방정부) 채권들은 더더욱 패시브의 한계가 큽니다. 워낙 (만기까지 들고 있는) 개인 투자 비중도 크고 시장 가격결정 기능이 활발하게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덱스 비중이 왜곡되어 있기가 쉽습니다. (개인적으로 볼때) 인덱스 자체도 좀 허술하게 굴러가는 거 같고요. muni도 다 등급이 있고 tax revenue로 보장되느냐 아니냐 여부를 다 따지긴 합니다만, 패시브로 넣는 의미를 잘 생각해보시고 넣으셔야 합니다. 채권을 더 많이 찍는 지방정부= 적자가 더 많은 지방정부인데 지방정부 tax revenue 자체가 보통 경기에 더 민감해서 채권 발행 시점에서 마켓이 하던 가정들이 경제상황이 바뀌면 돌변하기도 합니다. 

 

그럼 수수료 더 떼고 active-managed 본드로 가느냐? 꼼꼼히 살필 자신이 없으면 더 위험한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만성적 저금리 상황에 하도 리턴을 찾아 돌아다니는 눈먼 돈이 많다보니 이 돈을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도 심하고, 채권에서 인덱스 수익을 이기려면 '시장이 위험하다고 판단했으나 우리가 보기엔 아닌' 채권들을 찾아다녀야 되거든요. 단기적인 리턴을 희생하더라도 신용위험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쪽으로 액티브 투자가 되면 좋은데, 호황시의 시장압력은 반대로 작동하죠. 신용위험은 측정이 안되니 신용위험을 좀 '창의적으로' 극복하고 단기적인 리턴을 늘리는 쪽으로요. 

 

사실 채권 운용/발행 관련 사람들은 언론에 나와서도 다들 위험하다 위험하다 한지 오래인데 가격 조정이 그렇게까지 안되는 것은, 하이 리턴을 찾아 다니는 돈이 무지막지하게 많고, 돈 빌리는 쪽 입장에서도 빚이 쌓이든 적자가 계속되든 여전히 적은 페널티로 돈을 계속 끌어다 쓸 수 있는 환경에 의존하게 되었기 때문이죠. (예: CCC+ 레이팅의 uber)

쓰다보니 저의 종합적인 결론은 이렇네요. 지금 상황에서 recession이 곧 올 가능성을 대비한다면, 채권펀드 투자가 안전하진 않다.  rabbit%20(1).gif

할 말이 많아 생각보다 길어졌는데, 다른 의견들도 궁금합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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