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처 박아뒀다 꺼낸 하이체어
십일이년전 우리집에 와서 1호를 시작으로 2호를 거쳐
3호가 앉았던 자리.
세 아이의 모든 첫 맛이 시작됐던 곳.
먼저 풀어 뺀 대각선 모양 독특한 경첩. 굿윌에서 기증받지 않는다는 하이체어.
다른 아이가 이어 써주길 바라는 마음을 접고 분해해 처분하기로 한 날.
감탄을 자아낸 투박하고 단단한 부품들. 엠마의 엄마가 십수년을 쓰고 지니다 줬으니.
그것만 20년, 게다가 살때 부터 빈티지였다니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의자. 40? 50? 60?
깎고 파서 잘 껴 맞춘 나무와 나무들. 앞으로 내손 닫는 곳엔 없을 장인정신 깃든 물건.
다리 바닥, 우리가 처음 들여 온날 씌어 놓았던 캡 보니 그 때 생각에 잠시 멈추고.
역시 잘 짜 맞춘 등받이 쪼개니, 하이체어와 함께 했던 많은 추억도 쪼개지는 듯.
그나마 엉덩이 대고 앉으면 앉을 만한 부분만 살려보자 떼어두고
누군가 한땀한땀 정성들여 깎은 나무지만 천상 불쏘시개나 써야겠다 생각하니
남겨진 경첩과 나사못 사리 같아.
언제가 유모차를 버리는 그 날 비슷한 허전함. 키우며 쌓인 물건들이 크니 빠져나가는.
( https://www.milemoa.com/bbs/board/3185996 )
인스타그램엔 그새 대학 졸업하고 약혼자와 새해를 보낸 엠마. 아이 모습 선명한데...
경첩 사리... 멋진 비유인것 같아요.
그리고 손이 안으로 굽는다고 사진상으로는 엠마가 살짝 아깝네요. ㅎㅎ
칭찬 말씀 감사합니다.
하하 제가 보기엔 누가 낫고 모자라기 보다 그냥 다 애 같아 보입니다. 엠마아 어릴때 본 탓일 것고 남자 친구는 대학교 1학년때 본거 같은데 어찌된게 이젠 대학생이 다 애 같아 보이네요. ㅠㅠ
저도 아이들이 기저귀 졸업하고 카싯 졸업하고... 애기 물건들 정리할 때 기분이 묘했는데... 그런 마음을 잘 표현해 주셨네요. 글 읽으면 기분이 참 좋아서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러셨군요. 반갑네요.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가도 처를 보면 또 그런것 같지도 않구나 했거든요. 기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중고로 샀던 나무로 된 첫째 아이 하이체어를 저희 둘째 까지쓰고는 정리할때 보니 아쉽기도 하고 아깝기도 하더라구요.
그래서 깨끗이 잘 닦아서 필요한 다른 유학생에게 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별것도 아닌데, 특별히 첫째 아이부터 썼던 물건들은 더욱 기억에 남네요...
처음이라 더 신경을 쓰고 기워서 그러지 않았나 싶습니다.
둘째는 그런 고민없이 그냥 물려받았어서...ㅎㅎ
첫째 딸에 둘째 아들인데, 가끔은 둘째가 아기일때 분홍색 내복이나 우주복을 입히면서 마음이 좀 아프기도 했지요..ㅎㅎ
최근까지도 자전거 같은 것들은 분홍이나 보라색을 타곤했습니다. ㅎㅎ
다른 아이들에겐 미안하지만 저도 큰 애가 쓰던 물건은 특히나 더 기억이 새롭더라고요.
처도 아이 물건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인데도, 큰 애 가지고 만들었던 이불이며 배냇저고리는 아직도 가지고 있더라고요. (둘째 셋째는 만들어 주지도 않음 ㅎㅎ) 큰 애와 둘째가 성별이 다르면 그런 애닳음도 있겠네요. 워낙 사내들만 줄줄이라 저흰 억지로 분홍색 입히고 그랬던 적이 있고 또 좋아들 했는데, 좀 크니 거부하네요. ㅠㅠ.
1, 2, 3호가 다 거쳐간 의자를 분해할 때의 감정이 정말 오묘하셨을 것 같습니다. 정말 어디 엔틱 샵에서 볼 만한 물건이었네요. 가족들이 모여서 의자와 얽힌 추억 얘기 하면서 캠프파이어라도 하면서 의자의 마지막을 보내주시는 건... ㅎㅎ
오래된 물건 들추는 재미도 없진 않았지만 많이 아쉬웠어요. 조금 더 지녔다가 엠마가 아이를 낳으면 다시 선물을 해줄까 싶기도 했는데... 워낙 멀리 떨어져 자리를 잡을 것 같아서 그것도 포기했네요. 그렇지 않아도 훌훌태워 보내려고 합니다. 고기 구이 밑천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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