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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잡담]
Negligence와 Mental illness 사이 (업데이트(?))

해랑사을신당는나 | 2019.11.18 22:10:52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조언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하나하나 여러번 읽어보고, 또 생각해보고 또 읽어보았습니다.

인터넷 계시판에 넋두리를 해본적이 없어 조심스러웠는데, 역시 건강하고 성숙한 조언들만 올라와서 마일모아에 올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행동을 할때 어떻게 해야할지 정하고 나서는 그 결정에 다다른 원인과 과정들을 잊는 편인데, 다시 생각을 정리해볼 좋은 기회였습니다.

 

저희 교수님은 백인 교수님이십니다.

근데 칼같은 백인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백인답지 않게 정이 많으셔서, 정말 개판을 치고 졸업해서 나간 학생들도 추천서는 기가막히게 써주시곤 저희에게 투덜대시는 조금은 아이같은 분이십니다.

우울증 증세로 갑자기 모국으로 귀환한다며 잠수타버린 포닥도 하나 있었는데, 영주권을 받기 위해선 있을 곳이 필요해 급히 정신차리고 두달만에 돌아온 탕자를 (사모님의 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포용하는 마음으로 다시 받아줬을 정도로 정이 넘치십니다.

 

저와 갈등이 있는 친구는 미국에서 탑인 과에서 들어온 친구입니다. 지금은 이상해도 학부때는 성적관리를 잘했나봅니다.

그래서 교수님도 좋게 보시고 뽑으셨을거고, 말빨도 적당히 있기에 퀄까지는 잘 넘겼습니다. 그 후로 막상 실험 즉 노동을 해야 할 단계가 되니 엉망이 된거죠. 이년차에 저희에게 대놓고 말했습니다, 본인은 취업때문에 박사를 시작했지 연구에는 전혀 뜻이 없기에 그냥 시간 때우러 왔다고. 미국의 대학원 입학 시스템의 헛점일까요 ㅎ

교수님도 난감하실겁니다. 개인연구는 커녕 랩 책임마져 소흘히 하는 것도 분명 다 아실겁니다. 허나 무턱대고 찾아와 "나 우울증 있어, 힘들어, 잘 대해줘" 라고 고백한 학생에게 모질게 대할 수는 없겠죠,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요..

 

사실 글을 올린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우울증을 경험 못하였기에 혹여나 제가 성급한 행동을 한게 아닐까 걱정되어 올린 것이었는데, 그렇다는 답변은 하나도 없었기에 마음의 짐을 덜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는 조언들을 토대로,

- 그 친구와 일대일로 트러블을 만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제가 굳이 제 일하기도 바쁜데 이 친구와 다투든지 어디에 고발하든지 동료들과 압박하든지 할 필요는 없을듯 합니다. 저와 엮이는 일이 없도록 본인이 알아서 잘 처신하게 만들겠습니다.

- 교수님께 아직 알리는건 성급할 듯 합니다. 트러블이 있을 때마다 의도적으로 항상 메일로 대화를 하여 증빙 자료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허나 상관의 입장에서 갑작스러운 폭탄을 맞이하는건 달갑지 않을 듯 합니다. 이 친구의 이상행동이 여전히 반복되면 교수님께 반복적으로 언지를 준 후, 동료들과 함께 대응할까 합니다.

 

ps, 고장났던 기기를 고치기 위한 부품들이 오늘 주문되었더군요, 무려 두달만에 갑자기 ㅎㅎ 주문하고 나서 동료들 하나하나 찾아가 자랑을 하고 있는걸 보니 그래도 어제 화낸 성과가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혹여나 제가 어제 있었던 일을 동료들에게 풀면 본인의 입지가 좁아질걸 알고 나름 머리를 굴려서 조치를 취한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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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 겸 조언을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랩실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구성원 각자 고유의 임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느 집단이 그렇듯, 랩이 원할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각자 맡은 임무를 자발적으로 잘 수행해야 합니다. 

 

어찌 하다보니 랩실 장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많고 사회생활을 해봐서 자연스레 그리 되었습니다.

 

저보다 일년 늦게 들어온 백인 친구가 있습니다.

일을 전혀 안합니다. 

정말 어떤 주에는 랩에 있는 시간이 10시간이 안될 때도 있습니다.

동료들이 걱정이 되어 조언을 해주면 돌아오는 대답이 항상 같습니다, It's tough for me as I am mentally ill.

 

사실 본인 일이야 자기 사정이니 별 신경 안쓰입니다.

허나 이친구도 이제 시니어 축에 끼면서 랩의 임무들을 몇 가지 맡게 되었는데, 이를 전혀 거들떠도 보지 않으니 나머지 구성원들이 점차 힘들어집니다.

 

몇 가지 예입니다.

- 기기가 고장났습니다. 랩실 구성원이 모두 사용하는 주요 장비로 이 친구 담당입니다. 한달동안 방치, 한달동안 서치, 그리고 또 한달동안 payment processing, 그리고 한달 걸린 배송. 총 4개월동안 기기 없이 살았습니다. 비슷한 기기가 저만 친한 다른 랩실에 또 있어, 이 4개월동안 항상 제가 랩동료들을 데리고 가서 (이 친구 포함) 구걸구걸 해서 눈치보고 얻어 쓰고 했습니다. 

- 기기가 최근에 또 고장났습니다. 이번에는 두달째 방치중입니다.

- 랩실 대청소하는 날입니다. 유일하게 혼자 안나타납니다. 다음날 와서는 술먹고 뻗었었답니다. 당당합니다. 우울한 밤이어서 술을 먹어야 했다고 합니다.

- 안전과에서 랩실 안전검사 하러 나오는 날입니다. 통과하기 위해 랩 구성원 모두의 안전교육 기록이 필요합니다. 메일, 문자, 대면 모두 씹힙니다. 나중에 교수님 cc해서 보내니 즉시 나타나 신경질적으로 제 책상에 던지고 갑니다. 본인 입장에서는 배신감 느꼈나봅니다. 한참 어린 친구고 정신적으로 힘들다니 웃어 넘겨 줬습니다. 허나 저는 착한 사람이 아닙니다. 정말 큰 노력으로 이 친구를 해할 악한 마음을 다잡은겁니다.

- 이 친구가 협업하는 다른 학교에서 필요한 샘플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이 친구가 귀찮은지 냉동실에서 시약들을 대충 훑어보더니 교수님께 시약이 없어서 못만들어주겠다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교수님이 결국 저에게 부탁하셨습니다. 찾았습니다 냉동실에서. 그리고 결국 제 다른 동료가 샘플을 만들어서 보내줬습니다. 저나 샘플 만들어준 다른 동료, 이 협업에 전혀 연관 없습니다. 그룹미팅 때 이 일을 발표했습니다. 못들었나봅니다 반응이 없습니다.

 

셀수도 없이 많습니다. 문제는 랩 동료들 개개인이 비슷한 피해를 보고 있고, 모두가 저에게 성토하러 옵니다. 그덕에 저는 이친구의 이런 에피소드들을 전부 압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정신적으로 힘들다는데. 비꼬는게 아니라, 진심으로 저는 이정도로 정신적으로 힘들어 본 적이 없기에, 뭔가 있겠지 하고 동료들을 잘 도닥여 줬습니다.

이 친구가 책임감이 없지, 인간적으로 못된 친구는 아니라 생각했기에.

제 상관인 교수님도 이 친구가 정신적으로 힘든걸 알고 넘어가시기에, 제가 뭐라 할 위치가 아니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입니다.

이 친구의 업무 중 하나가 랩실의 필요한 시약들을 주문하는 일입니다.

- 11/4, 제 옆자리 포닥이 물품주문 요청을 했고, 같은 날 교수님이 승인하셨습니다.

- 11/13, 물건이 안오자 포닥이 저에게 문의를 했고 (중국인이고 영어가 굉장히 서툴러 저에게 많이 기댑니다) 그래서 제가 확인해보니 온라인 시스템에 주문이 안되었다고 나오는겁니다. 그래서 제가 담당자인 그친구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답변이 왔습니다. 11/6에 주문했고 실수로 업데이트를 안했다. 올거다 기다려라. 당당하고 귀찮은 말투였습니다.

- 11/18 오늘, 보통 1주일 내에 와야할 물건이 여전히 안오자 포닥이 또 제게 묻습니다, 본인이 제조사에 전화하여 배송상태를 확인하고 싶답니다. 이를 위해 온라인 시스템에 기록된 주문번호가 필요합니다. 제가 알아봐 준다고 하고 확인해보니 그 물품만 주문번호가 기입이 안되어있습니다. 느낌이 싸합니다. 주문번호에는 주문한 날짜가 기입되기 때문입니다.

메일을 정중히 보냅니다, 주문번호가 필요하다 우리가 확인하겠다. 귀찮은 답장이 옵니다 업데이트 했다 이제 다 있을거 다 있지? 확인해보니 역시 주문 날짜가 11/13 입니다. 딱 보아하니 이친구 제가 저번주에 문의하자마자 아차 하고 바로 물건 주문하고 저희에게 거짓말 한겁니다. 이 사실을 point out합니다, 말에 어폐가 있는데 뭐가 옳은거냐 확인바란다. 답이 옵니다. 달랑 한문장, 11/13이 맞다. 

- 단순 실수든 거짓말이 들통난거든 저와 포닥은 쌩 고생을 했습니다. 프로젝트가 지연되었습니다. 허나 미안한 말도 기색은 커녕 언제나 당당하고 귀찮은 말툽니다.

- 분노가 치밉니다. 이 친구가 제 나이 이상이었으면, 정신이 멀쩡한 친구였더라면 가서 엎었을 겁니다. 그래선 안되기에 참습니다.

- 이 친구도 이제서야 본인 거짓말이 들통났고 이 상황이 메일에 다 기록이 남았으니 큰일임을 자각한 듯 합니다. 여전히 당당하지만 조금은 더 성의있는 메일이 하나 더 딸려 옵니다. 단순실수였다. 여전히 '미안'은 없습니다.

- 5분정도 뒤 아직 화를 식히고 있는데 이 친구가 제 오피스에 나타납니다. 간혹 이럽니다, 못할짓 저질러놓고 눈치보러 옵니다. 와서 되도 않는 장난치며 떠보다 갑니다.

- 와서 또 meaningless한 말들을 하길래 let's get straight to the point, I know why you're here라 답하고 웃으며 얘기를 꺼냈습니다, 본인 임무를 제대로 하는것도 중요하지만 동료간에 믿음도 중요하다, 너에게 실망스럽다. 저를 보며, 한팔을 골반에 걸친채 shrug하며, 얼굴 가득히 "응 나 너에게 거짓말했어, 하지만 이제와서 어떻게 인정하겠어"라는 얼굴로 제게 답합니다, "well.. that's what happened.."

- "Seriously, you're gonna tell me that's what happend for real, in my face, seriously?" 감정 다스리며 되묻습니다. 대답을 못하더니 소심하게 말합니다 "well... ye...ah..." 여전히 한손은 골반에.

- 아직은 제가 덕이 부족한가 봅니다. 이 친구의 끝없는 당당함에 폭발합니다. 욕을 조금 섞어 "나의 지능수준을 하찮게 보는구나 너, 내 사무실에서 퇴장해줘, 이런 것에 낭비할 시간 없어"라고 하고 쏘아대니 알아서 나갑니다.

 

쓰다보니 한탄에 치우친 글이 되었습니다.

분명 시작은 조언을 얻고자 한 글이었습니다..

 

여쭙고 싶은건 이겁니다.

Mental illness, 이걸 어디까지 이해해주고 주변인들이 피해를 감당해줘야 하는건가요?

 

첨부하자면, 이 친구는 언제나 정신적으로 힘들다지만 심리상담 혹은 약 복용은 죽어라 싫어하고 안합니다. 

역시 정신병을 극복중인 다른 랩 동료 조차도 "이 친구는 본인 상황을 개선시킬 작은 노력조차 안한다" 라고 합니다.

제가 함부로 판단 할 수는 없겠지만, 본인이 스스로를 돕지 않는다면 주변인들이 언제까지 희생을 치뤄줘야 하는건가 싶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심각한 우울증을 직접 겪어보지는 못했습니다.

해서 착잡합니다,

 

제가 더 유해져야 할지, 마음이 약해지지만 엄격해야 할 떄인지, 조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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